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우연히 TV에서 '대학생 국토대장정'을 리포트 방송을 보았다. 그게 벌써 19회를 맞았다고 한다. 정말 젊을 때 한때 자신을 이기는 극기 훈련의 방편인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웬지 그걸 보는 게 편치만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각박한 세상인데 사람들은 왜 자꾸 자신을 이기라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을 이겨서 어디다 써 먹을 건지는 정하기는 했나 모르겠다. 물론 전쟁중엔 전우애가 있다고, 일부러 그런 고난속에 나를 몰아넣고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런데 그게 왜 나는 가짜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정말로 나를 이겨야 한다면 그 방법 밖엔 없는 걸까? 정말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건 전투를 방불케 하는 상황속에서만 가능한 건지 묻고 싶다.   

 

행사를 치르는 기준과 방법이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땐 이건 다분히 남성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21일을 오로지 걷기에만 집중한다. 비가 오나 뙤악볕이거나 오로지 걷기만 해야한다. 거기엔 여행이 주는 낭만과 긴장감 같은 건 처음부터 없다. 우리나라 국토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지, 그곳이 무엇이 유명한지 이런 건 꿈도 꿀 수가 없다. 아르바이트를 포기하면서까지 황금 같은 기회를 꼭 이런데 써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21일 동안 아무런 사고없이 참가자들이 완주하냐면 그렇지도 않다. 거기엔 항상 의료진이 따라 붙는다. 안 그래도 사고는 여름에 집중되는데 부족한 의료를 그런 것에까지 배치해야 한다는 게 좀 낭비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중도에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은 완주하지 못한 것에 열패감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나를 이기겠다고 참가해 놓고 이게 뭐냐고. 그런데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런 학생이 있다면 나를 이기는 방법은 반드시 그런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가급적 빠른 시간안에 깨달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그들의 규칙중엔 3분안에 샤워 끝내기라는 것도 있었는데 아무리 극기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 민중은 개, 돼지라고 입 한 번 잘못 놀렸다 망신을 당한 사람도 있다지만, 우리의 삶 곳곳에 그와 같은 폭력이 없을 거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더구나 그걸 아예 공식화한 게 이 행사는 아닐까 의심이 가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런 행사에 참여하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추억은 될 수 있겠지. 하지만 남성성이 다분하다는 점에서 이게 과연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는 건지 따져 봤으면 좋겠다. 19년이나 됐으니, 1회 참가자들이 지금은 기성 세대가 됐을 것이다. 지금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때를 평가한다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헬조선이라고 말하는 시대에 사회 제도는 변화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정신 재무장이라는 것만을 강조하며 무조건 강하게 견디고 살아 남으라고 이 행사를 이 더운 여름에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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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6-08-28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개고생으로만 기억에 남을 이 행사가 19년이나 지속되어 왔다는것 자체가 놀랍네요 ㅡㅡ 진짜 왜 자꾸 이기라고만 하는지. 나를 이겨서 어따 쓸건지 누군가는 알고라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stella.K 2016-08-28 20:31   좋아요 0 | URL
앗, 헬라스님, 그렇잖아도 님의 서재에 들렸다 오는 길인데.
책 엄청 좋아하시나 봐요.ㅎ

그렇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죠?
정말 찌질한 한국입니다.
이게 또 대단하게 애국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이어요.ㅉ

hellas 2016-08-28 20:34   좋아요 0 | URL
너무 몰아붙이고 실패를 폄하하는 분위기는 정말이지 보고있자면 답답해요.


책은 사랑입니다:):)

stella.K 2016-08-28 20:42   좋아요 0 | URL
여자가 만일 이런 행사를 주관한다면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을 해 봤어요.
이건 다분히 폭력적인 것 같아요.
폭력을 의식화 할 필요없잖아요.
뭣이 중헌지도 모르면서...

yamoo 2016-08-28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게요, 그니까...군대에서 행군이라는 게 있잖아요...그 행군을 하게되면 걷는 와중에 별의 별 생각을 다하게 됩니다. 모든 훈련 중에서 가장 힘든 건데요....국토대장정은 군대의 행군보다 훨씬 먼 거리를 걷습니다. 물론 군장같은 거 매지 않고 편한 신발을 신지만...워낙 장기간 걸어야 하기에 극기훈련 중 최고일겁니다. 이건 해병대 캠프 체험 같은 거와 비슷하긴 한데, 강도는 정말 하늘과 땅차이죠. 그냥 자기 한계를 시험해 보기 위해 하는 거입니다. 에베레스트 산 등정을 하는 사람의 사고와 비슷한 데가 있죠. 네, 전 그리 생각합니다.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체험을 해 봄으로써, 정신적인 문장을 단단히 한다...뭐, 그런 취지에서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거겠지요. 군대 문화의 한 단면일 수도 있겠지만, 나름 의의가 있어, 계속 하나 봅니다. 저도 저 프로 엔날에 봤는데, 개인적으론 왜 참석하나...하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ㅎ

stella.K 2016-08-29 12:53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러니까요. 저도 야무님 같은 생각을 지금까지 했거든요.
그리고 그 생각이 아주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면 이게 맞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는 거죠.
이런 식으로 계속 돌아가고 있다는 거. 그게 마치 정신함양에 최선인 양
하는 게 좀 거슬린다는 거죠. 좋아서 하는 거야 뜯어 말릴 수 없지만
이건 확실히 남성의 전투성 경향인데 그런데까지
여자를 끌어들이고, 이게 남성의 건강함을 대변한다는 게
전 좀 마땅치 않아요. ㅠ

cyrus 2016-08-2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토대행사 안 하길 잘 했어요. 유격훈련 행군 힘든 것 생각하면 다쳤던 발이 욱신거려요. ㅎㅎㅎ

육체 에너지를 소진하는 일을 극기 훈련으로 포장되는 이벤트가 너무 많아요. 그러다가 다치면 누가 책임치지도 못해요. 다치면 결국 자신만 손해 봅니다.

stella.K 2016-08-29 14:00   좋아요 0 | URL
그걸 방송에서 하고 있다는 게 웃긴 것 같아.
그리고 마치 그런 거 안하면 젊음도 아니고
되게 이기주의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런 거 하면
되게 건강하고 이타주의인 양 하는 것도 웃기고.
솔직히 극한에서 이타주의가 나오나 새삼 의문스럽기도 해.

너도 그러는구나. 나도 요즘 발목이 자꾸 욱신 거린다.
동병상련이야. 그지?ㅋㅋㅋ

cyrus 2016-08-29 14:10   좋아요 0 | URL
국토대행사 하는 것보다 운동장에서 뛰어 놀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 ㅎㅎㅎ

어머니가 비 오는 날에 저한테 물어봐요. 다친 발 욱신거리지 않느냐고요. 아직까진 그런 경우는 없는데 오래 걸으면 발등이 욱신거려요.. ^^;;

stella.K 2016-08-29 15:40   좋아요 0 | URL
헉, 정말.....?
벌써 그러면 어떻게...ㅠㅠ
난 오래 걸으면 발목이...ㅋ

그니까. 아니면 둘레길도 좋잖아.
명상과 걷는 게 함께 있어야 나를 찾고 이기는 거지
그게 무슨 나를 찾고 이기는 거냐구?
순진한 애들 후려치기나 하고.ㅉ

yureka01 2016-08-2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치고는 가혹한 일정이네요...극기..이름이 참 좋긴한데 자칫 이걸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단체가 있더군요....그렇게 꼭 단체로 군대처럼 줄지어서 할 것도 없거든요....자신을 찾고 알아가는 걷기야 백번 좋다고 할 수 있지만 빡빡한 일정에 자칫 다치면 이게 보통문제가 아니거든요...하여간 단체로 뭘 하는거..별로 좋은 구석을 본적이 잘 없어서 말입니다...

stella.K 2016-08-29 14:05   좋아요 0 | URL
ㅋㅋ 맞아요. 단체로 해서 좋은 구석 못 봤어요.
그게 꼭 그거여야 하는 것도 웃기고.
산티아고 같은 거 그런 것도 충분히 자기를 찾는 거잖아요.
이건 떼거리로 뭐하잖은 건지...
전 씼는 자유를 제한 한다는 거에 놀라겠더라구요.
이건 진짜 사람을 개 돼지로 만드는 거지 그게 무슨...
이런 거 반대서명하는 거 없나요? 당장 서명할 거예요.
아니면 비리 좀 밝혀내던가. 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