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서울의 일상… 공간학적으로 해석하다
송도영 지음/ 소화
입력 : 2005.01.14 17:28 48'
송도영(43·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가 펴낸 ‘인류학자 송도영의 서울 읽기’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공간에 숨어 있는 문화코드를 들춰낸다. 서울 강남의 코엑스몰이 그렇다. 평범한 쇼핑공간 같지만, 이곳은 젊은 세대와 중상류층, 직업적으로는 전문직 프리랜서 혹은 벤처기업 직원들을 겨냥하고 철저하게 ‘고객 관리’를 하는 기획의 산물이다. 쇼핑몰을 관리하는 회사는 이들이 선호하는 상품과 조명, 색깔 등을 배치해 소비를 유도하고, 역으로 소비자들은 이에 맞춰 일정한 소비 문화를 형성한다.
“어떤 샌드위치 가게에는 한글이 한 글자도 없어요. 고객에게 세계인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이를 모방하게 만드는 거지요.” 송 교수는 “디즈니랜드가 자기 영토 내 분위기와 성격을 관리하는 것처럼 코엑스몰도 하나의 관리주체에 의해 바닥의 색깔이나 소리, 동선 등을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코엑스몰은 이런 분위기에 섞이기 어려운 노인이나 서민들은 배제함으로써 사회계층적 단절을 강화한다.
송 교수는 ‘강남 신화’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보다 나은 교육 기회를 자녀들이 누리게 함으로써 계급 유지나 상승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강남조차 철저하게 서열화된 공간이다. 신사동에서 청담동으로, 다시 압구정동, 대치동으로 사람들은 ‘중심’을 향해 끊임없이 이동해 간다. 하지만 정작 그 중심은 텅 비어 있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인재로 키우기 위해, 경쟁력 있는 대학 교육을 위해, 이런 저런 명분으로 다시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보내기 때문이다. “현재 거주지는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발판일 뿐이고, 지금의 직위는 승진을 위한 자리일 뿐입니다. 현재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좌절만 양산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울 근교에 자리잡은 양평에 대한 시각은 더욱 비판적이다. 저자가 보기에 양평은 서울의 ‘전원형 식민지’일 뿐이다. 신문, 방송에 소개되는 양평 관련 기사는 대부분 서울 사람들을 위한 전원생활 맛보기 프로그램이라는 것. 결국 양평의 중심은 ‘읍내’가 아니라, 서울 사람들을 위한 밥집과 카페, 모텔, 갤러리가 흩어져 있는 골짜기와 강가, 계곡이다.

▲ 요시모토 바나나 | |
이 책에서는 청계천 공구상가와 가회동 등 특정 지역 이외에 지하철, 예식장, 인터넷 등의 일상 공간도 다루고 있다. 프랑스 사회과학 고등연구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송 교수는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이슬람 도시의 공간과 문화를 전공했다. 이번 책은 귀국 후 10여 년간 서울의 일상공간에 대한 고민을 정리한 작업이다.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도시나 서울은 급격한 근대화, 도시화를 거치면서 하나의 도시 안에 전통과 현대, 농촌과 도시적 생활양식이 혼재해 있다는 점이 비슷합니다. 서울의 독특한 점이라면 PC방, 노래방, 찜질방 같은 ‘방(房)문화’가 있는데요. 대도시 안에 마을 공동체의 공간을 흩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지요. 그렇다고 예전 마을의 재현도 아니고….”
송 교수의 독특한 ‘서울 읽기’는 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