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어의 성립 - 서구어가 일본 근대를 만나 새로운 언어가 되기까지
야나부 아키라 지음, 김옥희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이책은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번역에 대해 여러 가지의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책에서 특히나 많이 보여지는 건, 원본엔 있는 단어를 자국어인 일본어로 번역할 때 아직 그 개념이 생성되지 않은 바탕에서 그 단어가 어떻게 받아 들여지고 이해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예를들어, 사회란 단어가 일본에서 사용되기 전 원본을 번역해서 내놓으려면 이 사회라는 단어를 사람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또한 '그'나 '그녀'는 오늘 날 언어가 발달된 나라에서는 쉽게 이해되는 단어지만 이것이 처음 불리워지던 시절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 나라의 언어가 그 나라의 문화와 국력을 말해준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남의 나라의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것을 받아들일 때 얼마나 많은 고충이 따를 것인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또한 문화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도 확대가 된다. 

 

사담이긴 하지만, 어제 한 토크쇼에 원더걸스가 나왔다. 그들의 미국 진출기를 듣는데, 한 멤버가 자기깐엔 그 부분에서 이러한 감정을 넣어 부르는데 미국인 프로듀서가 자꾸 그 부분에서 아니라고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같은 감정이라도 표현의 방법이 다른 것이다.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의 문화의 차이. 단지 표정으로 전달하려는 것뿐인데도 이토록 서로 달라 그것을 맞추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하물며 언어는 어떻겠는가. 새삼 번역가들의 노고가 만만치 않겠구나 싶었다. 물론 그것을 이제야 처음으로 깨달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번역가들에 대해 은연중에 저술가 보다 못한 대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번역에 불만과 비판을 서슴치 않으면서 말이다.

번역은 반역이란 말도 있다. 같은 말을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데, 아무리 뛰어난 번역가라도 원저자의 뜻과 뉘앙스를 알아서 그대로 전달하기란 아예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단어 하나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뜻이 살아나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데, 하필 그 나라에 아직 생성되지 않은 언어라면 얼마나 난감하겠는가. 또 그런 의미에서도 번역이 그 나라의 언어 발달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겠는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바다.

 

이 책은 상당히 오래 전에 씌여진 책이다. 더구나 일본 저자의 책을 우리말로 '번역'했다.

번역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모르겠다.

뭐 나름 책이 좋긴한데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우리나라 번역의 역사에 대해 알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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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1-12-12 0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 `그녀`라는 낱말은 "언어가 발달된 나라"에서 쓰는 말이 아니에요.
그저 그런 말을 쓰는 사람들 삶(문화)일 뿐입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다가는 `싸락눈`으로 `살랑살랑` 흩뿌린다고
말할 수 있는 나라에서 쓰는 말이라 해서 더 훌륭한 말이 아니듯.

stella.K 2011-12-12 13:06   좋아요 0 | URL
오, 그런 건가요? 처음 알았습니다.
전 이게 나중에 언어가 훨씬 더 발달되고 나온 말인 줄 알았어요.
우리나라는 김동인인가? 처음 썼다고 나와서리.
암튼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12-12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번역이란거, 통역이란거 정말 어렵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했고, 때론
제가 언어 능력이 뛰어나서 영어나 일어 정도는 원서로 읽고 싶다고 느낀답니다.

언어가 삶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정말 흥미롭네요...

stella.K 2011-12-12 16:33   좋아요 0 | URL
정말 한국어 외에 한 개 국어 이상은 잘하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저는 언어엔 잼병이니 어쩜 좋아요.ㅠ
번역어가 자국어 언어 발달에 참 많은 기여를 했겠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 책은 쉽게 읽혀지진 않더군요.ㅋ

페크pek0501 2011-12-13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의하면, ~에 따르면 도 번역투의 말이니 쓰지 말자는 글을 신문에서 읽은 적 있어요. 한 연구에 따르면, 이라고 하지 말고, 그냥 한 연구는 ~~ ,이렇게 써야 좋다는 것이죠. 그래서 요즘 고쳐서 쓰고 있어요. 그런데 어떤 경우엔 그냥 쓰는 게 좋을 때도 있더라고요. 이미 습관이 되어 자연스럽게 느껴져 그런가봐요.

좋은 생각거리입니다. ㅋ

stella.K 2011-12-13 16:49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크게 잘못되지 않으면 편하게 쓰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야말로 왜놈의 말을 쓰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까탈스럽게 그러는지 원.
얼마 전에 다시 복원된 말있잖아요.
대표적인게, 자장면에서 짜장면으로 바뀐 거.
효과도 된발음 그대로 내는 것이 좋다고 모 전직 아나운서가 말했던
기억도 납니다. 우리말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ㅋ

아이리시스 2011-12-13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본어의 폐해를 느껴요. -랄까. 이런 거 한국어투 아닌 거 알면서도 자꾸 써요. 일본드라마에 빠졌을 때 그게 재밌어서 맨날 따라하다보니ㅋㅋㅋ

stella.K 2011-12-14 11:11   좋아요 0 | URL
저도 번역투에 일본어의 폐해가 없지 않을 거란 생각은 하는데
우리 나라 번역사에 관한 책이 나오면 이 문제가 다소는 해결이
될거라고 보여져요. 그런데 좀 몰라서 그런지 너무 민감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ㅋ

가넷 2012-01-0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제로 들어온게 아니라면야 그대로 쓰어도 상관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

뭐... 그렇게 치면 일본어투는 다 순화의 대상이 되는 걸까요?;;;

stella.K 2012-01-10 11:16   좋아요 0 | URL
저도 가넷님과 같은 생각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