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 박준영님이 우리동네 도서관에 강연오시는 기념으로 1층에 인권관련 책들이 전시되었다. 그 중 이 책이 눈에 띄어 서서 무심결에 읽다가 완전 내 이야기라서 눈물을 참느라 애먹었다. ‘어머 여기서 또 주책이야' 이런 생각하면서... 그림 속 아이 대신에 아픈 반려견을 넣으면 내 상황. 안그래도 요즘 계속 울보모드인데, 아무래도 읽고 있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의 영향력 탓인것 같다. 그냥 닉네임을 울보 미미로 바꿔야하나... 광녀미미 이미지도 있고 이것참 난감하다.
집에서 키우는 츄츄라는 노견시츄가 치매증세가 있어 요즘 애를 먹인다. 남편 퇴근이 늦어진 어느 날 마침 증세가 심한 츄츄가 걱정되서 운동도 못가고 있는데 엄마가 전화했다.
그냥 나가 무슨 일 있겠어? 박서방은 언제온데? 빨리 오라고 해. -오늘은 7시에 끝나. 엄마.난 괜찮아.
아니 난 너가 힘들까봐 그러지. (엄마는 온통 내걱정)
그런데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다보니 이런 그림이 초반에 똭ㅡ 등장. 엄마 마음이 느껴져 또르르...할뻔 했던 거.
책을 읽고 집에 오면서 쭉 생각했다. 전쟁도, 육아도, 각종 사회문제도 여성들이 여성이라서 더 가슴으로 느끼는 그런 지점들이 있다고. 그런 것들이 여성을 오히려 힘들게 하는 사회적 편견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이 감정들은 너무나 인간적인것이고 남녀 모두가 공유해야할 참된 가치가 아닐까 하고. 여성을 구속하는 동시에 배제하는 이 감정적인 마음들,따뜻한 공감력, 동시에 여성에게만 허용되어 남성들에게는 불가침조항같은 것이 된 가치들. 생존과 멀고 경쟁구도에서 불필요해지기에 있어도 없는 척 해야만 하는 하찮은 것이 되어버려 많은 갈등과 문제의 원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를.
그런데 이 만화의 주요 내용은 낙태죄다. 연애 중인 젊은 커플과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부부,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부와 그들의 부모가 가족으로 얽혀 등장한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거기에 따른 반응들, 그리고 이어 뉴스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놀라운 판결이 나온다. 여성들의 디스토피아가 펼쳐지는 것이다. 얼마전 미국에서 낙태권이 폐지되어 지금까지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이런 내용을 읽어 더 놀라웠다. 실제로 우리의 경우 2019년 헌재에서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었다. 하지만 반대로 대한민국에서 낙태죄가 합헌이 되는 동시에 낙태여부를 확인하는 테스트기를 개발해(일명 IAT) 낙태죄가 생긴 1953년 이후 낙태를 한 여성들까지 모두 처벌한다면? (여성은 징역 1년, 수술한 의사는 징역 2년)
합헌 결정이 떨어지고 공무원이 집으로 찾아와 테스트를 한다. 손주를 봐주시던 엄마의 결과는 양성.
충격적인 건 아버지는 처벌하지 않는 다는 사실...그래 임신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남자는 처벌하지 않는다. 오직 여성만이 1년간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 미국의 낙태권 폐지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성의 결정권을 국가가 빼앗는다는 관점에서는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튼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이고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어 페미니즘 필독서라고 감히 추천해본다.
쪼개진 미국
요즘 고르는 책마다 눈물난다. 장마라 하늘도 자주 울고 나도 덩달아 우는 요즘. 울고 나서 더없이 맑아지는 하늘도 사람 마음을 닮았다. 닮은 듯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로 세상은 채워져 있다. 그래도 같이 나눌 수 있는 것들,특히 공감이, 또 사랑이. 일부만의 것이 되지 않길, 어떤 상황에서든 무가치하고 하찮은 것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