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박범준.장길연 지음, 서원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지난 봄이던가? KBS2의 '인간극장'이란 프로에 나왔단 장길연, 박범준 부부의 귀농 이야기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그때 난 이들의 이야기를 거의 넋을 잃고 봤다. 너무 아기자기하고 그야말로 알콩달콩 사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던 것이다.

정말 이 사회에서 인텔리에 속하는 젊은 부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 사회가 보장해 줄 수 있는 여러가지 최상급의 혜택을 과감히 버리고 귀농을 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쓴 것이다. 어찌보면 TV가 다 전달해 주지 못한 소박하고도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서 나름대로는 읽는 재미가 솔솔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의 의미도 담겨져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첫째로는, 물론 요즘 농촌 사회가 젊은이들이 없다고 하는데 도시가 줄 수 있는 여러가지 문화적 혜택을 버리고 농촌으로 갔다는 것이 좋긴 하지만 또 이 사람네들을 계기로 너도 나도 귀농을 하겠다고 그러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기우도 가져보기도 하고.

지구상에서 보면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정말 조그만 나라에 지나지 않는데 어쩌면 지방마다 기후가 다를 수 있을까?(서울 같은 도시는 2, 3월이면 봄 기운이 완연한데 그들이 사는 무주는 5월이나 되야한다고 하니말이다.) 농촌에서는 아직도 예의범절이 깍듯하여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어른에게 차 안에서 고개만 끄덕하고 수인사만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차에서 내려 깍듯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이 책을 보면서 알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내가 TV를 봤을 때나 책으로 읽었을 때나 하나 같이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래 삶의 원형은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은 그야말로 땅 파먹고 산다. 하루 하루 퇴비주고 자연 비료 줘 가면서 피곤하게 일하고 특별히 모아 둔 돈도 없이 살아간다. 이들이 해 있을 때 들로 밭으로 나가 일하고 해 떨어지면 들어와서 이불덮고 자는 정말 자연과 더불어 순응하며 사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 원형의 삶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보게된다는 것이다.

거기엔 불화도, 불륜도, 내일에 대한 불안한 전망도 없어 보인다. 이런 것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이나 안고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그럴까? 낮동안에 땅과 씨름하고 밤이면 골아 떨어져 자는데 이런 걱정을 할 새가 있겠는가? 정말 건강만 하다면 하루살이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도시에 살면 세련될 수는 있어도 도시가 주는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위해 아둥바둥 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농촌이 무조건 좋기만 하겠는가? 또 이런 책들이 귀농을 부추겨 너도 나도 귀농을 선택한다면 도시에서의 산업은 누가 맡겠는가? 농촌에 살면 벌레와 싸워야 하고 화장실 사용이 불편하다. 결국 이것 저것을 따져 볼 때 나의 삶은 어때야 하는가에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물론 이 책이 어떤 계몽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시골에 살면서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하는 바들을 담담히 쓴 일종의 수기 같은 것일 것이다. 그런데 삶에 대한 지혜는 거창한 철학이나 학자연한 사람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기 보단 이렇게 몸소 몸으로 부딫히며 사는 소시민적 삶을 사는 사람이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은 참 예쁜 책이란 느낌이 들었다. 우선 한지 느낌이 나기도 하고,


이렇게 사이 사이 사진이 들어가 있기도 한데 그 사진이 거의 예술이다.

하지만 왠지 이들의 글은 그다지 깊이는 있어 보이진 않았다. 진솔함은 있는데 다소 산만해 보이는 듯 깊이 있는 통찰에 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들이 앞으로 5년 후나 10년 후쯤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2>를 내지 않을까? 그럴 수 있기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싶다.

내가 제목을 다람쥐 부부라고 한 건 이 두 사람이 사랑해서 결혼했음에도 여전히 티격태격 싸우면 산다는 것과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 발을 동동거리며 땔감이며 항상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그 모습이 다람쥐 같아 부쳐 본 것이다. 설마 이들이 내 글을 훔쳐 볼리 없겠지만 결례가 됐다면 양해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여기 밝혀둔다.

마지막으로 여기 나오는 남자 같은 좋은 사람과 알콩달콩 살길 바란다면서 내 생일 날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니르바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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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10-1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는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면, 난 아직도 도시에서 살고파요.
욕심이 많아서도 아니고, 여기서 잘 나가서도 아니에요.
난 정말 도시가 좋거든요. 농촌에서 위로받은 힘을 모아 도시에서 잘 살고 싶다구요 ^^
추천밥 날려요! ^^ 
(그대의 인기는 식을줄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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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10-1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아직은 농촌은 자신이 없소. 아마 농촌에서 산다면 도시적인 것과 혼합한 형태면 모를까? 추천 고맙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