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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지도 - 2008~2014 변경을 사는 이 땅과 사람의 기록
이상엽 글.사진 / 현암사 / 2014년 12월
평점 :
어젯밤 뉴스에서 기륭전자 노동자들을 보았다. 오체투지 농성을 벌이는 그들의 머리 앞을 경찰들의 발끝이 저지하고 있었다. 그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5년이 넘는 투쟁 끝에 사측과 정규직 복직 합의를 했지만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일과 월급을 주지 않았고 꼭두새벽에 몰래 사무실을 이전해버렸다. 빚쟁이 등쌀을 떨어내듯 회사가 노동자들을 피해 야반도주를 한 것이다. 『변경 지도』를 쓴 이상엽의 앵글이 그들을 찾았음은 물론이다(그가 톺은 사진과 글은 때로 육화의 최전선을 보여준다). 그가 말하듯 돈으로 점철된 장밋빛 미래는 그저 겉으로 드러난 빛깔만 아름다웠을 따름이다. 상식적이고 사전적인 의미와는 달리 비자연적 변경은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만이 어렴풋이 드러날 뿐, 예쁘장하게 꾸며져 묻힌 변경은 애써 모르쇠의 방패막이 뒤에 반복적으로 숨겨진다. 이러한 변경은 때때로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종교와의 접점도 있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앨범 커버로 더욱 유명해진 종교인의 분신(焚身)은 안타까운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몸을 불사른 문수 스님과 이어진다. 사탕발림으로 전락한 정치적인 공약과 정책은 휴지조각이 되어 그저 그런 정치적 수사에서 머물렀고, 브라우티건의 『미국의 송어낚시』는 한국의 4대강 사업으로 그 터를 옮겼으며, 무슨 무슨 게이트라 불러야 할는지도 모를 다종다양한 사건들은 실로 복마전이란 이름이 더 어울린다. 진실만이 해체되고 재조립되는 것이 아니다. 공간과 시간은 물론이거니와 사람 한 개(個)마저 가리가리 찢겨 부서지고 난 후 재가공을 거쳐 새롭게 만들어진다. 말미에 적은 이상엽의 바람대로 이 『변경 지도』는 순수한 사진집일 수도 있다. 그리 여겨질 만하다. 하지만 장르를 구획한다는 측면에서나 그렇지, 그의 카메라가 짚어낸ㅡ 공간과 시간과 사람들을 아무렇게나 빚은 헤게모니는 불순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