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 기존의 호혜, 증여, 분배 이론을 뒤흔드는 불확실성의 인류학
오가와 사야카 지음, 지비원 옮김 / 갈라파고스 / 2025년 6월
평점 :
CBS 사장이기도 했던 하워드 스트링거는 '경험의 공유야말로 텔레비전의 가치'라 했다. 나는 이 문장을 살짝 바꿔 '뉴턴 운동 제3법칙이야말로 청킹맨션의 가치'라 하고 싶다.
작용과 반작용, 호혜(互惠), 상호간의 신뢰(의 창출과 동시에 결여). 청킹맨션에 모이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다만 이것은 다소 느슨하게 해석해야 할 텐데, 반드시 기대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겸사겸사 할 수 있으면 하고, 여의치 않아도 서로 실망하지 않는다는 뜻. (혹 청킹맨션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경삼림>의 독특한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인간미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 그때그때의 한정적 신뢰는 소위 '뜨내기'의 모습을 떠올리게끔 하니까.
그런데 이 얼기설기하게만 보이는 연결이, 소제목 '동료와 살아간다는 것과 독립독행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틈새에서'처럼, 그들의 청킹맨션을 굴러갈 수 있게 해준다. 외려 이런 시스템이 마굴(魔窟)이라 불리곤 했던 이 공간을 깨어있고 움직이게 만드는 것일는지도 모를 일.
허구의 세계를 사는 것만 같은 홍콩 거주 탄자니아인(들)의 삶은 고단하기도 하고 덜되 보이기도 한, 그러나 현명함의 테두리 안에서 그들만의 교환과 재분배 관계를 구축하며 카오스 속의 코스모스를 지속시킨다.
"홍콩의 마굴 청킹맨션, 비공식 경제, 아프리카계 브로커, 성 노동자, 지하 은행 등, 이 책의 키워드를 늘어놓고 보면 정말이지 수상쩍다."
저자의 양심고백(!)처럼 수상쩍은 사람들이 수상쩍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그런데 거기에 인생의 힌트가 있는, 정말이지 수상쩍게 재미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