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의 '위대한 탄생'을 항상 봐 온 건 아니지만, 그 시작은 안다. 작년 말부터였던 것 같은데, 이 기적 같은 프로그램이 아직까지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나름 신선했고, 정말 방송이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꿈을 꿀 수 있고, 그꿈을 이루어 갈수도 있는 거구나. 지켜보면서도 기특하고, 흐뭇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적어도 '위탄 12'를 뽑을 때까지 했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예선전 때 아줌마들도 더러는 나왔던 것 같은데 그들은 참가하는데 의의를 뒀는지, 거의 당연하다 싶게 어느 때부턴가 안 나왔다. 나는 역시 속으로, '위탄'관계자, 늬들도 별 수 없지? 될수있으면 젊은피 받아 오래도록 써 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거겠지? 뭐 이런 씁쓸한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젊은이도 살아 온 날들 보단 살아갈 날들이 더 많으니 기회가 많지 않은 나라에서 그런 사람들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야겠지. 하며 그것까지도 너그럽게 봐줄 수도 있다. 

그런데, 어제 나는 '위탄12'에서 10명을 추려내는 것을 보고, 오랜만에 다시 이 프로를 봤다. 이번엔 6명중 5명을 추려내는 거다. 그전까지는 두 명씩 탈락시키더니 어제는 한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점점 방송시간이 줄어들테니 이젠 한명씩 탈락시킬 모양인가 보다.  마침, 어제는 가왕 조용필 오빠가 친하 납셔서 출전자들을 격려하고, 또 조용필의 왕년의 히트곡을 불러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만큼 '위태한 탄생'밴드가 그 반주를 맡아, 출전자들이 조용필의 히트곡을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들은 기성기수 뺨치는 노래실력으로 온갖 포퍼먼스를 보여줬다.  

그런데 왠지 어제는, 출연자 6명이 조금은 지쳐있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그도 그렇겠지. 얼마나 지치는 싸움일까? 서로 격려를 하면서 고지를 향해 가지만 결국 그것도 경쟁이다. 차라리 일찍 탈락을 하면 포기나 빨리하지. 10에서 8, 8에서 6. 그리고 어제 5까지. 탈락의 쓴 잔을 늦게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그들의 부담감과 박탈감은 몇배 비례할 것이다.  

그들이 그런 포퍼먼스를 보여줄 때까지 한 주 동안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무엇보다 지친 상태에서. 뭔가 이쯤되면 인간이길 포기하고,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느낌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기까지 오기까지 평소엔 TV나 공연장이 아니면 결코 만날 수 없는 대스타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으니 그도 나쁘지 않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어젠 조용필까지 만났다. 앞으로 이들은 누굴 더 만나야 하는 걸까?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는 확실히 지치고, 진을 뺀다.  더구나 아나운서의 탈락자와 남을 자를 발표할 때까지의 진행방식도 보는 사람도 지치고 짜증나게 한다. 거기에 더 하나를 얹어, 어제는 정희주의 탈락이 문제로 지적됐다. 물론 이런 류의 문제는 12때부터 나오기 시작한 문제다. 이쯤되니 심사위원 멘토들의 높은 점수를 받고도 시청자의 점수 때문에 고배의 잔을 마셨으니, 심사위원이 무슨 필요가 있는 거냐고 항의가 나올 법도 하다. 나중엔 자신이 지지하는 출전자가 탈락하면 치고 받고 난동을 벌이는 사태까지 나오지 않을까 모르겠다.   

멘토들은 멘토대로 얼마나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그들도 해야할 일도 많을텐데 자신이 돌봐야 하는 양들이 있으니, 처음엔 그들의 인정많은 모습에 끌리고 신뢰가 가다가도 이젠 좀 측은한 생각까지 들었다. 

솔직히, 위탄 1호가 탄생이 되어도 그들은 아직 성공을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피를 말리는 상황이라면, 연예인들이 왜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지 왠지 그속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요즘의 세대는 전 세대와는 다르다. 전 세대의 사람들은 살기 위해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만큼의 절박함은 없다. 즐기며 일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세대다. 특히 어제 탈락한 정희주는 연습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성대 결절까지 왔나 본데, 모르겠다, 나는 차라리 어제 탈락한 정희주가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 위탄 1호가 되면 그의 생이 정말 행복할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차라리 파이널 무대 몇회까지 갔던 사람이 오히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지도 모른다. 1등. 그거 별거 아닌데 왜들 목매다는지 모르겠다는 기시감을 나는 어제 또 확인한 셈이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시즌2가 곧 시작될 모양인데, 난 좀 이 터무니없어 보이는 쇼(질주)는 이제 그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싫으면 내가 안 보면 그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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