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傳 2 - '인물'로 만나는 또 하나의 역사 한국사傳 2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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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떠온 어느 님의 사진>

  

   
  깨끗한 달 빛이 환하게 비추나니...비록 구름이 그 빛을 가리더라도...삽시간에 불과하다.  
                                         -<정조실록>정조 7년 6월 15일

  "모든 강을 미추는 달빛과 같은 존재!"

  정조가 자신을 빗대어 이른 말이다. 노론이라는 거대 당이 끊임없이 목숨을 위협하는 혼란한 시기에 이런 군주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서 사용하였던 정조의 낙관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정조의 이 말 한마디로 요약된다.

  한국사 傳 1권이 역사에서 예기치 않은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었다면 한국사 傳 2권에 기록된 사람들은 끊임없이 역사의 위기 앞에 직면하여 역사를 만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김윤후, 정조, 이경석, 김춘추 등 비교적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들의 일생에 관하여 적고 있지만 거기에 적혀 있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국사를 통하여 국민은 통치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입받는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여기에서 자유로운 정권은 없었다. 그저 말잘듣는 국민을 양산하기 위하여,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심어주기 위하여 군인들을 이야기하고, 역사를 이야기하고, 민족 항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전부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머리가 커가면서 단순히 그럴까라는 의심을 품게 되었고, 사람들은 이것을 좌빨이라 부르며 정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느꼈다. 역사의 사건이란 단순히 한면만을 바라봐서는 그 깊은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국사 傳 2권에 기록된 사람들은 화려한 배경을 가진 메이저리거들이 아니다. 그저 가진 능력을 계속 갈고닦고, 역사의 부름에 고개 돌리지 않고, 위기 가운데 배짱을 가지고 앞으로 전진했던 사람들이다. 한국사 傳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메이저들이 아닌 마이너들의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마이너들의 삶이 한국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은 우리가 수업시간에 미처 배우지 못한, 아니 일부러 접근을 금지당한 역사의 진실일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너무 안타까워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억울해서 탄식을 하기도 하고, 거대 노론의 무식한 행동에 너무하단 마음에 분노를 삭히기 위하여 애쓰기도 했다.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아픔을 똑같이 느껴보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정조는 달과 시냇물 사이에 구름이 끼면 안된다고 했다. 요즘은 달이 없다. 서울에 달이 안뜬지 오래다. 먹구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먹구름 중에 가끔 자기를 달이라고 자처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시냇물은 보이지 않는다. 구름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거기가 자기의 자리라고 생각한다. 구름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조금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달이라 자처하는 기회가 오기를 말이다. 그 밑으로 성난 시냇물들은 모래를 삼키고 버스를 뛰어 넘는다. 이순신 동상을 향하여 전진해 보지만 컨테이너 방파제에 막혀서 가야할 길마저 가지 못해 역류하고 있다. 물이 흐르는 길을 불법이라 지칭하며 깎아 내리고, 깊이 파고, 운하를 만들어 검찰청으로, 경찰서로 넘긴다. 어찌보면 한반도 대운하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다만 진짜 물이 아닌 국민이라는 물을 조절하고 컨트롤하기 위해서 말이다.

  경제는 김영삼, 정치는 전두환이라는 오늘의 총체적인 난국을 어떻게 해야 할거나? 정조대왕이 다시 나타나야 할것인가, 아니면 홍경래가 다시 나타나야 하나? 소현세자빈 강씨는 시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고, 죽어가는 명을 섬기며 청을 멸시하는 척화파들, 자기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가적인 일마저 팽개치는 썩은 글쟁이들, 김처선 같은 왕의 남자들은 이미 사라지고 김자원만이 가득한 파란집. 도무지 풀리지 않는 복잡한 정국 속에서 지켜주지 못해 끌려갔던 아낙내들은 홍제천에서 몸을 씻고 자결을 강요당한다. 돌아갈 고향을 꿈에도 잊지 못했지만 환향의 기쁨은 순간 환향년으로 변해버렸다. 여전히 달은 없고 구름들이 서로 높은 위치에 서서 달을 자처하기 위하여 한나라를 뒤덮는다. 성나고 지친 시냇물들은 그저 촛불을 켜고 토정비결로 아픔을 달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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