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맑음.
날씨가 제 정신을 찾은 듯 오늘은 살 것 같은 날씨다.
1. 어제 미미님 글을 읽어서일까? 오랜만에 꿈을 꿨는데 그것이 참...
누구라면 알만한 작곡가 주모 씨와 내가 결혼을 했다. 그런데 별로 애정이 없다. 원래 스킨십이란 게 애정이 있어야 생기는 법인데, 그래도 스킨십을 하다보면 없던 애정도 생기지 않을까 싶어 잠자고 있는 그의 얼굴에 뽀뽀를 하려고 했는데 웬걸 내 주둥이가 그의 얼굴에 닿지 않는다. 난 언제 돼지주둥이가 된 걸까? 몇번 시도하다 다행히도 꿈을 깼다. 끝까지 하려고 했으면 어쩔뻔했나. 그런 걸 보면 시킨십 했다고 없던 애정이 다시 생기는 건 아닌거 같다.
그나저나 주모 씨에게 미안하다. 결혼해서 잘 사는 사람 괜히 엄한 사람 꿈에 나타나 무슨 봉변인가 할 것 같다.ㅋ
2.
어제 김동식 작가가 TV에 나왔다. 앞으로 11회 2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안에 초단편 소설 쓰기에 관해 강연을 할 예정이다. 난 작년 말 그의 책을 읽었다. 근데 솔직히 초단편을 어떻게 쓰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고, 나 같이 길게 쓰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성에 차지 않아 별 관심도 없다.
그런데 어제 그의 강연을 들으니 뭔가 화가 치미는 것도 같았다. 그의 말에 의하면 초단편 소설 쓰기는 누구나 쓸 수 있다고, 가방끈이 길든 짧든 심지어는 초등생들도 쓸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작가는 중학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다.
그런 사람이 초단편을 천편을 쓰고, 지금까지 10권의 책을 냈다. 그렇다면 나는 뭐란 말인가. 오히려 전공을 문예창작으로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안 그랬으면 피 같은 돈을 얼마나 많이 썼겠는가. 그러고도 초등생 보다 못한 글을 썼다고 얼마나 자책을 할 것인가. 그런데 자츰 그의 말에 동의하게 만든다.
그도 애초부터 소설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그는 처음에 온라인 플랫폼에 어떤 사람이 글을 쓰는가 구경했고, 말도 안 되는 글을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고, 댓글 반응을 지켜봤을 뿐이라고 한다. 물론 그도 처음엔 이것도 글이냐고 엄청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날은 글을 올리고, 다음에도 또 올려 달라는 댓글이 없으면 글 쓰는 일을 접으려고 했단다. 그런데 글을 올린지 1시간 반만에 다음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또 올려 달라는 댓글을 받고 그때부터 계속 글을 올렸다고. 그게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그는 또 말한다. 자신이 두려운 건 비난의 댓글이 아니라 무플이라고.
그러고 보면 작가가 되는 길은 의외로 쉬운지도 모르겠다. 무슨 글이 됐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쓰는 것. 그런데 왜 꼭 잘 쓰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지레 지쳐 글 쓰기를 포기한 적이 얼마나 많은가. 어쩌면 잘 쓰는 게 뭔지 몰랐던 게 그를 지금의 작가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듣보잡이라고 볼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런 거 저런 거 신경 안 쓰고 포기하지 않고 쓸 수만 있으면 작가가 되는 거구나.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다시 한 번 의미있게 다가온다.
그러다 보니 그에 대한 화는 어느새 사라지고 앞으로 남은 11번의 강연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