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혈투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그레고리 림펜스.이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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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름다워라……. 아이튠스에서 판매되는 노래 2,000~3,000곡 정도의 제목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고 하는군. 몸과 몸이 다투고 마음과 마음이 불붙는 ‘친밀함’에 의한 유대감, 이런 사랑에 대한 정신적 중독 작용이 우리의 감정적 호응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까.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에는 ‘사티’라는 풍습이 설명되어 있다. 과거 인도에서 행해졌던 것으로 남편이 죽으면 그 아내가 자발적으로 불타는 장작더미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것이란다 ㅡ 사랑이 소위 ‘헌신’과 동의어로서 판단될 수 있는 요소라 보여지기도 한다. 또한 인도 남부의 타밀족은 사랑의 포로가 된 사람들을 마야캄(mayakkam) ㅡ 현기증, 혼란, 도취, 망상 ㅡ 을 앓는다고 표현한다……. 

이 『사랑은 혈투』는, 그 사랑이 절망, 행복, 만족, 희극과 비극, 나아가 ‘혈투’에까지 번져갈 수 있다는 걸 여러 꼭지를 통해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게 어리석은 사랑인지, 미친 사랑인지, 완전한 사랑인지는 모르겠다. 그 일련의 과정들 속에 얼마나 많은 부침이 존재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ㅡ 어쩌면 어느 순간에 제동을 걸어야만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니까. 책에서는 이런 사랑의 행보를 남녀가 서로 때리고 칼로 찌르는 것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다. 우스운 것은 남자가 여자를 때리기 전에 선전포고까지 하는데, 「난 널 때릴 거야. 어쩜 아플 수도 있어.」라며 친절하게 때릴 타이밍을 알린다. 그럼 반대의 상황에서는? 자신을 찌를 칼을 여자에게 건네기 전 날카롭게 갈아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상처 주고 싶진 않은데. 그치만 이해하지? 우리 둘 다를 위한 거야.」라고……. 그리고 찌르고 나서 아파하는 남자에게 이런 멘트까지 날려주신다. 「우리 관계를 위한 거라니까….」 

‘『사랑은 혈투』 ▶ 남자 : 자존심, 섬세함의 결여, 사전준비, 억눌림, 우월감. ┃ 여자 : 영원성, 오지랖, 확대해석, 감정의 기복, 공유성. ※어쨌든 만날 수밖에 없음.’ 나는 이 책을 이렇게 결론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 책은 각 꼭지별로, 거꾸로, 그러니까 맨 뒤에서부터 읽어도 무관하다(어쩌면 더 흥미로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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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안타까움성
디미트리 베르휠스트 지음, 배수아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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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면부터 왠지 세풀베다(Luis Sepúlveda)의 덥수룩한 외모를 상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이거야말로 ‘외모의 안타까움성’이 아니겠나). 그리고 나는 이 작품에 또 하나의 타이틀을 붙여주기로 했다. 패트리셔 맥거의 『피해자를 찾아라(Pick Your Victim)』에 버금가는 ‘가족을 찾아라’로 말이다. 연못 속으로 오줌발 날리기 시합을 벌이던 어린 날의 디미트리와 마찬가지로, 그의 아들 역시 고속도로 주유소 화장실에서 변기 물에 빠진 꼬마 오리 노래를 꽥꽥 불러 대며 오줌 줄기를 갈기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정말로 아름다운 부자지간이다 ㅡ 제기랄, 이걸 어떻게 말로 설명한단 말인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오롯이 체득되어 몸이 먼저 반응하고야 마는 안타까움의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가족. 장레식장에서 꺼이꺼이 울며 제 할 말은 다 하고야마는 그런 마녀 같은 속 보이는 보송이들 말고, 목에서 가래가 끓어 나오듯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아픔에 도저히 그 슬픔을 슬프게 표현해낼 수 없는, 그래서 닭똥 같은 눈물 하나만 뚝하고 흘려버리고 끝내는 그런 진술. 일전에 내가 이 작품을 두고 헤게만의 『아홀로틀 로드킬』과 바타이유의 『지옥 만세』를 버무려 시럽을 약간 넣은 것 같다고 했더니, 누군가 『지옥 만세』와 비교되다니 솔깃하다고 했다. 나는 즉시 그처럼 악마적(!)이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읽다 보니 내용 면에서 그것을 뛰어 넘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그것보다 읽기는 수월하고 바타이유보단 친절한 편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그런데 웬걸, 바타이유의 쏟아지는 메타포의 분절성과는 차원이 다르며 비교하기가 어렵다. 성질이 전혀 다르므로. 바타이유를 영국산 우울록이라고 한다면 베르휠스트는 보헤미안의 폴카였다. 아니면 서정적 폭력과 맥주거품, 그것도 아니면, 본문에도 나오는 로이 오비슨의 멜랑콜리라고 하든가. 불쾌하고 더러운, 그런 멜랑콜리함(나는 ‘담 담 담 두비두 아’보다는 ‘오 오 오 오오오 아’ 하는 부분을 더 좋아하지만). 사회적 존경은커녕 멸시받지나 않으면 다행인 베르휠스트 가족 중 하나인 디미트리가 소위 ‘문화인’이 된 것은, 베르휠스트들의 입장에서는 모난 돌이 정 맞을 격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도 자신의 이름에 베르휠스트를 붙일 수 있는 일원임에는 틀림없다. 그것은 물론, 베르휠스트라는 명찰을 바통처럼 물려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물의 안타까움성』에서 ‘베르휠스트’라는 말은 그들의 삶의 철학, 살아가는 방식, 레이트베이르데헴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와 동의어이다. 따라서 마피아(Mafia)가 원래 ‘뛰어난, 남자다운, 훌륭한’의 뜻으로 사용되었던 것과 같이, 베르휠스트(Verhulst) 역시 ‘용감한, 리얼한, 레이트베이르데헴적인’의 의미와 마찬가지이다 ㅡ 하나를 덧붙일 수 있다면 ‘안타까운’ 정도가 되겠지. 그래서 이 베르휠스트의 베르휠스트식 이야기가 역자와 편집부에 의해 ‘안타까움성’이란 단어로 옮겨졌는지는, 디미트리가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윙크했을 때 그녀가 부르는 ‘보송이 송’이 슬프고 안타까웠던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사족. 

위에서 언급한 『지옥 만세』의 역자는 매그레 시리즈를 번역하고 있는 사람과 동일인물이며, 이 『사물의 안타까움성』의 역자는 『아홀로틀 로드킬』을 번역한 사람과 동일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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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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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더닛 미스터리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계보를 이었다고는 하지만 뭔가 좀(많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틀림없다. 가마슈 경감은 괘나 매력적이고 조르주 심농이 창조한 <매그레 반장>과도 어설프게 닮아보인다. 그러나 (거의) 그게 전부다. 뭔가 아귀가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이랄까.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전부 없애버린, 그런 느낌이다. 고작 100쪽도 읽기 전에 지루함을 느낄 정도로. 범인의 노출 과정이나 트릭적인 면면을 살펴봐도 위악적인 부분 때문인지 쉽게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지극히 자극적인 작품들이 넘쳐나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스틸 라이프』는 밋밋해도 너무 밋밋하다. 극적 내러티브도 다소 구멍(!)이 있다.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단 한 편만 읽었을 뿐인데도, 인내심을 갖고 몇 편 더 읽으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는다. 갑작스런 인칭 변화, 범행과 그 이후 행동들의 개연성, 집중을 방해하는 서술, 특정 인물의 당위성 등등, 이상하게도 자꾸 좋지 않은 면만 보인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마이너스 요인은 얼개가 촘촘하지 못하다는 것. 부디 나와 다르게 읽은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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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의 약속 매그레 시리즈 8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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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 위에서 오세앙호의 비극을 상상하며 풀어가는 매그레의 수사 방식은, 폭발물이나 총격전 없이 낯선 세계를 발견하게 해주는 하나의 지침이자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여기에 ㅡ 아마도 마리 레오네크의 처리(!)를 위해, 또 그녀에게 선장실에서 뭔가를 발견하는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ㅡ 그의 부인 루이즈의 등장조차도, 당혹스러움과 동시에 하나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것까지. 큰 맥락에서 보면 전작 『네덜란드 살인 사건』의 다른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거기에 배라는 폐쇄된 공간, 항상 잠겨있는 선장실, 땀과 소금기 섞인 바다 냄새, 계속해서 재잘대는 풍만한 여자……. 제1장의 소제목 「유리를 씹어 먹는 자」와 그 내용은 당최 어떤 영문인지 잘 모르겠으나, 『선원의 약속』의 경우는 카페 이름이면서도 뱃사람들의 암묵적 약속(계율)과도 같은 돌변하는 연대 의식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 ‘연대 의식’이란 것,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책(『상상력 사전』, 열린책들, 2011)에서 이렇게 말했다. 「친한 사람들을 갈라놓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공동의 성공을 안겨 주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가족이 상속을 둘러싸고 사이가 벌어지는가? 성공을 한 다음의 로큰롤 그룹이 함께 남아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얼마나 많은 정치 단체들이 권력을 잡은 후 분열하는가?」 그러면서 그는 연대 의식은 ‘기쁨이 아닌 고통에서 생긴다’ 고 했다. 『선원의 약속』에서 그 고통은 욕정, 비밀, 폭로, 규율, 양심 등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초록빛 바다가 피와 섞여 심연의 얼굴로 일그러질 때야말로 선원들의 ‘약속’은 더욱 더 거미줄처럼 진실을 옥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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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1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1
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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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작품 자체가 영국발 스릴러라서, 처음엔 런던 날씨를 예상했지만 우중충한 기운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미국식으로 가지 않은 결말이 좋았다.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범인의 시각에서 기술된 페이지가 있었지만 이건 반대로, 이따금씩 추리 소설에서 행해지던 패턴이라 식상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어쨌든 『인어의 노래』의 토니 힐은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과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링컨 라임은 전신마비 환자라서 온갖 것을 뇌 속에서만 조합하고 있고, 토니 힐 역시 섹스에 관한 문제를 안고 있어 등장인물인 캐롤 조던과 이성적인 협력을 한다(그래서 결말도 미국식과 다르다). 나는 추리 소설의 가장 큰 핵심은 살인과 트릭보다도 범인의 범행 동기에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라면 『인어의 노래』는 소설 속에서의 토니 힐의 이력과 맞물려 아귀가 잘 맞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프로파일링으로 범인에게 근접하여 링컨 라임처럼 온전히 이성에 맞춘 추리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들에겐 으레 파트너가 있기 마련.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콜드 문』에 캐트린 댄스가 출연하듯, 여기서도 토니 힐의 파트너로 캐롤 조던이 등장한다.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토니 힐과 캐롤 조던의 비중이 어느 한 쪽에 크게 치우치지 않는다는 점. 

사실 제프리 디버의 작품과 많은 비교를 하고 있지만 발 맥더미드의 소설은 스타일리시함과 스피디함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강점은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빤한 결말이나 빤한 반전이 아니라, 여기서 뭔가 뒤집어질 것 같다고 느낄 때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어버린다. 개인적으로 백 퍼센트 만족하는 작품은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별점은 줄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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