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불광 vol.619 : 붓다의 미소
불광 편집부 지음 / 불광(잡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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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불광 편집부 <월간 불광 vol.619>(불광, 2026)

미소, 웃음이라고 하면 부처의 자애로운 표정과 함께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편 '희극'을 세상으로부터 감추려했던 베네딕토회 수도원의 수사 호르헤가 떠오른다. 웃음을 숨기려는 호르헤와 드러내 보이려는 부처. 정반대의 묘한 구도가 아이러니하게도 느껴지는데, 이는 책에서도 언급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희극이 열등한 인간을 모방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해한 결함을 인식하면서 터져 나오는 것이기에 도덕적 악의와 연결 지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인간은 웃을 수 있는 동물'이라고 규정하며 웃음을 이성, 언어와 더불어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성의 한 지표라고 봤다."
(p.135)

책에 나오는 것처럼 희한하게도 기독교의 얼굴은 원죄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라도 한 듯 침묵 속에 머물고 불교의 얼굴은 미소를 띠고 있다. 억눌린 침묵이 아니라 안정과 평정의 웃음인 걸까. 상처와 구원, 깨달음과 해탈을 말하고자 하는 두 종교의 미소와 웃음이 이렇게나 다르게 표현된다는 것이 흥미롭다.

특히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이야기가 재미있는데, 법회에서 부처가 아무 말 없이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자 모두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 가운데 제자 마하가섭만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는 이야기이다. 부처가 진흙탕의 더러운 물속에서 자라나지만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을 깨달음에 비유하자 그 깨달음에 가섭 또한 공감하며 절로 미소를 지었다는 일화. 마음에서 마음으로 깨달음의 진리가 전해지는 이심전심, 불립문자의 새로운 길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소에 관해 또 다른 재미있는 글도 있다. 다소 길지만 인용해본다.

"서양철학에서 웃음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목도하거나 삶이 경직된 순간에 짓게 되는 표정이다. 세계의 모순을 발견한 순간 터져 나오는 웃음은 곧 자기 성찰의 일종이며 인간을 사회적인 동물로 머물 수 있도록 한다. 반면에 붓다의 미소는 세계의 진실을 통찰한 이후 모순의 근원을 깨달아 집착을 끊어내고 자비를 얻은 자의 평화를 대변한다. 그렇게 웃음과 미소는 인간의 사유가 진리에 도달하는 두 방향의 경지를 증언하는 매우 인간적인 표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세계를 깨달은 자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를 넘어서는 진리를 본 자의 것이다."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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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의 단두대 다이쇼 본격 미스터리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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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종교 신자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소위 '종교 2세'로 자라 중학교 이후의 학력이 없는, 세간의 눈으로 보면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작가 유키 하루오.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 해준 작품은 <방주> — 바로 '성서' 시리즈이다.

유키 하루오 작품은 <방주>밖엔 읽어보질 않았는데 일견 달라진 점은 문장력이 확연히 늘었다는 것. 두 작품의 단순 비교는 위험하나 분명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은 더 풍성해졌다. 또한 프롤로그가 꽤 길다고 도 느낄 수 있겠지만 지루함이라고는 전혀 없다.

도둑이 주연(급)으로 나오는 건 모리스 르블랑의 뤼팽 시리즈나 기시 유스케의 에노모토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이쪽의 특성과 재미는 20세기 초 일본이라는 배경 설정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에노모토 시리즈는 현대 기술을 건드리지만 이 <살로메의 단두대>는 그야말로 '재래식'이 주는 맛이 있다.

또한 전직 도둑과 화가 콤비의 시리즈물인데도 이전 작품들과 상관없이 단독으로 읽어도 문제가 없다. 선입관 탓인지 도둑이었던 인물(하스노)이 아니라 화가(이구치)가 탐정 역할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도 흥미롭고. 독자의 궁금함을 그대로 받아 똑같이 의심하는 아마추어 탐정을 보는 맛이 포인트 중 하나랄까.

"(...) 내 말은 심사회장에 우리 작품을 죽 늘어놓고 심사하는 행위가 공중변소에 늘어선 소변기 중 어디에 오줌을 쌀지 고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이야 (...) 물론 그건 전혀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니지! 왜냐하면 누구나 배뇨해야 하니까 (...) 우리는 변기 제작자야! 심사위원들의, 그리고 여러 사람의 똥오줌을 받들고자 날마다 절차탁마하는 (...)"

작중 등장인물의 예술론 일부이다. 유키 하루오의 필력과 작품을 꾸미고 매만지는 힘이 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생각한다. 이는 위작, 도작,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를 떠올리게 하는 살인 현장 등과 맞물리며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고 공고하게 해 준다.

다 읽고 난 뒤, 나처럼 이 <살로메의 단두대>에 앞서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를 먼저 읽기로 한 일본 리뷰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설을 읽어가면서 와일드의 희곡이 어떤 내용인지 간단한 설명이 나오기에 굳이 읽지 않아도 되긴 하나, 양쪽을 함께 놓고 보면 재미는 배가되리라.

이야기는 위작과 도작, 와일드의 <살로메>를 본뜬 살인 — 이 큰 줄기를 따라 진행된다. 특이한 점은 탐정과 범인의 목표가 같다는 것인데, 위·도작범을 찾아내는 과정에 살인이 간섭하고 또 그 거듭되는 살인의 단계 속에 묻힌 진실이 딸려 있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바로 주인공 살로메...! 연결성 면에서 다소 두루둥술한 감이 있기도 하지만, 두 가지 사건이 병행하는 흐름과 거기에서 파생된 필연적 결말, 그리고 앞선 미묘한 어색함을 일거에 해소하는 마무리는 어느 정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과격하고 잔인하다 못해 산뜻하기까지 한...

그러고 보니 "탐정이 활약할 동기가 아니라 범인이 활약한 동기야말로 핵심"이라는 출판사의 소개 문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역자의 말에서도 "탐정에게 동기가 있다면 범인에게도 동기가 있다"고 할 정도로 이 이유 있는 '범인의 활약'이 외려 이야기를 끌어나간다고 해도 될 정도 이니까.

살로메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구와 이미 잃어버린 아름다움, 추한 범죄와 새로이 드러나는 추한 진실, 캐릭터성 뛰어난 조연과 얼마간 수동적이기까지 한 주인공의 묘한 조화. 이 전직 도둑과 화가 콤비 이야기는 완전하다고 하기엔 좀 뭐하지만 시리즈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러니 작가 양반, 글을 계속 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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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불광 vol.618 : 반야심경, 공과 진언
불광 편집부 지음 / 불광(잡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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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아, 네 어디를 방황하고 있느냐."

나는 불교 신자도 아니고 종교에 대해 어떠한 믿음 같은 마음도 품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불구(佛具) 혹은 그와 관련된 장식품들을 좋아해서 자그마한 불두(佛頭) 소품이라든지 이런저런 것들을 종종 구입하곤 한다. 그래서 결국(!) 자ㅣ연스레 이 책도 손에 들게 된 것은 아닐까….

월간 불광 이번 호의 주제는 '반야심경'이다. 반야심경이라곤 오쇼의 <반야심경>을 한번 읽어본 게 다인데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관자재보살…" 정도까지는 꽤 많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을까 싶다.

"색(色)이 곧 공(空)이요, 공이 곧 색이니라."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도 바로 여기에 나온다. 그리고 지금껏 허투루 알고 있었던 '공(空)'… 단순히 '있다/없다'와 같은 상대적 개념의 '없다'는 뜻이 아니라 '본래부터 없다'는 의미라는 것을 이제야 어렴풋하게나마 깨닫는다.

직접 1인 출판사까지 차리고 책을 낸 고광 스님은 인터뷰에서 "반야심경을 읽을 때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단순히 '비어 있다'는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감각 신호에 의해 나타나고 사라지는 사건의 서술임을 이해하라."고 했다.

역시 어렵다. 공(空)의 체득이란 게 뭘까. 깨달음을 소유하지 않고 매순간 비어 있는 채로 작동하는 것. 삶의 하나의 방식.

"생각이 무너질 때 소리를 붙잡고, 소리가 굳어질 때 다시 공으로 돌아가는 왕복 운동. 그 왕복 속에서 수행자는 조금씩 가벼워지고, 마침내 아무것도 붙잡지 않은 채 온 세계를 껴안게 된다."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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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스즈키 고지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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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하게 말해 <링>이 지엽적이라면 <유비쿼터스>는 질서와 무질서의 근원을 다룬다. 그만큼 공포의 깊이도 헤아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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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그라운드, 완투에서 불펜까지 - 야구광 철학자의 한국 야구 50년 관전기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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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탁석산 <낭만의 그라운드, 완투에서 불펜까지>(열린책들, 2026)

프로야구 개막. 야구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몇 달간 두통과 소화불량을 달고 지낼 것만 같다.이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좋아하는 게 비단 나뿐만은 아니리라.

야구 중계방송을 보고,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방송사별로 각각 3, 4번 씩 보고, 스포츠뉴스에서 그날의 야구 소식을 또 보는 사람들… 야구에 미친 사람들.

야구란 무엇인가. 야구장이란 무엇인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1978년 어느 봄날 야구장에서 타구 소리를 듣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괴상한)이야기를 하기도 했다(여담이지만 희한하게도 그와 친분이 있는 가수 스가 시카오가 <굿바이 홈런>이란 노래를 부르기도).

"불문율은 매너를 말합니다. 규정이나 규칙에는 없지만 지키지 않으면 수준 떨어지는 선수로 보이게 됩니다 (...) 결국 품위 문제입니다."

대개의 스포츠 종목에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불문율이란 것도 곱씹어보면 일종의 '낭만' 아닐까. 규정엔 없지만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 서로를 존중하는 것.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야구에 대해서 참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항이 생겨버렸다. 야구란 애초 시간 제한이 없는—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야 끝이 나는 종목인데도 자꾸만 경기 시간을 단축하려는 시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야구는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스포츠라고!). 1박 2일을 해도 야구는 재미있으니까….

나는 피치클락도, 피치컴도 썩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 중의 하나인데, 본디 3, 4시간 동안 진행되는 스포츠에 인위적으로 간섭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포수가 사인을 보내기 위해 매니큐어를 손톱에 바르는 것조차 낭만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낭만의 그라운드, 완투에서 불펜까지>는 점점 잊히고 있는 '낭만', 점차 사라지고 있는 '낭만'을 돌아본다. 만약 그때 유인구를 던졌더라면… 만약 그때 대타를 기용했다면… 만약 그때 3루에서 멈췄더라면…. 통계와 확률의 게임이면서 동시에 '만약'의 게임, 야구. 잃어버린 낭만을 찾고 싶다면 부디 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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