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대체로 맑음.
10월인데도 올해는 한낮엔 약간 후텁지근 하다. 쌀쌀해지는 건 나도 싫은데 그래도 날씨는 날씨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11월이면 정말 쌀쌀해지겠지?
1.한때는 10월의 마지막 날이면 꼭 듣는 노래가 있었다. 가수 이용이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이라고 부르는 그 노래 말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부르고 있을까? 너무 올드하긴 하지. 그래도 낭만은 있었다.
2.
얼마 전 김은희 작가가 쓴 <<악귀>>를 보았다. 호러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김은희 작가의 작품이라 봤다. 그렇다고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말은 아디다. 작품을 쓸 때마다 관심을 모으고 있으니 작품 경향이 어떤가 보는 거 뿐이다. 근데 제법 쓴다. 김은희 작가가 이제 영의 세계를 접수하다니. 이 작가의 세계는 어디까지일까 싶기도 하다.
주로 건달이나 얼빵한 연기를 보여주는 오정세가 여기선 고독하고 칙칙하게 나오고 있는데 그 분위기도 나름 괜찮았다. 김태리는 말할 것도 없고, 형사 역을 맡은 저 오른쪽의 젊은 머스마는 난 첨 보는데 연기를 차분하게 잘한다. 연극을 하다 넘어 온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인성적였다.
언젠가 김은희 작가의 남편 장항준 감독이 TV에 나와, 요즘 자기가 버는 돈 보다 와이프가 버는 돈이 더 많다며 그렇게 벌면 뭐하냐 글 쓰느라 돈 쓸 시간이 없다며 측은해 하더라. 그 얘기를 듣는데 이 부부는 이혼 같은 건 안 하겠구나 했다. 여자는 글 쓰느라 남편을 못 떠나고, 남자는 글만 쓰는 아내가 불쌍해서 못 떠나고. 부부는 사랑만 가지고는 못 산다. 서로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이 있어야 오래 간다.
3. <<악귀>>를 보고 드라마 '법쩐'를 중간 회차쯤 보다가 말았다. 숫자가 나오고 뭔가 비상한 능력을 발휘하는 인물은 그다지 내 취향은 아니다.연출도 별로 세련된 거 같지도 않고. 무엇보다 공들여 세운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균 배우를 보고 있기가 편치 않았다. 나름 좋아했던 배운데. 하도 여기저기서 그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연일 쏟아진터라 그게 사실로 밝혀지면 모르긴 해도 그는 회생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아도 그 추측성 보도만으로도 그와 함께 했던 기업들은 바로 손절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와이프도 함께. 연좌제인가 싶다가도 어쩔 수 없는 수순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균 배우에 대한 보도는 좀 너무 심하다. 아인이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마약 검사나 결과나 나오고 보도해도 늦지 않은 거 아닌가? 다른 것도 아닌 마약이라 그런가? 어쨌든 기자들 너무 한다 싶다. 다를 것도 없는 비슷한 기사들을 쏟아내면서.
4.
요즘 저 책과 함께 활판인쇄라는 게 알라딘 메인에 떠서 어제는 유투브 영상까지 봤다. 그동안 알라딘에서 가끔 책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영상이 좋아서 그런지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한때 책이 좋아 서점주인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어쩌면 난 인쇄업을 하는 게 맞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지금은 다 쓸 때없는 생각이지만.
지금 저 책은 펀딩에 올라 있는데 비싸서 나는 감히 꿈도 꾸지 않고 있다. 설혹 살 수 있어도 둘 때도 없고. 잠시 응원댓글을 보니 몇글 되지도 않지만 그중 네거티브한 댓글도 있더라. 활판인쇄 별로 안 좋다고. 종이가 얇아서 뒷장에 전장의 글이 휜히 비친다나 뭐라나. 난 귀가 얇아 그런가 한다. 그런데 영상에서는 예전엔 다 활판인쇄 아니었냐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컴퓨터가 나와서 자신의 일을 점령했다면서 그 시절 정말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데 다시 활판인쇄를 하게되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며 만면에 미소까지 띄운다. 역시 또 나는 귀가 얇아 참, 그랬었지 한다. 나 어렸을 때도 책뿐만 아니라 신문도 활판인쇄였다. 난 그게 참 신기했다. 내용에 맞게 글자를 조합시키는 거 장난 아닐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매일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활판인쇄 배우는 게 꽤 까다로웠다고 한다. 그렇게 애써 배운 것을 어느 날 컴퓨터에 빼앗겼으니 속상했을 것 같긴하다. 언젠가 컴퓨터 인쇄는 50년인가 밖에 가지 못하지만 활판인쇄는 영구적이란 말을 들은 것 같다. 그런데 사실 50년도 길지 않은가. 초판에 대한 욕심이 있지 않은 한 책이 계속 업그레이드 돼서 나오면 그쪽으로 눈이 가지 않나?
아무튼 저 책이 천질 한정판으로 나온다니 내가 말은 이렇게 한다만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다음엔 한질로 내지 말고 낱권으로도 좀 나와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군가 저 책을 받으면 자랑 좀 해 줬으면 좋겠다. 실제로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