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라면 교양 2
하승우 지음 / 뜨인돌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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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런 식의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대하여 입막음하듯이 하는 이야기들을 싫어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 속으로 계속 소리를 질러 댔다. "제발 좀 그냥 놔두세요." 마치 군대에 간 사람을 죄인 취급하는 듯한 이야기에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양심을 지키기 위하여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말은 분명 타당성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저자가 그들은 군대에 가는 것을 양심으로 거부한 사람들이라 말하면서 군대에 입대한 사람들은 양심을 가지고 병역의 의무를 감당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그만 할 일을 잃었다. 누가 군대를 양심을 가지고 가는가? 누가 군대를 나라를 지킨다는 의식을 가지고 가는가? 누가 군대를 의식해서 가는가? 그들은 끌려 가는 사람들이다. 병역 거부로 인하여 형무소에 갇히는 이들은 사회적인 약자라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타당하다. 그러나 그것을 외치기 전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병역문제로 인한 사회적인 약자는 군에 입대한 절대 다수라는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가 공감이 안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사회는 군대가 좌우한다는 말은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특성일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혈연과 지연과 학연으로 똘똘 뭉쳐 있는 나라이다. 심한 경우는 같은 유치원 출신이라는 거사저 연줄로 사용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런 나라에서 정말 밑바닥을 보여주고 같이 생활했던 군대에 관하여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는 것은 어지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어느 정도 너그러움을 가지고 봐줄만한 이야기이다. 주제를 바꿔서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하여 노력했던 사람들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들이 친구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동창회 이야기를 하겠는가? 등산 이야기, 등산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겠는가? 마찬가지다. 군대라는 공통된 경험을 가진 남자들이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는가? 군대 이야기다. 그런데 왜 군대 이야기가 가끔 인신 공격이나 차별로 이어지는지 아는가? 왜 그리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하는지 아는가? 알아 달라는 것이다. 알아 주지 않아도 좋으니 깡그리 무시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다. 군대 갔다온 것만으로 죄인을 만들어 버리는 이 사회에 대하여 병역 문젱 대해서는 우리가 가장 큰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아달라는 말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 참 좋은 말이다. 개인의 양심을 가지고서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 기술을 익히지 않겠다고, 국가에 복종하지 않겠다는 말, 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하는 말이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이 또 다른 차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저자는 양심적 병역 거부가 군대에 입대한 이들을 비양심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던 당시 나는 군대에 있었다. 그것도 저자가 제일 싫어하는-물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그 늬앙스로 알 수 있다.- 군목으로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 이들을 위해서 기도해주고, 상담하고, 종교행사를 집례하는 것이다. 그 당시 병사들은 물론 내 마음까지도 무너지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이다. 군대에 좋아서 온 사람들이 누가 있겠는가? 신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도 개인의 책임이기 때문에 군대에 입대한 것이 아닌가? 세상이 좁다고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엄격한 규율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래도 그들은 참아내고 있었다. 왜 그런지 아는가? 그것이 각자에게 주어진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버티고 있던 이들에게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은 자기들은 마치 비양심적이라서 군대에 입대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사회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토해내고 있는 그 때에 그들은 아무런 말 없이 묵묵히 버텨내고 있었다. 자살하는 이들도 있었고, 사고로 죽는 이들도 있었지만 절대 다수는 묵묵히 버티고 있었다. 병역거부와 병역기피는 다르다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무임승차와 똑같다. 정말 혈세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병역을 감당하지 않는 무임승차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아는가? 모든 사람이 병역 거부를 할 수 없다. 그 중간에 분명히 총을 들고 찬 바람 맞아가면서 언 다리 두들겨 가면서 산을 오르고 철책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장소에 가보면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남북화해 모드라는 것은 꿈같이 느껴진다. 가끔 총소리가 들려오고, 지뢰가 터지기도 하고, 불이 나기도 한다. 철책을 바라보면 평화라는 말은 저멀리 사라져 버린다. 그래도 최전선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명예를 주지 못할망정 돌을 던지지는 말자. 위로해 주지 않아도 좋으니 그냥 내버려두자. 군가산점 안받아도 좋다. 대체복무 허용해도 좋다. 그러나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 병역의 의무를 감당한 이들에게 돌은 던지지 말자. 그들은 정말 힘들고 어렵고 슬픈 사람들이다.

추신

1. 상비군 제도가 19세기의 제도라고 말하는 저자에게 묻노니 로마 군단은 상비군이 아니던가? 각 나라에 존재하던 상비군들은 무엇이던가? 아무리 전시에 동원한다고 할지라도 상비군은 분명히 있어 왔다.

2. 군대가 없이도 국가가 망하지 않는 나라로 코스타리카와 스위스와 일본을 꼽았다. 코스타리카야 그렇다고 해도 스위스는 이미 유럽의 용병으로 이름을 날리던 나라다. 산업이 발전되기 전 국가를 먹여 살린 것은 스위스 용병들이 아니던가? 일본에 군대가 없다고? 명칭상 군대는 없지만 우리나라보다 훨씬 윗줄에 있는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다. 물론 헌법을 수정하여 군국주의 부활을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다.

3. 먼저 총을 내려놓으면 평화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이야기? 글쎄다. 이상론이다. 극동 아시아에서 총을 내려놓는다? 잡아 먹히기 딱 좋다.

4. 대만에 대체 복무를 함으로 인하여 사회 서비스는 좋아지고 병역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얼마전 신문에 병력이 없어서 부대 위병소에 허수아비를 세워놓은 기사를 본 것 같은데?

5. UN을 믿으면 된다. UN의 약자가 무엇인지 아는가? Unnecessary이다. 물론 농담이긴 하지만 그만큼 영향력이 없다는 말이다.

6.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하는가? 망한다. 물론 해외 파병을 국익과 결부시키는 현재 모습은 위험하지만 군대는 필요하다. 지구가 하나의 나라가 되지 않는 이상. 다른 나라를 침략할 정도로 세지는 않지만 자기 나라를 지킬 정도의 힘은 가진 군대, 이것이 대한민국에 필요한 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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