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sbs 뉴스 추적>을 보았다.

말인즉슨, 이젠 개천에서 용이 나온다는 말은 옛말이라는 것이다.

강남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초등학생이 11개나 되는 살인적인 과외수업을 받고 있다. 방과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아이는 찾아 볼 수 없다는 것. 이 얘기는 몇해 전에도 다뤘던 내용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의 말에 의하면 아이들은 스트레스에 찌들어 어린 아이다운 생기발랄함이 없다는 것. 조사에 의하면 반 전체 아이들 거의 대부분이 우울증을 보이고 있었고, 어떤 아이는 자살충동까지 보인다고 했다.

아이들이 과외하느라 얼마나 바쁘던지 엄마가 차로 아이를 다음 과외를 받을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그 차안에서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운다는 것. 쳇, 잘 나가는 연애인들 그렇게 하고 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얘들이 무슨 연예인이냐?

강남에 사는 아줌마들 아이들은 대학 보낼 때까지 드는 과외 비용은 6~7천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것도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고 카드빚까지 내면서. 자기네들도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지만 이렇게 안해서 내 아이 뒤떨어지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에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이젠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것은, 부모들이 학력이 높을수록 아이들도 그만큼 학업능력이 좋다는 것이다. 부모가 학력이 낮을수록 아이들도 자연 낮다고 한다. 어느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  서울대학을 다니고 있는 여대생은 지금 서울대를 다니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강남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과연 강남불패다.

이젠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설혹 맞다고 치자. 용이 용 일수있는 건 그 유일성 때문일 것이다. 강남은 용 사육장인가? 그런 용 모아 놓으면 뭐가 되겠는가?

인성교육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는가 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바로 인접해 있는 동네는 빈민촌이다. 타워 팰리스 주변에 있는 부모들은 자기 아이에게 그 동네 아이들과 놀지 말라고 가르친단다.

글쎄, 내가 부모가 안돼 봤으니 나도 자식이 있으면 그 자식에게 그렇게 가르쳤을지 모르는 일이라 뭐라 할 말은 없겠다만, 도대체 이 아이들이 자라면 뭐가 되있을런지 심히 궁금해지는 건 사실이다.

나름대로 똑똑하고 실력은 갖췄겠지. 하지만 남을 배려하거나 함께하는 뭐 그런 걸 재대로 할 수 있을까? 자기도 확실할 수 없고, 잘못됐다는 걸 아는데 그것을 아이들에게 강요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사실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뭔가 새롭지 못한 발상이다.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면 왜 개천이라고 용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어딨겠는가?

그렇다면 지금의 강남의 용들은 이무기되는 거겠지. 그런 날이 속히 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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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4-0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제가 다니는 대학보다야 수준 높겠지만... 여러가지 면을 고려 해볼때 카이스트랑 무슨 대학이(기억은 안나지만..) 훨씬 높은수준으로 체크되어있더군요.-_-a (아마도 아시아대학중에서 순위를 매긴것 같은데. 1,2위가 이들 두 대학이였는지 모르겠군요..ㅡㅡ;;; 서울대는 17위였나로 알고 있다는;;; 흔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기에는 약간 딸리는 듯..)_ 그런데 서울대를 고집하는게 인맥을 쌓기(??) 위해서라고도 하고... 뭐 상관은없지만....

갑자기 딴소리를 하긴 했지만...;;; 저런식은 너무 심한것 같네요. 나중에 가서 성격파탄자가 되면 어떻게 할려고;;; 저럴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못 벌겠지만 나중에 아이를 갖게 된다면 절대로 저런식으로는 안할껍니다..--;;; 누굴 죽일려고;;

마립간 2006-04-08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강남의 용들은 이무기되는 거겠지, 그런 날이 속히 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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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속히 왔으면 하십니까. stella09님도 강남(한강 이남)에 살고 계시잖아요.

예전(고등학교 때)에 얼마 동안 고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언뜻 책의 제목이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모범생이면 우리나라는 망하다.’ 뭐 그런 내용의 제목이었습니다. 모범생이라 하면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도 열심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우등생도 되고 선행도 하는 착한 학생을 일컫는 것인데... 제가 당시 바라기는 전 국민이 모범생(우등생이 아니고)이 되는 것이었는데, 왜 내가 바라던 대로 되면 우리나라가 망할까.

이 책은 읽지 못하고 나중에 다른 글을 읽다가 깨달았는데, ; ‘과거의 모범생이 현재의 모범생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모범생이 미래의 모범생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였습니다.

한 일간지에서 대기업을 분석하면서 50-60년대, 70-80대, 90년대의 30대 그룹을 분석한 기사가 있었는데, 20년이 지나면 70% 이상이 바뀐다고 하였습니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 졌다는 기사도 시대가 변화됐다는 한 측면으로 보도되었습니다. <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은 붉은 여왕이라고 이름 짓게 된 이유를 <거울 나라 앨리스>에서 끊임없이 뛰어야 하는 불쌍한 운명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제가 가을산님 페이퍼 댓글에는 세상은 moving target이라는 말도 남겼죠.

‘세상의 양극화’, ‘강남 공화국’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오래 갈까요. 제가 아는 분은 강남에서 사시다가 분당으로 이사하셨는데, 이사한 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 다시 강남으로 다시 못 갈 것 같다고 하셨고, 어쩌면 주택 값 상승으로 다시 못 가는 것이 현실이 될 수 도 있습니다. 몇 분은 강남에서 살다가 그렇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심한 사람도 보았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강남에 사는 것이 안정적이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강남이라는 것은 현재의 시점에서 준거reference일 뿐입니다. 미래는 알 수 없죠.

과거에 변하지 않는 세상이 있었던 적이 없었고 제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에 의하면 단정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개인적으로 이 점을 슬퍼하지요.) 속히 왔으면 하는 조급한 마음만 없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볼 수 있습니다.

Cf : 예전에 생물학에서 세포 분열과 분열 사이의 기간을 휴지기休止期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간기間期로 바꾸었죠. 세포가 쉬고 있는 것이 아니며 변화가 없는 것이 아니고 분열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해서.

stella.K 2006-04-0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로님/그래요. 저도 저렇게 애 키우고 싶지 않네요. 흐흐
마립간님/제가 강남을 싫어한다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런 의미에서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냥 오래 살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거죠. 모든 사람이 뛰어나면 결국 하향평준화 되는 거 아닌가해서요. 그게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 내가 말하려 하는 건 그런 의미는 아니고, 새로운 가치가 필요하다는 의미였어요. 긴 글 고마워요.^^

2006-04-09 0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문화비전] 性에 대한 즐거운 가치 전복

잡지 ‘이프’ 10년 여정 마쳐 여성의 몸·욕망·섹스…
禁忌에 맞서 ‘발칙한 도전’ 소임 다했기에 폐간 아닌 完刊

▲ 이성표 그림
깨진 돌들이 굴러다니는 무덤 같은 토굴에 한 여자가 벌거벗은 채 누워 있다. 거친 땅 위에 누운 그녀의 몸은 춥고 가여워 보인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녀의 다리와 가랑이, 겨드랑이와 가슴 위에서 초록의 풀들이 솟아나 무덤을 뚫고 나올 듯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다. 2006년 봄 호로 ‘완간호’를 낸 페미니스트 잡지 ‘이프’의 표지 그림이다.

1997년 5월 창간한 ‘이프’ 첫호의 표지는 금방 아이를 낳을 것 같은 만삭의 임산부였다. 박영숙이 찍은 이 사진 속 여자 또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의 튼튼한 손은 부른 배를 단단히 받치고 있고, 생명을 품은 여자의 몸 위로 푸른 창공의 바람과 흰 구름이 부드럽게 흘러갔다. 창간호와 완간호의 두 여자 모습은 이렇듯 다르면서도 닮았다.

‘만약에(If)…’라는 가정형의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 한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지난 10년간 각종 문화비평과 논쟁의 중심에 있었던 이 잡지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산파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문열의 소설 ‘선택’이었다. 작가는 조선 선조 때의 정부인이었던 장씨 부인의 입을 빌려 ‘요즘 여자’들을 가차없이 질책했다. “…그들은 이혼의 경력을 무슨 훈장처럼 가슴에 걸고 남성들의 위선과 이기와 폭력성과 권위주의를 폭로하고 그들과 싸운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소위 베스트셀러가 된 이 소설이 보여준 여성 삶에 대한 몰이해, 페미니즘의 왜곡에 분노한 여성운동가들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가부장적 권력과 맞장을 뜨기 위해 만든 무기가 바로 ‘이프’였다.

IMF 외환위기로 잘 나가던 잡지사들도 문을 닫던 당시, 계간 형태에 고작 1만 부도 안 되는 부수로 출발한 ‘이프’는 마초 기질 다분한 남성 지식인들에겐 ‘나쁜 여자들의 소굴’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물론, 시인 김승희, 화가 윤석남, 신학자 현경, 작가 김신명숙, 영화평론가 유지나, 사진작가 박영숙 등 문화계 여걸들이 ‘백 그라운드’로 대거 합류한 ‘이프’는 남성 중심의 문화비평계를 위협했다.

창간호부터 ‘이프’는 도발했다. 광화문 네거리의 이순신 동상에 ‘지모신(地母神)’을 합성한 사진으로 가부장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는가 하면, 여성의 외모에 점수를 매겨 차등화하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제동을 걸어 수영복 심사 폐지와 지상파 중계방송 포기 선언을 받아냈다.

금기시돼 있던 여성의 몸과 성(性)에 대한 담론을 양지로 이끌어낸 주역도 단연 ‘이프’다. “왜 여성은 섹스를 주도해서는 안 되는가?”를 반문하며 여성의 오르가슴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자유분방하게 토론할 만큼 발칙했다. 동성애자·트렌스젠더들이 사회에서 지탄받을 때는 ‘세상에는 다양한 삶과 사랑의 선택이 있다’고 편들었다.

정치사회적 논쟁의 중심에도 ‘이프’가 있었다. ‘여성도 군대 가자’ ‘여자도 남자들처럼 정치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간통제 폐지 주장)’이라는 주장은 여성계 내부에서조차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프’에 대한 비판은 거셌다. ‘인텔리 중산층 여성들의 자기 만족적 유희’ ‘오만하고 불경스러운 쾌락적 글쓰기’…. 그러나 놀랍게도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프’의 예언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삶의 물결로 흐르고 있지 않은가. 많은 이들이 ‘이프’의 목소리를 배부른 아줌마들의 헛소리일 뿐이라고 치부했지만, ‘이프’야말로 여성이고 아줌마여서 주도할 수 있었던 가치 전복, 문화게릴라 운동이었다. 이제 여성들은 자신은 물론 남자의 몸과 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소비한다.

▲ 권혁란씨
미스코리아 대회? 남성들에게조차 그건 쌍쌍파티만큼이나 오래된 쌍팔년도의 구닥다리 유물이다. 동성애 코드는 어떤가? 동성애 영화로 분류되는 ‘왕의 남자’ ‘브로크백 마운틴’을 사람들은 거부감 없이 관람하고 감동받지 않던가. ‘이프’가 경영난으로 폐간하면서도 ‘완간’(完刊)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는, ‘성(性)에 대한 즐거운 가치 전복’이라는 소임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덤에 누운 나신(裸身)의 그 여자, 그 생명력을 믿기 때문이다. 그 몸을 양분 삼아 자라날 초록 풀의 꿈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완간은 또한, ‘이프’로 상징되는 여성운동도 자기만의 세계, 아집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내려앉아야 한다는 새로운 다짐을 의미한다. 투쟁에서 어우러짐으로, 거부에서 소통으로 거듭나는 즐겁고 신나는 또 하나의 실험! ‘틀에 얽매이지 않는 페미니즘(Infinite feminism)’이야말로 여성과 남성이 서로 존중하며 행복해지는 세상을 앞당기는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권혁란·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前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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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6-04-08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사회적 논쟁의 중심에도 ‘이프’가 있었다. ‘여성도 군대 가자’ ‘여자도 남자들처럼 정치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간통제 폐지 주장)’이라는 주장은 여성계 내부에서조차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정말 마음에 드는 구절이네요. 여성 속의 남성을 보는 것 같아서요.

stella.K 2006-04-0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공짜 시사회를 보고 싶다면


★‘목’을 지켜라

시사회 매니아(www.dayer.com) 나 픽스무비(www.pixmovie.co. kr), 씨네씨네(www.cinecine.co. kr) 등 시사회 사이트를 온갖 인맥을 동원한 아이디로 공략한다. ‘시사족’(族)의 기본.

★남는 표를 노려라

사정이 생긴 ‘착한’ 당첨 관객들은 표를 내놓기도 한다. 시사회 사이트에는 양도·교환 코너가 있다.

★타깃이 되라

‘로맨틱 코미디는 여성, 액션은 남성’ 식으로 타깃 층을 공략한다. 팟찌(www.patzzi.com), 마이클럽(www.miclub.com) 등 여성포털과 조선닷컴(www.chosun.com) 등 뉴스사이트에서 진행되는 영화 시사회의 종류가 달라진다. 자신의 성별과 연령에 맞춰 응모하라.

★원하는 걸 줘라

영화에 따라 ‘기대되는 이유’ 등 의견을 적게 하는 경우도 있다. 튀고 강렬한 제목이 좋다. ‘기대돼요’, ‘보고 싶어요’보다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오늘을 기다렸다’, ‘내가 이 영화를 봐야만 하는 이유’ 등 광고 카피로 쓸 만한 감각적 글귀나 신선한 비평이 좋다.

★오프라인 매장을 노려라

스타벅스, 커피빈, 파스쿠치 등 커피 전문점, 바이더웨이, LG25, 훼미리마트 등의 편의점 등 번화가 매장을 찾으면 분명 지금 영화 시사회 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일정 금액 이상 구입한다면 보고 싶은 영화의 시사권이나 예매권을 얻을 수 있다.

김태주·영화 홍보사 ‘올댓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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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0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 쉽지 않은 방법이네요 전에는 가끔 보았는데 요즘은 시사회는 통

stella.K 2006-04-08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안봐요. 그래두...

비로그인 2006-04-09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하이텔 할때는 한해에 시사회로만 20편넘게 영화 본적도 있는데요. 하이텔 시절이 건지는게 많았죠. 인터넷 시대로 오니 경쟁이 치열해지데요.
요즘은 1년에 시사회는 커녕 영화1편도 안보는데요.

stella.K 2006-04-09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뽀보님, 벌써 영화를 안 보시면 어째요. 다시 열심히 보세요. ^^
 
 전출처 : 로쟈 > 최근에 나온 책들(64)

최근에 나온 책들이 부쩍 많아진 건 아니고, 그냥 몇 권의 평전 류들이 눈에 띄어서 정리해둔다. 당장에 구입하거나 읽을 책들이 아니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운 탓에 몇 마디 '신소리'를 해두는 것이다. 여우처럼.  

첫번째 책은 '자유로운 여자, 삶과 전설'이란 부제를 가진 <루 살로메>(해냄, 2006)이다(가운데 표지는 작년 가을에 나온 러시아본). 저자는 잡지 <엘르>의 편집장과 프랑스의 문화부 장관 등을 역임한 걸출한 여성 언론인 프랑수아즈 지루(1916-2003)이다(지루의 책으론 <나는 행복하다> 등이 소개돼 있다). 원저가 2002년에 나온 것으로 돼 있으니까 그녀의 유작이지 않을까 싶은 책인데, 루(1861-1937)나 지루나 모두 당대를 풍미했던 여성의 대명사로서 손색이 없다. 저자가 '루 살로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는데, 230쪽 정도의 분량이니까 부담스러울 정도의 '시도'는 아니므로 단숨에 읽어볼 만하다.

책의 부록으로는 루가 자신의 '연인들'이었던 니체, 릴케, 프로이트와 교환한 편지들이 발췌돼 있는 듯한데, 이 또한 흥미로운 자료가 될 듯하다. '루 살로메'를 전설적인 여인으로 만들어준 이 세 남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권의 책들이 나와 있다. 지루의 책이 좋은 반응을 얻어낸다면, 마저 소개될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절판된 걸로 나오지만, 비교적 최근에 나온 루의 책으론 <선택된 자들의 소망>(투영, 2000)을 기본도서로 들어야겠다. 소개를 옮겨보면, "'한 남자가 루와 정열적으로 교제할 수 있다면 9개월 후쯤 그 남자는 한 권의 책을 저술할 수 있다'는 말의 주인공인 루 살로메. 그러나 스스로 훌륭한 작가이자 정신상담가이기도 했던 그녀의 중편소설과 산문들을 모은 책으로 광범위하고 신선한 살로메의 지적세계를 알게 한다." '선택된 자들의 소망'은 그 중편소설의 제목이다. 책에는 루 자신이 고백하고 있는 '나와 니체', '나와 릴케', '나와 프로이트'가 실려 있으므로 유익한 참고자료도 겸한다. 릴케 사후에 그녀가 릴케에 관하여 쓴 책 <하얀 길 위의 릴케>(모티브, 2003)는 아직 구할 수 있는 책이다. 릴케의 <소유하지 않는 사랑>(고려대출판부, 2003)과 짝이 될 만한 책이므로 같이 읽으면 좋을 것이다. 루 살로메, 그리고 루와 릴케에 대한 짧은 설명은 '클라시커 50' 시리즈의 <여성>과 <커플>에서 읽어볼 수 있다.

두번째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시드니 셀던(1917- )의 자서전 <또 다른 나>(북앳북스, 2006)이다. 그의 책들은 "180여개국에서 50여개 언어로 번역되어 2억 8천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하니까 이 '대중문학의 거장'은 '직업작가'들의 우상이자 선망의 대상이 될 만하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의 소설을 한권도 읽어본 적이 없지만, 그의 작품들이 워낙에 많이 드라마화, 영화화되었기에 '친숙한' 작가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게다가 인상도 좋지 않은가?). 아래 사진은 1999년에 나온 시드니 셀던 기념 우표(시트).

소개에 따르면, "시드니 셀던은 약국 배달부로 일하던 열일곱의 나이에 자살을 결심하고, 이를 만류하던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생애에서 가장 지독하고 처절했던 바로 그 순간의 회고에서부터 시작되는 <또 다른 나>는, 그 누구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았던 시드니 셀던의 인생 역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취향이 다소 '고약한' 나는 그의 소설들보다 이런 자서전에 더 끌린다.

 

 

 

 

내게 이름이 친숙한 셀던의 책들은 <천사의 분노>, <악마의 유혹> 등인데, 요즘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책은 <텔미 유어 드림>(북앳북스, 2000)인 모양이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이지만, 셀던의 책들은 자서전을 낸 '북앳북스'와 '문학수첩리틀북스'(셀던의 독자층이 주로 청소년인 모양)에서 거의 전담하고 있는 듯하다. 전담하는 만큼 고른 수준을 갖춘 양질의 번역서들이 계속 나올 것으로 기대해본다(청소년 권장 도서인지는 의문이지만).

 

 

 

 

세번째 책은 미국의 철학자이자 초인격심리학자 켄 윌버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한언출판사, 2006). 지난 주 언론의 북리뷰란을 보고 알게 된 책인데, 켄 윌버와 그의 아내 트레야의 사랑과 아내의 (5년 동안의) 유방암 투병기, 그리고 죽음에 대한 생각 등이 담겨 있는 책이다. 드라마틱한 '러브스토리'로도 읽히지만(줄거리만으로도 딱 '우리 드라마'이다) 실화이며, 영성(靈性)학자 켄 윌버 입문서로도 적합해 보인다. 아래는 두 사람의 결혼식 사진.

책에서 두 사람은 "특유의 방대한 지식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질병에 대한 일반적 접근과 뉴에이지적인 접근 모두에 의문을 던지며 철학, 심리학, 종교적 해석을 더하고 있다"고. 개인적으론 윌버를 '뉴에이지 사상가' 정도로 분류하고 있었는데, 혹 편협한 선입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기억이 맞다면, '켄 윌버'란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김상일 교수의 책에서였다(김교수는 켈 윌버를 최고의 현역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았다). <수운과 화이트헤드>(지식산업사, 2001)나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로 풀어본 원효의 판비량론>(지식산업사, 2003), <한의학과 러셀역설 해의>(지식산업사, 2005) 등은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이지만, <러셀 역설과 과학 혁명 구조>(솔출판사, 1997)는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카오스와 문명>(동아출판사, 1994)은 좀 '허한' 책이었고.

 

 

 

 

네번째 책은 '영성'과는 다소 무관한 철학자 네그리의 대담집 <귀환>(이학사, 2006)이다. 지난 2001년에 출간된 <제국>으로 전세계 사상가에 한 차례 태풍을 몰고 왔던 이 이탈리아의 골수 좌파 철학자의 책들은 꾸준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다. <혁명의 시간>, <혁명의 만회>, <전복적 스피노자> 등의 제목들만으로도 그의 철학적 주제가 자나깨나 '혁명'에 놓여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바, 이 '혁명'은 맑스주의의 캐치프레이즈이면서 (이론으로서의 혁명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온 대담 형식의 자서전에서 "네그리는 자신의 삶과 사상을 요약하는 핵심어들을 A부터 Z까지 알파벳순으로 따라가며 자신의 가족사와 성장 배경에 대해, 그에게 지적으로나 인간적으로 큰 영향을 준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그의 사상과 실천의 자양분이 되었던 정치 격변기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네그리 입문서로 적합해 보인다.

국내 필자들의 네그리 입문서로는 조정환의 <아우또노미아>(갈무리, 2003)와 윤수종의 <안토니오 네그리>(살림, 2005)가 있다. 전자는 무겁고, 후자는 가볍다(책의 무게가). 편한 쪽으로 구해잡으면 되겠다. 국외서로는 보론(Atilio A. Boron)의 <제국과 제국주의>(Zed Books Ltd, 2005) 정도가 신간이다. 160쪽 분량인데, 국내에 네그리주의자들이 많은(?) 만큼 벌써 번역중인 책인지도 모르겠다. 네그리/하트의 <제국>에 대한 비판적인 리뷰를 포함하고 있는 지젝의 책도 조만간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네그리의 시간'을 따로 내보려 한다면 참고하시길.

 

 

 

 

끝으로 따로 소개가 필요없는 책이지만,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이자 <전태일 평전>의 저자 조영래(1947-1990) 변호사의 일생을 다룬 안경환 교수의 <조영래 평전>(강, 2006). "조영래 변호사의 대학 1년 후배인 서울법대 안정환 교수가 5년여의 준비 끝에 펴낸 이 책은 고인의 사후에 나온 최초의 평전이다."(청소년을 위한 현대인물사 시리즈의 <조영래>가 있긴 했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의 특징은 "첫째, 조영래를 통해 격동기 한국 현대사를 재구성하고 있"고, "둘째, 조영래의 삶에서 서울대 법대가 차지하는 자리에 특별한 관심과 무게를 두고 있"으며, "셋째, '인권변호사, '공익변호사'로서 조영래의 활동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 '망원동 수재 사건', '여성 조기 정년제 사건' 등을 변론하는 과정에서 조영래가 보여준 열정과 치밀함을 감동적인 필치로 옮기고 있다"니까 우리가 살아온 '현대사'의 증언자료로서도 의미가 있겠다. 

한편, 그가 쓴 <전태일 평전>(돌베개, 1983/2001)은 전태일의 누이 전순옥 박사에 의해 영역되기도 했다. 'A Single Spark'(돌베개, 2003)가 그것인데,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을 바로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영화의 영어제목이기도 하고). 그 영화에 나오는 교내 시위 장면 촬영 현장을 바로 옆에서 보던 기억이 새롭다. 박광수 감독의 이 영화에서 아마도 가장 공을 들였을 법한 장면은 60-70년대 청계천 평화시장의 노동현장이다. "전태일은 어린 여성노동자들이 비인간적 노동환경에서 쓰러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운동에 눈떠간다. 노동법에는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으나 법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 앞에 분신자살로 경종을 울린다. 1970년의 일이다."



엊그제 잠시 읽은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2>에서 저자는 전태일의 분신과 3년전 자살한 한 대학강사의 죽음을 비교하면서(그는 내 친구였다) '지식산업 사회'의 역군이라는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30여년전 '시다'들의 열악한 삶과 그다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굳이 그렇게 일러주지 않아도 다 아는 바이거늘, 꼭 그런 식으로 대놓고 얘기할 건 뭐란 말인가? 박노자는 한국인으로서의 '교양'이 아직 좀 부족하다. '너도 시다지?'라고 몰상식하게 묻는 건 예의가 아니다. 오늘도 헐값의 '박음질'을 해놓고 보니까 괜히 부아가 나는군(이렇게 투덜거리면 그 친구도 웃어주곤 했는데).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06. 0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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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뇌’를 알아?”… 관련서적 봇물

작년 9월후 45종 쏟아져 두달만에 1만부 팔린 책도
웰빙·교육열기에 맞물려 ‘다이어트 책’보다 인기

▲ 뇌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최근 뇌 관련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네모북스 제공

 
 
출판계에 최근 뇌 관련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에만 45종이 서점에 깔렸다. 한 달에 6, 7권씩 나온 셈이다. ‘죽어가는 뇌를 자극하라’ ‘공부가 쉬워지고 일이 즐거워지는 두뇌혁명’ 같은 뇌력(腦力) 개발서는 제외한 수치다.

이번 주에만 ‘뇌의 기막힌 발견’(네모북스), ‘뇌의 문화지도’(작가정신), ‘치매 예방과 뇌 장수법’(학지사)이 선보였다.

독자들 반응도 뜨겁다. 서재근 웅진씽크빅 출판부문 마케팅 팀장은 “어느 출판사든 ‘뇌 책’은 보통 재판(5000부)까지 찍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 지금까지 가장 인기가 높은 책은 지난해 3월 출간된 ‘춤추는 뇌’(사이언스북스)로 발행 두달 만에 1만부가 팔려 출판계를 놀라게 했다. 뇌의 전반적인 구조와 인간의 감정, 기억과 지능 그리고 성격 등을 풍부한 임상 사례와 함께 설명한 책이다.

왜, 두뇌력을 향상시키는 책도 아닌 딱딱한 과학서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걸까.

우선 미국에서 뇌·신경과학 서적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게 첫째 원인이다. 지난 1990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990년대 10년간 뇌과학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2000년대 들면서 그 연구 성과가 대량으로 쏟아졌다. 국내 뇌 관련 서적이 대부분 미국 책 번역인 이유이기도 하다.

과학 분야와 인문·사회과학의 통합 시대를 맞아 뇌 발달 단계에 따른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도 ‘뇌 책’ 홍수의 한 요인이다.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편집팀장은 “통합 교육 경향이 국내 학부모들의 유별난 교육 열기와 맞물리면서 뇌 관련 서적 붐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또 MRI(자기 공명 영상법),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등 의학 기계의 첨단화에 따라 뇌(또는 심리)의 과학적·객관적 분석이 심화됐고, 일반 독자들의 뇌 관심을 증폭시켰다.

웰빙 시대를 지나오면서 뇌 질병에 대한 관심도 ‘책’으로 이어졌다. ‘춤추는 뇌’의 저자인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바야흐로 우리나라도 뇌의 시대에 진입했다”며 “고령화에 따라 뇌졸중(국내 사망 원인 1위), 알츠하이머, 치매 등 뇌 관련 질병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내 병은 내가 공부해 대처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서적은 선입견과 달리 실제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두기 힘들 정도로 흥미롭다. 지난달 출간된, 미국 신경정신학자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이마고)는 뇌신경의 일부가 손상돼 ‘기이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이야기다. 과거는 자세히 기억하지만 현재는 기억할 수 없는 남자, 갑자기 성적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 90세 할머니, 바흐 전곡을 외우는 백치 등이 등장한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이전에는 자아상실로 흔들릴 때 가벼운 에세이에서 위안을 찾았으나 지금은 과학적 해답을 구하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다이어트 서적 붐 이후 이제는 ‘뇌 책’이다.

신용관기자 q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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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6-04-0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요. 안 그래도 지금 읽는 블링크 다 읽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읽을려고하고 있는데..ㅋ
이젠 뇌과학도 알아야 하는 시대가 왔군요.

stella.K 2006-04-0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간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어요.^^

물만두 2006-04-0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알고 싶지 않아요 ㅠ.ㅠ

stella.K 2006-04-0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대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