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뇌’를 알아?”… 관련서적 봇물

작년 9월후 45종 쏟아져 두달만에 1만부 팔린 책도
웰빙·교육열기에 맞물려 ‘다이어트 책’보다 인기

▲ 뇌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최근 뇌 관련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네모북스 제공

 
 
출판계에 최근 뇌 관련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에만 45종이 서점에 깔렸다. 한 달에 6, 7권씩 나온 셈이다. ‘죽어가는 뇌를 자극하라’ ‘공부가 쉬워지고 일이 즐거워지는 두뇌혁명’ 같은 뇌력(腦力) 개발서는 제외한 수치다.

이번 주에만 ‘뇌의 기막힌 발견’(네모북스), ‘뇌의 문화지도’(작가정신), ‘치매 예방과 뇌 장수법’(학지사)이 선보였다.

독자들 반응도 뜨겁다. 서재근 웅진씽크빅 출판부문 마케팅 팀장은 “어느 출판사든 ‘뇌 책’은 보통 재판(5000부)까지 찍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 지금까지 가장 인기가 높은 책은 지난해 3월 출간된 ‘춤추는 뇌’(사이언스북스)로 발행 두달 만에 1만부가 팔려 출판계를 놀라게 했다. 뇌의 전반적인 구조와 인간의 감정, 기억과 지능 그리고 성격 등을 풍부한 임상 사례와 함께 설명한 책이다.

왜, 두뇌력을 향상시키는 책도 아닌 딱딱한 과학서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걸까.

우선 미국에서 뇌·신경과학 서적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게 첫째 원인이다. 지난 1990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990년대 10년간 뇌과학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2000년대 들면서 그 연구 성과가 대량으로 쏟아졌다. 국내 뇌 관련 서적이 대부분 미국 책 번역인 이유이기도 하다.

과학 분야와 인문·사회과학의 통합 시대를 맞아 뇌 발달 단계에 따른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도 ‘뇌 책’ 홍수의 한 요인이다.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편집팀장은 “통합 교육 경향이 국내 학부모들의 유별난 교육 열기와 맞물리면서 뇌 관련 서적 붐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또 MRI(자기 공명 영상법),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등 의학 기계의 첨단화에 따라 뇌(또는 심리)의 과학적·객관적 분석이 심화됐고, 일반 독자들의 뇌 관심을 증폭시켰다.

웰빙 시대를 지나오면서 뇌 질병에 대한 관심도 ‘책’으로 이어졌다. ‘춤추는 뇌’의 저자인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바야흐로 우리나라도 뇌의 시대에 진입했다”며 “고령화에 따라 뇌졸중(국내 사망 원인 1위), 알츠하이머, 치매 등 뇌 관련 질병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내 병은 내가 공부해 대처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서적은 선입견과 달리 실제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두기 힘들 정도로 흥미롭다. 지난달 출간된, 미국 신경정신학자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이마고)는 뇌신경의 일부가 손상돼 ‘기이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이야기다. 과거는 자세히 기억하지만 현재는 기억할 수 없는 남자, 갑자기 성적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 90세 할머니, 바흐 전곡을 외우는 백치 등이 등장한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이전에는 자아상실로 흔들릴 때 가벼운 에세이에서 위안을 찾았으나 지금은 과학적 해답을 구하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다이어트 서적 붐 이후 이제는 ‘뇌 책’이다.

신용관기자 q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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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6-04-0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요. 안 그래도 지금 읽는 블링크 다 읽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읽을려고하고 있는데..ㅋ
이젠 뇌과학도 알아야 하는 시대가 왔군요.

stella.K 2006-04-0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간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어요.^^

물만두 2006-04-0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알고 싶지 않아요 ㅠ.ㅠ

stella.K 2006-04-0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대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