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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1 - 팥알이와 콩알이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자이 오사무처럼 총으로 탕탕 쏴 죽이고 싶은 정도는 아니지만(정강이 보호대도 필요 없고), 어릴 적 개에게 물릴 뻔했던 경험 이후로 좋아하지 않게 됐다. 그런 기억은 또 있다. 어느 여름날 슬리퍼를 끌며 걸어가고 있는데 난데없이 내 발뒤꿈치를 핥아대는 강아지를 발견하고는 지구가 멸망하는 듯한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그 주인이란 여자가 휴대전화 삼매경에 빠져 별말 없이 고개만 까딱하는 것을 보며 정말이지 나는 개와는 영원히 평행선을 그릴 운명이라고 단정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반대급부라고 하면 좀 이상하지만, 유독 고양이에 대해서만큼은 무한한 신뢰 아닌 신뢰를 갖게 되었고 지금도 이따금씩 하얀색 털에 커다란(혹은 뚱뚱한) 몸집을 지닌 녀석을 보면 몰래 집에 데려가 동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아무리 어머니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었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나는 고양이를 요물로 보지는 않는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어머니가 지금의 나보다 더 어렸던 소녀 시절, 부엌의 가마솥 상태를 보러 나갔다가 새까만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옆에 있던 빗자루를 들어 내쫓았는데, 바로 다음 날 새벽 밥을 지으러 다시 나가보니 아궁이 옆에 죽은 쥐가 한 마리 있었더란다. 그리고 뒷문 틈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그 까만 털의 고양이가 있었고……. 그래서 어머니는 평생을 '고양이 = 요물'이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아로새기며 살아오셨다. 실제로 내가 그런 일을 겪었다면 모르나 나는 지금껏 고양이가 벽을 긁는 것도 목격한 적이 없고 심지어 남에게 해코지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물론 그럴 리가 없다, 설령 그런 일이 있다 한 들 내가 알아챘을까?). 하여 『콩고양이』를 단숨에, 아마 십 분도 걸리지 않았을 거다, 읽은 후 종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고양이에 대한 우상심리에 가까운 마음가짐은 더욱 공고해졌음에 다름 아니다. 특히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처럼 그들이 의인화되어(후자는 다소 쓸데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조잘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지인에게 분양을 받거나 비싼 값을 지불해서라도 집에 고양이 한 마리쯤 들여놓고 싶은 생각이 강해진다. 녀석들이 막상 '할퀴고 꼬집고 깨무는' 무뢰한의 기질을 보인다면 내가 개에 대해 갖고 있는 억하심정이 그들에게 옮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소 불안해지긴 하지만……. (아아, 잘생긴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이 갈대 같은 마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