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가수다 10라운드 마지막 무대가 펼쳐졌다.
특별히 어제는 '산울림 스페셜'로 꾸며졌다.
이런 말하는 것이 새삼스럽긴 한데, 다시 접하는 산울림은 정말 대단한 밴드라고 생각한다.
사실 산울림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산울림 그 중심엔 김창완이라는 송라이터가 있다.
바로 그가 대단한 것이다.
솔직히 산울림이 처음 나왔을 때 뭐 이런 노래가 다 있나 싶었다.
이야기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있다면, 김창완의 노래는 어른들을 위한 동요랄까? 특히 '산 할아버지'는.
어려서 뭣도 몰랐을 땐 뭐 이런 한심한 노래가 다 있나? 이런 노래가 인기가 있다면 나라도
지어 부르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도 그렇지만 그의 목소리는 또 어떤가? 정말 힘을 다 빼고 부른다.
하다못해 락적인 사운드가 가미된 '가지마오' 같은 노래도 별로 힘들여 부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창완은 정말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좋은 가수겸 작곡가라고 생각한다.
그는 언제부턴가 노래를 하지 않는데(물론 취미로는 하겠지만) 난 그가 언젠가 새로운 노래를
들고 나와주기를 학수고대한다.
사실 산울림의 오리지날 사운드만을 드는 것도 좋긴한데
출전 가수들의 훌륭한 편곡에 산울림의 곡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간간히 보여지는 김창완의 얼굴에서는 후배 가수들의 공연을 뿌듯함으로 바라보기 보단,
차라리 넋을 잃고 바라보는 쪽이었다.
어제는 자우림이나, 거미, 인순이의 선전이 두드러졌는데,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의 자우림의 후크송은 아직도 귀에 멤도는 것 같다.
그런데 아쉬운 건 역시 인순이의 탈락이다.
자우림과 김경호와 함께 명예졸업이 유력시되는 가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0라운드 1차 무대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 역시 명예 회복이 어려웠던 것 같다.
어제의 무대는 정말 괜찮은 무대였는데 역시 젊은 후배 가수들을 이길 수 없었던 걸까?
아님, 그녀가 나가수 무대에 올르기 시작하면서 있었던 악재 때문이었을까? 아쉽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그래도 17주를 버텼다고 하니 나름 잘 버텨준 셈이고,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 좋았다고 스스로에게 격려를 보내는 모습이 역시 노장답다는 생각이든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보아서인지는 몰라도, 이제까지 탈락한 가수들의 표정들을 보면 나름 좋은 얼굴로 내려가지만 아쉬움이 역력했다. 하지만 인순이는 역시 프로라고 느낀 게 퇴장하는 모습이 처음 무대에 섰던 것 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 나이 먹을수록 처음 보다 나중이 더 좋아야 하고, 앞모습 보다는 뒤모습이 더 아름다워야 한다.
나가수 무대는 가수들에겐 자신의 역량을 확인하고 크게 할 수 있는 공부의 장일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비해 아쉬운 건 역시 바비킴이다.
이 가수는 정말 순수 자기 스타일의 노래로는 높은 수위를 차지할 수는 없는 것일까? 꼭 비주얼 가수로서 뭔가의 퍼포먼스가 있어야 알아주는 가순가? 이즈음 회의가 든다. 어제도 나름 괜찮은 무대였는데 얌전히 노래만 부르니 등수가 안 나왔다. 어찌보면 적우 때문에 간신히 꼴등은 면한 모양새다. 그런데 나는 바비킴은 하기에 따라선 명예졸업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 본다. 순수 자기실력, 자기 스타일로는 어려울 것 같고, 인기의 영합을 택해 준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싶다. 이제 무대에서 나 아닌 모습은 그만 보여 주겠다면 탈락하는 것이고. 이제 어떤 모습으로 탈락할 것이냐도 명예졸업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되었다.
앞서 적우의 이야기도 했지만, 어제 같은 경우 인순이의 탈락이 놀라울 건 없었다. 오히려 더 안타까운 건 적우다. 그녀는 아직도 나가수의 무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시골에서 갓 상경한 시골 여자를 연상케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적우는 마이너 중에서도 순수 최고의 마이너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가 뭘 알겠는가? 이렇게 말해주고 싶으리만치.
그런데 그 화살을 적우 혼자에게만 돌리고 싶지 않아졌다.
적우의 첫 무대를 보고 나는 나가수가 과연 좋은 무대라고 극찬했는데, 이렇게 창피를 줄려고 무대에 세웠나? 나가수 제작진들의 영악함이 느껴져 마땅치 않았다. 잘하면 적우는 나가수의 병풍이고 희생타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어제는 정말 그들만의 리그라고, 카메라가 온통 여섯 가수만 비출뿐 적우에겐 거의 돌아가지도 않았다. 인순이가 탈락하게 생겼으니 그게 더 이슈였겠지.
그래도 1차 무대에서 높은 등수를 따놓은 덕에 김연우나 조규찬 보다는 오래 가는 가수가 되었지만 모르긴 해도 이대로 가다간 다음 라운드의 탈락은 적우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그러다 보면 덕을 보는 사람은 현재로선 바비킴이라는 거지. 물론 실제 판도는 누구도 예상 못하는 거지만.
적우는 자문위원단에서도 가장 안 좋은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의 음색을 들으니 80년대 팝송계 인기를 끌었던 보니 타일러가 생각이 났다. 그녀는 생긴거와는 달리 사자가 포효하듯이 노래를 불렀는데, 특히 나는 특히 그녀의 노래 가운데 Total Eclipse Of The Heart 이란 노래를 좋아했다. 그만큼이나 적우의 음색은 독특한데가 있다. 그런 특색을 살린다면 나머지 무대도 도전해 볼만 하지 않을까? 그녀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