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롱이가 잠을 잔다.(나는 지난 6월 10일에 이렇게 시작되는 다롱이에 대한 근황을 알린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blog.aladin.co.kr/759471287/12684012) 그동안 곧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될 것만 같은 다롱이는 차츰 기력을 회복해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로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녀석의 털이라도 쓰다듬어 줄라치면 뼈가 도드라져 안쓰럽다. 마치 종이를 구겨놓은 듯하다. 서 있는 것도 어려워진 다롱이를 위해 난 결국 패드와 어떻게 될지 몰라 1년 전에 사 둔 기저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녀석은 힘들어도 화장실에 가서 일을 봤는데 이게 더 이상은 불가능할 것 같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근데 참 이상하지? 기력을 회복하니 잠이 줄고 먹는 양은 다소 늘었다. 모르긴 해도 녀석은 당장 죽을 것 같진 않다. 빠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쯤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암튼 다롱이가 이렇게 되고 보니 사람에겐 육아총량의 법칙이 있지 않나 싶다. 다롱이가 벌써 이렇게 늙어 패드와 기저귀를 쓰게될 줄 누가 알았는가. 처음 내가 이것을 샀을 때엄마는 과연 이걸 쓸 필요가 있을까 뭐라고 말은 못하고 약간은 의아해 했던 걸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 없이는 다롱이를 볼 수가 없다. 솔직히 엄마는 조카들이 어렸을 때도 기저귀 한 번 갈아 준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조카들이 어렸을 때 언니는 형부 따라 지방에 살았고 더구나 갱년기라 여기저기가 아팠던지라 언니도 엄마가 할머니라고 손주 기저귀 갈아줄 거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 엄마가 다 늙으막에 다롱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벌써 3주째 교회 주일 예배에 못 가고 있다. 그건 나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엄마의 고생을 아는 이모는 이제 다롱이를 위해 할만큼 했으니 안락사시키고 편히 지내라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현실적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다롱이가 회복불능의 병에라도 걸려 고통스러워 한다면 모를까 단지 거동이 불편하고 최근엔 기력도 회복했는데 그런 다롱이를 어떻게 안락사를 시킨단 말인가.
그런데 어제는 그렇지가 않았다. 엄마가 먼저 다롱이를 안락사시켜야하지 않겠느냐고 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밤에 다롱이가 뭐가 불편한 건지 잠을 못 자고 계속 짖고 심상치가 않았다. 잠을 자도 두 시간마다 깨는 것이다. 사실 다롱이가 예민한 성격이라 그런 적이 있긴 했지만 그러다가도 제뿔에 그만두고 했는데 어제는 그게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런 것으로 봐 어딘가 아프고 이제 정말 가려나 보다 싶은 것이다. 엄마는 그럴 바엔 안락사 시켜주는 것이 낫지 않겠냐며 다소 지치고 짜증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엄마는 끝까지 다롱이를 지켜줄 줄 알았는데 그런 얘기를 하면 대책이 없다. 나야 엄마를 돕는 정도고 엄마가 다롱이를 거의 돌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엄마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을 하겠다는 건데 무슨 수로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역정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엄마는 병이 날 것만 같다고 했다. 엄마와 다롱이 둘 중 하나만 구하라면 당연히 엄마를 구해야지 다롱이를 구할 수 없다.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롱이는 새벽 세 시까지 울부 짖었고 그때마다 엄마와 난 옆집에 피해를 줄까봐 전전긍긍하고 어느 방엘 가면 소리가 덜 날까를 고민해야 했다. 그러다 요행히 잠이 들고 날이 밝을무렵 또 깨었다.
아, 근데 문제 해결은 의외로 간단한데 있었다. 다롱이는 원래 어렸을 때부터 콩을 좋아했는데 지금도 녀석의 주식인 견빵을 그냥 먹지 않는다. 꼭 밥할 때 둔 콩이 익으면 그걸 으깨 녀석의 밥 위에 살짝 얹어줘야 먹는다. 물론 이것도 가끔은 질리는지 안 먹는 때도 있긴 하다. 엊그저껜 완두콩을 사 둔게 있어 그걸 줬더니 새로운 맛인지 관심을 보였다. 말하자면 녀석은 완두콩 먹은 것을 기억하고 그걸 얹은 밥을 뜬금없이 그 밤에 달라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이면 내가 밥을 먹이곤 하는데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콩을 으깨줬다. 그것도 관심을 보이는 완두콩으로. 그랬더니 밥그릇에서 코를 박고 개걸스럽게 먹는 것이다. 이것으로 지난 밤의 그 소동이 이해가 간 것이다. 더구나 요즘엔 여름이어서 그런지 저녁은 잘 먹지 않았으니 녀석으로선 그 밤에 밥을 찾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린 저녁을 안 먹기 시작한 녀석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다롱이를 상대로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었으니 사람은 얼마나 잔인한가. 이럴 땐 누가 다롱이를 좀 통역 좀 해 줬으면 좋겠다. 다롱이가 모든 걸 주인의 손을 빌려야하니 우리로선 뭐가 뭔지 한참이 돼서야 알게 된다. 어느 때 낑낑거리면 그건 물 달라는 것이고, 어느 때 낑낑거리면 그건 밥 달라는 것이다. 어느 땐 똥 쌌다는 것이고 어떤 땐 잠이 오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한데 낑낑거리는 소리는 매번 똑같다. 아무튼 그걸 먹고 오늘은 지난 밤 못 잔 것이 억울한지 거의 하루종일 잠깐잠깐 깨고 계속 잔다. 조금 아까 녀석은 저녁을 먹었으니 오늘 밤은 좀 잘 자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