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끼고 책 주문을 하는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여기가 아니고 다른 곳에서 책 주문을 했는데 원래는 전날 시켜서 다음 날 오후에는 받겠지 생각했다.
당일배송 전에 몇 번 이용해 봤지만 그날 시키면 해 떨어지고 나서야 겨우 도착이 되는데 난 그게 오히려 번거롭고 신경 쓰여 잘 이용하지 않고 있다. 모르긴 해도, 택배 아저씨 여기저기 다 돌고 퇴근하기 전 마지막 배송지가 우리 집이 되는 것 같은데 그게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우리 집 다롱이 짖는 것도 그렇고. 아무튼 여러모로 신경 쓰여 잘 이용하지 않고 있다.
명절이 10일 정도 남긴 했지만 택배 회사가 그렇게 바쁠 줄은 몰랐다. 오기로 한 날을 넘기고, 그 다음 날도 도착하지 않았다. 확인차 서점에 전화를 해 보니 배송중이라며 오늘은 도착할 거라고 했다. 명절도 끼었으니 그런가 보다고 넘어 가려고 했다. 그런데 웬열. 그 다음 날도 안 오는 것이다. 이쯤되면 좋게 생각하려고 했던 나도 짜증이 슬슬나기 시작한다. 더구나 주말이니 휴무거나 일찍 퇴근해 버리면 어디가 알아 볼 때도 없다. 그러니까 나의 짜증도 그런 날은 좀 더 일찍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껏 답변이 지금 배송중으로 나오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리란다. 자연 나의 목소리는 격앙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기다렸는데 그까짓 모니터 상황에서 나타난 걸 가지고 상담이라고 하고 앉아 있으니 열 받을 수밖에. 좀 더 성의 있게 그럼 택배사에 문의해 보고 다시 연락 드리겠다고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전화 받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도 기분은 안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쩜 택배에 전화를 해서 알아 보는 과정에서 그 사람도 화를 냈을지 모를 일이다. "당신네들 땜에 고객으로부터 또 말 들었잖아요. 일 좀 똑바로 할 수 없어욧!" 아니면 택배가 워낙에 거칠고 고된 노동이니 감히 그런 말도 못하고 뒤에서 감정을 삭이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지. 그렇다면 그들의 감정은 어디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나는 나대로 특수철이니 감안해서 하루 정도는 참아주지만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배송 과정에서 분실했을지 모를 일이고, 주문한 책 얼른 받아보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다. 고객의 전화에 냉큼 "확인하고 연락 드리겠습니다."만 해도 서로 기분은 덜 상했을텐데...
이 모든 것이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영감 때문이라고 돌릴수도 없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기엔 이 영감님 꽤나 인상적이게 생겼다. 사진도 무슨 배우 포스가 나고.
책을 받고 보니 놀라운 건 책껍데기 안쪽이 완전 이 작가 브로마이드다!
그런데 이 사람은 여러모로 놀라운 사람이다. 사실 이 사람은 1968년생. 아직 영감으로 불리기엔 억울한 나이다. 아저씨! 아무래도 그의 끽연이 그를 저렇게 만든 건 아닌가 싶다.
<나의 투쟁> 이 한 작품만으로도 3천 장이 넘는 원고를 썼다. 총 여섯 권이란다. 우리나라엔 2권까지 번역되어 나왔다. 뭐 작가야 자기 좋아서 그렇게 썼다지만 번역한 사람은 뭘까?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요즘 자서전에 꽂혀 읽겠다고 샀지만 과연 난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을까? 의문스럽기도 하다. 어떤 작가는 자신의 글 쓰는 행위를 글감옥이라고 했지만, 독자에게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책 감옥이 될 것이다.
아침에 이불 속에서 몇 장 읽었는데 남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그러니 어제의 그 소동을 어떻게 이 사람 탓으로 돌릴 수 있단 말인가?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