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 이랜드 노동자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6
권성현 외 엮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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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정직한 자의 형통을 믿노라."

  이랜드 박성수 회장의 간증집 제목이다. 그는 사랑의 교회 장로요 성공한 크리스천 CEO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기업가이다. 이 사람의 간증을 예전에 테잎으로 접해본 기억이 있다. 워낙 간증이라는 것을 듣지 않는 나인데 후배의 차를 얻어타고 가던 길에 우연히 듣게 되었다. 정직하게 살지 못하는 크리스천 기업가들이 많고, 하나님이 아닌 이익에 휩쓸리는 크리스천들이 많다. 그러나 자기가 기업을 해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살아가는 것이더라는 요지의 간증을 들으면서 속으로 한마디 했다. "웃기네." 그리고 후배에게 말 했다. 왜 이런 불온 테잎을 듣는지 모르겠다고 이런 거 들을바엔 텔레비전에 벗고 나오는 여자 연예인들 노래나 하나 더들으라고. 그게 몇년전 일이다. 홈에버 상암점의 비정규직 투쟁이 일어나기 1년전의 일이가. 그때도 여전히 나는 박성수 회장의 정직한 자의 형통을 믿는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았었다. 예수님을 팔아서 장사하는 모습이 너무 눈에 드러났기 때문이고, 여기에 속아서 한때 이랜드 옷만 사입었던 어리석은 내 10대의 모습이 기억나서였다. "나는 정직한 자의 형통을 믿노라."라는 말은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철저히 정직한 자인척하는 이의 형통을 믿노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랜드 사태를 보면서 참 우리 예수님 안됐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분이 무슨 잘못이 있어서 욕을 덤탱이로 먹고 있으며 나는 또 무슨 잘못이 있어서 나와 상관없는 이 때문에 내 신앙에 상처를 받아야 하는가?

  작년 이랜드 파업 사태가 한참 진행되던 7월 초교파적으로 기독교인들이 모여서 상암 월드컵 운동장에서 평양 회개운동 기념 성회를 가졌었다. 옥한흠 목사님의 설교 "주여 살려 주시옵소서."를 기점으로 하여 많은 기독교인들이 자기의 죄를 회개하기 시작하였다. 그날 분위기는 너무나 진지하고 뜨거웠다. 자신들의 회를 하나님 앞에 회개하는 모습들은 거기에 참석한 많은 이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겼다.

  그러나 상암운동장 밖, 즉 "주여, 살려 주시옵소서."라는 옥한흠 목사님의 설교가 울려퍼진 그 바로 옆자리에서 또 다른 이들은 다른 의미에서 "주여, 살려 주시옵소서."라며 신음하고 있었다. 그렇게 살려달라고, 자기의 죄를 철저하게 회개하신 옥한흠 목사님께서 키워 놓으신 박성수 장로에 의하여 죽음으로 내 몰린 많은 비정규직자들이 "우리도 일하고 싶다, 살려달라."는 애원의 목소리를 거친 팔뚝질과, 농성으로 이어가고 있었다. 어느 기자가 그러더라. 과연 하나님은 누구의 기도를 들으셨겠느냐고?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그냥 울었다는 표현이 아니라 정말 많이 울었다. 화장실에서 책을 보면서 울기도 하고, 혼자 방안에서 책을 읽다가 울기도 하고,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하여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이 난다. 이랜드 비정규직자들의 삶이 안되서 울고, 그 가족들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겠기에 울고, 국가 공원력에 의해서 보호되는 재벌들을 겪으면서 그들이 맛볼 좌절감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기에 울었다. "나는 정직한 자의 형통을 믿노라."는 박성수 회장의 말장난에 놀아나는 한국 교회가 안되서 울고, 박성수 회장을 강사로 모시고 특별 새벽기도회를 인도하는 사랑의 교회 신자들의 순박함과 오정현 목사님의 의도적인 침묵에 답답해서 울었다. 또한 내가 그렇게 붙잡고 믿고 의지해온, 내가 그렇게 사랑하는 교회가 싸잡아 욕먹는 것이 안타까워서 울고, 십자가를 지신 그분이 다시 십자가를 지셔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되서 울었다. 이래저래 이 책은 울게 만드는 책이다.

  만일 2008년 지금 이 땅에 예수님이 오신다면 어떤 모습으로 오시겠는가? 항상 예수님은 사회 가장 밑바닥에 오셨다. 소위말하는 막장 인생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는데, 2008년 대한민국에 오신다면 어떤 모습으로 오실까? 비정규직자의 모습으로 이 당에 오시지 않을까? 매일매일 똑같은 업무, 그것도 살인적인 강도의 업무와 정말로 쥐꼬리보다 못한 월급. 여기에 신음하는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시지 않으셨을까? 아마 그분도 팔뚝질을 하셨을 것이고, "무임금 무노동 노동자 탄압 총파업으로 맞서리라."고 쟁가를 부르셨을 것이다. 충분히 그러시고도 남을 분이다. 아니 이것을 위해 오셨을 분이다. 십자가에 비정규직 차별, 고강도 노동 저임금, 1%만을 위한 정책, 성차별, 가정경제 파탄 등 수없이 많은 짐을 지고서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셨을 것이다. 비록 그를 따르겠다고 말하는 기독교인들이 이 땅에 천만을 헤아린다고 자랑할지라도 구레네 시몬은 아마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 정말 소박한 이들의 꿈이 절망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묻고싶다. 과연 노무현 정권이 개혁정권이였냐고 묻고 싶다. 진정 크리스천 기업가들이 예수의 정신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지 묻고싶다. 목회자들이 진자로 예수의 논리를 가르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까지는 묻지 않겠다. 그저 예수님 앞에서, 하나님 앞에서 그들을 똑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물어도 대답없는 질문에 마음이 속상하지만 나 혼자라도 응원하련다. 정말 해줄 것이 없지만 그저 책 한권 사고, 기회가 되면 누군가에게 이 책을 사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나만이라도 자본의 논리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련다.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다. 나는 박성수 회장이 아니기에, 나는 정직한 자가 아니기에.

PS. 마지막 4부가 책의 감동을 많이 흐려놓았다. 먹물은 먹물로, 삶은 삶으로 놔야지 먹물이 들어나기 삶이 빛을 잃는다. 가장 아쉬운 점이다. 노동 운동이 어떻고 저떻고는 다른 책을 통해서 이야기했다면 좋았을 것을. 특히 김원씨의 글은 너무 어렵고 학적이고 딱딱해서 여기에 싣는 것이 에러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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