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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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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뭐 여행 안 좋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다른 사람의 여행을 통해 나도 깨닫는 것들이 있어 타인의 여행기도 좋아한다. 어느 날 깨달음을 얻어 회사를 그만두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는 현실을 마주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끔 그런 이들의 여행에 그저 부러울 뿐이다.

 

이미 나는 한 차례 여행작가 변종모의 책을 읽어 그의 찬란한 여행을 살짝 맛볼 수 있었다. 처음 맞이했던 그의 여행기는 달콤했다면, 이번 여행기는 좀처럼 어떤 맛인지 음미해 봐야 알것 같다. 지난 여행기 또한 각국의 나라를 여행을 하면서 느낀 얘기였는데, 이번 책 또한 비슷하다.

여행을 통한 느낌이 시작되고, 그 느낌을 통한 단어를 끄집어 내서 간혹 억지로 끼워 맞춘 내용도 느껴지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여행 작가 변종모를 안다면 그가 말하는 비슷한 감성적인 내용의 여행기가 소개 되고 있다고 생각이 들것 같다. 이번 여행기 또한 한 나라에 대한 여행기는 아니고 그동안 저자가 여행한 나라를 통한 자기 성찰의 내용이라고 할까? 감성적인 내용이 많이 기록된 이번 책이 사실 여행기를 많이 읽어온 나는 다소 지루했던 부분은 없지 않다고 할까. 사실 그가 말하는 모호한 말들에 대한 의미는 공감이 안 가는 부분도 많았다. 간혹 테마를 정해서 그 의미를 넣은 부분에는 가슴이 탁 울리는 것도 있기는 했다.

 

동행: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

 

어쩌면 그동안 여행에서 동행인들과 부담스럽거나 편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나와 그, 나와 그녀와의 여행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서도 하고 싶은 것들이 달랐다. 높은 산을 보면 나는 올라가 봐야 했고, 같이 갔던 일행은 앉아서 구경하고 싶어 했고, 바다를 앉아 바라보고 싶은 나와 달리 물속을 가르며 파도를 넘고 싶었던 그와의 여행이 때로는 힘들었던 이유가 어쩌면 같은 마음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일까.

 

 

그의 여행기가 모두 불편한 문장만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라의 이름만 알고 그 땅에 디뎌 본적이 없는 그의 여행기를 통해 문득 가슴이 출렁일 때가 있었다.

 

아시아부터 유럽, 남북 아메리카의 여행을 통해 얻은 그의 사진 한 장은 때론 그 마음의 모든 풍경을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을 어귀에 만난 동물들, 마을 모퉁이의 어스름한 노을 진 풍경, 쏟아 질 것 같은 눈망울의 인디아의 소년. 그리고 그 눈 속에 담긴 아주 쓸쓸한 모습, 코란을 울고 있는 파키스탄의 여자. 그리고 그 울음을 지켜보는 어느 골목의 그림자. 아르메니아 세반의 아주 추운 겨울의 호수. 그 차가운 바람 속에서 느끼는 바람이 부니 살아 보겠다는 의지의 숨결. 인디아 시장에 왁자한 사람들의 발소리, 그리고 그 속에서 숨을 쉬는 꽃향기. 꽃이 같이 있어서 더 아름다운 하루라는 사람들의 온전한 마음. 소중한 당신의 시간을 내 줘서 고맙다는 쿠바 골목의 한 노신사. 그의 시가 담배 연기가 흘러가는 푸른 하늘의 모습을 통해 작가의 말이 아닌 나만의 여행의 여운을 느끼게 된다.

 

 

여행이 내게 줬던 가장 큰 즐거움은 새로움과 있었던 자리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언덕을 숨이 차게 올라가야 있는 좁은 골목에 있는 나의 집을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릎이 꺾일 정도로 걸어갔다 다시 돌아오는 제주도 올레길에서도 가장 그리웠던 것은 반듯하게 누워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작은 거실이 있는 나의 집이었고, 세 명은 써도 남아도는 큰 책상 위의 미싱과 책들이었다. 오래된 내 것들이 그리웠다. 하지만 때로는 그리운 것들과 이별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또 떠나야 하고, 떠나고 나면 그것들이 그리워지는 꼬리를 가지고 혼자 뱅뱅 돌고 있다.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잘 사는 법, 현재에서 가장 행복하게 사는 법, 삶이란 누구의 시선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사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자주 잊고 살았다. P317]

 

세계 여행도 좋지만, 어쩌면 지금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면 그동안 해외여행에 목 말라했던 나를 반성하게 한다. 처음 이 책을 읽는 동안 감성적인 사진, 시, 글들을 읽으면서 참 여러 나라를 다니며 좋은 경험을 많이 해서 부럽다는 생각을 가진 그저, 그런 여행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어쩌면 여행기가 아닐 수도 있다. 어느 나라에 가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그 나라에서만 있는 유적지를 소개하지도 않고, 풍경을 소개하면서 설명을 하지도 않고, 만난 사람과의 에피소드들이 가득하지도 않다. 그냥, 어느 순간을 살았던 흔적들이 남아 있을 뿐이다. 치열해 보이지 않지만,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가득하다. 그것은 아마도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잘 사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리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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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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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해도 괜찮아 - 심리학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이민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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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해도 괜찮아. 

-심리학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이민규 심리학자이자 임상심리 전문가인 이민규가 지은 <네 꿈과 행복은 10대에 결정된다.>의 개정판이다. 예전에 <실행이 답이다>와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 진다>를 통해 알게 된 저자의 책들이 좋아서 이번 책은 어떤 책일까 궁금했었는데 개정판이었다. 그렇다고 개정판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예전 책 제목보다 지금 개정판의 제목이 훨씬 부드럽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부제가 <심리학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것처럼 자신의 아들 혹은 또래의 아이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했던 그동안의 아버지, 어머니들을 대신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저자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기 전에 부모님의 얘기를 먼저 꺼낸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딱 하루 남았다면, 부모님에게 문자를 보내보자며 비워둔 페이지에 많이 당혹스러웠다. 내 삶은 그냥 나의 것인데 이것을 부모님까지 연관 지어 나의 게으른 습관과 생활을 반성해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 페이지를 통해 마음을 다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간혹 이런 비슷한 책들을 꼭 계속 읽어야 하는 것일까 생각이 들다가도 읽어야 겠다고 결론짓고 만다. 책을 읽을 때는 많은 반성을 하지만 역시 다 읽고 나면 책을 덮는 순간 반성도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실천으로 옮기는 그 찰나를 만들어가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행복한 삶,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는 삶을 살기위해 실천해야 할 것들을 목록을 적어 실행하고, 실패했다면 경험의 일부로 남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게 하는 이 책은 지루하지 않게 써졌다는 것이 가장 큰 덕목 중에 하나겠다.

 

 

 

공부가 지겹다면, 공부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설명해주고, 예를 들어주면서 공부가 필요한 부분들을 알려준다. 위대한 학자나 위인들이 공부를 잘 했거나 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있는 끈기와 열정을 알려주고 있다.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해서 그것이 행복의 척도는 될 수 없지만,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 끊임없는 도전, 열정, 끈기를 내세우며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만약 10대 시절에 나의 워너비가 있고, 내가 닮고 싶었던 누군가가 있었다면 공부만 하면서 재미없게 보내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그때 아주 열심히 공부를 한 것 같지도 않아 좀 속상하다.

 

“모든 사랑은 ‘나’로부터 출발한다. 내 마음의 곳간에 사랑이 넘쳐야 밖으로 흘러갈 수 있다. 자긍심을 높이는 방법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P59

 

생각해보니, 열심히 공부를 하지도 않고 뭔가를 얻고 싶은 욕망도 없는 시간을 보냈던 것은 나를 사랑했던 마음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의 롤 모델이 있었다면 닮고 싶은 마음에 더욱더 나를 움직였을 텐데. 그런 부분들이 좀 아쉽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새로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지만, 시작은 아무리 늦어도 빠르다.” 저자의 에필로그의 마지막 부분이다.

늦었다고 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매우 초 긍정적인 이 말로 게으른 습관을 대신할 수 없지만 뭔가 시작이 두려웠다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자.

 

 

올해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외국어 하나 마스터 해 보는 것이었다. 벌써 일 년의 절반이 다 가고 있다. 나도 늦기 전에, 지금 시작해도 괜찮다고 하니 시작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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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쿠요 5스텝 논리사고 - 업무 성과를 100배 올리는 비즈니스 로지컬 씽킹의 모든 것
시모지 간야 지음, 마정애 옮김 / 더난출판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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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드라마를 보다가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캐릭터들의 활약상을 보면 그들의 현란한 순발력과 노련함에 부러움이 생길 때가 많더라. 아니, 쟤는 뭔 말을 저렇게 잘 할까? 간혹 책을 구매하기위해 다른 사람들이 쓴 리뷰를 보면 그들의 논리적인 글쓰기에 나의 글이 한없이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그래서 가끔 글쓰기 관련 책들도 좀 봤지만, 선천적으로 말이 많은 나는 논리적으로 간결한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만 도달할 뿐이다.

 

 

 

[고쿠요 5스텝 논리사고]라는 제목만 보더라도 읽고 나면 뭔가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나의 편으로 만들 것만 같은 매혹적인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나니,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쩌면 그동안 문제를 내주고 답을 빨리 적어주는 식의 학습에 익숙했기 때문인지 책을 읽을수록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쓰러뜨릴 무기가 어떤 것인지만 찾아서 답을 잘 모르겠다는 결론만 남았다. 그런데 읽었던 목차들을 다시 한 번 읽고 나니 책 목록에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해 놨더라. 어쩜 이 책이 말하고 싶은 논리적인 얘기는 목록만 봐도 알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것으로만 생각했지만, 책에서는 논리사고란 “논리적 의사소통으로 논리적 문제해결”을 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의사소통을 하기위한 문제 해결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간혹 회사에서 클레임이 생기면 가장 먼저 와서 하는 얘기는 “어떻게 하죠?”였다. 어떤 문제 때문에 이런 결론이 생겨 클레임이 발생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해결 방법만 알려 달라는 식의 얘기를 제일 많이 듣고 있는지라, 가끔은 동료의 해결 방법까지 같이 생각해 봐야 할 때는 답답할 때가 많았다.

어떤 문제가 여러 이유 때문에 생겼고, 그 문제는 이러한 원인이 있더라. 자, 이제 이 원인들을 어떻게 해결할까요? 라고 물어주는 후배, 부하 직원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나조차도 상사에게 달려가 어찌할지가 먼저 나오는 질문이 되고 말았다.

 

 

책은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5가지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1) 논리사고 구조를 만들어라

2) 결론과 이유를 연결시켜라.

3) 다양한 관점으로 MECE를 파악하라.

4) 문제를 분해하는 로직트리를 구성하라.

5) 매트릭스로 문제해결의 답을 끌어내라.

논점을 세우고,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그 평가 기준에 맞는 예시들을 세워 피라미드식 구조를 만들어 문제를 파악한다면 논리사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점이며 이것만 안다면 누군가와 잘 싸워 이길 것만 같다.

 

 

5스텝 논리사고라고 나온 목차들이 상당히 단순한 구조로 답을 주는 것 같지만 속에 들어 있는 예시들이 크게 와 닿지 않던 부분도 있어서 읽는 사람에 따라 이해의 난이도가 좀 달라질 것 같다.

오래전에 바바라 민토가 쓴 [민토 피라미드로 배우는 논리적 글쓰기]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책 또한 상당히 포괄적인 예시들이어서 숙지하고 그에 맞는 논리적 글쓰기를 하기엔 많은 연습이 필요해 보였다.

머뭇거리지 않고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물론 논리적으로 누군가와 싸움을 준비한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많은 연습이 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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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박람강기 프로젝트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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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글을 쓰게 되었나. _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상당수의 많은 작가들이 그의 글을 읽으며 그의 글쓰기에 매료되어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유명한 하루키도 그의 글쓰기에 대한 공부를 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가 싶지만 이상하게도 유명작가가 영향을 받은 작가이지만, 그의 작품을 읽은 사람이 주변에 많지가 않다.

 

 

우선 나 또한 그의 작품에 매혹되고 싶지만, 워낙 외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나에게 그의 작품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 그를 네이버 검색으로 찾아보니,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종결자]라고 하니, 추리물 안 좋아하는 나에게 그가 유명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런 이유였는지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유명 작가들 속에서 유명한 그가 편집자, 독자, 다른 작가들에게 쓴 편지가 묶인 68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고집스러운 작가로 느껴지는 챈들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가 말하는 글 쓰는 것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확고하고 단단한지,

 

 

“글의 특색이란 작가의 감정과 통찰의 본질에 따른 산물이죠. 그 특색이 감정과 통찰을 종이로 옮겨 작가가 되게 하는 자질이고, 반대로 똑같이 좋은 감정과 예리한 통찰력을 지녔다 해도 그걸 종이로 옮기지 못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P36

 

작가가 지녀야 할 덕목을 잘 알고 있는 그는 그러지 못한 작가들에게 냉소적인 편지를 썼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반성을 삼았을 수도 있겠다. 고집스러운 그의 본질적인 글쓰기가 있었기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그의 소신을 가지고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글쓰기 기술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빈약한 재능이나 재능이 전혀 없음을 드러내는 확실한 표시일 뿐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니, 어쩌면 그는 글을 쓰기위한 구성을 짜고, 반전을 넣어야 할 부분을 나누는 그런 일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작품 속에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인물을 배치 해 놓고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그려보라고 했던 나의 오랜 스승의 말이 떠오른다. 어쩜 내가 챈들러에게 찾아가 대체 글을 잘 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물어 본다면 이와 같은 대답을 하지 않았을까? 자신에게는 어떤 글쓰기 형식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있지 않았다고. 그저 인물을 만들어 놓고 그들이 행동하는 대로 썼을 뿐이라고.

 

 

언젠가 작가 노희경에게 왜 드라마 작가가 되었는지 인터뷰 기사를 읽었는데, 그녀는 소설,시 전공을 하는 동안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드라마를 쓰는 동안은 행복했었다고. 그녀가 드라마 작가가 된 이유는 행복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라고...나는 그렇게 그녀의 글쓰기를 받아 들였다.

챈들러가 왜 작가가 되었는지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어떤 이유로 이렇게 위대한 (나만 잘 모르는) 작가가 되었을까 단 몇 줄의 이유를 들면 그랬구나, 하고 알겠지만 그것 또한 뭐 중요한 일일까.

 

 

“나는 돈이나 어떤 특권 때문에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다만 사랑 때문에, 어떤 서계에 대한 이상한 미련 때문에 글을 쓰는 거죠. 사람들이 치밀하게 생각하고 거의 사라진 문화의 언어로 말을 하는 그런 세계 말입니다. 나는 그런 세계가 좋습니다.” P194

 

 

그를 행복하게 했을 글쓰기를 사랑하게 되었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으면서 작가의 모습을 분명 반영했을 것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고, 그의 무궁무진한 서사의 실타래에 부러움이 가해졌다면 챈들러가 그려낸 탐정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죽겠다. 조만간 그의 작품을 하나 사서 읽어봐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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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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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책을 만난 것은 작년이었다. 우연치 않게 인터넷 서점에서 소개 글을 읽으며 한권 읽어보려 산책이 그녀의 수짱 시리즈 책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싫은 사람]과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을 읽으며 이런 감성을 가진 작가의 책이라면 언제든지 다 소장하며 읽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만화는 참 단순한 컷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백 하나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런 작가는 나에게는 아다치 미치르였는데 그녀는 좀 다른 의미의 여백과 공감을 형성한다.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그녀의 만화가 아니라 틈틈이 그녀가 만화를 그리며 쓴 에세이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 그녀의 만화를 좀 본 사람들이라면 글 속에 그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행간에 숨겨 놓은 그녀 자신의 카툰이 문득 그려져 보일 때마다 순간 웃음이 나고 말았다.

 

 

 

간혹 책을 통해 작가의 심성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녀의 만화는 늘 그녀의 차분하고 고운 심성이 가득 느껴진다. 그녀의 에세이도 그렇다. 그녀가 아주 사소하게 넘기는 것들 속에서도 그녀의 고운 마음이 느껴진다. 때로는 엉뚱한 모습도 그녀의 단면이겠지만 그런 것들도 나는 참 좋았다.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영어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고, 영어 회화 공부를 하기로 결심하여 학원에 갔지만 영어 테스트를 받으라고 하니 당황해서 다음에 하겠다고 나와 테스트를 위한 공부를 시작하려고 서점에서 책을 사고, 그것으로 공부에 대한 만족을 느끼는 그녀의 이 귀여움에 반하고 만다. 무엇보다 그녀의 이 행동에 언젠가 내가 했었던 그 모습이 겹쳐서 웃을 수밖에 없다. 3년 전 유럽 여행을 처음으로 갔다 한국에 돌아온 날, 나는 나의 영어 학습에 대한 절망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며 나도 학원에 한번 갔었는데 테스트를 하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다음에 라는 말로 밖을 나와서 혼자서 붉어진 얼굴로 서점을 향했던 적이 있었다. 그녀의 그 뒷모습과 책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몇 년 전 나의 모습이 겹쳐져 얼마나 혼자 웃었는지.

 

고지서를 받았는데 바꿔 보냈기에 다시 보내 달라고 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다시 보내 준다고 하는 말로 끝내려는 직원에게 사과를 받아내는 그녀는 그냥 귀여운 여자만은 아닌것 같다. 만화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4개월 뒤의 원고까지 완성해 두는 성실하고 계획적인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이토록 많은 작품을 그리고 많은 책을 쏟아 내는 것은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 주는 부분이었다.

 

작년에 아는 지인이 해를 넘기면서 앞자리가 바뀌게 되었다며 서글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신을 위한 여행으로 석 달간의 남미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좀처럼 나에게 다가올 그 나이에 대한 계획은 어떻게 쌓으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비록 그녀처럼 석 달의 남미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겠지만. 나에게 걸맞은 나이에 맞는 모습은 어떤 것인가 고민에 쌓여 조금 힘든 한해였다. 하지만 그런 고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것도 준비 없이 나의 나이를 맞았고 조금 더 나이 먹은 어른이 되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느 날 성년이 되었고, 서른이 되었다. 그것이 꼭 준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거대한 프로젝트가 필요해 보였던 적도 있었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도 그냥, 어른이 되어버렸다. 처음에 나는 그것이 너무 비극적인 인생의 설계라고 생각했고 우울했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보다 인생에 큰 굴곡진 고통과 고난 없이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한 달에 한번쯤은 하면서 살고 있는 지금을 사랑하고 있다. 이십대에 못한 유럽 여행은 매년 여름휴가로 다니고 있으니 이것도 얼마나 근사한 어른의 시대인가.

 

"내 성격 중에 마음에 드는 부분.

 

‘한 가지 일에 실패해도 내 전부가 엉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점을 가장 좋아한다. 어째서 흔들림이 없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믿음이 있어서 쓰러지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을 믿는 것도 중요하다.” P211

 

매일 어른이 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에 있는 나를 보며 어른이라기보다 나이든 사람이 서 있다고 느낄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이고 그것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일에 실패 했어도 분명 그것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마스다 마리처럼, 나도 그녀의 초 긍정적 모습을 닮고 싶다. 무엇보다 소소한 것에 어른이 되어 참 다행이라는 그녀의 속삭임에 나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모습을 닮고 싶다.

 

 

그녀의 이런 에세이 집이라면 나는 또 읽어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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