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의 성공만 보는 모범생 여직원 너무 많아”

박선이 전문기자의 커리어우먼 탐구
대한민국의 여상무들 난상토론

일에 대한 열정은 필수… 적극적 대인관계로 자신을 알려라

길게는 28년, 짧게는 18년. 1980년대 초·중반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상무에 오른 100대 기업 여성 임원들은 ‘열정’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내놨다. 전문분야를 살리기 위한 재(再)교육과 사내외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는 네트워킹도 필수요소로 꼽았다. 신입사원 출신으로 상무에 오른 5명이 ‘여성으로 일하고 성공하기’ 생생한 체험을 털어놓았다. 저출산과 이혼율 급상승이 요즘 우리 사회의 큰 현안이지만, 이들은 안정된 결혼생활과 가족의 지원이 일을 계속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모두 자녀를 2명씩 두었다.

◆나는 여성이다!

―특별히 난 여자니까, 하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선후배 동료를 ‘달래가면서’ 일해왔다. 하지만 여성이라서 소극적인 행동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열성적으로 일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하고, 평판도 중요하다. 경조사를 꼭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인간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

-여성이라는 자각은 늘 있어왔다. 특별히 세심함, 친화력 같은 것을 살리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물론 단호한 결단력과 추진력이 함께 가야 한다. 아니면 물렁한 사람으로 치부된다.

-여성이라서 유리한 점이 얼마나 많은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반영하려는 포용력과 친화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울타리를 넓히는 것도 ‘실력’이다-네트워크 만들기

-등산, 골프를 함께 하며 신뢰를 쌓아가면 그게 다 일과 연결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이런 자리에 다 참여한다는 게 어렵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빠지면 안 된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열심히 하라. 사실 비공식이라는 말도 안 맞는다. 직장에서는 비공식 접촉이 곧 공식적 접촉이다. 울타리가 얼마나 넓으냐가 그 사람의 능력과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여성들이 좀 멀리 보고 넓게 봐야 한다.

-여성 상사와 동료가 별로 없었기에 남자 상사들이 역할 모델이었고 생존의 끈이었다. 처음에는 관심사나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는 데서 출발하더라도, 결국은 일의 도움을 얻게 된다. 개인적으로 감정이 혼란스럽거나 의사결정이 어려울 때 의견을 들었다.

-업무로 부딪힐 일이 없는 사람들과도 적극적인 관계를 가져라. 이들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오히려 더 높일 수 있었다.


◆여성들은 코앞의 일만 보는 ‘모범생’이 너무 많다

―‘의식화 교육’ 차원에서 여성 리더십 훈련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남성들과 비교했을 때, 여성들은 아주 사소한 일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상사와 뜻이 안 맞는다고 사표를 던지는 것은 자신과 조직 모두에게 무책임한 일이다. 세상에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사람’ 때문에 자신을 던지나. 상사와 안 맞을 때는 먼저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봐야 된다. 다른 데로 옮겨도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

-여자 상사, 여자 동료와의 갈등은 오히려 여자들이 더 많이 호소하는데, 그렇게까지 마음에 상처를 받을 정도로 몰두해야 할 일인가 싶을 때가 많다. 전체적으로 성숙하게 보고 자기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더라도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여성을 위한 별도의 리더십 교육은 꼭 필요하다. 사회구조가 이미 남성 중심으로 짜여있어서 기존의 네트워크에는 들어가기 어렵다. 관계형성 방법과 문제 풀어가는 방법 등 남성들 중심으로 형성된 현재의 구조에 대해 잘 알고 대처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과장 때는 차장, 부장 때는 또 그 이후를 내다보며 준비를 해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공부도 해야 하고) 자신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을 기회로 생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준비가 있어야 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노력이 있어야겠고,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갈등은 어떻게?

-상호 신뢰가 없어서 갈등을 빚는 일이 있다. 내가 남성이었다면 같이 술을 잔뜩 마시거나 쥐어 패서 말을 듣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짧게 보지 말라. 소탐대실이다. 웬만한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단계로 나가라. 강한 체력은 필수. 일과 삶, 사람들의 관계에서 균형을 잃지 말고 일을 즐겨라.

-성공을 목표로 일하면 바로 앞만 보게 된다. 일에 대한 열정과 보다 수준 높은 퀄리티를 목표로 한다면 성공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다.

◆가정과의 양립

-결혼하지 않고 성공하는 것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일과 가정생활을 다 잘하는 것이 진정한 남녀차별이 없어지는 것이다. 남자들 또한 그렇게 살지 않나. 그래서 나는 젊어서부터 내가 버는 돈을 살림 도우미에게 투자했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였다. 젊어서 월급이 적을 때는 그게 꽤 큰 부담이었지만, 지금 계산해보면 큰 수확을 거뒀다고 본다.

-일과 가정생활 두 가지를 다 잘 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만 쌓인다. 차라리 그때그때의 상황에 최선을 다하라고 권하고 싶다. 필요하면 한쪽에 치우쳐야 하는 것이다.

정리=박선이 여성전문기자 sunny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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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6-10-09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정과의 양립... 그거이 말처럼 쉬운가요..--;;; 에효... OTL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남자의 가정생활과 여자의 가정생활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 5명중 아는 사람도 있네요.. 흐.. ^^

stella.K 2006-10-09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ㅜ.ㅜ 명절은 잘 지내셨나요?^^

ceylontea 2006-10-09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명절은 회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