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덫
장하준 지음 / 부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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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전 미국소 수입으로 몸살을 알던 때 정부와 한나라당과 조중동 신문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 이구동성으로 외쳤던 말이 있다.

“분명 촛불집회에는 북의 지령을 받고 이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불순한 배후 세력이 있다. 그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들이 오늘 이 모든 일의 원흉이다.”

  그리고 촛불집회의 원흉을 찾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했다. 북이다, 진보세력이다, 빨갱이다, 민노당이다 등등 케케묵은 색깔 논쟁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층들은 노뽕 좌빨을 외쳤고, 이 땅에 다시 공안정국이 시작되었다. 그 때 아고라에서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촛불집회의 진짜 배후를 찾았습니다. 가까운 식육점(?)으로 연락해주세요.

◆ 조선일보 (http://chosun.com) 기사
01. "역시 대영제국"… 광우병 파동에 차분히 대처  1996.04.18 (목)
02. 광우병과 CJD 연관성 입증증거 발견..영과학자  1996.04.25 (목)
03. [영국] 광우병소 도살-소각때 토양-지하수 감염우려   1996.06.11 (화)
04. [유럽] 이번엔 가축 `구제역' 파동   1996.07.15 (월)
05. [광우병 파문] EU, 가축성분 포함 화장품 판매금지   1997.01.21 (화)
06. [보건복지부] 광우병 관련 화장품 수입금지   1997.05.27 (화)
07. [영국] 광우병, 신종 뇌질환 유발   1997.09.29 (월)
08. [토픽] 광우병 겁나 도둑질한 화장품 반납   1997.11.10 (월)
09. [복지부] "CJD 오염가능 혈액제제 610명분 수입됐다"   1997.12.16 (화)
10. [인간 광우병] 10-15년 내 유행 가능   1998.02.12 (목)
11. [사설] 광우병, 제대로 알려야   2001.02.07 (수)
12. 광우병 '맥'빠진 맥도널드   2001.03.15 (목) / 신용관기자
13. [시론] ‘No’ 할 수 있는 장관을 ..... 정진홍   2001.03.25 (일)
14. [광우병소 확인] 일본 축산물 전면 수입금지   2001.09.23 (일)
15. [사설2] 광우병 파동 통상마찰 대상 아니다   2003.12.29 (월)
16. "미국에 광우병 소 더 있을 것"   2004.02.13 (금) / 이동혁기자
17. 미국서 태어난 소 광우병 첫 확인   2005.06.26 (일)
18. KBS 스페셜 '인간 광우병' 방송에 시청자들 충격   2006.10.30 (월)
19. 불가사리 콜라겐 화장품 수산과학원서 개발 출시   2006.07.26 (수) / 권경훈기자
20. 초식동물에게 육식 강요한 인간 탐욕의 말로 광우병   2007.03.09 (금) / 이영완기자 21. [심층 분석] 미국 “일본 빼고 가장 까다로워”   2007.09.06 (목) / 김정훈 기자
22. [모닝커피] 한국 곱창시장 재탈환 나선 미국   2007.11.08 (목) / 금원섭 기자
23. 미국 사상최대 쇠고기 리콜   2008.02.19 (화)

◆ 중앙일보 (http://joins.com) 기사
01. 노화방지 크림 광우병 위험  1999.11.03 (수)
02. 영국, 광우병 관련 환자 계속 늘어  1999.12.19 (일)
03. 영국 광우병 발병 매년 20-30%씩 증가  2000.07.19 (수)
04. 광우병 다른 동물 전염 가능성 우려  2000.08.30 (수)
05. 영·불 각료들 광우병 관련 살인혐의로 기소될 듯  2000.12.29 (금)
06. 수입 화장품업계에 광우병 불똥  2001.01.10 (수)
07. 맥도널드 납품 伊도축장서 광우병 의심 소 발견  2001.01.16 (화)
08. 마가린·햄버거도 광우병 감염 우려  2001.01.29 (월)
09. "우리 선조들 광우병 대비했다"  2001.02.07 (수)
10. 노출된 인간광우병 '빙산의 일각'  2001.05.15 (화)
11. EU, "광우병에 성역 없다"  2001.09.11 (화)
12. 맥도널드 저팬, 광우병 파동으로 타격  2002.03.18 (월)
13. 중국, 광우병 우려로 일본제 화장품 수입금지  2002.07.18 (목)
14. "수혈 광우병 감염 환자 사망"  2003.12.18 (목)
15. "美워싱턴주 작년 7개월간 광우병검사 全無"  2004.01.16 (금)
16. 美농무부 '광우병 소' 자료조작 논란 수사  2004.03.04 (목)
17. 英·美 '인간 광우병' 확인  2004.03.17 (수)
18. 英 정부가 감추고 싶은 59가지 진실  2007.03.06 (화)
19. 국민 10명중 7명 "뼈있는 美쇠고기수입 반대"  2007.10.19 (금)

◆ 동아일보 (http://donga.com) 기사 
01. [美 광우병 충격]日, 濠-뉴질랜드産 쇠고기확보 비상  2003.12.25 (목)
02. [美 광우병 충격]뉴욕타임스 ‘쇠고기 안전하게 먹는 법’  2003.12.25 (목)
03. [사설]‘광우병 쇠고기’ 협상대상 아니다  2003.12.30 (화)
04. [자연과학]‘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2007.03.10 (토)

  날 미국소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주장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차이가 있다면 이 기사들이 과학적 근거로 무장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던 시기가 이명박 정부 시절이 아닌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차이가 있다면 당시 광우병을 우려하던 사람들이 마치 공수교대를 하듯이 이제는 광우병은 허구라고 말한다는 것 정도? 2년 후배가 그러더라.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하는데 뭘 그리 야단이냐고, 분명이 불순한 세력이 끼어든 것이라고. 그 후배의 나이가 50~60대냐 결코 아니다. 29살이다. 그것도 여자다. 그 후배는 주로 인터넷으로 기사를 접하는데 조중동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 녀석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설마라는 말을 하더라. 보여줘도 안 믿는다.

  원래 내가 조중동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이중적인 잣대가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한나라당의 편에 서서 사실을 왜곡한다. 가령 이런 것이다. 헨젤을 잡아 가두고 먹을 것을 잘 챙겨주는 마귀할멈이 있다. 그는 헨젤을 잡아먹기 위하여 살을 찌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헨젤에게 먹을 것을 주는 모습만 놓고 본다면 그는 집을 잃어버린 어린 아이를 거두어 먹을 것을 주면서 자선을 베풀고 있는 것이다. 전자나 후자나 동일하게 사실이다. 그러나 진실은 전자이다. 신문의 역할은 진실을 알리는 것이지만 조중동은 언제나 후자의 행동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동일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하나같이 정부의 시책을 반대하는 것들이었다. “신자유주의를 거부하고, 인간답게 살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가, 대타협이 필요하다, 비정규직을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이냐? 민영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공적 자금을 제대로 회수해야지 뭐하는 것이냐? 국가의 책임을 포기 하냐?” 등등 하나같이 정부의 시책들을 꼬집는 이야기들이다. 오늘날 한겨레나, 경향신문에 실릴 법한 기사들이다. 한나라당이 말하는 경기부양책인 민영화, 고환율 정책, 재산세 인하 등등 어느 것 하나 그냥 놔두는 것이 없다. 하나같이 다 “잘못되었다. 그것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들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기사들이 여지없이 80%이상 조중동과 문화일보에 실렸던 것들이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다. 60개의 기사가 거의 대부분 조중동, 문화일보, 한국일보에 실렸던 글들이다. 어쩌다 가끔씩 오마이뉴스와 말지 경향신문이 나온다. 그 빈도수도 정말 극수소이다. 그리고 하나같이 일어버린 10년 사이에 발표된 글들이다. 그것도 “나쁜 사마리아인”이라는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를 집필한 장하준 씨의 인터뷰 기사들이다. 오늘날 돌아가는 조중동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면 그들은 벌서 오래전에 북의 지령을 받고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불순분자들이라는 말이다. 하나같이 잡아내서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하는 불순분자들이다. 참 아이러니다. 자기들이 자기들을 불순분자라 공격하는 것이다. 개혁의 덫이라는 책을 통해서 발견하게 된 가장 큰 개혁의 덫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무조건 비난하고, 이명박 정부를 무조건 편들다 보니 자기들 스스로도 어찌 할 수 없는 덫에 빠져 버린 것이다. 한참을 웃었다. 유머집보다 더 재미있는 책이다. 꼭 읽어보길 권한다. 어느 신문에 났던 인터뷰 기사인지도 곡 확인하길 권고한다. 물론 날짜도 확인해 보시라.

  요즘 경기부양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정책들이 이 책에서는 쓰레기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참 쉽다. 내용이 깊지 않다. 그래서 얻을 것이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의 삶에 엔돌핀이 팍팍 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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