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잔혹한 신의 선물, 자살
자살의 연구
앨 앨버레즈 지음, 최승자 옮김 / 청하 / 199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알프레드 알바레즈의 "자살의 연구"가 국내에 처음 번역소개된 것은 1982년의 일이었다. 우리 사회 전체에 죽음의 분위기가  넘쳐나던 바로 그런 시기에 이 책이 옮겨졌다는 것은 다소 의미심장하다. 이 책의 원제는 "The Savage God: A Study of Suicide"이다. 말그대로 "잔혹한 신: 자살의 연구"인 셈이다. 얼마 전 나는 게르트 미슐레의 "자살의 문화사"란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린 바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자살 보다는 죽음(Thanatos) 에 대해 좀더 관심이 있고, 공자의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삶도 모르거늘 어찌 죽음을 논할 수 있으리요"만 에로스와 타나토스(Eros et Thanatos)는 사실상 한 몸이기에 나는 에로스의 영역에도 관심이 많은 셈이 된다. 에로스와 타나토스(Eros et Thanatos)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애에 대한 탐구이며 동시에 예술의 기본 재료들에 대한 탐구이다.

에로스는 궁극적으로 타나토스에 매혹되어 있으며 타나토스는 파괴의 신이자 동시에 생명의 신이란 점에서 언제나 에로스를 꿈꾼다. 모든 예술가들, 사람들에겐 근본적으로 생의 충동 즉 자기보존의 성적 충동을 표현하는 에로스와 이에 대립되는 타나토스(Thanatos, 그리스어로 죽음을 의미한다)라는 죽음 충동이 있다. 타나토스란 결국 "삶을 자연으로 되돌리는 것“이고, 에로스는 “자연에서 삶을 퍼 올리는 생식”을 의미한다. 예술이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그 내용으로 삼고 있으므로 당연히 섹스와 죽음은 모든 예술과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으며, 그 내용을 표현하는 방식은 여러가지로 변주되더라도 결국 이 둘 사이로 귀결된다.

A. 알바레즈에겐 또 개인적으로 이런 극한의 경험을 한 사람을 직접 경험해 볼 기회가 있었다. 그것이 이 책의 서장에서 소개되고 있는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1932~1963)"이다. "아빠의 살찐 검은 심장에 말뚝이 박혔어요./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조금도 아빠를 좋아하지 않았어요./그들은 춤추면서 아빠를 짓밟고 있어요./그들은 그것이 아빠라는 걸 언제나 알고 있었어요./아빠, 아빠, 이 개자식. 이제 끝났어."라는 언제나 나를 감동시키는 시를 지은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시인이며, 동시에 현대를 대표할 만한 시인의 자살을 그는 가까이에서 목도하는 개인적인 경험을 한다. 실비아 플라스는 미국 보스톤대학교의 생물학 교수이자 땅벌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아버지 오토 플라스의 딸로 태어났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 세계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그녀의 나이 8살 때 목격한 아버지의 죽음에 의한 충격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비아 플라스는 아버지가 죽은 이듬해인 아홉 살 때 첫 번째 자살 시도를 벌인다. 대학시절 다방면으로 뛰어난 재능을 보인 플라스는 장학금을 받고,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 대학 재학 중에 알게 된 시인 테드 휴즈와 결혼한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실비아 플라스는 1962년 자신의 집 가스 오븐에 머리를 박고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세 번째 자살 시도가 유일한 성공이자 실패였다고 A. 알바레즈는 말한다.

대개 책의 원제에 "Study"란 말이 붙는 책은 읽기 싶지 않다. A. 알바레즈의 이 책은 자살의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시작해 - 자살이 생을 종결짓는 한 방법으로 비교적 쉽게 용인되었던 고대 희랍 세계와 문학, 자살이 죄악시되던 기독교 사회에 이르는 - 여러 사례들을 다룬다. 그러므로 나머지 장들을 모두 읽었다면(이건 분명히 약간의 엄살이긴 하지만) 당신은 자살에 대해 나름의 식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앞의 1장 부분 실비아 플라스가 죽음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하며, 그것으로도 제 몫을 다 해냈다고 말할 수 있다. 옮긴 이인 시인 최승자는 우리에게 "개같은 가을"을 선사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녀의 번역은 대개 언제나 믿을 만하며, 읽는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비록 이 말이 그녀에게 찬사가 될 수 없음을 나 자신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렇다면 왜 예술가들은 그토록 죽음에 대해 예민한 걸까. 그것은 이미 앞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의 존재 자체가, 그리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의미 부여가 그들을 "잠수함의 토끼" 같은 존재로 규정하고 있는 때문인지도 모른다. 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지표 생물이라 할 수도 있겠다. 즉, 어느 지역의 생태계에서 특정한 생물이 살 수 없다면 그 지역의 생태계가 어느 정도 파괴되고, 오염된 것인지 알 수 있다는 그 생물 말이다. 이것을 사회학적으로 설명하자면 한 명의 괴짜, 혹은 바보, 혹은 괴물이, (종종 예술가들을 지칭하는 말들이다) 견딜 수 없고, 살아남을 수 없다면 그 사회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더라도 병든 사회란 것을 의미한다. 한 명의 지식인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한 것이 죽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죽음에 맞먹을 치욕을 사회적 징벌로서 받게 된다면 그 사회는 병들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A. 알바레즈는 "자살의 연구"를 통해 문학과 죽음, 예술의 창조자이자 동시에 사회의 파괴자로 기능하는 예술가들의 상상세계에 죽음(타나토스)의 그림자를 연구했다.(내 딴엔 짧게 쓰느라 고생했다. 그리고 혹시 자살-행동으로 취할 자살 말고-에 대해 좀더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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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박범준.장길연 지음, 서원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지난 봄이던가? KBS2의 '인간극장'이란 프로에 나왔단 장길연, 박범준 부부의 귀농 이야기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그때 난 이들의 이야기를 거의 넋을 잃고 봤다. 너무 아기자기하고 그야말로 알콩달콩 사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던 것이다.

정말 이 사회에서 인텔리에 속하는 젊은 부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 사회가 보장해 줄 수 있는 여러가지 최상급의 혜택을 과감히 버리고 귀농을 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쓴 것이다. 어찌보면 TV가 다 전달해 주지 못한 소박하고도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서 나름대로는 읽는 재미가 솔솔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의 의미도 담겨져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첫째로는, 물론 요즘 농촌 사회가 젊은이들이 없다고 하는데 도시가 줄 수 있는 여러가지 문화적 혜택을 버리고 농촌으로 갔다는 것이 좋긴 하지만 또 이 사람네들을 계기로 너도 나도 귀농을 하겠다고 그러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기우도 가져보기도 하고.

지구상에서 보면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정말 조그만 나라에 지나지 않는데 어쩌면 지방마다 기후가 다를 수 있을까?(서울 같은 도시는 2, 3월이면 봄 기운이 완연한데 그들이 사는 무주는 5월이나 되야한다고 하니말이다.) 농촌에서는 아직도 예의범절이 깍듯하여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어른에게 차 안에서 고개만 끄덕하고 수인사만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차에서 내려 깍듯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이 책을 보면서 알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내가 TV를 봤을 때나 책으로 읽었을 때나 하나 같이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래 삶의 원형은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은 그야말로 땅 파먹고 산다. 하루 하루 퇴비주고 자연 비료 줘 가면서 피곤하게 일하고 특별히 모아 둔 돈도 없이 살아간다. 이들이 해 있을 때 들로 밭으로 나가 일하고 해 떨어지면 들어와서 이불덮고 자는 정말 자연과 더불어 순응하며 사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 원형의 삶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보게된다는 것이다.

거기엔 불화도, 불륜도, 내일에 대한 불안한 전망도 없어 보인다. 이런 것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이나 안고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그럴까? 낮동안에 땅과 씨름하고 밤이면 골아 떨어져 자는데 이런 걱정을 할 새가 있겠는가? 정말 건강만 하다면 하루살이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도시에 살면 세련될 수는 있어도 도시가 주는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위해 아둥바둥 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농촌이 무조건 좋기만 하겠는가? 또 이런 책들이 귀농을 부추겨 너도 나도 귀농을 선택한다면 도시에서의 산업은 누가 맡겠는가? 농촌에 살면 벌레와 싸워야 하고 화장실 사용이 불편하다. 결국 이것 저것을 따져 볼 때 나의 삶은 어때야 하는가에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물론 이 책이 어떤 계몽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시골에 살면서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하는 바들을 담담히 쓴 일종의 수기 같은 것일 것이다. 그런데 삶에 대한 지혜는 거창한 철학이나 학자연한 사람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기 보단 이렇게 몸소 몸으로 부딫히며 사는 소시민적 삶을 사는 사람이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은 참 예쁜 책이란 느낌이 들었다. 우선 한지 느낌이 나기도 하고,


이렇게 사이 사이 사진이 들어가 있기도 한데 그 사진이 거의 예술이다.

하지만 왠지 이들의 글은 그다지 깊이는 있어 보이진 않았다. 진솔함은 있는데 다소 산만해 보이는 듯 깊이 있는 통찰에 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들이 앞으로 5년 후나 10년 후쯤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2>를 내지 않을까? 그럴 수 있기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싶다.

내가 제목을 다람쥐 부부라고 한 건 이 두 사람이 사랑해서 결혼했음에도 여전히 티격태격 싸우면 산다는 것과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 발을 동동거리며 땔감이며 항상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그 모습이 다람쥐 같아 부쳐 본 것이다. 설마 이들이 내 글을 훔쳐 볼리 없겠지만 결례가 됐다면 양해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여기 밝혀둔다.

마지막으로 여기 나오는 남자 같은 좋은 사람과 알콩달콩 살길 바란다면서 내 생일 날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니르바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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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10-1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는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면, 난 아직도 도시에서 살고파요.
욕심이 많아서도 아니고, 여기서 잘 나가서도 아니에요.
난 정말 도시가 좋거든요. 농촌에서 위로받은 힘을 모아 도시에서 잘 살고 싶다구요 ^^
추천밥 날려요! ^^ 
(그대의 인기는 식을줄을 모르고~~~)

10036519


stella.K 2005-10-1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아직은 농촌은 자신이 없소. 아마 농촌에서 산다면 도시적인 것과 혼합한 형태면 모를까? 추천 고맙구료.^^
 

[CEO의 독서메모] '우체부 프레드'

열정은 지속가능경영의 원동력
이혁병·㈜캡스 대표이사
 


 

지금 미국은 한 평범한 우체부 ‘프레드(Fred)’에 열광하고 있다. 각 기업들은 ‘프레드 상’을 제정하여 직원들에게 이 상을 수여하고 있고, 수상한 이들은 이를 큰 영광으로 여긴다. 프레드가 누구이길래 이토록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그 해답을 얻기 위해 잠시 프레드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보자. 보통의 우체부들은 단지 ‘우편물을 배달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지만, 프레드는 우체부와 고객이라는 관계 속에서 우편물 뿐아니라 ‘행복과 안전함’을 함께 전달해준다. 또한 빈집에 우편물이 쌓이면 따로 분류해 두었다가 전해주거나, 택배회사의 실수로 잘못 배달된 우편물을 대신 처리해주고 고객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한다.

이렇게 프레드에게 우편배달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잇는 의미 있는 일이다. 자신과 일의 진정한 성공은 인간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배려, 경청과 공감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또 프레드는 고객에게 좀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며 거리를 누빈다. 그가 남들과 다른 가치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돈을 더 많이 썼기 때문이 아니라, 더 넓게 생각하고 열정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 ‘오늘은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낼까?’를 생각하며 삶을 즐겁게 만들어 간다. 과거에 위축되어 오늘을 힘겹게 살고 있는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다.

‘행복과 안전함’을 배달하는 프레드. 필자 역시 안전을 생명으로 여기는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으로 어떻게 하면 고객을 감동시키고,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해왔다. 그러던 차에 접하게 된 ‘우체부 프레드’는 직원들에게 열정을 불어넣기 위한 첫 발판이자 교과서가 되었다. ‘열정=고객감동’이라는 명쾌한 방정식을 위한 열정 교육이 그것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환경미화원으로 부름을 받은 사람이면 미켈란젤로가 그림을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시를 쓰듯이 거리를 청소해야 한다.” 평범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열정을 가지고 일을 대하다 보면 상상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스스로의 일에 능동적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우체부 프레드, 바로 그 성실함과 주저함 없는 실행이야 말로 ‘지속가능 경영’을 이끌어내는 요체가 아닐까?

우리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하찮게 여기며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지 않은가. 프레드를 통해 우리 안의 프레드를 깨워 보자. 프레드 같은 사람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놀랍게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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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직장인은 예측 가능한 사람


성공한 사람들의 정치력 101
캐서린 K. 리어돈 지음 / 조영희 옮김 | 에코의서재 펴냄 | 326쪽 | 1만4700원
이한수기자 hslee@chosun.com


▲ 어떤 ‘말’을 어디에 놓아야 할까. 저자는 직장에서의 성공은 정치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에코의서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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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에게 물었다. “박사님, 인간의 정신은 원자 구조를 밝혀낼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왜 아직 원자폭탄을 금지시킬 정치적 수단은 고안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요?” 아인슈타인이 대답했다. “간단해요. 정치가 물리학보다 어렵기 때문이죠.”

정치에 대한 우리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정치는 규칙을 저버리고 동료의 뒤통수를 치는 권모술수(權謀術數)일 뿐이다. 조직에서 출세한 사람에겐 ‘실력도 없으면서 정치를 잘해 저 자리에 올랐다’는 비난이 따라붙기 일쑤다.

정말 그런가? 저자는 “실력 있는 똑똑한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지원해 줄 결정적 힘을 얻지 못해 정치력이 능수능란한 동료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이 오늘날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풍경”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정치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유리한 곳에 자리매김하고 적을 내편으로 끌어들이며 최종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말하자면 정치는 실력의 한 부분이다. 저자는 “어떤 직업이든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고 나면 그 다음엔 정치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치학을 가르치는 독특한 교수다. 그는 정치력을 키우는 6가지 단계와 세부 지침을 제시한다. 정치적 직관력 키우기, 정치적 포석두기, 정치적 테크닉 키우기, 설득력 키우기, 정치권력 키우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치함정 피하기다. 그는 정치력을 키우는 방법과 노하우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휴렛 팩커드의 여성 CEO 칼리 피오리나의 예를 보자. 그녀는 2002년 창업주의 아들 월터 휴렛과 자리를 다퉜다. 피오리나는 컴팩컴퓨터와 합병을 주장했고, 휴렛은 이를 반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주주총회를 며칠 앞두고 휴렛을 제외한 중역들과 저녁 식사자리를 가졌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합병이 되지 않았을 때 회사가 맞을 상황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리고는 놀라운 행동을 했다. 식사를 함께 하며 지원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자신은 CEO에 연연하고 있는 게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남아 있는 중역들은 그녀가 떠난 뒤 서로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고 결국 그녀의 손을 들어주었다. 저자는 “과연 ‘정치 고수’다운 행동이었다”면서 “직장인의 가장 나쁜 행동은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번역서의 ‘101’은 미국 대학에서 기초과목을 뜻하는 코드 번호. 원제는 ‘모든 것은 정치다(It’s All Politics)’. 이 말이 마뜩찮은 사람은 이런 말도 기억하자. ‘모든 것은 정치다. 그러나 정치가 모든 것은 아니다.’(Everything is Politcs, But Politics is Not Everything, 신학자 H. 콰이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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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끔찍한 직업은 없다


불량직업 잔혹사
토니 로빈슨·데이비드 월콕 지음|신두석 옮김|한숲|359쪽|1만8000원
신용관기자 qq@chosun.com


▲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굴뚝 청소부와 소년 굴뚝 청소부. 굴뚝 연통의 가장 잘록한 부분을 기어 들어갔던 아동들이 얼마나 어렸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숲제공
고대 로마의 연회에 초대된 손님들은 동면쥐라고도 불리는 겨울잠쥐를 내장을 제거하고 벌꿀에 발라 먹었다. 그들은 한 코스의 요리가 끝날 때마다 다음 코스를 위해 배를 꺼지게 하려고 좀 전에 먹은 음식물을 게워 냈다. 이때 손님을 모시고 돌아다니거나 손님이 누워 있는 침대식 의자 밑을 기어다니는 사람이 있었는데, ‘구토물 수거인’이었다.

팔레르모산 포도주와 스테이크, 로마 특유의 생선 발효 양념, 그리고 반쯤 소화된 겨울잠쥐가 뒤범벅되어 역한 냄새가 나는 구토물을 닦는 것이 어땠을 지는 상상에 맡기자. 그나마 구토물 수거인은 지붕 아래에서 로마의 중앙난방장치가 제공하는 따뜻함을 느끼며 호사를 누리기라도 했다.

영국 튜더왕조 시대(1485~1603)에 집행된 처형은 7만건이었다. 참수형이나 교수형을 집행하는 사형집행인은 여러모로 최악의 직업에 속할 수 밖에 없었다. 신분 또한 최하층이었다. 한번에 ‘깔끔하게’ 목을 베는 일은 쉽지 않았기에 반쯤 베인 목에서 동맥혈이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숨통을 끊기까지 목을 난도질해야 했다.

반역자의 머리는 런던브리지에 걸렸다. 그런데 썩은 고기를 기다리는 새들이 사람들이 보기도 전에 시체를 쪼아 먹는 것을 막기 위해 사형집행인이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커민’이라 불리는 1년생 꽃의 씨와 소금을 넣은 커다란 주전자에 잘린 머리를 넣고 살짝 익히는 것이었다. 지역에서 인기 있는 인사가 교수형을 받는 날이면 처형장 주변의 분위기가 험악해지며 보복의 위험마저 있었다. 사형집행인의 의식용 두건은 익명성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이미 모든 사람들이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기에 그는 목숨을 내놓고 일해야 했다.

이 책에는 바이킹선 운반인, 갑옷담당종자, 거머리잡이, 변기담당관, 의자가마꾼, 굴뚝청소부, 성냥 제조공 등 영국에 문명이 태동하던 고대에서부터 20세기초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할

‘최악의 직업’ 60여가지가 모아져 있다. ‘영국 영웅들을 찾아서’ 등의 책을 쓰고, 아동용 TV시리즈도 제작한 저자는 풍부한 자료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얻은 지식을 짧고 명료한 서술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우리들은 왕이나 장군, 예술가들의 이름으로 가득찬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고 있지만,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시하고 손가락질한 이들 최악의 직업들이 없었다면 당대의 찬란한 문명 또한 지탱될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의 촌평마따나 직장에서 비참한 하루를 보내고 막 돌아와 혹사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면 이 책을 꼭 열어 보시길. 역사상 그보다 끔찍한 직업을 가진 무수한 사람들 중에 끼지 않았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하게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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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굴뚝청소부는 그래도 스위스에서는 평가받는 직업이라고 하던데요. 지금은요...

stella.K 2005-10-14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보죠.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나요? 항아리 만드는 직업 또는 대장장이 같은 직업. 등등.^^

앨런 2005-10-14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굴뚝 청소부를 담은 영시가 생각나요. 그 시가 어찌나 처절하던지, 배우면서 눈물이 앞을 가렸답니다. 특히 4세 정도만 되도 가난하거나 고아인 아이들이 굴뚝을 청소한다고 하던....그러다 많이들 죽었다더군요. ㅠㅠㅠ

stella.K 2005-10-14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런님 반갑습니다. 어떤 내용의 신지 소개해 주시면 안되나요? 읽어보고 싶어요.^^

앨런 2005-10-15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생각이 안 나고, 찾아볼게요.

앨런 2005-10-15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았어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집-천국과 지옥의 결혼-에 나오는 굴뚝청소하는 아이일겁니다.^^

stella.K 2005-10-15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인가 보군요. 기왕이면 한 수 읊어 주시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