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흐림.
거의 매년 우리나라는 이맘 때 가물었는데 올해는 별로 춥지도 않지만 비나 눈 오는 날도 제법 된다. 가물지 않는 건 나쁘지 않은데 갈수록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건 뭔가 불온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1. 그 말 많고 탈만은 2023년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다. 올해는 그 어느 해 보다도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올핸 유난히 유명 인사들의 죽음의 소식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연말은 잘 지나가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이선균 배우가 크게 한 방 먹여주고 떠나서 역시 우울하게 한해를 마무리 하게 되는 것 같다. 난 연말마다 하는 시상식 같은 건 잘 안 보는데 짬짬히 보니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은 고 이선균 배우를 의식한 건지 하나 같이 흰색 아니면 검은색 드레스와 슈트를 입었더라.
뭐 그런 의미도 있겠지만 뭔가 시위의 의미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 사건이 터져 나왔을 때 정치권쪽에서 한창 쟁점화됐던 사건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술책이었단 말도 있던데 그러기 위해 한 사람이 그것도 유명 배우가 죽어야 했다면 의상 시위 정도 가지고는 안 되지 않을까? 재발방지 대책이 그들 안에서도 나와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알고보면 가장 많은 말을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오죽 답답했으면 죽어서까지 말하고 싶어했을까. 사람들은 자살은 거의 대부분 우울증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도 아닐 것 같다. 어떤 자살은 분노나 원한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2. 이영애 배우를 좋아해 드라마 <마에스트라>를 끝까지 봐 주려고 했는데 안 보는 게 낫지 싶다. 이젠 단순히 치정이 아니었다. 무슨 마약에 살인에 뭐 이런 드라마가 있나 싶다. 게다가 너무 작위적이어서 어제는 보면서 헛웃음까지 나오더라. 근데 나도 좀 그런 게 이 드라마가 어느 프드를 원작으로 했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프랑스 드라마도 참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드는 거다. 특히 마약 가지고 황홀해 하다 죽는다는 설정은 이제까지 본 드라마 중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2-1. 마약이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나라는 이미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이제 마약은 일상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마약과의 전쟁도 좋긴한데 이젠 마약을 보는 우리의 시각이 달라져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물론 마약은 근절되야 한다. 근데 이젠 마약을 단순히 범죄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건 차라리 사회적 질병으로 봐야하는 건 아닐까? 마약과의 전쟁이라면 여전히 범죄로 규정해서 잡아 들이기만 하겠다는 소리로 들리기도 하는데 그래가지고 마약을 근절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젠 치료에 촛점을 맞추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또 죽은 사람 얘기해서 미안하지만 고 이선균 배우가 마약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언론에서 보도를 자제하고 치료 기관 또는 범죄인 인권 보호기관(과연 그런 곳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같은 곳에서 그를 적극적으로 보호해 줘야만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관련된 범죄가 소명되면 그때 가서 보도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죽음을 두고 어떤 사람은 정치계 탓을 하던데 그래서 명복을 빌지 못하겠다고 하는데 그건 또 무슨 귀신 신다락 까먹는 소린지 모르겠다. 명복을 빌려면 깨끗히 빌어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나 같은 민초는 명복 밖엔 빌어 줄 것이 없어서 그렇게 했다. 적어도 그 사람은 나 보다 잘 나지 않았는가.
나는 누가 뭐래도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제 정신만 차리더라도 정가에서 어떤 명령이 떨어져도 옳지 않으면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뭔가의 유착이 있었겠지? 지금도 죽은 사람에 대한 미담과 불온한 보도가 번갈아 가면서 뜨고 있다. 내 친구 하나는 오래 전부터 뉴스건 신문이건 다 안 본다고 하던데 이해할 것 같다. 소문만 있고 정론은 없는 쓰레기다.
3. 올해는 개인적으로 너무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원망으로 한 해를 보냈던 것 같다. 왜 홀수 해에 악재가 붙을까? 그렇다면 처방책은 뭘까를 생각해 봤더니 홀수 해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를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천해 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고 짝수 해에 뭔가의 기쁜 일을 맛 보게되지 않을까? 내후년엔 꼭 실천해 보리라.
잘 가라, 2023 년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