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비행기 조종사였다)은 나와 만나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전화로 거절 사유를 설명했다. 

˝옛날 일을 떠올릴 수가 없어요. 생각조차 하기 싫어요.....3년이나 전쟁터에 있었어요. 그 3년 동안 나는 여자가아니었죠. 여자로서 내 몸은 죽어버렸어요. 생리도 끊기고 여성으로서의 욕구도 거의 없었으니까. 나는 꽤 예뻤어요..… 우리 남편이 나에게 청혼했는데...... 베를린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그이가 청혼하면서 그러더군요. 전쟁은 끝났고, 우리는 살아남았다고. 우리는 억세게운이 좋았다고 자기랑 결혼하자고 나는 엉엉 울고 싶었어요. 소리소리지르고 그 사람을 두들겨패고 싶었어요. 결혼? 지금? 세상이 이렇게 끔찍하게 돌아가는데 결혼을 하자고? 세상이 온통 까맣게 타버리고 보이는 거라곤 시커먼 벽돌뿐인데, 결혼을 하자니..… 그래서 소리쳤어요.
‘나를 좀 봐요……… 지금 내 꼴을 좀 보라니까요! 먼저 나를 여자로 만들어줘요. 꽃도 선물하고, 데이트도 신청하고, 달콤한 말도 하란 말이에요‘ 얼마나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얼마나 꿈꾸던 일인데! 그이를 거의 때릴 뻔했어요..... 정말 그이를 때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이의 한쪽 뺨에 눈물이 흐르는 거예요. 그때 그이는 얼굴에 화상을 입어한쪽 뺨이 발갰는데, 그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어요. 아직 아물지 않은발간 그 상처 위로. 그때 알았어요, 그이도 내 마음과 같다는 걸. 그러자나도 모르게 대답이 나와버렸죠. 그래요, 우리 결혼해요‘ p.23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07-09 16: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셧군요. 시작부터 안타까운.....

미미 2022-07-09 18:06   좋아요 2 | URL
좋은 문장도 많아서 벌써 재독하고싶고 필사도 하고싶어요 ^^

페넬로페 2022-07-09 19: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며 이 구절이 마음에 닿았어요.
전에 읽었는데 재독하고 싶네요^^

미미 2022-07-09 21:19   좋아요 3 | URL
읽어보셨군요! 초반부터 마음이 끌리는 구절이 잔뜩있네요. 한 번만 읽을 내용,글은 분명 아닌거같아요 ^^

새파랑 2022-07-09 2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새 이 책 인기가 많나봅니다~!! 노벨상 수상에 평도 엄청 좋네요~!!

미미 2022-07-09 23:32   좋아요 2 | URL
여성주의책 함께읽기 이달의 책인데 워낙 유명한 줄은 알았지만 노벨상도 탔었군요!! 저는 오늘 시작해서 아직 초반이지만 훌륭한 문장이 많아요. 새파랑님도 좋아하실것 같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7-10 0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저 문장 기억 납니다.
쉽게 읽기는 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약간 <여성과 광기> 읽을 때처럼, 마음이 무겁고, 힘들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 책은 또 전쟁과 목숨에 관한 이야기이니...또 다른 슬픔이 느껴지는 책인 듯 합니다.
그래도 미미님의 응원을 기원 합니다^^

미미 2022-07-10 08:59   좋아요 2 | URL
아 그렇네요!! <여성과 광기>와 비슷한 분위기가 있겠어요. 증언들이 나오니까요. ^^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겠단 생각이 들긴합니다. 그래도 함께 읽으니 또 완주하게되겠죠?ㅋㅋㅋ후반기에 벽돌책도 있던데 그것도 그래서 두렵지가 않아요. 나무님 이런저런 감상 올려주실테니 늘 기대도 되구요.
나무님 응원합니다^^*

alummii 2022-07-10 0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은 우울해질까봐 도저히 못 읽겠어요 ^^리뷰만 보고 다닌다는...ㅋㅋ

미미 2022-07-10 08:53   좋아요 2 | URL
그런 경우가 있죠^^ 저도 몇권 아주 힘들게 읽었어요ㅋㅋㅋ

이 책 아직까지는... 초반이긴한데 글을 워낙 잘써서 감탄하며 읽는 즐거움이 더 컸어요

alummii 2022-07-10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쿠나 ~~잘쓴글이라니 읽고 싶어졌어요 !!

미미 2022-07-10 09:18   좋아요 2 | URL
필사하고 싶은 구절들이 많더라구요^^*

그레이스 2022-07-10 2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르뽀에 담겨진 증언들을 하나도 놓칠수 없었던 책입니다.

미미 2022-07-10 22:55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도 읽어보셨군요! 오늘 일이있어 진도를 많이 나가진 못했는데 증언들 부분에서 저도 빠져들었어요^^

mini74 2022-07-11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돌아온 여자들을 향한 시선과 거친 언행등, 전쟁에서 돌아온 남자들과 너무나 다른 대우때문에 더 슬펐어요.

미미 2022-07-11 13:37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읽어보셨군요~^^♡그랬을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필요해 전쟁에 동원했지만 끝난 후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을듯 합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