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 박준영님이 우리동네 도서관에 강연오시는 기념으로 1층에 인권관련 책들이 전시되었다. 그 중 이 책이 눈에 띄어 서서 무심결에 읽다가 완전 내 이야기라서 눈물을 참느라 애먹었다. ‘어머 여기서 또 주책이야' 이런 생각하면서... 그림 속 아이 대신에 아픈 반려견을 넣으면 내 상황. 안그래도 요즘 계속 울보모드인데, 아무래도 읽고 있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의 영향력 탓인것 같다. 그냥 닉네임을 울보 미미로 바꿔야하나... 광녀미미 이미지도 있고 이것참 난감하다. 


집에서 키우는 츄츄라는 노견시츄가 치매증세가 있어 요즘 애를 먹인다. 남편 퇴근이 늦어진 어느 날 마침 증세가 심한 츄츄가 걱정되서 운동도 못가고 있는데 엄마가 전화했다.


그냥 나가 무슨 일 있겠어? 박서방은 언제온데? 빨리 오라고 해. 
-오늘은 7시에 끝나. 엄마.난 괜찮아. 
아니 난 너가 힘들까봐 그러지. (엄마는 온통 내걱정)

그런데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다보니 이런 그림이 초반에 똭ㅡ 등장. 엄마 마음이 느껴져 또르르...할뻔 했던 거.




책을 읽고 집에 오면서 쭉 생각했다. 전쟁도, 육아도, 각종 사회문제도 여성들이 여성이라서 더 가슴으로 느끼는 그런 지점들이 있다고. 그런 것들이 여성을 오히려 힘들게 하는 사회적 편견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이 감정들은 너무나 인간적인것이고 남녀 모두가 공유해야할 참된 가치가 아닐까 하고. 여성을 구속하는 동시에 배제하는 이 감정적인 마음들,따뜻한 공감력, 동시에 여성에게만 허용되어 남성들에게는 불가침조항같은 것이 된 가치들. 생존과 멀고 경쟁구도에서 불필요해지기에 있어도 없는 척 해야만 하는 하찮은 것이 되어버려 많은 갈등과 문제의 원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를.

 




그런데 이 만화의 주요 내용은 낙태죄다. 연애 중인 젊은 커플과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부부,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부와 그들의 부모가 가족으로 얽혀 등장한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거기에 따른 반응들, 그리고 이어 뉴스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놀라운 판결이 나온다. 여성들의 디스토피아가 펼쳐지는 것이다. 얼마전 미국에서 낙태권이 폐지되어 지금까지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이런 내용을 읽어 더 놀라웠다. 실제로 우리의 경우 2019년 헌재에서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었다. 하지만 반대로 대한민국에서 낙태죄가 합헌이 되는 동시에 낙태여부를 확인하는 테스트기를 개발해(일명 IAT) 낙태죄가 생긴 1953년 이후 낙태를 한 여성들까지 모두 처벌한다면? (여성은 징역 1년, 수술한 의사는 징역 2년) 



합헌 결정이 떨어지고 공무원이 집으로 찾아와 테스트를 한다. 손주를 봐주시던 엄마의 결과는 양성. 







충격적인 건 아버지는 처벌하지 않는 다는 사실...그래 임신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남자는 처벌하지 않는다. 오직 여성만이 1년간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 미국의 낙태권 폐지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성의 결정권을 국가가 빼앗는다는 관점에서는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튼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이고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어 페미니즘 필독서라고 감히 추천해본다. 



쪼개진 미국





요즘 고르는 책마다 눈물난다. 장마라 하늘도 자주 울고 나도 덩달아 우는 요즘. 울고 나서 더없이 맑아지는 하늘도 사람 마음을 닮았다. 닮은 듯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로 세상은 채워져 있다. 그래도 같이 나눌 수 있는 것들,특히 공감이, 또 사랑이. 일부만의 것이 되지 않길, 어떤 상황에서든 무가치하고 하찮은 것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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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15 18: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견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저는 요새 전세계가 인플레에 시위에 전쟁에 보이는 것마다 암울한지라 회사 다니면서 월급 나오는 것에 감사한 삶을 살아야겠다 단순하게 생각중입니다. 물론 분노할 일 투성이지만 지금 그러기엔 정치판도 개판이라ㅋㅋㅋ
권해주신 책은 정말 가볍지 않은 내용이에요. 미미님 달달한 거라도 드시면서 기분 업하는 저녁되시길.

청아 2022-07-15 18:3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장볼때마다 인플레 심각성을 느껴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상황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비극이죠. 식량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한다는 우리나라의 식량난도 앞당겨질까봐 불안하고요. 일단은 거리의화가님 말씀처럼 주어진 상황들에 감사하고 할 수 있는것들에 집중하려합니다. 고맙습니다 안그래도 지금 보신겸? 송이덮밥 먹고있어요ㅋㅋㅋ평온하고 즐거운 저녁되시길요 ^^

새파랑 2022-07-15 18: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츄츄가 많이 아프군요 ㅜㅜ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ㅜㅜ 마지막 사진 미국 뉴스 사진은 참 많은걸 생각하게 하네요~ 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려고 하는지 좀 이해가 안되긴 하네요 ㅡㅡ 미미님 그래도 힘내시길 바랍니다. 울보 미미 보다는 광녀 미미가 더 좋음 ^^

청아 2022-07-15 18:48   좋아요 3 | URL
괜찮다가 한번씩 여기저기 아프고 무엇보다 힘든건 새벽에 깨는거예요ㅜㅜ
느닷없이 짖어대는통에 이웃에게도 미안하기도하고 멘붕에 빠집니다. 츄츄 본인도 괴롭겠죠. 새파랑님 응원해주시니 울보끄고 광녀미미로 힘내보겠습니다ㅋㅋㅋ 웃음가득한 불금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2-07-15 1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이들면 인간이고 반려견이고 아플 수밖에 없는데 그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죠 ㅠㅠ
울보 미미 되지 마세요
날씨도 더운데 기운빠져요.
츄츄 많이 아프지 않으면 좋겠네요.
첫 그림 넘 공감되요.
딸아이가 아이 낳으면 저도 딸아이 힘들까봐 애기를 봐줄것 같아요^^

청아 2022-07-15 20:18   좋아요 4 | URL
네ㅠㅠ 당연한 건데 반려견들에게는 시간이 너무 빨라서 츄츄도 저도 적응이 잘 안되네요. 얼굴은 아직도 어릴때 모습,귀여움 그대론데 심장도 약해지고 뒷다리도 점점 약해져서 요즘은 잘 걷질 못해요. 다행히 식욕은 그대로예요ㅋㅋㅋㅋ
친구들도 애기 봐주는건 역시 친정엄마더라구요.^^

mini74 2022-07-15 20: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엄마맘은 다 똑같은가봐요. 남일 같지 않네요 미미님 ㅠㅠ 떠나는 날까지 건강하게 있다 가기만 바랄뿐입니다. 진짜 얼굴보면 언제나 애긴데 말이지요. 미미님 우리 잘 웃고 행복해하며 즐겁게 지내요 *^^* 미미님 파이팅 !!

청아 2022-07-15 21:13   좋아요 4 | URL
미니님도 기억하실텐데 <전쟁은 여자의 얼굴..>에서도 엄마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다 뭉클뭉클하더군요ㅠㅠ
똘망이도 츄츄도 좋은 추억많이 가지고 갈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다정한 미니님 계셔서 요기 들올때도 많이 웃습니다ㅋㅋㅋ미니님도 파이팅!! *^^*

프레이야 2022-07-15 21: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엄마와의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 같아요
언제 어디서나 어느 순간에 엄마가 떠올라요. 츄츄는 에고 불쌍해라. 나이 드니 어떨 수 없군요. 사는 날까지 행복하길.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언젠가는 닥칠 일. 바라보는 마음이 울고 싶겠어요 정말. 씩씩미미 님으로 얍!!

청아 2022-07-15 21:12   좋아요 5 | URL
한달 다르고 일년이 또 확 다르더라구요. 반려견과의 이별도 저는 책으로 봐두었는데 실제는 또 다르겠죠?ㅜㅜ 밤마다 힘들지만 고비를 몇번이나 넘겨주어서 늘 덤으로 쌓이는 하루하루예요ㅋㅋㅋ감사해요 프레이야님 아자아자!! *^^*
 

한번은 휴가를 받았어. 숙모한테 가기 전에 사탕가게부터 들렀지. 나는 사탕을 굉장히 좋아했거든. 가게에 들어가서 말했지.
ㅡ사탕 주세요.
여점원이 정신 나간 사람 보듯이 나를 쳐다봤어. 나는 이해할 수 없었어. 배급표는 뭐고, 봉쇄는 또 뭐지? 줄 서 있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어. 보니까 내가 저보다 더 큰 소총을 들고 서 있는 거지, 총을 처음 받던 날, 크디큰 총을 보면서 나도 속으로 그랬거든. ‘언제나는 이 총만큼 키가 크지?‘ 줄 서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점원에게 부탁했어.
ㅡ그 아이에게 사탕을 줘요. 우리 배급표를 가져가면 되잖아요.
그러자 점원이 사탕을 내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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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07-14 1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부분 감동적이죠 ...

청아 2022-07-14 13:01   좋아요 3 | URL
네! 저는 이런 이야기에서 너무 눈물나요ㅠㅠ

다락방 2022-07-14 13: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군대 장교가 수트케이스 가득 사탕인 걸 알고 당황하잖아요. 그 때 아 대체 우리가 얼마나 어린 사람을 여기로 이끌고온것인가.. 했을 것 같아요 ㅠㅠ

청아 2022-07-14 14:07   좋아요 3 | URL
네ㅠㅠ 전쟁에서 이런 것들은 때로 어리석은 모습으로 비춰지곤 하잖아요? 사실 가장 인간적인 태도인데 말이죠.
저 또한 전쟁에 관해 아직까지 남성중심적 사고에 갇혀있었단걸 이 책
읽으며 깨달았어요ㅠ

거리의화가 2022-07-14 13: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느순간 플래그가 너무 많이 붙어서 도저히 다 못 올리겠더군요.
전쟁 등 부상의 묘사보다는 오히려 평범하게 꿈꿀 수 있는 일상적 멘트나 상황에 더 울림이 크더라구요. 전쟁터가 아니었으면 할 수 있는 친구 사귐, 학교 다니기, 사랑 등 말이죠.

청아 2022-07-14 14:10   좋아요 4 | URL
저도요!! 저도 동감입니다. 아...거리의화가님 댓글 보고 또 눈물나네요ㅠㅠ 이 책은 수도꼭지 제대로 틀어주는것 같아요. 많이들 읽어보면 좋겠어요.

새파랑 2022-07-14 17: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참 그렇네요. 총의 크기가 폭력의 크기군요 ㅜㅜ 요책도 완전 미미님 책인거 같아요~!!

청아 2022-07-14 17:54   좋아요 4 | URL
이 대목 읽고 바로 소총을 검색해봤는데 큰건 꽤 사이즈가 나가더라구요?! 아이들까지 총을 들게 하는 무자비한 전쟁이네요ㅜㅇㅜ

그레이스 2022-07-14 19: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많이들 읽으시네요
저도 다시 읽을까봐요^^

청아 2022-07-14 19:42   좋아요 3 | URL
같이 읽어요 그레이스님!!ㅎㅎ 저도 요즘 읽으면서 재독을 해야겠다 몇번이나 다짐하고 있어요^^

mini74 2022-07-15 2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직 어린, 사탕이 필요한 아이에게 총을 들게 하는 세상에 대한 어른으로서의 죄책감과 미안함 막막함ㅠ 전쟁을 감행하는 이들의 마음은 우리랑 다르게 생겼을거같아요. ㅠㅠ

청아 2022-07-15 22:02   좋아요 2 | URL
사탕 때문에 뭉클 했어요ㅠ 지금 우크라이나도 그렇겠지만 전쟁 상황에서는 인간의 민낯이 드러나는거 같아요
비참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용기있게 빛나는 경우도, 승리만 쫒아 아무것도 보지못하는 경우도 있을테니 말이죠.ㅠㅠ
 
무도회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1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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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욕망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연민하기는 어렵다. 연민은 그 욕망의 못남,혹은 찌질함이 내 것이기도 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아주 쉽게 회피의 언어로 욕망을 비난할 때, 이렌 네미롭스키는 직설의 언어로 욕망을 연민한다.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가식과 허세로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엄마나 이웃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 비아냥이면서 동시에, 그들에 대한 안쓰러움이기도 하다. 세상도 삶도 믿지 않는 자가 쓴, 그리하여 세상도 삶도 이해하게 하는 역설이 네 편의 소설에 담겨 있다. ㅡ소설가 한지혜


 

4편의 단편이 모두 다 좋았다. 참 잘 쓴 글이다. 읽으면서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더라. 읽다가 눈물도 나고 그래서 정화된 기분을 느꼈고 그런 느낌은 늘 삶이 살만한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엄마와의 갈등, 전쟁이라는 배경에서 일어나는 일들, 사랑, 아픔, 우정. 이런 것들이 담겨있다. 작가가 우크라이나 출신이라는데 요즘 다락방님을 따라 읽고 있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접점이 보인다. 그 책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도 우크라이나 출신이고 전쟁에서의 증언을 책으로 엮어냈는데 그 책이 다큐형식이라면 이 책은 창작이라는 점이 다르긴해도 추구하는 것은 어쩐지 비슷한것 같다. 무도회를 쓴 이렌 네미롭스키는 39살의 짧은 생을 살았고 1942년 아우슈비츠에서 삶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녀는 상당한 양의 작품을 남겼다. 그 중 '스윗 프랑세즈'는 영화로도 만들어지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데 책과 영화 모두 꼭 보고싶다.



무도회


졸부가 된 부모가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무도회를 준비한다. 200명에게 초대장을 쓰는데 14살인 외동딸 앙투아네트가 자신도 무도회에 잠시라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자 엄마는 어림없는 소리하지 말라며 상처주는 말을 쏟는다. '이것아, 나는 이제야 겨우 살기 시작했어, 알아들어?' 분노한 앙투아네트에게 하필 초대장이 맡겨지고 그녀는 그걸 우체국에 가져가지 않고 갈기갈기 찢어 강물에 던져 버린다. 이어지는 일들이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읽으면서 어린시절 엄마와의 갈등이 떠올랐다. 아마도 엄마에게 힘든 시기였으리라 짐작한다. 한번은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을때 엄마가 내 물건을 함부로 버려 화가 많이 난 적이 있었는데 너무 분노했던 나는 엄마의 블라우스를 몰래 가져다 버렸다. 워낙 옷이 많아서 티가 나지 않았는지 그 일은 그대로 잊혀졌는데 그때 얼마나 통쾌하던지. 지금도 엄마에게 그 일은 비밀이다. 앙투아네트에게는 철부지였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있다. 복수는 언제나 달콤씁쓸하다.


"넌 착한 아이야, 앙투아네트... "
바로 그 순간, 손에 잡히지 않는 그 찰나의 순간, 한 사람은 올라갔고, 또 한 사람은 어둠 속으로 내려갔다. 그들은 그렇게 ‘삶의 길 위에서‘ 엇갈렸다. 하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앙투아네트가 부드럽게 되뇌었다. "내 가엾은 엄마.…."
 - P75




그날 밤 


25년간의 결혼생활. 경제적 여유가 생기자 바람나 집을 나간 아빠. 남겨진 엄마는 어린 딸(화자)을 데리고 혼자사는 동생의 집으로 간다. 여성들끼리 여럿이 모여 오랜 그리움을 달래고 눈물 가득한 배신의 상처를 위로하며 난롯가에 있었다. 동생 알베르트는 독신으로 살고 있고 어엿한 자신의 집이 있으며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선생님이다. 그녀는 언니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로인해 자신은 독신으로 살기로 작정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자기가 언니를 책임지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건 사랑의 문제가 아니야. 나에게는 목소리의 뉘앙스, 발소리, 목에 와 닿는 손의 감각, 격렬한 몸싸움과 키스가 필요했어. 빵이나 물, 소금이 필요한 것처럼."
이상한 일이었다. 엄마의 말들은 빈약하고 서툴렀으며, 목소리도 고르고 단조로워서 정열적이지 않았다. 그랬다. 엄마에게는 열정의 흔적이 더는 남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경험자의 권위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음악가, 예술가, 천재적인 창조자가 망설이며, 틀려가며, 고쳐가며 <월광소나타>를 연주하는 소녀들에게 말하듯 그 노처녀들에게 말하고 있었다.(중략) 
"아까는 내가 불행했다고 했지." 엄마가 끼어들었다. "사실이야. 난 네가 부러워. 너희의 평화로운 생활이 부러워. 하지만... 난 풍요로웠고, 가득 채워졌었어. 그런데 너희는 아무것도 누리지 못했지." 그러자 나의 이모 알베르트가 뜨개질감을 떨어뜨리고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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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12 16: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고 있는 책들에 접점이 보일 때 참 좋더라구요. 이 책은 창작의 형식이니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다른 느낌을 가져다줄 것 같습니다.

청아 2022-07-12 17:01   좋아요 3 | URL
네. 두 작가 모두 우크라이나 출신이고 동일한 세기를 살았었다는 공통점도 있고요.(스베틀라나는 물론 아직까지 살아있지만, 이렌이 살아있다면 엄마와 딸정도 차이)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싶은 그런 작품이었어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바로 주문했습니다^^

다락방 2022-07-12 16: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소개해주신 단편들 다 너무나 읽어보고 싶어요. 두 편 다 어떤 쫄깃함(?) 이 있는 소설이네요. 이렇게 또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청아 2022-07-12 17:04   좋아요 2 | URL
얇아서 금방 읽으실거예요. 아주 짧은 이야기까지 네 가지 모두 나름의 이유로 다감동적이었어요.다락방심도 좋아하실것 같아요. 빌려서 읽었는데 나중에 다시 읽어보려고 주문했어요.^^

페넬로페 2022-07-13 0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편의 단편 다 읽고 싶어집니다.
한지혜님의 글에 공감이 되네요.
우리가 어떤 욕망들을 비판하지만 사실 그것이 다 우리 안에 들어 있을 것 같은~~
지금 읽고 있는 소설이 생각보다 별로라서 얼른 이 소설이 읽고 싶어져요^^

청아 2022-07-12 17:32   좋아요 3 | URL
한지혜님 글 좋죠!!
이 책 재밌었어요 페넬로페님~♡ 스콧님,미니님 리뷰보고 선택했는데 👍최근에 저도 3권정도 별로여서 별점도 안주고 되팔기 가방에 넣어둠요ㅎㅎ

- 2022-07-12 17: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한지혜의 평이 넘나 매력적이네요!!! 두 줄 만에 공감 다 되버리네. 훌륭하다. 한지혜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버림!

청아 2022-07-12 17:53   좋아요 3 | URL
그쵸!! 저도 한지혜님 궁금해서 책 찾아 담아놨어요! 그 중 ‘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는 제목부터가 신선한데 품절이라 도서관에서 찾아 찜해놨지요ㅋㅋㅋ

새파랑 2022-07-12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벌써 신작을 또 구매하셨군요 ^^ 저도 이 책 찜해놨는데 미미님을 눈물 흘리게 했다니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전 <무도회>가 흥미로워 보이네요~!!

청아 2022-07-12 19:43   좋아요 2 | URL
그래도 구매가 전보다는 줄었어요ㅋㅋㅋ새파랑님은 아마 1시간도 안걸려 읽으실거예요! 지금 집에 돌아와보니 도착했네요^^

coolcat329 2022-07-12 19: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찜해 둔 책인데 자꾸 보이네요. ㅎ
저도 좀 울고 마음을 정화시키고 싶습니다. 스윗 프랑세즈가 이 작가의 작품이었군요!

청아 2022-07-12 19:48   좋아요 2 | URL
<스윗 프랑세즈> 영화 관심있었는데 이 작가의 작품이라고해서 더 궁금해졌어요! 책은 도서관에는 있는데 절판이라 아쉬워요ㅠ
쿨캣님 저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샀어요^^

coolcat329 2022-07-12 19:53   좋아요 3 | URL
저는 방금 무도회 도서관에 신청했답니다.😚
히틀러 책 사셨다니 재미있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청아 2022-07-12 19:57   좋아요 1 | URL
네!!ㅎㅎ저도 무도회 도서관에서 예약하고 빌려 읽었어요😉😆

mini74 2022-07-13 0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콤씁쓸한 복수 ㅎㅎ 무도회에 띡 맞는 말같아요 미미님 *^^* 진짜 몰입감있게 잘 쓰시는 작가분 ㅠㅠ 저도 리뷰도 별도 감당하기 어려운 책 몇 권을 되팔아야지하면서도 못난 자식 버리는거 같아서 ㅎㅎㅎ 남편한테 말했더니 비웃으며 화장실물은 어떻게 내리냐고 ㅠㅠㅠ 그 말에 저주토끼 속 단편 생각나서 섬뜩했습니다 *^^* 얼릉 보내야겠어요 ㅎㅎ

청아 2022-07-13 10:41   좋아요 2 | URL
미니님 덕분에 소장할 소설을 한 권 더 찾았어요~♡^^♡ㅎㅎㅎ
아니 어떻게 그런 비유를ㅋㅋㅋㅋ완전 저주토끼>.< 남편분 센스가 뛰어나신데요?!! 미니님도 재미있으시니 매일이 꽁트고 시트콤일것 같습니다ㅎㅎ 저는 지금 5권 모았습니다ㅎㅎ
 

"아! 네가 내년에는 ‘사교계‘에 들어갈 거라고? 도대체 누가 네 머릿속에 그런 생각들을 욱여넣었니? 잘 새겨둬, 이것아, 나는 이제야겨우 살기 시작했어, 알아들어? 그래서 결혼시킬 딸 때문에일찍부터 마음고생할 생각이 전혀 없어. 내가 저것의 귀를잡아당겨 생각을 바로잡아주지 않고 왜 이러고 있나 몰라." - P29

그녀는 피투성이가 되어 길에 쓰러져 있는 자신을 상상했다. 그러면 15일의 무도회는 열릴 수 없을 것이다. 엄마는 이렇게 말하겠지. "계집애, 죽기로 작정했으면 다른 날을 고를 수도 있었잖아!" 자기 입으로 이렇게까지 말했으니까. "나도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 나도, 나도..." 어쩌면엄마의 그 말이 다른 무엇보다 훨씬 안 좋았다.…. 앙투아네트는 엄마의 눈에서 그토록 차갑고 적의에 찬 여자의 시선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 P34

그녀는 눈물에 젖은 베개에 머리를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나른하고 허한 일종의 쾌감이 그녀의 고단한 팔다리에부드럽게 퍼져나갔다. 그녀는 가벼운 손가락을 움직여 잠옷 속으로 자신의 몸을 어루만졌다. 부드럽게, 경건하게, 사랑을 위해 준비된 아름다운 몸・・・ 그녀는 속삭였다.
"열다섯 살, 오로미오, 줄리엣의 나이…."
그녀가 열다섯 살이 되면, 세상의 맛이 바뀔 터였다. - P35

앙투아네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막 껍질을 벗긴오렌지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 여자‘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대도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으며 오히려 무시해버린다고 의자 뒤에 버티고 서 있는 하인이 믿게끔, 그녀는 천천히, 차분하게 먹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퉁퉁 부은 눈꺼풀에서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눈물이 옷 위에 뚝뚝 떨어져 반짝였다. - P36

그녀는 꼼꼼하게 화장을하기시작했다. 우선 크림을 두손에 개어 두툼하게 바른 다음, 볼에는 붉은색 블러셔를, 눈썹에는 검은색을 칠했다. 그러고는 눈꺼풀을 관자놀이 쪽으로 길게 늘여주는 작고 가벼운 선을 긋고, 분을 바르고……그녀는 아주 천천히 화장을 했다. 가끔 화장을 멈추고 거울을 집어 열정과 불안이 동시에 묻어나는 눈길로, 냉혹하면서도 의뭉스럽고 교활한 눈길로 자신의 모습을 집어삼킬듯 바라보았다. 갑자기 그녀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에 난흰 머리카락 한올을 꽉 집었다. 그리고는 온갖 인상을 써가며 그것을 뽑았다. 아! 삶은 온통 어긋나 있었다!  - P54

 그녀는 아홉 시 45분, 열 시를 알리는 괘종시계 소리를 들었다. 열 번의 종소리라니…. 앙투아네트는 부르르 몸서리를 치고는 슬그머니 방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범죄현장에 이끌리는 미숙한 살인자처럼 살롱을 향해 걸어갔다.  - P58

그녀는 혼자 남게 되자 곧바로 창문으로 다시 달려갔다. 대로를 따라 올라오는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몇 대는 그들의 집 앞에서 속도를 늦추기도 했다. 그러면 캉프 부인은 허리를 숙여 시커먼 겨울 거리를 눈으로 삼킬 듯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차들은 멀어져갔고, 엔진 소리는 점점 약해져 어둠 속으로 까무룩 사라졌다.  - P66

‘조르주, 조르주, 누가 초인종을 눌렀잖아요. 못 들었어요?"
"레의 가게에서 얼음을 가져왔습니다."
캉프 부인은 폭발하고 말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다니까! 사고나 오해가 있었을 거야.
아니면 날짜나 시간을 잘못 알았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이제 열한 시 십 분, 열한시 십 분이라고!" 그녀가 절망에 빠져 되뇌었다. - P68

‘엄마는 어떻게 이깟 일로 저렇게 울고 있을까? 그럼 사랑은? 죽음은? 엄마도 언젠가는 죽을 텐데, 그걸 까맣게 잊은걸까?
어른들 역시 금방 지나가버리는 하찮은 일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걸까? 앙투아네트는 그들을 두려워했었다.
그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면, 그들의 헛되고 부조리한 위협 앞에서 벌벌 떨었었다.  - P73

"넌 착한 아이야, 앙투아네트・・・ "
바로 그 순간, 손에 잡히지 않는 그 찰나의 순간, 한 사람은 올라갔고, 또 한 사람은 어둠 속으로 내려갔다. 그들은그렇게 ‘삶의 길 위에서‘ 엇갈렸다. 하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앙투아네트가 부드럽게 되뇌었다.
"내 가엾은 엄마.…." - P75

"만약 아주머니가 그를 보살피는 동안 독일군이 들이닥쳤다면?"
"오! 내가 손도 못 대게 했을 거야. 나한테 권총이 있었거든 우리가 그런 식으로 지키는 남자는 자식이나 마찬가지야. 설사 죽는다 해도 조금도 개의치 않고 그를 보호했을 거야" - P84

얼굴이 상한 그 자그마한 여자는 한때 영웅이었다. 질베르트는 지난 전쟁 동안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을 여러차례 들었다. 아마 이번 전쟁이 치러지는 동안에도 그런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마들렌 아주머니를 가엾게 여겨야 할까?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고 질베르트는 생각한다. 그녀는 보통 사람들이 평생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단 나흘 만에전부 써버린 것이다. - P85

질베르트는 그 모든 얼굴 중에서 열정 가득하고 자부심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젊은 여자의 얼굴을 찾는다. 그런얼굴이야말로 거기에 깃든 영혼에 걸맞을 테니까. 하지만마들렌은 건강하고, 천진난만하며, 질베르트 자신처럼 약간은 되바라져 보이는, 못생기지도 예쁘지도 않은 젊은 여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이 사람이 아주머니예요?"
수시로 거울을 들여다보고, 툭하면 토라지고, 버럭 화를내고, 생쥐를 무서워할 것 같은 평범한 젊은 여자.
질베르트는 아주 부드럽고 복잡한 자존감이 가슴을 가득채우는 것을 느낀다. 그녀는 자신 역시 필요하다면 사랑을베풀고 괴로움에 몸부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P86

한 남자를 알려면, 그가 식탁에서, 또는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 어떻게 구는지 봐야 한다.  - P89

"그만 해요, 카미유언니, 그만해. 말해봤자언니 마음만아프니까." 이모가 측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냐, 내버려둬. 속이라도 후련해지게 그동안 얼마나숨이 막혔는지..." 엄마가 대답했다.
나는 엄마가 실제로 숨이 막힌다는 듯, 두 손을 목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았다. 뺨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P123

그래서다시 들어가 새 모자를 사서 나오다가 문턱에서 앙리와 마주쳤어. 그 순간 우린 서로를 바라봤고, 사랑에 빠져들었지…. 오 분만 늦었다면, 그는 한쪽으로, 나는 다른 쪽으로갔을 거고, 우리의 운명은 엇갈렸을 거야. 그랬다면 나도 너희처럼 늙을 때까지 평온하게 살고 있겠지." - P128

"네 말이 맞아, 마르셀 그건 우연이 아니라 본능, 나아가욕망의 문제야. 결국, 우리는 늘 이 세상에서 가장 격렬하게욕망하는 걸 얻게 돼. 그게 우리가 받는 가장 큰 벌이야." - P130

블랑슈. 네가 정말 사랑에 빠졌다면 그 남자를 밀쳐내지 않았을 거야. 부끄러움도, 그의 눈에 아름다워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잊었을 거야. 네가 정말 사랑에 빠졌다면 사랑이널 아름답게 만든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을 거야." - P132

‘언니는 그를 사랑했기 때문에 모든 걸 받아들였어. 네 입술에서 나오는 ‘언니는 그를 사랑했어‘라는 말은 싱겁고 차가워. 하지만 나로서는..….
아! 내가 그를 사랑했는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겠어. 뭐랄까,
그건 사랑의 문제가 아니야. 나에게는 목소리의 뉘앙스, 발소리, 목에 와 닿는 손의 감각, 격렬한 몸싸움과 키스가 필요했어. 빵이나 물, 소금이 필요한 것처럼."
이상한 일이었다. 엄마의 말들은 빈약하고 서툴렀으며,
목소리도 고르고 단조로워서 정열적이지 않았다. 그랬다,
엄마에게는 열정의 흔적이 더는 남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경험자의 권위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음악가, 예술가, 천재적인 창조자가 망설이며,
틀려가며, 고쳐가며 <월광소나타>를 연주하는 소녀들에게말하듯 그 노처녀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 P138

"아까는 내가 불행했다고 했지." 엄마가 끼어들었다. "사실이야. 난 네가 부러워. 너희의 평화로운 생활이 부러워.
하지만... 난 풍요로웠고, 가득 채워졌었어. 그런데 너희는아무것도 누리지 못했지."
그러자 나의 이모 알베르트가 뜨개질감을 떨어뜨리고는두 손으로 눈을 가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 P140

누군가의 욕망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그대로인정하고 연민하기는 어렵다. 연민은 그 욕망의 못남,혹은 찌질함이 내 것이기도 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아주 쉽게 회피의 언어로 욕망을비난할 때, 이렌 네미롭스키는 직설의 언어로 욕망을연민한다.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가식과 허세로 존재를증명하고자 하는 엄마나 이웃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비아냥이면서 동시에, 그들에 대한 안쓰러움이기도 하다.
세상도 삶도 믿지 않는 자가 쓴, 그리하여 세상도 삶도이해하게 하는 역설이 네 편의 소설에 담겨 있다. 소설가 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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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비행기 조종사였다)은 나와 만나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전화로 거절 사유를 설명했다. 

˝옛날 일을 떠올릴 수가 없어요. 생각조차 하기 싫어요.....3년이나 전쟁터에 있었어요. 그 3년 동안 나는 여자가아니었죠. 여자로서 내 몸은 죽어버렸어요. 생리도 끊기고 여성으로서의 욕구도 거의 없었으니까. 나는 꽤 예뻤어요..… 우리 남편이 나에게 청혼했는데...... 베를린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그이가 청혼하면서 그러더군요. 전쟁은 끝났고, 우리는 살아남았다고. 우리는 억세게운이 좋았다고 자기랑 결혼하자고 나는 엉엉 울고 싶었어요. 소리소리지르고 그 사람을 두들겨패고 싶었어요. 결혼? 지금? 세상이 이렇게 끔찍하게 돌아가는데 결혼을 하자고? 세상이 온통 까맣게 타버리고 보이는 거라곤 시커먼 벽돌뿐인데, 결혼을 하자니..… 그래서 소리쳤어요.
‘나를 좀 봐요……… 지금 내 꼴을 좀 보라니까요! 먼저 나를 여자로 만들어줘요. 꽃도 선물하고, 데이트도 신청하고, 달콤한 말도 하란 말이에요‘ 얼마나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얼마나 꿈꾸던 일인데! 그이를 거의 때릴 뻔했어요..... 정말 그이를 때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이의 한쪽 뺨에 눈물이 흐르는 거예요. 그때 그이는 얼굴에 화상을 입어한쪽 뺨이 발갰는데, 그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어요. 아직 아물지 않은발간 그 상처 위로. 그때 알았어요, 그이도 내 마음과 같다는 걸. 그러자나도 모르게 대답이 나와버렸죠. 그래요, 우리 결혼해요‘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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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09 16: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셧군요. 시작부터 안타까운.....

청아 2022-07-09 18:06   좋아요 2 | URL
좋은 문장도 많아서 벌써 재독하고싶고 필사도 하고싶어요 ^^

페넬로페 2022-07-09 19: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며 이 구절이 마음에 닿았어요.
전에 읽었는데 재독하고 싶네요^^

청아 2022-07-09 21:19   좋아요 3 | URL
읽어보셨군요! 초반부터 마음이 끌리는 구절이 잔뜩있네요. 한 번만 읽을 내용,글은 분명 아닌거같아요 ^^

새파랑 2022-07-09 2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새 이 책 인기가 많나봅니다~!! 노벨상 수상에 평도 엄청 좋네요~!!

청아 2022-07-09 23:32   좋아요 2 | URL
여성주의책 함께읽기 이달의 책인데 워낙 유명한 줄은 알았지만 노벨상도 탔었군요!! 저는 오늘 시작해서 아직 초반이지만 훌륭한 문장이 많아요. 새파랑님도 좋아하실것 같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7-10 0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저 문장 기억 납니다.
쉽게 읽기는 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약간 <여성과 광기> 읽을 때처럼, 마음이 무겁고, 힘들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 책은 또 전쟁과 목숨에 관한 이야기이니...또 다른 슬픔이 느껴지는 책인 듯 합니다.
그래도 미미님의 응원을 기원 합니다^^

청아 2022-07-10 08:59   좋아요 2 | URL
아 그렇네요!! <여성과 광기>와 비슷한 분위기가 있겠어요. 증언들이 나오니까요. ^^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겠단 생각이 들긴합니다. 그래도 함께 읽으니 또 완주하게되겠죠?ㅋㅋㅋ후반기에 벽돌책도 있던데 그것도 그래서 두렵지가 않아요. 나무님 이런저런 감상 올려주실테니 늘 기대도 되구요.
나무님 응원합니다^^*

alummii 2022-07-10 0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은 우울해질까봐 도저히 못 읽겠어요 ^^리뷰만 보고 다닌다는...ㅋㅋ

청아 2022-07-10 08:53   좋아요 2 | URL
그런 경우가 있죠^^ 저도 몇권 아주 힘들게 읽었어요ㅋㅋㅋ

이 책 아직까지는... 초반이긴한데 글을 워낙 잘써서 감탄하며 읽는 즐거움이 더 컸어요

alummii 2022-07-10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쿠나 ~~잘쓴글이라니 읽고 싶어졌어요 !!

청아 2022-07-10 09:18   좋아요 2 | URL
필사하고 싶은 구절들이 많더라구요^^*

그레이스 2022-07-10 2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르뽀에 담겨진 증언들을 하나도 놓칠수 없었던 책입니다.

청아 2022-07-10 22:55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도 읽어보셨군요! 오늘 일이있어 진도를 많이 나가진 못했는데 증언들 부분에서 저도 빠져들었어요^^

mini74 2022-07-11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돌아온 여자들을 향한 시선과 거친 언행등, 전쟁에서 돌아온 남자들과 너무나 다른 대우때문에 더 슬펐어요.

청아 2022-07-11 13:37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읽어보셨군요~^^♡그랬을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필요해 전쟁에 동원했지만 끝난 후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을듯 합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