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참하라 - 상 - 백성 편에서 본 조선통사 우리역사 진실 찾기 1
백지원 지음 / 진명출판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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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성들 편에서 본 조선통사"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책, "왕을 참하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책인지라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지고 봤다. 역사란 정말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저자의 말에 십분 동의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조선은 존재해서는 안되는 그런 개같은 나라였다는 평가를 가지고 조선을 평가해가겠다는 그의 직설화법에 마음이 끌렸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한권당 400페이지가 넘으며 두권 합하여 900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분량은 나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조선의 역사에 관하여 300페이지 안팎의 한권짜리 책들을 많이 접해왔기 때문에 많은 분량만큼 내용에 더 충실하겠꾸나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솔직하게 실망하게 된다. 내용이 부실해서 실망하는 것이 아니다. 내용은 재미있다. 역사적인 사료들도 충분하게 사용한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실망하는 이유는 조선사에 대한 참신한 해석이라는 부분에서 충족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왕을 참하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나왔지만, 백성들 편에서 본 조선 통사라는 말은 하지만 정작 백성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선 멸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성리학을 꼽는데 성리학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비판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때가 있다. 저자가 성리학에 대하여 비판하는 것이 성리학에 정통하여서라기보다는 서구적인 사고로 동양적인 것들은 구시대적이고, 비생산적이라고 평가절하하는 것과 그렇게 달라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아니라고 부정하겠지만 그의 글을 읽다보면 과연 이렇게 비판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성리학적인 명분 때문에, 주변에 강력한 라이벌이 없었기 때문에, 당쟁때문에 조선이 멸망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던 사실이 아니던가? 도대체 여기 어디에 참신한 역사적 해석이 들어 있단 말인가? "선비들의 배반"같은 책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시각이 아니던가? 그저 말투가 참신하다는 것 정도? 역사책에 어울리지 않게 깐족거리는 말투가 참신하다면 참신하달까? "참신한"이라는 말을 뺀다면 이 책은 읽을만한 책이다. 이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백성들 편에서 본 조선통사"라는 부제 또한 이 책에 안 어울리기는 마찬가지이다. 백성들의 시각에서 봤다는데 과연 무엇이 백성들의 시각이란 말인가? 민중의 눈으로 백성의 눈으로 바라본 것보다는 그저 자신의 시각을 가지고 지배층들을 절단하고 평가한 것이 전부가 아니었던가? 그러면서도 백성의 시각이라고 말한다. 읽다보면서 "백성은 과연 어디있는가? 왕을 참할 주체는 어디 있는가?"하는 의문을 던진다. 그저 자신의 견해를 백성의 견해로 이야기하면서 자기의 시각으로 제단하고 깎아 내리는 것이 왕을 참하는 것이 아니던가? 차라리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견해를 밣힌다고 하는 것이 더 솔직했으리라. 

  마지막으로 저자가 대단한 역사학자인 것은 충분히 알겠다. 사료들을 비판하고 의심하면서 조심스럽게 가져다 쓴 노력 또한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아무리 사료라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사용한 부분이 많은 것은 필자의 자가당착이 아닐까? 간단한 예로 "허균이 홍길동전을 지은 것은 확실한 것이 아니다. 안 지었을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다음 문단에서 "허균은 서얼들의 한을 마음에 품고 그들 입장에서 홍길동전을 지었다."고 단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역사 사료를 비판하면서 이런 오류가 쉽게 나타난다. 차라리 솔직하게 이런 견해도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이런 견해가 있으니 이 견해를 따르겠다고 확실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 놓아서 이 책의 가치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은 몇 가지 사실들만 감안하고 본다면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사료에 충실하다는 것과 분량이 900페이지를 넘어갈 정도라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전체적인 평은 하편을 읽은 다음에 하겠지만 역사를 재미있게 만드는 힘은 충분히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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