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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시사인 만화 - 신세기 시사 전설 굽시니스트의 본격 시사인 만화 1
굽시니스트 지음 / 시사IN북 / 201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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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필명인가 본데 왜 이름을 그렇게 정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별명 같은 필명이야 조합에서 이루어지니 만들기 나름이라지만, 우리나라에서 굽신거리다는 의미는 그리 좋은 뜻으로 통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저자가 이 이름을 필명으로 한데는 모르긴해도 두 가지 의미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아마도, 우리나라 정치인을 향한 통렬한 비웃음에서 나온 것 같고. 또 하나는, 저자 자신을 의미했을 것 같다.  낮은 자의 자리에서 높으신 분들을 올려다 보려니 어찌 굽신거리지 않을 수  있겠으며, 올려다나 볼 수나 있겠는가? 그리고 저자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자기나름의 풍자와 해악의 해석을 펼쳐보이는 것이다.  

사실 보면서 내내 감탄했던 건, 도대체 어디서 이런 풍자가 나올 수 있는 걸까 하는 것이었다. 문제를 문제로만 보면 현실은 답답하다. 하지만 이것을 다른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그리 답답할 것도 없고, 현실도 참을만 하다. 다행히도 우리의 심성엔 그렇게 볼 수 있는 일종의 프리즘 같은 것이 내재되어 있다. 물론 그런 것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 같지는 않고, 저자와 같이 창의적 사고가 발달된 사람들이 있으니, 우리가 그런 능력이 없다고 해서 낙심할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우리는 그들이  차려주는 상차림을 보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사실 저자의 만화는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다. 보다 보면, 지금도 그런 코너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몇 년 전까지만해도 정치 풍자 개그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말하자면 그런 느낌이다. 정치 풍자 개그는 또 얼마나 웃기고, 때론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는가? 정치판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한때 여의도를 폭파시켜야 한다든가, 불을 놓아야 한다는 험한 말까지 돌정도로 일개 시민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실제로 그럴수는 없지 않은가?  그럴 때 누구는 이 가려운데를 긁어주고, 시원하게 해 줘야 한다. 책을 보면서, 저자는 실로 그런 것에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굽시님은 교육도 잘 받고, 기량도 뛰어난 것 같다. 어쩌면 그 어렵다던 사자성어를 가지고 우리나라와 중국간의 외교문제를 그리도 잘 풀어냈는지(중국, 중원에서 답을 얻다,126~127), 보면서도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감탄했다. 그뿐아니라 노래나('마법의 성'을 '편법의 성으로'), 유명한 세계 동화(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숙'으로), 초베스트셀러('정의란 무엇인가'를 '성의란 무엇인가')를 패러디 해 정말 웃게 만들었다. 그런 것을 보면 그의 창의력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단지 약간 거슬리는 건, 요즘 유행하는 비속어들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뭐 그런 것이 없이 풍자가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워낙에 비속어의 홍수에 살고 있는 시대라 이런 것을 조금은 피해갈 수는 없었을까? 개인적으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새삼 드는 생각은 도대체 '정치인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구든 저자의 레이더망에 걸리면 금방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아마도 가장 많은 풍자의 대상이 됐던 건 이명박 대통령이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세상이 좋아져서 그렇지 옛날 2,30년 전만해도 한 나라의 국가 원수를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만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었다는 것인데, 확실히 정치인들은 시민을 의식하되 연예인들과는 조금 다른 전술을 가진 족속들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치인들의 싸움은 링 위의 권투선수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들은 링 위에서 치고 받고 싸우지만, 알고 보면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난, 정치인들이 서로 밀고 당기는 정치쇼는 이제 그만 좀 봤으면 좋겠다. 진정 나라와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환호하지 않을  사람들이 있을까? 그들은 힘겨루기만 하면서 국민들의 심리만을 교묘히 자극한다. 그런 심리전에 말려들면 나라는 또 사분오열로 찢어지며 블랙홀로 빠지게 된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런 정치 풍자 만화가 그런 것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모든 것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존재한다고, 이것도 너무 좋아하면 정치를 너무 냉소하게 만드는 것이 되기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긴, 우리나라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은 나라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좀 정치를 냉소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든, 냉소하든 정치인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가가 있어야 정치가 있고, 국민이 있어야 정치인이 있다는 것이다. 분명 그들도 저자의 만화를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보면서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이 말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이 그렇게도 외치는 선진 정치 의식이 구현된다면 저자의 만화는 또 어떻게 바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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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5-09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이 책이 신간도서로 선정되었군요,, 제목이나 내용면으로 봐서 재미있을거 같아요. 특히 만화라서 쉽게 읽혀졌을거 같은 생각도 들구요 ^^;;
정치 풍자 만화나 글도 읽어보면 재미있잖아요 ㅎㅎ

그리고 오늘 <유토피아> 우편으로 보냈어요, 원래는 내일 스텔라님 집에 도착할거라고
예상되지만 하필 내일 휴일이라 내일 온다는 장담은 못하겠네요,,^^;;
어쨌든 이번 주 안으로 책이 올거에요 ^^

stella.K 2011-05-09 20:07   좋아요 0 | URL
아차, 그랬지요? 잊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잊고 있다 생각나게 해 주시니, 꼭 뜻밖의 선물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은데요?ㅋ
<유토피아> 청소년 시절부터 한번쯤 읽어보고 싶긴 했는데,
쉽게 읽혀질까 모르겠요.
그래도 시루스님 덕분에 한번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내일 징검다리 휴일 마지막 날인데, 보람있게 보내길 바랄게요.고맙습니다.^^


은비뫼 2011-05-11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돌잔치가 있었어요.
일찍 읽고는 그전에 서평쓰려했는데 아직도 못썼네요.
스텔라님의 글에 공감합니다. ^^
만화가의 풍자 정말 멋지더군요~~

stella.K 2011-05-11 11:12   좋아요 0 | URL
그렇죠?^^
나머지 책도 써야하는데 못 쓰고 있네요.ㅜ

잘잘라 2011-05-1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분노할 땐 분노해야 하는데, 이런 풍자 만화로 '해소'되 버리면 안되지 않나, 오히려 분노가 폭발할 수 있게 기폭제 역할을 해야하는 거 아닌가, 아니 뭐 풍자 만화로 해소될 정도의 분노라면 분노라고 하기 좀 민망한가, 등등 이런 저런 생각이 듭니다.

stella.K 2011-05-12 14:49   좋아요 0 | URL
그렇죠. 동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분노는 차있는데, 한방울만 더하면
확 넘칠 것 같은데, 그 한방울을 더하지 않아요.
귀찮고, 책임지기 싫거든요. 신변에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우린 앞으로 이러고 살게 될 것 같아요.
변혁이라는 거,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ㅋ
 
예술/대중문화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오랜 기다림 끝에 얼마 전 알라딘 평가단 책을 받았다. 솔직히 기대에는 못 미친 선정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선정도서가 100% 나의 기대를 만족시킬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래도 만화책만 두권이라니... 이런 선정만큼은 좀 피해야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못내 들었다. 내가 만화책을 평소에 잘 보는 타입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런 선정 방식은 별로 평가단을 배려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아, 물론 그렇다고 내가 만화를 평소 평소평가 하고 있다고 오해하진 마시길.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감탄하면서 읽고 있는 중이니까).  

아무튼 그렇다 보니 이 달에는 어떤 책이 선정될지 벌써부터 기대반, 걱정반이다. 부디 이번 달에는 좀 더 좋은 책이 선정되길 간절히 바라며, 나의 눈길 머문 책들을 둘러본다.  

한옥이여, 영원하라!- 김도경의 <지혜로 지은 집>

지난 달에도 서평단 적지 않은 분들이 집이나 건축관련된 책들을 많이 올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정되지 못했다. 이번엔 한권 정도 되면 좋겠는데... 

나이 들어 갈수록 한옥이 좋아진다. 한옥이 과학적이란 건 이미 오래 전부터 입증됐다. 얼마 전에 읽은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란 책을 보면, 그책 집의 구조를 큰 카테고리로 여러 가지 말을 주절거리고 있는데, 읽다보면 역사적으로 볼 때 새삼 우리 한옥이 얼마나 좋은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린 한때 한옥을 불편하다는 이유로 많이 없애버렸다. 그건 아마도 문지방과 부뚜막 때문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보게 되기도 한다. 

이건 여담인데, 어제 아는 사람과 얘기를 하면서, 엣날 반상이 유별하던 시절, 왜 상놈이 양반 보다 애를 더 잘 낳는가 하는 얘기를 했었다. 그것은, 여성의 아랫배에 해당되는 문젠데, 자고로 아랫배는 자궁이 있는 자리로서 그곳이 따뜻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옛날 종들은 늘 방에 불을 꺼뜨리면 안 되었기 때문에 쪼그리고 앉아 불을 짚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아랫배도 따뜻해지고 그래서 아기를 잘 났는 거라고 한다.  그런데 비해, 양반은 별로 따뜻하지 못한 환경에서 살았었다는 것이다. 방이라봤자, 아랫목만 겨우 따뜻했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아무튼 그렇게 듣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한옥이 또 한번 여기서도 입증된다고나 할까? 정말 지혜로 만들고, 지은 것들은 시대를 초월해 오래도록 살아남는 것 같다.  한옥이여, 영원하라!  

책이 꽤 튼실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현암사에서 나왔다. 그 이름만으로도 알아줄만 하지 않은가? 이 달의 평가단 책으로 선정되서 받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눈으로 읽는 음악- 나도원의 <결국, 음악>    

보는 순간 확 끌렸다. 책 표지가 옛날 트랜지스터 라디오 같은데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저 책에서 라디오 소리가 날 것만 같다.  

요즘, 세시봉이 전국 투어에 나서면서 다시 인기몰이 중에 있다. 왜 그토록 인기일까를 생각해 보면, 역시 음악은 추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주일 날, 아침일찍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내가 항상 타는 버스에서 어느 방송인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즐겨듣던 팝송이 나온다. 그곡들이 한창 인기를 끌었을 그 시절에, 난 그곡들에 맞춰 립싱크하면서 신나게 몸을 흔들어었다. 물론 살을 뺄 목적으로.  그 생각이 난다. 그때 난 혼자 방에서 했는데, 지금도 혼자 하려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지 못한다. 혼자도 쑥스럽고, 어색한 것이다. 그리고 어렸을 때 무슨 정신으로 그렇게 했을까? 신기할 정도다.  그리고 생각하는 건, 저 노래들을 한창 듣고 있었을 그 시절에도 분명 옛날 노래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덧 세월이 흘러 이 노래들도 옛 노래가 되어버렸으니 세월이 참 무삼하다.  

물론 저자의 책엔 내가 언급한 사항들은 없다. 그래도 몇년 뒤, 저자가 또  이와 같은 성격의 책을 내준다면, 거기에 작년부터 주목을 받았던 세시봉의 이야기도 한자락 넣어주지 않을까? 그리고 애증의 '위탄(위대한 탄생)'도 언급하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해 본다.  

인문학으로서의 음악-김종철의 <음악, 삶의 소리를 듣다>

 

얼핏 느끼기엔, 위의 <결국, 음악>보다는 한 수위의 책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소개의 말마따나 한때 우린 클래식이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했던 때가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음악을 ‘통섭의 눈과 귀’로 들어보라고 충고한다.  

이책은 클래식뿐만 아니라 음악이라고 하는 저변의 모두를 다루고 있다.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으면서 음악을 통한 삶의 통찰의 경지까지 보여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 영화를 집대성했다-이세기의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 

한때는 매니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꽤 부지런히 영화를 본적이 있다. 최고로 많이 본 때가 120이었나, 140편 정도 봤던 것 같다.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보지 못하고 있다. 이책 전에 그냥 영화로 1001편을 다룬 책이 있는 걸로 아는데, 이책은 우리영화만 뽑아 1001편이다.  전에 이렇게 저렇게 본 겹치는 한국 영화를 빼더라도, 1년에 약90편씩만 보아도 10년이 걸리는 대장정이긴 할 것이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이런 책 한권쯤 가지고 있으면 우리나라 영화의 흐름을 알 수도 있고. 꽤 가치있는 자료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쪽수가 천 페이지를 넘어가긴 하지만 도판이 많아서일 듯 하고, 그래도 맘만 먹으면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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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is film 2011-05-0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죽기 전에 봐야할 한 영화 1001> 이 책 좀 밀어주고 싶은데.. 아무도 없으시네요 ㅠㅠ

stella.K 2011-05-04 10:59   좋아요 0 | URL
ㅎㅎ 이 페이퍼 올리고 그런 책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요.
좋을 것 같긴한데, 청소년 책으로 분류가 되있더군요.
우리가 청소년 책 보기엔 또 좀 그렇지 않나요?ㅋㅋ

In this film 2011-05-04 11:05   좋아요 0 | URL
노노~ 절대 청소년책 아닙니다. 청소년도 볼 수 있다는 의미이지 이렇게 한국영화만 정리한 책을 접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지금이라도 페이퍼에 추가해 주세요 ㅜㅠ

stella.K 2011-05-04 11:11   좋아요 0 | URL
ㅎㅎ 그세 나타나셔서는...
알겠습니다.^^

2011-05-04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6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6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bc TV의 '위대한 탄생'을 항상 봐 온 건 아니지만, 그 시작은 안다. 작년 말부터였던 것 같은데, 이 기적 같은 프로그램이 아직까지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나름 신선했고, 정말 방송이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꿈을 꿀 수 있고, 그꿈을 이루어 갈수도 있는 거구나. 지켜보면서도 기특하고, 흐뭇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적어도 '위탄 12'를 뽑을 때까지 했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예선전 때 아줌마들도 더러는 나왔던 것 같은데 그들은 참가하는데 의의를 뒀는지, 거의 당연하다 싶게 어느 때부턴가 안 나왔다. 나는 역시 속으로, '위탄'관계자, 늬들도 별 수 없지? 될수있으면 젊은피 받아 오래도록 써 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거겠지? 뭐 이런 씁쓸한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젊은이도 살아 온 날들 보단 살아갈 날들이 더 많으니 기회가 많지 않은 나라에서 그런 사람들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야겠지. 하며 그것까지도 너그럽게 봐줄 수도 있다. 

그런데, 어제 나는 '위탄12'에서 10명을 추려내는 것을 보고, 오랜만에 다시 이 프로를 봤다. 이번엔 6명중 5명을 추려내는 거다. 그전까지는 두 명씩 탈락시키더니 어제는 한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점점 방송시간이 줄어들테니 이젠 한명씩 탈락시킬 모양인가 보다.  마침, 어제는 가왕 조용필 오빠가 친하 납셔서 출전자들을 격려하고, 또 조용필의 왕년의 히트곡을 불러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만큼 '위태한 탄생'밴드가 그 반주를 맡아, 출전자들이 조용필의 히트곡을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들은 기성기수 뺨치는 노래실력으로 온갖 포퍼먼스를 보여줬다.  

그런데 왠지 어제는, 출연자 6명이 조금은 지쳐있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그도 그렇겠지. 얼마나 지치는 싸움일까? 서로 격려를 하면서 고지를 향해 가지만 결국 그것도 경쟁이다. 차라리 일찍 탈락을 하면 포기나 빨리하지. 10에서 8, 8에서 6. 그리고 어제 5까지. 탈락의 쓴 잔을 늦게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그들의 부담감과 박탈감은 몇배 비례할 것이다.  

그들이 그런 포퍼먼스를 보여줄 때까지 한 주 동안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무엇보다 지친 상태에서. 뭔가 이쯤되면 인간이길 포기하고,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느낌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기까지 오기까지 평소엔 TV나 공연장이 아니면 결코 만날 수 없는 대스타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으니 그도 나쁘지 않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어젠 조용필까지 만났다. 앞으로 이들은 누굴 더 만나야 하는 걸까?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는 확실히 지치고, 진을 뺀다.  더구나 아나운서의 탈락자와 남을 자를 발표할 때까지의 진행방식도 보는 사람도 지치고 짜증나게 한다. 거기에 더 하나를 얹어, 어제는 정희주의 탈락이 문제로 지적됐다. 물론 이런 류의 문제는 12때부터 나오기 시작한 문제다. 이쯤되니 심사위원 멘토들의 높은 점수를 받고도 시청자의 점수 때문에 고배의 잔을 마셨으니, 심사위원이 무슨 필요가 있는 거냐고 항의가 나올 법도 하다. 나중엔 자신이 지지하는 출전자가 탈락하면 치고 받고 난동을 벌이는 사태까지 나오지 않을까 모르겠다.   

멘토들은 멘토대로 얼마나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그들도 해야할 일도 많을텐데 자신이 돌봐야 하는 양들이 있으니, 처음엔 그들의 인정많은 모습에 끌리고 신뢰가 가다가도 이젠 좀 측은한 생각까지 들었다. 

솔직히, 위탄 1호가 탄생이 되어도 그들은 아직 성공을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피를 말리는 상황이라면, 연예인들이 왜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지 왠지 그속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요즘의 세대는 전 세대와는 다르다. 전 세대의 사람들은 살기 위해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만큼의 절박함은 없다. 즐기며 일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세대다. 특히 어제 탈락한 정희주는 연습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성대 결절까지 왔나 본데, 모르겠다, 나는 차라리 어제 탈락한 정희주가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 위탄 1호가 되면 그의 생이 정말 행복할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차라리 파이널 무대 몇회까지 갔던 사람이 오히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지도 모른다. 1등. 그거 별거 아닌데 왜들 목매다는지 모르겠다는 기시감을 나는 어제 또 확인한 셈이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시즌2가 곧 시작될 모양인데, 난 좀 이 터무니없어 보이는 쇼(질주)는 이제 그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싫으면 내가 안 보면 그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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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Happin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허진호
주연 : 황정민, 임수정(2007)

이 영화를 보면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사람이 건강을 잃었다는 것이 과연 꼭 불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 영수(황정민 분)은 도시에 살았던 탕아였다. 때문에 그는 간경변이란 병을 얻었고, 그병을 고치기 위해 주변을 정리하고, 시골 어느 요양원을 찾아 든다. 그랬을 때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방만했던 자신의 삶에 대해 자책감을 느꼈을테고, 그동안 찌들었던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한적한 시골이 주는 낮설음과 어색함이 없지는 않겠지만, 차츰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시골도 사람 살만한 곳이고, 자신이 깨끗히 정화되는 느낌도 받았을 것이다. 더구나, 무슨 행운이었을까? 은희(임수정 분)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녀가 자신의 운명을 바꿔 줄 것만 같은, 운명의 여인이었으니까.  적어도 그녀는, 과거 그가 도시의 찌든 삶을 살았을 때 같이 살았동거녀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것만으로도 영수는 충분히 은희를 좋아할 수 있었다. 아니, 그가 병까지 얻었는데 동거녀로부터 버림까지 받았다는 건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그런 것을 은희가 받아 준 셈이니, 은희는 그의 베아트리체, 구원의 여인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더구나 둘은 같은 병은 아니지만 어쨌든 몸에 병을 가지고 있는 이른바 동병상련이다. 이것은 또 사람을 얼마나 친화력으로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인가? 

    

물론 사랑이 한방에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다. 위기는 기회라고 사람들은 누누히 말하지 않던가? 하필, 요양원에서 같은 방을 썼던 간암 환자였던 석구가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살을 한다. 이건 또 얼마나 영수를 흔들어 놓는 충격적인 사건이었겠는가? 그랬을 때 은희는 그를 흔들림없이 잡아줬고, 위로해 줬다. 그리고 그것은 둘이 요양원을 나와 같이 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부부처럼. 

그런데 그 계기가 또 좀 생뚱맞다. 영수의 방에 거의 잠입하다시피한 은희. 마음에 있어하는 남녀가 하룻밤을 보내는 보내는 거야 당연한 건데, 우리의 요양원 원장 선생님, 은희에게 따져 묻는 장면이 좀 우습긴 하다. "너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거야?" 뭐 대충 이런 대사가 있다. 그 대사 듣고 있노라면 은근 생뚱맞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한사람에 의해서 저 둘의 사랑이 질 낮은 사랑으로 매도된듯 하다. 누가 보더라도 저건 섹스를 위한 섹스가 아니고, 사랑하기 때문에 섹스하는 건데 그걸 그렇게 한마디로 매도하다니. 하긴, 우리의 원장선생님, 이들의 사랑을 그동안 모르지 않았는가? 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만 볼 수 밖에 없는 건 외눈박이 관심일수밖에 없다.  

 

 부부로 사는 건 또 얼마나 수고를 필요로 하는 것인가? 이제까지는 요양원에서 모든 숙식이 가능했지만  이제부터는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게 됐는데 그게 무에 그렇게 힘들겠는가? 이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영수는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서울에서 자신의 뒤를 봐줬던 친구와 전 동거녀가 다녀간 뒤로 영수의 마음이 차츰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그 무렵 그는 발목 잡았던 병에서도 완치되었다. 바로 그 지점이 내가 처음에 말했던, 병들었다고 해서 꼭 불운한 것이냐고 물어보게 되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건강이 누구에게는 오히려 영혼의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수가 병에서 완치되자 그동안 고개숙이고 있던 그의 모든 욕망이 되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방탕했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고, 의식을 했던 안했던 결국 그 시절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여기서 또 묻게 되는 건, 인간은 왜 어두운 것을 좋아하느냐는 것이다. 충분히 좋게, 건강하게, 희망적으로 살 수도 있는데 까닥 한발만 잘못 들어서도 인생은 파멸로 치닫고, 그런 자신을 돌아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반대로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려는 그것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사실 행복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약간의 구속도 있다. 이런 행복을 가꾸려는 노력없이는 행복은 결코 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수고가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행복을 가꾸려고 너무 노력한 나머지 자신을 소진시켜 행복을 잊고 사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랑하는 마음도 언제나 오래 가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영수가 은희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것은 아주 사소한 것이다. 이를테면, 은희가 밥을 너무 늦게 먹는다는 것. 그리고 은희의 폐를 관리하기 위해 힘들 게 내뱉어야 하는 안된 숨소리. 이 사소하고, 깊이 이해해 줘야할 것들이 그녀를 멀리하고 싶은 것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만 눌려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기분전환을 위해 둘은 놀이공원을 찾았는다. 하지만, 회전목마를 탄 영수를 볼 때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알고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은희의 표정은 또 얼마나 딱한 것이겠는가?            

사실 은희는 폐의 40%를 잘라낸 폐병 환자다. 그러므로 그녀는 어떠한 경우에도 숨이 차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 사실이 그녀에겐 가장 행복할 때와 가장 불행할 때 자각된다. 전자는 영수와 숙소에서 사랑을 나눌 때이고, 후자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할 때이다. 배신의 고통이 너무 심해 차라리 마구 뛰다가 죽길 바란다.  

  

행복은 그렇게 이 두 남녀에겐 오래 가지 못했다. 사랑하지만 영수를 거부해야 했던 은희도, 자기 자신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던 집을 그 스스로 나와야 했던 영수도 가련하고 측은하기는 마찬가지다. 그건 제3자인 관객이 봐도 뜯어 말리고 싶은 장면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지점쯤에서 또 묻는 것 같다. 이번엔 관객에게.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 같냐고? 

1년쯤 흐르고, 영수는 폐인이 되어 어느 노숙인 수용소(?)에서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옛 요양원 원장으로부터 은희가 곧 죽을 거라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병상에 갔을 때 하염없이 울기만 한다. 

이 영화는 인간의 행복에 대해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를 역설적으로 말하는 실존주의 영화란 생각이 든다. 인간은,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때 사랑을 모르는 존재다. 그렇듯, 행복할 때 행복을 모르는 존재다. 이 영화는 한편의 수채화 같고, 잔잔한 단편소설 을 보는 것 같다. 난 그런 허진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임수정의 힘들이지 않는 연기도 좋고. 

그런데, 결론은 뭐란 말인가? 결국 행복이란 자족하기를 바라는 마음. 바로 이 순간을 즐기려는 마음. 그것이 행복은 아니겠는가?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 봤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살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 매일 실감하면서 산다. 이것 자체도 행복이라고 말하면 할 말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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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1-04-30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이 뭐였더라?' 하고 잠시 패닉 상태가 되었습니다. -_-;
아, 그러고보니 어릴 때는 행복하게 보냈던 것도 같습니다.
지금은 늘 궁금합니다. 내가 추구하는 행복은 무엇인가. 나는 행복이란 게 뭔지나 알까?

비몽사몽에 댓글을 달고 있어서 뭔 소린지 모르겠군요..^^;

stella.K 2011-05-01 19:13   좋아요 0 | URL
오랫만이어요. 엘신님.^^
이러구 저러구 필요없구요, 그냥 추천만 해 주세요.ㅋ
근데 임수정 좋지 않아요? 난 좋던데.^^
 
`추리비평` 창시자 피에르 바야르 방한

 쿨하게 사과하라 

어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탓는데, 갑자기 택시 한대가 끼어 들었다. 순간 운전기사 아저씨 꼭지가 돌아 차문을 열고 고함을 치신다. "여기서 끼어들면 어쩌자는 거야! 저게 실성을했나?" 그러자 그 택시 운전기사도 절대 지지 않고 뭐라고 큰소리를 친다. 

물론 거친 말을 쓴 거야 이쪽 아저씨가 좀 심하긴 하지만, 저쪽 아저씨 미안하다고 사과는 않고 되려 큰소리치는 게 좀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도 목소리 큰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걸까?  

얼마 전, 이책의 저자가 나와서 강연하는 걸 잠깐 본적이 있다. 그는 한국 사람은 참 사과하는 게 인색하단다. 왜 그런가를 생각하면, 사과하면 자신이 더 손해를 본다는 무의식적 강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마 나도 그런가? 잠시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같다. 이를어째... 혹시라도 내가 실수하고 사과해야 하는데 안한 적이 있다면 비밀 댓글로라도 말씀해 주시라. 그럼 사과드리리다. 

암튼 그 저자는, 사과해야 할 때 사과했더니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조목조목 설명하는데 과연 그렇겠다 싶다. 특히 모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점잖은 의사체면에 책임지기 싫어 이리 빼고 저리 빼다가 오히려 법정까지 끌려가서 손해 보기 보다, 사과할 때 사과했더니 손실이 훨씬 적었다는 연구보고를 한다. 결국 사람의 목숨 보다 또는 돈 보다 중요한 건 쿨하게 사과하는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저 책이 읽고 싶어졌고, 동시에 어째서 저런 책까지 나와야 할까?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귀머거리새들의 대화 

어제, 피에르 바야르 좌담회에 다녀왔다.  

그런데 프랑스 남자들 은근 잘 생겼다. 오래 전, 르 클레지오를 봤을 때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피에르 바야르도 못지않게 지성미가 느껴진다(난 그전까지 프랑스 사람은 알랑 들롱만 잘 생긴 줄 알았다)  . 이 좌담회엔 피에르 바야르 말고도 방민호 교수 등 몇 사람이 참여했는데, 김연수 작가도 나왔다. 사실 난 피에르 바야르 보다 김연수 작가가 좀 더 궁금했다. 실제 어떤 인상일지, 무슨 말을 할지. 그런데 무엇보다도 김연수 작가 목소리가 참 보기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굵직한 목소리다.  

좌담회 역시 생각보다 훨씬 지적이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특이한 건, 방청객들에게 성냥곽보다 조금 큰 통역기(?)를 나눠줬는데, 그걸 오른쪽 귀에 끼고 들으면, 바야르 교수의 불어를 동시 통역으로 들을 수가 있다. 그건 좀 새로운 경험이다. 그러니까 방청객도 뭐라도 된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잡음이 장난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내 옆의 여자는 그런 게 필요없는지 나눠주는 통역기를 그냥 들고만 있던데, 약간 부러웠다. 

별로 기억나는 건 없는데, 이를테면 바야르 교수는 그런 말을 했다. 우리가 책에 대해서 말할 때 꼭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말을 해야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책 프롤로그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실제로 다 읽을 수도 없고, 설혹 다 읽는다 읽고 얘기한다고 해도 대화하는데 더 꼬이기만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슬쩍 아는 척만해도 대화는 훨씬 편하고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김연수 작가도, 작가생활 초기 때 애써 열심히 글을 썼더니 오히려 그 작품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에따 모르겠다, 그냥 내 식대로 쓰자 했더니 오히려 알아 봐주는 사람이 많더라고 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책에 대해서 채무의식 내지는 어떤 묘한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긴하다. 나만 보더라도,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만 할 것 같고, 그만큼 어쩌다 취향도 안 맞고 못 읽어 줄 책을 만나면 자괴감도 같고, 언젠간 읽겠지 하고 못 읽어 준 책에 대해서 죄의식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또 안 읽기로 한 책에 대해서 묘한 해방감 같은 것도 가지고 있다. 최근에 나는 그 유명하다던 미미 여사의 <모방범> 마지막 3권을 읽으려다 결국 포기했다. 이책 가지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도 누군가 이책 가지고 대화에 낄려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필히 읽고 대화를 해야할 것 같다. 예전 같으면  "뭐, 추리소설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요." 하고 슬쩍 넘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요즘엔 워낙 매니아층이 넓고, 이책 정도는 읽어줘야 하지 않을까?하는 책도 많아져 그렇게 흘려버리고 말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우리의 바야르 교수는 어제 이런 말을 했다. 아무리 그책이 좋아 이구동성으로 좋다고 말하는 것 같아도 서로 말하는 바가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달라서 꼭 귀머거리새들이 말하는 것 같다고. 우리식으로 말하면, 동상이몽쯤 되려나? 아무튼 그 표현이 재밌었다. 귀머거리새들의 대화라! 

아무튼 이책을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면서도 책에 매이는 이 묘한 채무의식에서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나도 조만간 이책을 읽어 볼까 한다. 마침 어제 바야르의 번역본을 두권에 만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해서 사고, 또 한번 채무의식을 치렀는데, 참 어쩌자고 이러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읽어야 할 책은 이미 내 방에 가득히 넘쳐나고 있는데 말이다. 이책 읽으면 진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지만 이책 절대로 다 믿을 건 못되는 것도 같다. 바야르 교수는 이책을 쓰기위해 얼마나 많은 텍스트를 섭렵했겠는가? 물론 그냥 설렁설렁 보고 자유롭게 썼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분의 설렁설렁과 나 같은 사람의 설렁설렁은 차원이 다를 것이다.  

그래도 좋은 건, 이런 책은 일종의 에세이류로 분류가 될 것 같은데, 이런 지적이고 위트가 넘치는 에세이는 대환영이고, 이제 좀 이런 류의 에세이가 나와줘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우린 너무 에세이를 감성쪽에만 촛점을 맞추는 것 같아 하는 말이다. 또 모르지. 그런 에세이가 알고 보면 꽤 있을런지. 이것도 알고보면, 알아보지도 않고, 읽어보지 않고 아는 척하며 하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그럴 땐 그냥 나도 귀머거리새려니 생각해 주면 고맙겠다.  

피에르 바야르 교수에 대해선 어설픈 나의 말 보단 차라리 기사가 날 것 같아, 먼대글 형식으로 여기에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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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1-04-2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연회를 많이 다니시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혹시 책을...알라딘에서 구입하셨나요? 쿨럭^^;)

stella.K 2011-04-29 11:16   좋아요 0 | URL
아니, 빵가게님이 저의 서재에 들러주시고!
황감합니다.ㅋ
사실 좀 더 꼼꼼하게 잘 써야했던 건데 그냥 저의 주관적인
느낌만 주절거렸네요.
지금 다시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랄까, 상당히 흥미진진한 시간이었거든요.
아마도 지적인 빵가게님이 들으셨어도 좋아할만한 시간이었을 텐데...ㅋ
책은 현장에서 샀습니다.
알라딘에서도 싸게 팔지만 이렇게까지 싸지는 않을 거예요.
만원에 두권이었으니, 땡 잡은 거죠.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