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새끼의 출근
메트 노가드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언젠가는 꼭 읽고 말거라고 벼르고 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데르센 동화에서 그 이야기를 취해 직장인들이 직장내에서 맞닦뜨릴 수 있는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나의 흥미를 끌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나의 기대 이상의 것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그저 단순히 직장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를 속시원하게 해결해 주겠다는 그렇고 그런 고루한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조금만 주위를 기울여서 동화책을 읽고 있으면 동화가 단순히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세상 사는 방법이나 세상을 보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막상 어린 아이는 그것을 잘 모른다. 아이들은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할 뿐, 교훈이 뭐고, 이 동화가 얘기하려고 하는 건 뭐냐는 것엔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 동화의 해석은 늘 어른들의 몫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특이하게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데르센 동화의 스펙트럼을 어린 아이가 아닌 성인. 그것도 직장인들에게 그 포커스를 맞췄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를들면 표제작인 '미운 오리 새끼의 출근'은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왕따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 경우엔 인간의 소속감과 따돌림에서 나오는 인간의 소외와 기만의 문제를, '쇠똥구리'에선 직장인의 나르시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밖에도 '식료품점의 니세'는 직장인이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다루고 있으며,  이상에만 사로잡혀서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직장인의 문제를 '전나무'란 동화를 통해 되짚어 보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 '나이팅게일'을 통해서는 그 어느 것에도 매이지 말고 열정적으로 소신있게 일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이 책의 즐거움은 흔히 단 몇편 밖엔 알지 못하는 안데르센 동화의 또 다른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었다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게다가 저자가 덴마크 출신으로 안데르센 동화에 정통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단순히 알리는 것에 끝나지 않고, 카운셀러겸 컨설던트라는 자신의 직함을 살려 작가 특유의 혜안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관해 깊은 통찰을 가지고 담담히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나의 일과 관련해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의외로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없어 하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인지 조차 의문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새삼 놀라곤 한다. 그들은 일에 대한 자긍심이나 생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못한 채 그저 경제적인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그 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어떤 이는 아직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방황하고 있지만, 어떤 이는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두기도 한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한다. 언제 감원의 대상이 될러지도 모른채 불안하게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런 병리현상 속에서도 현대 사회의 일과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가치를 논하는 저자가 있다는 게 반가웠다. 물론 이 책은 내가 그 일을 할 사람이냐 아니냐 또는 자신이 무슨 일을 했으면 좋겠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른바 정체성의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에겐 그리 도움이 안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직장내에 있을 때에 있을 수 있는 문제와 인간의 가치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책일테니까.

하지만 이 책 자체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좋은 책이다. 꼭 직장인이 아니어도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강추!.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로드무비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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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7-12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이 강추, 라고 썼다면 뭔가 있을터.. 저두 로드무비님께 (덩달아) 감사를 ^^
추천해요, 오랜만에 님의 리뷰 보니 반갑고 읽고 싶은 충동이...

비로그인 2005-07-1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리뷰 잘 봤습니다. 적극 동감이에요~^^

니르바나 2005-07-1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말씀대로 일타 이득의 좋은 책이로군요.
리뷰에 추천을 드리면 일타 삼득이 되나 모르겠네요.
로드무비님께서 선물하셨군요. 알라딘의 큰손이신가 봅니다.

stella.K 2005-07-1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리뷰에서 추천 받아 보는군요. 기뻐라~니르바나님 말씀마따나 일타삼득이어요.^^

로드무비 2005-07-1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리뷰를 벌써 쓰셨군요.
니르바나님, 얼마전 깜짝 이벤트에 스텔라님이 뽑히셨잖아요.
큰손은커녕 중간손도 못 됩니다.^^;;
스텔라님, 추천이오!^^

stella.K 2005-07-1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진주 2005-07-14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걸 대형마트 책 코너에 진열되어 있길래 잠시 커닝을 했지요.
살까말까 그러다가 알라딘에서 질러야겠다고 두고 왔던 기억만 나네요^^
애써 쓴 리뷰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05-07-1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러보세요 진주님. 후회 안 하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