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 제국을 말하다 - 중국 제국 시스템의 형성에서 몰락까지, 거대 중국의 정치제도 비판
이중텐 지음, 심규호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일단 책이 어렵다. 중국 사람이 중국 고사를 가지고 쓴 책이기 대문에 어렵다. 거기에다가 그 주제가 "과연 이 책을 역사라는 카테고리에 포함시켜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사회정체에 관한 문제이다. 어찌 보면 이 책은 사회과학 서적에 훨씬 더 가까운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어려운 고비를 한 순간 넘겼다라는 안도감임을 부인할 수 없다. 440페이지 분량의 책을 2주에 걸쳐서 읽었다는 것은(물론 요즘 바쁜 일들이 많아서 책을 잡고 있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이 책이 얼마나 일기 난해하고 진도가 안나가는 책인지 반증하는 예일 것이다. 좀더 엄밀히 말하자면 읽기 어렵다기 보다는 읽기 싫다고 할까?

  책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참 박식한 사람이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국의 역사에 대하여 이정도로 꿰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놀랍고, 중국인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워 하는 제국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한 용기가 부럽다. 중국 사람들이 그렇게 떠받들었던 것들이 사실은 백성을 착취하기 위해 고도로 발전된, 그리고 은밀한 계략이요, 통치술이라고 정면에서 비판하는 그의 식견도 존경스럽다.

  제국이 무엇인가? 누구나 제국을 꿈꾼다. 제국은 힘의 상징이다. 권력의 상징이다. 하늘로 대변되는 절대 권력의 상징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지만 절대 권력은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한번은 갖고 싶은 정말 달콤한 유혹이다. 물론 그 끝은 결국 죽음이라는 커다란 대가를 치뤄야 하지만 말이다. 저자에 의하면 제국은 농경민족이나 유목민족 같은 무력과 권력을 숭상하는 민족에게서부터 유래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을 점령하고 천하를 호령한 민족은 여지없이 농경민족이 아니면 유목민족이었다. 권력을 숭상하고 무력을 숭상하는 호전적인 사람들이 하늘을 대신하여 백성들을 다스리는 시스템이 제국이다. 물론 하늘은 황제에게, 혹은 제국의 통치자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제국은 하늘을 빙자하며 정당성을 획득한 절대 권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명천자라는 말 가운데 그 특성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제국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대대로 우리 민족은 세계로 뻗어 나갈 수도 있고, 침략을 받을 수도 있는 반도국가라는 지정학적인 위치를 점하고 살았다. 한반도라는 곳에 터를 닦고 살았다. 로마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반도 국가가 되었지만, 우리 나라는 세계로부터 침략당하는 약소국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대략 천번에 육박하는 침략을 당해왔지만 한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는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자위하고 살아가지만 그 밑바닥에 흐르는 것은 약소국의 설움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민족에게 있어서 제국이란 꿈에서도 그리는 절대 권력의 상징이다. 중국이라는 제국의 밑에서 오랜 세월 관계를 맺어 온,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서 나라를 빼앗겨 본 경험이 있는 우리 나라는 본능적으로 제국을 그리워하는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하나의 식민지로 만들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렇게 제국을 숭상하는 마음에 미국이 없으면 죽는 줄 생각하는 것 같다.

  이렇게 제국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때문에 우리나라 민족은 국익이라는 말 앞에 한 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국익이라는 말 앞에서는 아프간 파병과 이라크 파병을 찬성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양심을 지키려고 하고, 윤리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도 국익이라는 말 앞에서는 황빠가 될 수밖에 없다. 강한 국가 제국을 희망하기 대문에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와 공존하는 것이 서툴기만 하다. 최고의 권력을 가진 제국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미쿡 사람들이라면 돈을 주고서라도 친구를 만들어야 하고 코쟁이 말이라면 어린 시절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한이 있어라도 배워야 하며 쏼라쏼라 혀 꼬부라진 말을 잘 하기 위해서라면 어린 자식의 혀를 째는 수술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렇게 제국을 갈망하면서 무엇이 되고자 하는가? 무엇을 위해 제국을 갈망하는가?

  제국이 될 수 없는 나라에서, 왜 그렇게 시대에 퇴행하면서 제국을 갈망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힘은 곧 생존이며, 돈과 무력은 자기를 생존시켜 주는 원동력을 오랜 세월 침략을 통하여 몸에 자연스럽게 익혀 온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절대 강자에 빌붙어 호가호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장려하는 것이 아닐까? 미국과의 공조라는 미명하에 미국을 등에 없고 호가호위하기 위해서 미국에 돈을 퍼 주고, 국민 건강을 내어주고, 부시의 차를 운전해 주는 것이 이 나라의 실상이 아니던가?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시청 앞에서 성조기를 흔들면서 꼬부랑말로 큰소리로 외치며 기도하는 모습은 호가호위라는 말, 제국에 대한 충성이라는 말을 제외하고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제국을 경험해 본 저자는 제국은 멸망을 늦추는 제도일 뿐 멸망하지 않는 제도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뒤로 늦추는 만큼 멸망할 때에는 급속도로 망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제도라고 설파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는 공화를 이야기하고 민주의 길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디로 나가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과연 민주국가인가? 헌법이 모든 것 위에 있는 헌정국가인가? 일단 보여지는 모습은 그렇다. 그러나 그 내용을 조심스럽게 뜯어본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천자는 하늘의 뜻을 대변한다는 말로, 천하위공이라는 감언이설로 백성을 침탈하였다. 오늘날 정치인들은 역사의 부름 앞에, 국민을 위하여라는 말로 사리사욕을 챙기고 국민을 침탈한다. 삼권분립이 법제화 되어 있는 나라에서 대통령의 한마디가 국회를 움직이고, 사상을 검열하고, 국가의 부을 사유화한다. 인터넷을 검열하고, 국가 시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감옥에 넣는 것은 진시황이나 행했던 분서갱유가 아닌가? 측근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자기 사람 심기가 아니던가? 그저 황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관리들을 만들어 내듯이 대통령의 은혜에 감지덕지하는 이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던가? 그 어떤 법으로도 천자를 제어할 수 없듯이 그 어떤 법으로도 대통령을 제어할 수는 없다. 주권재민을 외치는 국가에서 국민의 의견으로도 말이다. 죄기조를 반포해 천자가 덕이 없어 하늘의 노여움을 사 천재가 발생했다는 정치 쇼가 오늘날에도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풍랑이나 저항이 거세면 그저 죄송하다고, 덕이 없어서 그렇다고 국민의 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하며 조금 지나 가라앉으면 강경대응하는 것과 죄기조가 무엇이 다른가? 평화 시위는 보장하지만 불법 시위는 엄단하겠다 말하는데 평화 시위와 불법 시위를 가르는 심판은 누가 보는가? 결국 책임지지 않는 권력자가 아니던가? 이 모든 불만을 유학으로 통일시켰듯이 조중동으로 사상통일시키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니던가?

  이중텐 교수가 지적한 제국의 치명적인 약점을 정말 흡사할 정도로 품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 아니던가? 君貴民賤의 실상을 天下爲公으로 교묘히 감추었듯이 집권층의 사욕을 국민의 뜻이라는 말로 교묘히 감추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마지막으로 묻는다. 대한민국은 헌정국가인가? 제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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