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언니네 방>을 다 읽었다. 이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 옮겨 본다. 바로 여성들의 '성적 모욕에 대처하는 법이다. 

이 책의 필자 중 한 명인 어떤 여자가 남자 동기의 선배와 연애 비슷한 것을 했다가 헤어졌단다. 연애를 시작할 당시 그 선배는 그 남자 동기의 우상이었고 그녀와 사귀는 것을 알고 그때부터 여자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 났단다.(그럼 뭐야? 여자를 좋아라도 했단 말인가? 짜식이 쪼잔하긴.) 그렇지 않아도 우스웠던 그녀. 적당히 무시하고 넘어가려는데 그녀의 여자후배의 생일 날 그 남자 동기도 초대되어 왔단다. 그런데 그놈이(이건 필자의 표현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필자에게 그랬단다. 

"...쫒까라, 씨발..." 

그거야 남자들이 흔히 입에 달고 다니는 습관적인 욕설이라지만, 그때의 그놈의 그 욕은 모욕적인 너무나 모욕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진 의도적인 욕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상황에서 잘못 대처했다가는 바보가 되겠지 싶었다. 후배들도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그런 욕을 그냥 듣고 있기에도 자신은 착하지도 멍청하지도 않다 했다. 그래서 그놈처럼 능글맞게 웃으면서 그놈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는 이렇게 말해줬다고 한다. 

"근데, 정말 미안하지만 말이야. 난 깔 좇이 없는데 어쩌지? 니 좇이나 까지." 

그러자 함께 초대되어 온 그놈의 남자후배들은 하나같이 박장대소하며, 

"우와, 형이 당하다니!" "누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순간 그놈은 얼굴색이 변해가는 것을 보았고, "좇까라"는 그 말에 지가 물먹었다는 것을 깨닫고 새파랗게 질렸단다.(본문 145~146p)  파하하하!! 과연 나도 이 부분을 읽는 순간 박장대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대단한 순발력이다. 이 정도는 돼야 이 정글의 수컷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오늘 점심에 J를 만났길래 얘기해 줬더니 그녀도 깜빡 넘어간다. 그러더니 J도 한마디 한다. 자기 아는 친구 중에 정말 엉뚱한 친구가 한 명이 있단다. 그 친구도 그런 비슷한 상황에서 절대 당황하지 않는 친구라고 하는데,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정말 바바리맨을 만났단다. 그 친구의 가던 길을 가로 막고 바바리를 열어 보이자 오히려 당당하게, "야, 그것도 물건이냐?" 한 마디 쏴 줬다는. 그런데 이 바바리맨 진짜 간땡이가 붓긴 부었나 보다. 얼마 안 있다 또 다시 나타나서 바바라를 열어 보이는데 적당히 발기가 되어 있더라나? 그러자 이 친구도 뒤질새라, "오, 실한데?!" 했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깜빡 넘어갔다.ㅋㅋㅋㅋ  

이 책이 알려주는 성적 모욕에 대처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1. 절대 당황하지 마세요. 당신은 침착할 수 있습니다. 

2.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려보세요. 당신이 여유있어 보이면, 상대는 한 발 물러서게 되어 있습니다. 

3. 받은 말은 그대로 반사! 논리적으로 싸우려고 하지 마세요. 어차피 안통하니까요. ...당신이 받은 모욕적인 말을 이용해서 민첩하게 받아치면 성공 확률 99%! (148p)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세상에 모든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이 나라 어디에선가 성적인 모욕을 당하고도 오히려 얼굴을 붉혀야 하는 여성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예전에 보았던 <로빈 꼬시기>란 영화가 생각이 난다. 거기에 나왔던 엄정화, 직장 상사한테 성추행 당할 뻔한 상황을 아주 대담하게 역전 시켰다. 그때 그 장면 보고 얼마나 웃기고 통쾌 하던지!!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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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이 책에서 정말 말하고 싶은 것
    from stella09님의 서재 2010-02-06 14:08 
    엊그제 이 책을 읽고 거기 나온 '성적 모욕에 대처하는 법' 이란 글을 올렸더니 지금까지 추천을 무려 17개나 받았다. 글이 워낙 재미있어서 함께 나누자고 올렸을 뿐인데 추천을 그렇게나 많이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추천을 많이 받은 이유는 뭘까? 나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재미있어서 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 여성들은 여전히 성적 모욕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내
 
 
프레이야 2010-02-0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엄정화 생각나요.
근데 싱글즈에서였던 것 같은데요, 아닌가ㅠㅠ
저도 가물가물..ㅎ

L.SHIN 2010-02-03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이여, 당당하여라-!

바바리맨 이야기는 비슷한 걸 전에 들었는데, 책 속의 여자는 제대로 이긴..ㅋㅋ
오히려 당당한 여자들 앞에서 맥도 못추는 것들이..

무스탕 2010-02-0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부분 읽으면서 많이 웃었어요 ^^

제가 결혼하고 얼마 안 돼서 사무실에서 고무 골무를 손가락에 끼고 일을 하고 있는데 남자직원이 하는 말이 '신랑 콘돔 가져다 쓰냐?' 그러더군요. 그 직원 빤~히 쳐다보고 '**씨는 이걸로 가능해요? 우리신랑은 택도 없어' 그래줬더니 얼굴 벌개져서 더 말을 못하더군요 ^^;;;

Arch 2010-02-03 23:47   좋아요 0 | URL
꺄악 ^^ 최고최고~

메르헨 2010-02-04 08:34   좋아요 0 | URL
진정 최고십니다...^^

아시마 2010-02-04 17:16   좋아요 0 | URL
진정 고수십니다. 엄지 우뚝!

Arch 2010-02-0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이 책 참 좋죠? 언니네 태그놀이말고 이 시리즈는 다 좋았어요.
정말 성적 모욕에는 더 센 방법을 써야 통하는 것 같아요.

엄정화 나온 장면은 <싱글즈>였어요. 그 장면에서 엄정화는 엄청 멋졌는데 자기가 왜 직장을 그만뒀는지 잘 모르겠던데요.

메르헨 2010-02-04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들이...오래오래오래 전에 있었다면 좋았을텐데...싶습니다.^^

stella.K 2010-02-04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아치님/제가 알기론 <로빈 꼬시기>로 알고 있는데 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흔들리네요. 혹시 보시게 되면 알려주세요.^^
엘신님/바바리맨 들으셨어요? 그럼 제가 아는 J씨가 말을 잘못 옮긴 것 일수도 있네요. 암튼 그거 보고 어찌나 웃기던지!
무스탕님/정말 최고이십니다. 엄지 손가락을 번쩍 듭니다!!ㅎㅎ
아치님/네. 오래 전에 우연히 손에 들어와서 이제야 읽게되었네요.^^
메르헨님/그렇죠? 그만큼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야할런지...

카스피 2010-02-04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만쉐이~~~~^^ 정말 대단한 방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