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월요일 날은 우체국에 볼 일이 있어 돈도 송금할겸 갔는데,
우체국에서 볼 일은 보면서 송금은 안하고 그냥 나와 그 길로 마트를
가기 위해 길을 건너고 나서야 송금을 안한 걸 알았습니다.
그거야 뭐 마트에서 물건 사고 다시 우체국으로 가 송금은 했습니다만
웬만해서 그런 실수 안하는데 좀 놀랐습니다.
그런데 어제 깜박신이 또 강림하더군요.
주중에 교회 가는 일이 별로 없는데, 어제는 특별히 제가
좋아하는 목사님이 설교를 하신다길래
혹시 못 가는 일이 생기면 인터넷 방송이라도 보리라 했죠.
근데 웬걸, 이것 자체를 아예 잊어버리고 잠자리에 들어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뭐 그것까지도 좋다고 쳐요.
아무하고도 약속한 것이 아니니 피해 준 것도 없죠.
아, 근데 오늘은 정말 깜박신이 아주 사악하게 역사했습니다.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었는데
연락해 주신 분이 시간 늦지 말라고 엊그제부터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오늘 아침에도 또 문자를 주셨건만, 대답은 꿀떡 같이하고
약속 시간에 무려 40분이나 늦게 도착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를테면 전 11시까지 신설동에 도착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집에서 10시 좀 못 되서 출발해야 하는데
무슨 근자감인지 그 약속을 받은 날부터 오늘 아침까지 저는 아무런 의심없이
10시 40분쯤 출발해야겠다고 다짐한 것입니다.
그것도 내깐엔 시간에 늦으면 그것도 실례가 될테니 약속 시간 보다
좀 일찍 도착해야지 마음 먹은 게 그꼴입니다.
제가 무슨 수로 그 시간에 출발해 11시에 거길 도착하겠습니까?
자가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택시를 타도 도저히 그 시간엔 도착할 수 없는데.
더 웃긴 건, 아침 먹은 거 설거지하고, 여유있게 감을 깨물어 먹다
시간 계산을 잘못한 걸 그제야 깨달은 거죠.
순간 제 얼굴이 감됐다는 거 아닙니까?
너무 놀라 노랗다 못해 주황색. 안 봐도 비디옵니다.
물론 뭐 오늘 만나야할 분들이 제가 올 때까지 넋놓고 기다려야할 상황은
아니고, 연락 주신 분께 양해를 구하고 도착하자 그때야 꾸물꾸물 회의실에 모이더군요.
제가 간 곳이 무슨 학교였거든요.
그 상황이 그나마 저를 위로하더군요.
한 10년전쯤 이렇게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그땐 하도 놀라 얼굴이 거의 똥색이었는데
그에 비하면 뭐 양호한 것이긴 합니다만,
제가 앞서 두 번의 실수를 했던 끝이라 예사롭게 느껴지진 않더군요.
요즘 들어 잠이 좀 줄었는데 사람이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하던데
그런 걸까요? 암튼 제가 진짜 갱년긴가 봅니다.
어떻게 하면 저의 정신 나간 기억을 다시 돌아 오게할 수 있을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