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은 삐돌이다.
지난 토요일 저녁을 먹으라고 소리를 치니
자기 못 알아 먹은 건 생각도 안하고 왜 소리치냐고 삐졌다.
아니 내가 뭐 짜증을 낸 것도 아니고 못 알아 먹길래 톤을 좀 높인 걸
가지고 삐진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럼 또 그러겠지.
화냈다고. 짜증부렸다고.
걘 이번만 그런 게 아니다.
그전에도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성질을 폈다 오무렸다 한다.
솔직히 그럴 때면 나도 좀 짜증이 났다.
얘는 뭐 할게 없어서 이런 것도 대범하게 못 넘기나?
나이가 몇 갠데...?
그런데 그거 따져봤자 싸움만 나고
아무튼 걔는 멘탈이 무슨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것 같다.
난 남자들 삐지면 옛날 연극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남자애들 얼마나 삐지기 잘했던지
그때 친하게 지냈던 누가 그랬다.
"언니, 남자 얘들 얼마나 삐지기 잘하는데요? 아주 삐돌이에요. 삐돌이."
그때 나는 좀 둔했는지 남자는 화는 내도 삐지기 좋아한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그렇게 얘기를 해서일까?
정말 남자들 삐지는 거 너무 잘하는 것 같다.
오죽했으면 여자 단원들 사이에 공공연히 블랙리스트까지 다 돌았을까?
뭐 이명박이나 박근혜만 블랙리스트 있는 거 아니다.
분위기를 저해하는 사람은 다 블랙리스트감이다.
남자들은 그렇게 삐져있으면 좌중의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시절 블랙리스트 1번 얘가 좀 그랬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기분이란 건 다 똑같은 것 같다.
남자라 어떤 감정은 더 세고 약하고가 없고,
여자라고 해서 덜한 감정이 있고 더한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감정 또한 나이를 먹지 않는다.
나이 많이 먹었다고 감정조절을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어리다고 해서 그것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건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평생 안고 가야할 숙제는 아닐까?
그래도 남자들 삐찌지는 것만 덜해도
여자와 평화롭게 잘 지내고 페미니즘의 문제 반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난 정말 삐지는 남자는 딱 질색이다.
남이면 안 보기나 하지.
가족이 그러면 그건 저주다.
너 바깥에 나가서도 그러니?
하긴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 나가서 안 새겠니?
그런데 그런 사람있다.
바깥에 나가선 세상에 다시 없는 평화주의자고,
집안에서는 파시스트.
부조리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