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의 약속 매그레 시리즈 8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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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 위에서 오세앙호의 비극을 상상하며 풀어가는 매그레의 수사 방식은, 폭발물이나 총격전 없이 낯선 세계를 발견하게 해주는 하나의 지침이자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여기에 ㅡ 아마도 마리 레오네크의 처리(!)를 위해, 또 그녀에게 선장실에서 뭔가를 발견하는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ㅡ 그의 부인 루이즈의 등장조차도, 당혹스러움과 동시에 하나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것까지. 큰 맥락에서 보면 전작 『네덜란드 살인 사건』의 다른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거기에 배라는 폐쇄된 공간, 항상 잠겨있는 선장실, 땀과 소금기 섞인 바다 냄새, 계속해서 재잘대는 풍만한 여자……. 제1장의 소제목 「유리를 씹어 먹는 자」와 그 내용은 당최 어떤 영문인지 잘 모르겠으나, 『선원의 약속』의 경우는 카페 이름이면서도 뱃사람들의 암묵적 약속(계율)과도 같은 돌변하는 연대 의식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 ‘연대 의식’이란 것,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책(『상상력 사전』, 열린책들, 2011)에서 이렇게 말했다. 「친한 사람들을 갈라놓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공동의 성공을 안겨 주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가족이 상속을 둘러싸고 사이가 벌어지는가? 성공을 한 다음의 로큰롤 그룹이 함께 남아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얼마나 많은 정치 단체들이 권력을 잡은 후 분열하는가?」 그러면서 그는 연대 의식은 ‘기쁨이 아닌 고통에서 생긴다’ 고 했다. 『선원의 약속』에서 그 고통은 욕정, 비밀, 폭로, 규율, 양심 등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초록빛 바다가 피와 섞여 심연의 얼굴로 일그러질 때야말로 선원들의 ‘약속’은 더욱 더 거미줄처럼 진실을 옥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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