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브 - KI 신서 412
켄 블랜차드.셀든 보울즈 지음, 조천제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부턴가 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리더는 어때야 한다는 책들이 대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기류를 태고 나도 아주 가끔은 리더십에 관한 책들을  읽게되곤 한다. 그러나 리더도 혼자 독불장군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리더를 해 먹을 수 있을만한 조직과 모임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만큼 팀 또는 팔로우십도 중요하건만 상대적으로 이 분야에 관한 책은 참 적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 봤었다.

그러던 중 내가 만난 <하이파이브>란 책은 팀에 관한, 즉 어떻게 하면 드림팀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처럼 쉽고 간결하게 씌여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어떻게 하면 좋은 팀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을 알려고 하기 전에, 리더란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알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미국내 최하위 초등학교 하키팀인 리버밴드팀을 어떻게 최강의 팀으로 만들어 가는가에 대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야 하키가 그리 인기 종목의 스포츠는 아니지만, 미국이 하키가 인기 종목인 것만큼, 우리나라는 축구나, 배구, 야구, 농구 등이 인기 종목의 스포츠다. 거기서 배워야 하는 것은 당연 팀워크다.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팀워크를 이루어서 해야하는 일은 이 세상에 참 많다. 그러나 우린 전통적으로, 어느 한 사람에 의해서 주도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책은 이 한 사람에 의해서 주도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이며 위험한지를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드림팀이어서 훌륭한 팀워크를 발휘한다는 것 또한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드림팀은 원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과 어려움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팀내에서 문제적 인간은 꼭 있다. 내가 보기에 이 문제적 인간이 없다면, 내가 문제적 인간이 될 소지가 있다. 왜 어느 팀을 봐도 문제적 인간이 꼭 존재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꼭 딴지걸고 싸움과 분쟁의 단초가 되는 인간 말이다. 그것이 누군가 되지 않으면 나 자신이 될 확률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문제적 인간이 팀원의 한 사람이 아닌 바로 리더 그 자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리더 그 자신이어서 사람을 그저 윽박지르기나 하고, 끝까지 자기의 의견 외에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이 안 중에도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 사람과 그런 조직이 있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불행하게도 있다. 그런 경우 그는 또 다른 문제적 인간을 허용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의 결말은 그도 죽고 그 팀도 죽는다.

보스의 기질이 있는 사람은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어떻게든 힘으로 그를 제압하고 그렇지 않으면 팀에서 제거하기도 한다. 그러나 리더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책은 그것을 소설의 형식을 빌렸음에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훌륭한 팀을 만들기 위한 비결,

1. 목적 의식과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것.

2. 고난도 기술을 개발할 것.

3.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현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하는 신념.

4. 자주 포상하고 인정할 것.

등을 제시한다.  사실 나도 지금까지 몇몇의 모임과 조직을 거쳐봤지만, 사람들 저마다의 가능성과 월등함에도 불구하고 팀웍이 이루어지지 않에 삐걱거리고, 어느 일정 수준에서 멈춰버리거나 해체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리더에 의해서 또는 어느 특정인에 의해서만 주도되는 모임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우린 지난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이전에 유명한 축구 선수 몇몇에 의한 경기가 아니라 팀 선수들 거의 대부분이 고른 우수한 기량을 발휘해 가면서 4강 신화를 이룬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이젠 스타플레이어에 의한 조직이 아닌 팀웤이 중요하단 말일 것이다.   

근데 안타까운 건 어느 모임을 가든 그냥 팀원으로 있다 리더의 자리에 서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우와좌왕하는 모습들을 종종 본다. 그들은 자신의 처신 때문에 고민하면서, 어떻게 하면 내가 이끌어 가는 팀을 가장 좋은 팀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좋은 리더가 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를 봐도 그렇고 어떠한 조직을 봐도 그렇고 인재난이다. 홍수 중에 마실 물이 없다고,  사람은 많은데 정작 일 할 사람이 없다.

여야가 서로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그 시간에 머릿 싸움하지 말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재대로된 팀을 만들고 운영해 나갈 것인가를 연구하면 얼마나 좋을까? 당수니 대변인 앞세워서 반대여론만 만들지 말고, 바른 말하는 사람들 보기 싫어 벌레 보듯 얼굴 구길 생각하지 말고, 리더라면 어떻게 하면 나에게 속한 사람이 그 분야에서 최고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리더는 어쩌면 드러나는 인물이 되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리더가 스포트라이트 밝혀서 뭐하겠는가? 그 팀이 최고의 팀이 되면 자연히 그도 드러날텐데.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리더층이 두꺼워야 그 나라의 저력이 두텁다. 한 사람의 리더에게 모든 것을 건다는 건 어리석다고.

그런 의미에서 리더란 그 사람이 그 분야에서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나의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면 그 사람에게 이 책을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주 심층적이진 않더라도 공감이 가는 구석은 많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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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8-1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은 이 리뷰를 통해서 알라딘의 리더가 될 자격이 충분히 있음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텔라님, 현재 37위인 에고이스트님이 무시무시한 양의 페이퍼를 쓰고 있답니다. 21위도 안정권이 아니니 화이팅 하시기를.

stella.K 2004-08-14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관심가져 주셔서. 역쉬 전 마태님의 응원으로 살아요!!
저도 알고 있어요. 21위고. 열심히 써야한다는 거. 근데 누가 내 페이퍼를 관심있게 봐줘야 신나서 쓰죠. 그래도 마태님 응원 받았으니 열심히 써 볼께요. 홧팅! 아자!

파란여우 2004-09-11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좋은 리뷰에 추천이 없는건지...

stella.K 2004-09-11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여우님, 감사해요. 여우님 밖에 없어요.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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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네온사인 뒤에 가린 중국의 그늘
 

라오웨이 지음/ 이향중 옮김/ 이가서

김태훈기자 scoop87@chosun.com

 

거대한 국토와 인구를 가진 중국의 발전이 눈부십니다. 해마다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하는 이 나라의 성장 잠재력과 장밋빛 미래를 분석하는 책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중국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회 하층민들을 인터뷰하고 고도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민초들의 애환을 담았습니다. 그들의 사연을 읽으면 화려한 네온사인 뒤에 가려진, 중국의 보다 내밀한 속살을 엿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상하이(上海)나 광저우(廣州)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의 현대 도시들을 둘러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과거 동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했던 중국이 짧은 낮잠을 끝내고 마침내 비상의 날개를 펼쳤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의 공장으로 지구촌 경제의 견인차로 떠오른 중국 경제의 모습과 대도시들의 눈부신 발전을 주목하고 분석하는 책들도 앞을 다퉈 나오고 있다.

이처럼 “중국을 배우자”며 쏟아지는 책들 가운데 유독 이 책은 화려한 전면을 비추는 대신 음습하고 냄새나는 뒷골목을 찾아 들어가 또 다른 중국을 보여준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인신 매매범, 노숙자, 노래방 도우미, 오입쟁이, 마약중독자, 도시철거민, 거리의 맹인악사 등 가난하고 소외된 중국인들이다.

여기에 곁들여 1960년대 홍위병 운동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노동자로 살아가는 남자라든가, 한 때 장래가 촉망되던 좌파 대학생이었지만 반동 지주 계급의 여성을 사랑하게 돼 스스로 우파의 길을 택하고 몰락해 버린 지식인 등 정치적으로 소외된 식자층도 등장한다.

‘중국 저층 방담록(中國底層放談綠)’이란 제목으로 지난 2001년 중국에서 출간됐던 것을 번역한 이 책은 따라서 발전이란 이름의 음반 뒷면에 실린 어두운 변주곡이다.

저자 라오웨이(老威)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을 비판한 ‘대도살(大屠殺)’이란 시를 발표했다가 4년간 옥고를 치렀고, 이후에도 1970년대의 반체제 시들을 묶어 냈다가 체포된 전력이 있는 시인이다.

▲ 중국 쓰촨(四川) 지방의 전통 공연인 천극(川劇)을 공연중인 배우. 천극을 비롯한 중국 전통 미속예술도 개방화 이후 새로운 오락거리가 범람하며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쳰구이바오(錢貴寶)는 시골 처녀들을 유혹해 여자가 부족한 지역에 팔아먹는 인신매매범이다.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저자와 인터뷰에 응한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해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내가 여자들을 속인 게 아니라 도시로 갈 핑계가 필요한 여자들에게 그 핑계를 제공했을 뿐”이라고 강변한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 했지만, 현에서 수백㎞나 떨어진 산골 동네에 누가 투자를 하냐?”며 “호박이 제 발로 굴러들어오지 않는 이상 자기가 직접 나가서 개혁개방을 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쳰의 개혁개방은 부녀자 매매다.

쓰촨성 청두시의 40대 노숙자 자오얼(趙二)은 경제성장의 철저한 주변인이다. 시골 출신인 그는 국유광산 옆에 땅굴을 몰래 파고 목숨을 담보로 기어들어가 석탄을 훔치는 일을 7년간 하다가 도시로 흘러 들어왔다.

“80년대에는 그래도 입에 풀칠은 했는데 경제가 발전한 90년대에는 훔친 석탄으로 생계를 꾸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생기는 대로 자식을 낳고 감당을 못해 홀로 도망친 그는 국가의 산아제한 정책을 이렇게 조롱한다.

“가족계획 담당관이 들이닥치데. 딸내미 하나는 엄마 젖 먹고 있지, 나머지 둘은 이모 붙잡고 사탕 달라고 조르면서 울지. 이걸 보고 가더니 다음부터는 아예 찾아오지도 않아.”

‘자녀 하나만 낳기’ 운동 덕에 금지옥엽으로 자란 중국의 10대들은 신세대도 아닌 신신(新新)세대이다. 중학교 1학년을 중퇴한 ‘미스 웨이’는 대중가요 스타에 열광하던 열다섯 살에 남자친구와 첫 동침을 할 때도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흥얼거렸다고 고백한다.


1980년대에는 저자의 문우였던 탕둥성(唐東升)은 90년대 서적상으로 돈을 번 후 오입에 빠져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내밖에 모르던 내 미덕이 졸지에 웃음거리가 됐고, 술집에서 아가씨를 고를 때 ‘사람이 물건이냐’고 했더니 친구는 물론이고 아가씨마저 까르르 웃더라.” 시골중학교 교사였던 황즈위안(黃志遠)은 나이트클럽 사장이 된 옛 제자를 만났다.

제자는 “은사에게 보답하겠다”더니 아가씨 둘을 붙여주고는 “오늘 선생님 연배 분들 세계관을 한번 확 바꿔보시라”고 큰소리쳤다. 황 노인은 제자의 말에 수치심으로 얼굴이 붉어졌다고 한다.

문화대혁명이 끝난 뒤 중국에서는 전문성과 지식이 강조되며 대학졸업증명서 붐이 일었다. 이 때문에 가짜 졸업증명서가 나돌며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노래방 도우미 ‘미스 린’ 또한 돈을 주고 산 전문대 졸업장 갖고 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고상한 척하는 손님 상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며 “요즘 세상에 진짜가 어딨냐?”고 반문했다.

학자의 담론과 분석이 아닌 현장 사람의 경험으로 듣는 문혁(文革) 이야기도 생생하다. 철거민 할머니 뤄웨샤(羅月霞)는 마오쩌둥(毛澤東) 통치 하에 사분오열됐던 가족 이야기를 했다.

뤄 할머니의 가족은 7식구였지만 마오가 일으킨 대약진운동 때 두 명이 굶어죽었다. 이어 문화대혁명이 시작되자 남은 다섯 식구가 조반파니 보황파니 관망파니 홍위병이니 하며 갈갈이 찢어졌다.

할머니는 동생과 함께 정치적 입장을 달리한 남편을 한때 쫓아내기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하방(下放)을 당해 지방으로 쫓겨가 노동을 강요당했던 지식인들은 그 당시의 치욕을 떠올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의 공중변소 관리자인 저우밍구이(周明貴) 할아버지는 교수들 앞에서 청소시범을 보였던 것을 무용담처럼 자랑하며 지식인을 “잡놈”이라고 조롱한다.

부실기업에서 일하는 늙은 노동자 류웨이둥(劉衛東)도 홍위병으로 활약했던 문혁 시절을 그리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최근의 불안한 나날을 버티고 있다.

그는 “문혁은 학생이 선생을 때리고 대중이 지도자를 때리는 운동”이었다며 “어린 중들이 절에서 방장과 주지를 끌어낸 것이 가장 신선한 충격”이었다는 말로 잘 나갔던 한 때를 회상했다.

인터뷰에 등장하는 중국 하류층들의 이야기는 너무 생생해 중국의 역사와 현지 사정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간혹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많은 팁(tip)과 주석을 곁들인 점이라든가, 중국인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가를 대동하고 현지에 들어가 그들의 사진을 직접 찍어온 역자의 창조적인 노력 또한 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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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8-1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인것 같네요. 저 머리 스타일 그 당시 상당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죠. 오드리 헵번이 더 아름다운 것은 나이 들어서도 유니세프 대사로 활동하며 더 고귀한 일들을 했다는 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stella.K 2004-08-12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근데 잉크님 이미지 바꾸셨네요. 이번엔 요염한(남자한테 이런 표현쓰면 좀 그렇긴 하지만 뭐 달리...) 제임시 딘이군요. 음...멋있습니다.^^

다연엉가 2004-08-12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드리햅펀의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요..

stella.K 2004-08-12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왜 오드리 햅번 영화는 시리즈로 안 해주는지 모르겠어요.
 


“디지털시대, 문자의 종말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문자제국 쇠망약사/ 이남호 지음/ 생각의 나무      

박영석기자 yspark@chosun.com

활자의 쇠락, 문화의 천박화, 지성의 종언을 바라보는 문학평론가의 시선은 씁쓸하다. 컴퓨터·휴대폰·MP3·디지털 카메라 같은 전자제국의 병정들이 문자라는 무기로 세상을 지배했던 책을 완전 무장해제시키고, 인간의 의식마저 규정하는 현실. ‘문자제국…’ 저자 이남호(58)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정보화의 속도만큼 우리 사회 문자 문화가 쉽고 빠르게 허물어져 가는 것은, 서구 근대화의 특징인 합리적 이성(logos)에 대한 훈련이 부족했고 충분히 내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화에 감각적으로 적응해 온 데다 특유의 ‘새것 콤플렉스’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라고 했다.

“합리적 이성, 정신적 가치에 대한 전면적 부정과 해체 현상이 곳곳에 보입니다. 기존의 것을 ‘다 비켜!’ 하는 식으로 몰아내는 것은 재원시화(reprimitivization)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 이남호 교수는“문학이란 곡식이 자라는 예전 문자의 들판에는 내면적 사유, 아름다운 서사, 이성에 대한 신뢰, 진·선(眞·善·美)에 대한 존경과 성실한 추구가 있었다”며 이미지·사운드가 지배하는 세태를 안타까워한다. (이덕훈기자 leedh@chosun.com)
이 교수는 월드컵의 본질을 스포츠의 위력·승리·축제라기보다 전자문화의 완승으로 파악한다. “2002 월드컵은 구텐베르크 은하계(문자문화)가 마르코니 성운(전자문화)에 영역을 내줬음을 알린 상징입니다. 월드컵 첫승과 종로서적 최종 부도라는 두 거사가 그해 6월 4일 한날에 일어났다는 것, 지식인들이 월드컵 문화에서 당혹감·무력감을 보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그는 ‘꿈★은 이루어진다’처럼 기호(★)가 담긴 구호가 저항감 없이 받아들여진 것은 전자문화의 세상으로 전환했음을 대변하는 사례라고 말한다.

그는 대학 사회 내 ‘문학 끼워팔기’에 대해서도 개탄한다. “배타적 관계를 접어두고 문자교육에 전자매체를 이용한다거나, 더 많은 수강생을 끌기 위해 ‘문학의 이해’ 과목을 ‘문학과 영상’으로 바꾸는 일이 흔합니다. 문학·독서로 대표되는 문자문화는 전자문화와 공존할 수 없거든요.” 이 교수는 이성적 사유와 인식 도구인 문자의 위상이 축소되면서 창작욕이 감소하는 악순환을 가져오고, 스포츠 칼럼·만화·드라마 대본을 문학 장르로 보는 ‘창작 개념’의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문자에 대한 연민을 담은 책을 낸 이유에 대해 “포스트 모더니즘·신식민주의 같은 상이한 현상들에 대해 ‘전자문화’라는 큰 틀이 요즘의 변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관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우리가 어디로 어떤 이유로 가고 있고 잃고 있는 게 무언지 고민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그의 책엔 고독한 내면적 고뇌를 상실한 책, 조잡하기만 한 지성, 인류 최고·최선의 유산인 이성과 문자를 스스로 파묻는 과정에 대한 불쾌함이 가득하다. 이 교수는 “문자의 몫이 줄고 변질될 전자제국의 속성을 알고 대비하려면, 먼저 인간의 소중한 근본 가치를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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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95 2004-08-1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아이들의 글을 보면서 틀린 낱말이나 맞춤법을 봤을때 느꼈던 당혹감이 떠오르는군요.. 수행평가에도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답니다.. 정말 안타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