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의 눈 - 위대한 탐험가가 남긴 경이와 장엄의 기록
퍼거스 플레밍.애너벨 메룰로 엮음, 정영목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펼쳐보면 몇 가지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첫째는 역사상 이렇게나 많은 탐험가들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무려 56명이나 된다. 이 책은 퍼거스 플레밍과 애너벨 메를로라는 두 사람이 엮었는데, 모르긴 해도 세상의 탐험가들은 이 보다 더 많을 것이다. 단지 이 두 사람이 엮고 다듬으려니 56명만 추려서 썼겠지.
또 하나 놀라운 점은, 그림이 많다는 것인데 그 그림들(사진을 포함하여)은 이 책의 격조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아니 각 탐험가들에 대한 관심을 더 증폭시킨다. 뭐 책의 장정도 그만하면 훌륭한 것 같고, 무엇보다 정영목 씨가 번역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신뢰도를 높인다.  

하지만 이 책의 단점도 그에 못지 않아 보인다. 글쎄, 단점이라고 말해 이 책의 가치를 떨어 트릴 생각은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 책은 각 탐험가의 소개와 그에 대한 일화를 짤막하게 정리하여 쓰고 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탐험가가 자신의 경험을 써도 책 한권은 족이 넘을진데 그것을 압축해서 여러 사람을 다루고 있으니, 요즘 같이 요약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을 법도 하다. 하지만 환경이나 상황만 조금씩 다르다는 것 뿐이지, 죽을 고생을 하며 탐험했고 마침내 신천지를 발견했다는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 어느 정도의 단조로움도 감안을 해야할 것도 같다.
더구나, 이 탐험가들이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전달하는 도구는 글과 조악한 또는 비교적 섬세한 그림 그리고 구두로 전하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교통 수단도 그다지 발전도 안 되었으니 탐험을 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야 얼마나 호기심과 상상력을 요하는 것이랴? 내가 사는 저편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풍경과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워낙 교통과 통신 수단이 발달하고 보니 탐험가들의 그런 번거로운 절차와 입담이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옛날에 탐험가라 불리울만한 사람들이 요즘엔 각 방송국 PD들이 카메라를 들고 그 자리를 점령해 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고화질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옛날에 탐험가라고 불렸던 사람들의 위상을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까? 오지를 탐험한다는 점에서 고생은 옛날 사람이나 지금의 사람이나 똑같이 하겠지만, 옛날 탐험가들이 더 많이 하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이다. 그 욕망이 사람을 탐험하게 만들었다. 암스트롱이 달나라에 발자국을 찍듯, 누구도 아닌 내가 먼저 발견했다는 자부심이 그들을 미지의 세계로 불러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하얀 눈이 내린 땅에 처음으로 내 발자국을 찍어도 발바닥이 저릿저릿한데, 그들은 발자국 뿐인가 직접 보고 목도하는 것은 정말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얼마 전, 산악인 박영석 씨의 실종 사망과 연이어 히말라야를 오르던 다른 두 산악인이 사망했다. 나중에 뉴스 보도를 들으니, 그들은 하나 같이 안전한 루트를 따라가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등반하려다가 죽은 것이라고 한다. 그 다른 방법이란 게 그럴 수 밖에 없어서가 아니라, 남이 잘 도전하지 않는 방법을 시도하려다가 좌초한 것이란다. 그 뉴스를 접하고, 사람들은 이만큼이나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는구나 했다. 이제 카메라는 세계 구석구석 안 보여주는데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 미지의 세계를 말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어졌다. 결국 그 탐험하는 방식이나 과정에 목을 매는구나 싶었다.
이 책도 결국 그런 방식으로 읽힐 것도 같다. 누가 어디를 탐험했다는 것이 아니라, 누가 그 죽음의 순간을 이기며 탐험을 했는지, 탐험하다 죽어도 여한은 없는 자신의 죽음의 방식을 선택한 그들의 정신은 어떠한 것인지 하는 그런 것으로 읽어야 할 것도 같다.
현대 사회는 안전 지향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그래서 모험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러면서 탐욕이 많아졌고 권태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의 탐험가들은 도전하고 있는 것 같다.  한 번 읽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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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11-1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이 책에 어니스트 새클턴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 건가요?
새클턴 이 사람도 위대한 탐험가를 꼽을 때 거론되는 인물이거든요.
남극 탐험 중에 난파로 인해 수십명의 탐험대원가 함께 고립되었는데
몇 년 뒤에 구조되었는데 탐험대원 전원이 생존했던 걸로 기억해요.
그래서 새클턴의 리더십에 관한 책도 나오기도 했고요. ^^

stella.K 2011-11-18 18:25   좋아요 0 | URL
당근 나오지.
그런데 난 솔직히 읽다가 포기했어.
너무 단조로운 느낌이라서 말이지.
하지만 탐나는 책 같기도 해.
워낙에 장정이나 도판이 좋아서 말이지.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 볼까해.
물론 그 나중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ㅋ

이진 2011-11-18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탐험을 떠나는 사람에게 미쳤냐고 하는 세상이 도래했지요.
가만히 앉아서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라는 멋진 프로그램이 있는데 쓸데없는 돈낭비라면서 말입니다 ㅋㅋ

stella.K 2011-11-19 11:16   좋아요 0 | URL
결과를 보자면 낭빈데,
과정을 보자면 이런 사람도 있는 거죠.
전 지금도 산악인들 이해 못하겠던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조금은 이해가 되더라구요.ㅎ

아이리시스 2011-11-19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이거 저도 보고 싶.. 제가 예전에 리뷰를 많이 미뤄가지고.. 카페 오랜만에 갔더니 새로운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스텔라님. 저는 깊은슬픔인데 아무도 저를 몰라가지고 그러니까 제가 아이리시스예요, 할 수도 없고 그래서.. 그냥 나오고, 이번달 도선생님인데, 그거 읽고 계세요?ㅋㅋㅋ 저 잠오나 봐요. 댓글이 두서가 없어요. 주절주절.

주말 잘 보내세요, 스텔라님.

2011-11-19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9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0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1-11-2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이다." - 이 갈망이 삶을 도전적으로 살게 하겠지요. 도전정신은 좋은 것이지만, 위험을 무릅쓴 산악인의 도전정신을 보면 존경해야 할지 어떨지 아직 잘 모르겠더라고요.

stella.K 2011-11-21 12:05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존경은 안 생겨요.
그것을 인명구조나 다른 것에 쓴다면
존경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