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이달의 당선작'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
먼저 고개가 숙여지는 페이퍼입니다.
저는 이렇게까지 꼼꼼하고 세심하게 생각하지 못했고, 또 이렇게 논리적으로 쓸 자신도 없습니다. 그런데 야무님의 페이퍼를 읽으니 오히려 제가 지금까지 알라딘 이달의 선정작에 불만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 민망할 정도입니다.ㅠ. 불만만 가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만큼의 생각과 논리를 가지고 불만을 가져도 가지고, 문제제기를 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얼마 전, 서평이 뭐냐는 알라디너들의 여러 다양한 글을 읽으면서 저도 그틈을 이용해 한마디 할까 하다가 포기했습니다. 다른 해야할 일도 있고, 이 정도의 글들을 쏟아냈으니 알라딘도 고민은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야무님은 알라딘이 선정작을 선정단에게 전권을 일임한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저는 반대로 선정단의 좋아요를 참조해서 최종 선정은 알라딘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든 알라딘이 선정작을 어떻게 뽑는지 그 진실을 규명하지 않으니 현재로선 온갖 추측만 가능한 상황이네요.
하지만 어떤 쪽이 됐든 문제는 다 있어 보입니다. 선정단에 일임했다면 이건 알라딘이 선정작을 방임했다는 것이 됩니다. 솔직히 저는 선정단을 뽑는다고 했을 때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선정단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선정단도 인간인지라 자신이 좋아하는 알라디너에게 거의 습관적으로 좋아요를 누를 수도 있고, 잘 쓴 글이긴 하나 나와 교류가 별로 없거나 싫어하는데 좋아요 누르기란 쉽지 않거든요.
또 반대로 선정단은 참고만 하고 알라딘이 최종 결정을 하는 거라면 전에도 말했지만 알라딘은 선정단을 이용해서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함으로 해석이 된다는 거죠. 왜냐하면 그래야 자신이 만들어 놓은 제도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가 옹호하게 되는 거니까요. 공정한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사실 이달의 당선작은 님이 지적하신 것 외에도 제가 볼 때 극과극을 달리는 글도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글은 거의 철학이나 논문 수준의 글도 있고, 어떤 글은 어떻게 이런 글이...? 하는 것도 있다는 겁니다.
또한 이달의 리뷰도 리뷰지만, 어느 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이달의 리뷰와 이달의 페이퍼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책에 관한 이야기는 리뷰에서도 많이 하는데 페이퍼 역시 온통 책 얘기라면 리뷰와 페이퍼의 차별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거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페이퍼는 좀 더 스펙트럼을 다양화 해 감동이 있고, 꼭 다룰만한 이슈라면 선정될 수도 있을만도 한데 말입니다. 그래서 알라디너들은 그래야만 하는 줄 알고 책 얘기만 답따합니다. 그래야 당선률이 높아질테니까.
하다못해, 저도 가끔 그럽니다만 어떤 알라디너가 어떤 문학행사나 작가와의 만남에 다녀와 그에 대한 취재 글을 써도 그건 이달의 당선작에 낄 수 없습니다.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건 행사진행 파트에서 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모든 행사에 취재 글을 썼다고 잘 쓴 글에 적립금을 주지는 않지요. 그럼 대신 이달의 페이퍼로 줄 수도 있는데 주질 않는다는 겁니다. 이건 그냥 스펙트럼 얘기하다 한 예를 들어 쓴 것 뿐입니다.
그런데, 이미 지적했지만 이런 공정하지 못한 당선작 제도에 두 부문에서 당선돼 적립금을 몰아주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그 당선작을 지금까지 한 번도 놓치지 않는 알라디너들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물론 그들이 글을 잘 쓰는 거 인정하지만 어떻게 매번 지금까지 당선작에 뽑힐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인해서 당선될만한 다른 사람의 글이 제외된다는 걸 알라딘도 모르지 않을텐데 왜 이 문제를 개선하려고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거기엔 그런 생각도 들 것 같습니다. 적립금 받고 싶어? 그럼 당신들도 이만큼 써. 그러면 적립금 줄게.하는 암묵적 의도. 가랭이 찢겠다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이런 불쾌하고, 비합리적인 당선작 제도가 어딨겠습니까? 분명 좋은 글을 많이 쓰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제도일 텐데 이런 편중과 특정인에 대한 편애는 그 취지에 맞는 건지 오래 전부터 알라딘에 묻고 싶었습니다.
남의 동네 얘기해서 안 됐지만, 저는 알라딘 외에도 예스 24의 혜택을 누려보기도 했는데, 거기도 우수 리뷰를 뽑긴 합니다. 거긴 주간 단위로 뽑는데 적립금도 여기보다 높고 높은만큼 중복이나 연속 당선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남의 글을 심사한다는 건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 받지 않기 위해 중복이나 연속을 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언젠가 cyrus도 그런 얘기를 했지만 저 역시도 처음엔 적립금 때문에 리뷰를 쓰기 시작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당선의 기쁨도 누렸지요. 지금도 당선작에 목이 마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또 한편 드는 생각은, 내가 글 쓰는 게 좋아서 쓰는 건가? 적립금 때문에 글을 쓰는 건가? 갈등할 때가 있다는 겁니다. 분명 적립금은 어느 정도 글 쓰기에 동기부여가 되는 건 사실이지만 어떤 땐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면 알라딘에 글을 쓰기가 편치않게 되죠. 리뷰를 쓰느라 하루를 다 소비하고 그래서 당선이 되면 그나마 위로를 받긴 하겠지만 안 되면 내가 뭐하는 건가? 허무하기도 합니다.
예스 24는 이런 점을 보완해줍니다. 파워문화블로그란 제도가 있어 그게 되면 일정 기간 문화지원금을 받으면서 잘 써야 한다는 강박없이 자유롭게 쓰죠. 대신 몇 가지 의무조항은 있습니다. 그것도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구요. 전 예스24가 좋아서 선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블로그에 글 쓰는 사람에 대한 질적인 향상과 자유를 그런 식으로 보장해 준다는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옛날 생각이 나네요. 처음 이렇게 당선작이 시행될 거라고 했을 때 저를 포함해 몇몇 알라디너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적잖은 사람들이 동감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또 적지않게 욕을 먹기도 했지요. 협박도 받았고, 조롱과 인격모독도 당했습니다. 그런데 생판 알지도 못했던 분이 왜 분탕칠을 하냐고 호통을 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까 왜 똥칠을 하냐는 건데, 그분은 토론이나 논쟁을 분탕칠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아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분도 계셨죠.
나는 알라딘을 좋아합니다. 더 정확히는 알라디너들을 좋아합니다. 다른 어딜 가 봐도 우리 알라디너처럼 좋아요 잘 눌러주고, 무플이 되지 않도록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댓글 달아주는 곳은 여기 밖엔 없거든요. 또한 문제가 있으면 비록 논쟁이 될지라도 그것에 대한 진지하고도 역동적인 논의가 있습니다. 이는 다른 곳은 없는 알라딘만의 독특하고도 좋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내딛고 있는 곳을 무조건 좋다고 찬양하는 곳은 북한 밖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처럼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소통이 잘 되고 있는 곳이냐, 문제는 없는가 끊임없이 논의하고 논쟁하는 곳이 오히려 더 건강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라딘도 그런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라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라디너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알라딘을 변화시킬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논의를 할 때 알라딘도 뒷짐만 쥐고 있지말고 적극 경청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고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올려주신 야무님을 비롯한 여러 알라디너들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