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지도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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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지도를 봤을 때는 안대를 쓴 사람의 얼굴 형상인가 했지만 그건 어처구니없는 오해였던 걸로. 일단 결론은, 재미있다. 전작들 <이상한 그림>이나 <이상한 집>, <이상한 집 2>를 거치면서 눈여겨본 것은 우케쓰라는 작가의 '성장'이었는데 이젠 하산(?)해도 될 정도로.

작가 인터뷰에, 과거의 여행에서 '터널 내 역(驛)'이라는 공간을 접한 경험을 살려 작품을 구상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열차 시간표라든가 하는 복잡한 트릭이 아니라 철저하게 공간적인 부분을 내세우고 있어서 읽는 데 별 무리는 없다.

고지도를 품은 채 목숨을 끊은 외할머니, 그 진실을 좇으며 요절한 어머니, 십수 년 뒤 성인이 되어 같은 미스터리에 도전하는 주인공— 얼개는 이렇다. 전개가 급할 정도로 빠르며 '보이 미츠 걸'처럼 보이는 요소도 있고, 이래저래 우케쓰의 전작들에 비해 궤를 달리하는 부분이 성기게 있다.

군데군데 문장이나 문맥적인 측면에서 유치한 콩트 같은 느낌을 주거나 우연에 기대는 부분들이 다소 아쉽지만, 작은 아이디어들에서 미스터리적 요소를 뽑아내는 건 역시 발군. <이상한 집 2>에서 보여준 미친 듯한 치밀함은 여전하다.

건축기사가 주인공인 만큼 측량이나 건축공학적 착상도 재밌다. 시각자료가 충분해 어렵지도 않고. 그림, 평면도, 측량, 지도까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짐작도 되지 않지만 지금 이 책을 완독했다는 게 그저 황홀할 뿐… <이상한 지도>는 이상하기는커녕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 본 도서는 출판사 '리드비'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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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후더닛
아사네 주지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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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년, 일곱 남녀가 냉동수면에 들어가고 천 년이 지나 깨어난다. 하지만 눈을 뜬 것은 6명뿐. 동료 한 명은 미라 상태의 사체로 발견되었으며, 그들이 있는 셸터는 외부에서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

6인의 인물들이 천 년의 수면에서 깨어나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콜드 슬립을 위한 캡슐을 여기서는 '테그미네'라 부른다. 본디 게자리에 위치한 항성계로 '게 껍데기'를 뜻한다고 한다.

읽다 보니 슬슬 우려가 되기도 했는데 역시(?) 절반 이상의 분량이 셸터를 떠나 '탐험대로서의 여정'을 그리는 데 할애되고 있다. 하지만 어쩐지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왜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으나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도 생각이 났고.

아무튼 셸터를 떠난 사람들이 또 다른 셸터를 발견하면서부터 흐름이 바뀐다. 제2의 셸터에는 자신들을 '마크노아'라 칭하는 이들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웬걸 이들의 생김새가 천편일률로 모두 똑같다. 바로 첫 번째 셸터에서 미라로 발견된 인물과.

<쥬만지>나 <아리스 인 보더랜드>로 전개될 것만 같은 스토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환기된다. 물론 이 작품은 엄연히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그들의 '모험 이야기'가 상당히 길기 때문에. (물론 이 과정에서도 사람 하나쯤은 죽여줌으로써(?) 미스터리에의 단속을…)

주인공들은 천 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인류가 멸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여기서부터 비로소 '본격'이 시작된다. 첫 번째 셸터의 미라는 누가 죽였는가. 인류는 왜, 어떻게 절멸했는가. 마크노아의 외양은 어째서 미라로 발견된 인물과 똑같은가 등등.

산재한 미스터리가 많지만 이것들은 모두 일거에 해소된다. 황당하달까, 엉뚱하달까, 어딘지 모르게 시라이 도모유키스러운 발상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파안대소하게끔 만드는 면모가 있다. 우연에 기대는 요소도 있지만 이 점만 차치하면 굉장히 대담한 스토리라고밖엔 설명할 수 없다.

더불어 제목에 '후더닛'이 있으나 와이더닛, 하우더닛의 측면을 간과할 수 없는데, 특히 '대체 어떻게'라며 추론하는 파트가 핵심이 되는 소설이니만큼, 앞서 언급했듯이 낄낄거리며 읽을 수 있을지도…. 꽤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덧붙여 이 작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시라이 도모유키를 뛰어넘는 특수설정, 바카미스계의 1인자가 될 수 있을지도… 진지함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 포인트랄까, 아니 외려 진지해서 웃음을 참게 되는 아이디어의 발현이랄까… 아무튼 미래가 기대되는 작가임엔 틀림없다)

※ 본 도서는 출판사 '내 친구의 서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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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는 고블 씬 북 시리즈
곽유진 지음 / 고블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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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소설 속의 소설. 그럼에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그래야만 한다.

"세상은 침묵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소음이야. 소음이 나타나 침묵에게 말을 걸기 전까지 이곳엔 아무 이야기도 없었단다. 침묵은 언제나 소음을 기다리고 있어."

'쇼 머스트 고 온'ㅡ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으며, 허구 속의 허구는 진실 속의 진실과 궤를 달리하지 않는다. 작가와 독자의 교감 혹은 유대감을 피력하는 데 적극적이면서도 나른한 동화 같은 이야기. 작가에게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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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디 인 더 미러 도트 시리즈 3
황모과 지음 / 아작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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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판정을 받았던 남편이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한데 아내도 예전의, 온전한 그녀가 아니다. 이것은 테세우스의 배 같은 이야기일까.

마이클 잭슨의 <Man In The Mirror>가 떠오르기도 하는 제목과 스토리. 거울에 비친 나라는 인간이 본래의 내가 아님을,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임을 역설하는 이야기로도 읽힌다.

'안녕'이란 말이 누군가를 만났을 때에도, 떠나보낼 때에도 쓰일 수 있다는 건 우스우면서도 놀랍다. 거울 속 나와 거울 밖의 나, 거울 속 당신과 거울 밖의 당신, 서로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 대상은 온전한 나이며 온전한 당신일까. 그리고 '안녕'이란 인삿말의 의미는 과연 어느 쪽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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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도트 시리즈 5
육선민 지음 / 아작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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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 안드로이드에게 하나라는 이름의 인물이 이름을 붙여준다. 비에. vie는 불어로 삶, 생명이란 뜻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붙인 하나 역시 보통의 사람이 아닌 복제인간이다. 이들에게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서로에게 이름 붙이기. 명명(命名)은 명명하는 순간 사물의 살해를 가져오고, 그러면서 주체를 누락시키고 결여되게 만든다고 했다.

온전한 인간들끼리의 만남이 아닌 다소 특이한 조우가 빚는 생경하고도 꽉 찬 이야기. vie- 삶은 늘 고단함의 연속이지만 그것은 언제나 거기에 있다. 내가 없고, 당신이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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