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은 내장을 비운 도시 위로 비극적인 흉조가 몰려와 무거워진 광막하고도 황량한 하늘을 펼치고 있었으며, 만테냐나 베로네제가 거의 현대적인 모습의 파리를 그린 몇몇 하늘과도 비슷한 하늘 아래서는 기차로 출발하는 일이나 십자가를 세우는일 같은 뭔가 무시무시하고도 장엄한 일 외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 P14

그녀는 기차 옆을따라가면서 잠에서 깨어난 몇몇 승객에게 카페오레를 내밀었다. 아침 햇살이 반사되어 다홍색으로 물든 그녀의 얼굴은 하늘보다 더 분홍빛이었다. 그녀 앞에서 나는, 매번 우리가 아름다움과 행복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때마다 마음속에 다시 생겨나는 그 살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 P32

누군가가 새로 나온 ‘좋은 책‘에 대해 말하면 어떤 문인은 그 책이 자기가 지금까지 읽었던 모든 좋은 책들을한데 모아 놓은 일종의 합성물일 거라 상상하고 미리부터 권태의 하품을 한다. 그렇지만 좋은 책이란 특별하고도 예측할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지나간 모든 걸작들의 합산이 아니라이 모든 것을 완전히 흡수해도 아직 발견되기에 충분치 않은그 어떤 것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이유는 바로 책이 이런 합산밖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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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4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벌써 시작이라니 😳

청아 2021-06-14 11:2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월요일이라 펼쳤지요🤭

scott 2021-06-14 1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전, 새파랑님 미미님 11권을 향해 달려 오실때까지 줄창 11권만 !읽고 또 읽고 ฅ́˘ฅ̀

새파랑 2021-06-14 17:34   좋아요 2 | URL
스콧님 기다리시면 안되니까 읽던 책 다 읽으면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스콧님 기다리게하면 안될거 같음 😐

청아 2021-06-14 18:3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두 분 덕분에 제가 웃습니다ㅋㅋㅋㅋ

서니데이 2021-06-15 0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냥 읽으면 잘 모를 것 같긴 한데, 문장이 상당히 긴 편이네요. 묘사가 섬세해서 잘 모르고 지나가지만, 실제 문장이 이렇게 길면 번역하기 힘들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미미님, 좋은 밤되세요.^^

청아 2021-06-15 00:27   좋아요 3 | URL
그렇죠? 이 작품의 번역은 프루스트에 대해 애정이 듬뿍 있어야 가능할것 같아요ㅋㅋㅋㅋ
서니데이님 포근한밤 되세요^^*♡
 



어제 저녁. 오랜만에 치킨 배달을 시켜놓고 기다리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낯에 더위먹은 여파였는지 전화 벨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깊이 잠이 들었다가 순간적으로 깨어나 허겁지겁 휴대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 그리고 배달 완료 사진이 있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10분이 지났다. 놀라서 대문앞에 달려나갔는데 치킨이 온데간데 없다. 치킨을 도둑맞은 것이다! 곧이어 치킨을 기대했던 짝꿍이가 도착했다. 당황한 우리는 어떻게 10분만에 치킨을 훔쳐갈 수 있냐며 분노했다. 비교적 조용한 동네. 저녁이면 집앞으로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옆집인가? 우리는 가장 먼저 옆집을 의심했다. 멀리 사는 사람이 굳이 치킨을 훔쳐 가기엔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 옆집에서 배달원이 여러차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와 보고 응답이 없는 것에 모험을 한 것일 수 있다. 지금쯤 맛있게 먹고 있을 거다. 아 정말 치사하다 나쁜 사람! 먹을 걸 훔쳐 가다니! 별의별 추리와 의혹을 쏟아내다가 우리 대문을 향해 직각으로 주차하고 있는 이웃 차량의 블랙박스를 주시했다. 


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은 A형과 타고난 결단력은 있지만 오리지날 A형의 영향을 많이 받아 후천적 A형이 되어버린 B형의 갈등과 고뇌의 시간이 얼마간 이어졌다. 늦은 시간이라 이웃이 싫어하면 어쩌지? 그냥 치킨일 뿐인데 잊어버리고 말자. 하지만 도둑을 잡지 않으면 이번 성공에 기고만장해진 이 도둑은 재범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은 범죄다. 지금 이웃을 불편하게 하는 건 잠시지만 이 일은 두고두고 미궁에 빠져 오랜기간 이웃들을 의심하며 찜찜해질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보자! 결국 친절한 이웃 아저씨 덕분에 사건 현장이 담긴 메모리카드를 빌렸지만 리더기를 사와야 하는 수고가 또 걸림돌이었고 다시 고민과 회의를 거듭하고 리더기를 사오고 나서야  해당 10분동안 치킨을 훔쳐간 범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범인은 가끔씩 우리동네에 출몰하는 노숙자 아저씨였다! 영상속에서 아저씨는 우리 집 앞을 지나가다가 치킨을 보더니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치킨을 들고 사라졌다. 우리는 동시에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웃이 아니었어! 콜라랑 맛있게 드셨겠지?  


P.32 머리 좋은 사람이 열심히 하는 사람을 따라 갈 수 없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즐기는 사람은 고민하는 사람을 능가하지 못하는 법이다. 여성주의는 우리를 고민하게 한다. 


보름 가까이 걸려 정희진님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리뷰를 쓰려니 마침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도둑맞은 치킨에 대한 진실을 파악하는 데에도 이렇게 머뭇거려지고 수고가 필요한데 하물며 여성의 권리와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는 여정은 어떻겠는가? 그동안 여성학자 정희진의 책들을 몇 권 읽어봤지만 이번이 가장많이 슬프고 놀라우면서 또 희망적이었다.  

진실을 찾는 과정은 우선 쉽고 편한 외면과 수용이라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그런다음 시간을 들여가며 번번이 찾아오는 귀찮음과 번거로움에 맞서 싸워야하고 그 과정에서 예상을 벗어난 반전이나 갖가지 걸림돌, 의외의 상황을 마주해야 할 수도 있다.이런저런 방해물들을 지나쳐야 어느정도 분명한 인식에 이르는데 그런 과정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생각보다 소득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을 때 가장 좋은 점은 제대로 거기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분명한 이해가 있어야 분명한 선택도 가능하다.


P.33 모든 이항 대립 논리는 거의 필연적으로 성별적으로 작동한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듯이 낮과 밤은 순환하고 연결되며 상호 의존하는 것인데도, 가부장제 사유 체계는 그것을 대립으로 받아들인다.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한 해질녘 황혼과 동트는 여명이 아름다운 것은 경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혼란이 아니라 기존의 대립된 시각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상상력과 가능성을 뜻한다. 

권력과 기득권은 당사자가 스스로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하다. 가부장제가 뿌리깊은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여성들에게 이것은 더욱 암울한 사실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나니 북마크가 셀수 없을 만큼 많이 붙어있다. 여성인 내가 읽어봐도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하물며 남성들은 어떨까? 여성들은 여러 시기를 거치고 세상과 마주하며 타자로서의 낯선 경험과 모순을 체득한다. 나도 그래 왔지만 남성들의 시각이 주류인 사회에서 제대로 현실을 읽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뭔가 잘못되엇다고 모호하게 느끼고 있을 뿐이다. 이런 느낌정도로는 제대로 된 사고를 하기가 쉽지 않다. 불안하고 더 많은 것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잃어버린 치킨때문에 그랬던 것 처럼. 더 많이 공부하고 주변에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정희진님의 말처럼. 나부터 먼저 변화해야 한다.     

P.56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배 이데올로기나 대중매체에서 떠드는 것 이상을 알기 어렵다. 알려는 노력, 세상에 대한 애정과 고뇌를 유보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이 , 사유하지 않음 이것이 바로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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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13 22:1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도둑 맞은 치킨!
몇일 굶주렸던 이의 한끼를 채워주게 만든 양식이 되었네요 !
사회에 희생자들을 향한 방관과 무심이
어마어마한 폭력이 되어버린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귀와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의 변화, 흐름을 예의 주시하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치킨 주문후
깜빡 졸지 말귀
୧༼◕ ᴥ ◕༽୨

청아 2021-06-13 22:32   좋아요 5 | URL
네 읽으면서 그동안의 무지의 시간들이 너무 아쉬웠어요. 중간중간 관련된 이런저런 생각에 또 빠지고 검색하다 이탈한적도 많음요ㅋ워낙 중요한 내용들이 많아서 다시 틈틈히 읽어봐야겠지만 일단 뿌듯합니다.^^*♡

새파랑 2021-06-13 22:2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도둑맞은 치킨과 페미니즘의 연결이라니! 날이 갈수록 미미님의 리뷰는 감탄입니다. 게다가 읽은 책 목록이며, 저 어마어마한 태그지는 무엇인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늘 힘들지만 그럼에도 의미있는 일인거 같아요. 결과는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ps. 근데 도둑맞은 치킨은 허니콤보 였나요? ㅎㅎ

청아 2021-06-13 22:35   좋아요 5 | URL
도둑맞은 건 그냥 양념이었는데 마쵸킹으로 다시 주문해서 먹었어요ㅋㅋㅋ허니콤보도 맛있죠! 몰랐던 사회문제들, 이슈들도 검색하곤 했는데 오래걸렸지만 여러모로 유익한 독서였어요^^*

그레이스 2021-06-13 22:3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우 !
태그가 만국기네요^^
우리 사회 타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기위해 스스로 입증하고 설득하고 투쟁하는 지난한 과정을 지나게 되죠.
그 과정을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게 하는 것은 권력과 기득권의 저항때문이겠죠

치킨도둑 찾기와 여성의 권리찾기의 유비 탁월합니다.

청아 2021-06-13 22:40   좋아요 5 | URL
감사해요!!^^* 정신없이 써내려가서 좀 억지스럽지 않았나 부끄럽단 생각부터 들었어요. 플친님들 응원때문에 자꾸 뻔뻔해지고 있습니당~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6-13 23: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왜 아니겠습니까! 뭘 하나 깨부수려면 열가지, 아니 백가지의 노력과 좌절이 필요할듯요^^
저도 정희진작가의 책에 관심가지고 있는데 저한테 맞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나마 치킨이 노숙자에게 가서 다행일까요 ㅎㅎ

청아 2021-06-14 09:33   좋아요 6 | URL
깨부순다는 표현 넘 좋은데요?!ㅋㅋ페넬로페님 여성의 현실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어서 강추드려요. 제가 중학교때 읽었음 제 삶이 달랐을꺼라 장담합니다~♡

서니데이 2021-06-14 00:3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놀라셨겠어요. 요즘엔 비대면이라서 택배나 배송상품 모두 집 앞에 두고 가는데 그런 일이 생겨서요. 치킨 사건의 용의자는 제3의 인물이었네요.

청아 2021-06-14 09:39   좋아요 6 | URL
네ㅋㅋㅋ 앞에 택배 놓고가도 그동안 도난당한일이 없었기 때문에 더 놀라웠어요. 이 아저씨는 특히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죠. 전문용어 멋져요ㅋㅋ^^♡

모나리자 2021-06-14 11:3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치킨 도둑 이야기... 소설같은데요??ㅎㅎ
치킨을 시켜놓고 깜빡 잠든 것도 리더기 사다 조사하는 것도.. 넘 웃겨요. 웃다 눈물이..ㅋㅋ(죄송)
맛있게 드셨겠지? 에 빵! 입니다.ㅋㅋ
노숙자 아저씨에게 자선했다 생각하셔야겠어요.

더 좋은 일이 몰려올 징조라고 생각하시고 새 한주도 화이팅 하세요~ 미미님~~^_^!!

청아 2021-06-14 11:39   좋아요 6 | URL
수사물을 너무 봤나봐요. 쓸데없이 진지모드ㅋㅋㅋㅋ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ㅋㅋ♡
모션 뭐라고 하는데 아저씨 치킨들자마자 화면에서 뿅~사라졌어요🙄
모나리자님도 힘나는 한 주 되세요^^*

mini74 2021-06-14 19: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뭐가 이리 흥미진진한거죠. 사라진 치킨, 그 범인은 ? 추리소설 빰치는데요. 반전까지 ㅎㅎ 재미있게 읽었어요. 악이 꾸준한건 선보다 부지런해서란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청아 2021-06-14 19:35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그냥 넘겼으면 악마가 좋아할뻔 했네요! 추적해서 진상파악하고 글도쓰고 미니님께 칭찬받고 히힛^^♡

붕붕툐툐 2021-06-15 0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둑 찾기의 도전이었네요~ㅎㅎ 미미님과 짝꿍 분 함께 범인을 찾고, 노숙자 아저씨인 걸 보고 ‘맛있게 드셨겠지?‘하는 부분 왤케 사랑스러운 거예요?흐엉흐엉~ 이 커플 제가 애정합니다~~❤💕😍

청아 2021-06-15 00:5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에궁 감사해요 💕 ❤ 툐툐님 애정받고 두배로 드림 ❤ 🙆‍♀️🙆‍♀️

2021-06-15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5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1-06-18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인 플래그잔치네요. 33페이지. 경계에 선다는 혼란스러운 가능성을 우리 함께. 토닥토닥. 수고 너무 많으셨어요. ㅎㅎㅎㅎ
그리고 치킨 범인은.. 다행이랄까요?

청아 2021-06-18 09:45   좋아요 1 | URL
몰랐던게 너무 많아서 그만ㅋㅋㅋㅋ다음에 다시 읽으면서 떼면 어떨까 생각중이예요^^*
 

투명한 이야기도, 끝난 이야기도 없다. 모든 이야기는 말하는 이의 ‘그 순간‘의 자기 현실에 대한 사회적 해석, 체현(embodiment)의 가시물이며 정치적으로 협상하는 언어들이다.
- P223

이름 짓기는 정치학이다. 명명(命名)의 과정과 결과는 명명하는 집단의 시각과 이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 P246

이제까지 성을 사는 남성은 문제화되지도 않았고 사회적 낙인의대상도 아니었다. 만일 성매매가 더러운 것‘이라면,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말대로, 성을 파는 여성은 일부지만 성을 사는 남성은 대다수이므로 ‘더 더러운 것은 남성 집단이 아닌가? 성을 사는 남성은타자가 아닌데, 왜 성을 파는 여성은 타자인가? 남성은 여성보다더 섹스를 필요로 하고 남성의 성욕은 거의 무한대로 인정받음에도 불구하고, 왜 남성은 성적 존재나 성적 대상으로 간주되지 않는가? 

왜 남성은 가난해도 성을 팔지 않는가? 왜 여성은 남성만큼 이성의 성을 사지 않는가? 성판매 여성이 겪는 고통은 성매매가 불법이어서 발생한 문제일까, 아니면 성의 이중 윤리(이중 잣대)에서 비롯된 여성의 성에 대한 혐오 때문일까? 왜 ‘창녀‘에 대한 낙인과 비하는 모든 여성에게로 연결, 확대될까? 서구에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비판하면서 탄생한 급진주의 페미니즘 이론은 성매매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고 명쾌한 그리고 여성주의 진영의 ‘전통적인 논리를 제공한다.
- P247

만일 남성 사회의 주장대로 성매매가 평등한 교환이라면, 왜 유독 파는 여성만이 그토록 혐오의 대상이 되며, 성을 파는 여성에대한 비하가 여성 집단 전체에 대한 비하와 통제로 연결되는지 설명할 수 없다. 

여성이 성산업에 종사하는 것은, 그가 가난해서라기보다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가난하지 않은 여성도 인신매매에 의해 성판매 여성이 된다. 가난한 남성이라 할지라도 여성에게 성을팔지는 않는다. 성매매는 계급의 문제가 아니라 성차별의 문제인것이다. 
- P248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성매매를 반대하는 것은 성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성매매는 성 보수주의나 윤리의 문제와는아무런 관련이 없다. 성매매는 기본적으로 성별 권력 관계의 문제이다. 성매매와 포르노그래피는 남성이 여성의 몸을 사용하는 것을 정상화, 정당화하는 남성 중심 시스템의 핵심이다. 성매매는 성폭력과 다르지 않다.  - P249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은 ‘창녀‘가 아니라 포주다. 이는성판매 여성이 성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팔리는 상품이라는 의미이다. 즉, 성매매는 여성이 남성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을) 남성에게 파는 것이다. 특히,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고 있는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매매는 더욱 인신매매적 성격을 띠고있다.
- P249

폭력은 극단적인 형태의 이분법적 인식론을 전제한다.  - P263

"군대 다녀와야 어른 된다", "철든다", "남자 된다", "사람 된다"
등 우리 사회의 일상적 언설은, 병역 의무 수행이 시민권뿐만 아니라 문화,정서,의식 등 모든 차원에서 ‘인간됨‘의 내용을 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러한 인식에서는 "어른,사람=남성"을 뜻하게 된다. - P269

한국에는 1962년에서 1972년까지 ‘미스 여군 선발 대회‘가 있을 정도였으며, 1984년에 중사 이상 여군의 결혼이 허용되었고, 1988년에서야 기혼 여군의 출산이 허용되었다. 이후 사회 전반의 민주화와 여성운동의 발전에 따라, 2005년 6월 여군 장교와 부사관 수는3,701명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간부 정원 대비 2,23퍼센트에 불과하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전체 간부의 5퍼센트를 여성으로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P282

군대 내 성매매를 ‘위안‘이나 ‘휴식‘ 등의 용어로 표현하는 것은, 정치적 권력 행위로서의 성폭력 문제를 ‘신체의 요구‘라는 생물학적 주제로 이동시커, 가해 남성의 책임을 비가시화하고 여성의 고통을 주변화한다.
- P290

폭력의 피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사회운동은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론을 강조한다. 피해자가 ‘잘못‘이 있다면, 개인적 항의도 사회적 저항도 어렵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잘못을 했으면 몰라도.…" 내지는 "잘못을 했으면 맞을수도 있다" 혹은 "맞아야 한다"는 통념을 수용한 대응이다. 
- P295

현실(present)은 언제나 재현(re/present)이다. 재현되지 않는 현실은 없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 P297

폭력은 이유가 없다. 권력 행동에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폭력에 이유가 있다면, 그것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 있을 뿐이다. 사회운동은 그 이유를 묻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파악해 그것을 제거 하고 제약하는 것이다. 사랑과 폭력은 원래 같은 의미지만, 특히 상대방의 상태와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더욱 비슷하다. 사랑이나 폭력은 모두 자기 확신 행위이지 상대방의 매력이나 잘못과는 무관하다. 이렇게 본다면, ‘묻지마 폭력‘의 이유는 단지 피해자가 거기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피해자의 잘못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폭력의 시비와 정의를 분석하려는 시도에서 폭력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을 고찰하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 P298

전통적으로 폭력은 남성 실업과 관련이 있다. 일자리가 없을 때여성은 가사 노동, 결혼 시장, 성 산업으로 흡수되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다. 중산층의 경우 말할 것도 없이 여성의 노동 시장 조건(취업, 승진, 보수……)이 남성에 비해 열악하지만, 저소득층은 상황이다르다. 남성은 저소득층일수록 다른 계급의 남성은 물론 같은 계급의 여성보다 일자리가 불안하다. 또한 다른 인종의 남성과도 경쟁해야 한다.
- P298

나치의 전신이자 전위대였던 자유군단(Freikorps), 제주 4·3 사건 당시에 ‘육지 용병‘이었던 서북청년단, 5) 큐클럭스클랜(KKK단)등은 모두 소외 계층이나 저소득층 남성들의 ‘킬링 타임‘과 관련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도 지배 계층 남성들처럼 뭔가 바쁘게 보이고 싶다. 이들은 일과 후에 집에 가서 가사 노동을 하는 대신, 술집에서 의기투합하면서 자경단 같은 ‘의미 있는 일‘을 찾는 과정에서조직화되었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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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6-13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아주 빠른 속도로 주말이 옆으로 지나가고 있어요.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청아 2021-06-13 21:29   좋아요 2 | URL
네 정말 좋은 시간은 언제나 초고속이네요ㅋㅋㅋㅋ 서니데이님 남은 시간 잘 마무리하시고 굿밤 되세요^^*♡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진다." 라는 말은, 당위적인진리가 아니라 추구해야 할 희망적 가치이다. 불행하게도 현실에서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인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때문이다. 인간의 범위는 자연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계급차별주의, 인종주의, 서구 중심주의, 가부장제, 비장애인 중심주의, 이성애주의 등이 복잡하게 상호 작용하는 사회적 권력 관계의역동 속에서 결정된다. 인종주의 사회에서 ‘유색‘ 인종은 표준적인간이 아니며, 비장애인의 몸이 인간을 대표하는 사회에서 장애인은 정상성의 범주에서 탈락한 타자로 간주된다. 흔히, 흑인은인간과 동물의 중간으로, 여성은 인간과 자연의 중간 존재로 다루어진다.
- P169

역사의 진보는 인간의 범위가 확대되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인권이 부여되는 과정을 말한다. 즉, 인권은 사회적 투쟁 속에서 경합하는 매우 정치적인, ‘움직이는 역동적 가치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인권 의제로 상정되고 논의되는 것은, 피해 당사자들의 지난한 투쟁의 산물이다.  - P170

모든 사람은 한가지 정체성으로 환원할 수 없는 다중적 주체인데, 인간을 성별이나 피부색을 기준으로 ‘여성‘, ‘흑인‘으로 환원하여 규정하는 것이바로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이다.  - P171

인간을 남성, 여성으로 구분하는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 이성애 제도의 산물인 것이다.
- P171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개념과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은, 법 운용이나 일상생활에서 모두 피해 여성의 입장이 아니라 남성의 경험과 이해에 의해 구성된다. 때문에 남녀 모두에게, 여성의주장은 지나치게 예민하고 과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남성의&주장은 자연스럽고 객관적인 것으로 수용된다. 

이렇게 5천 년이 넘는 성별 권력 관계의 역사성을 무시한 채, 인권의 보편성을 똑같은방식으로 적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사회적 강자의 이해를 실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물론, 성폭력 가해자에게도 인권은 있다. 그러나 ‘가해자의 인권‘은, 성폭력 가해 용의자가 수사 과정에서 고문이나 부당한 대우를받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피해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의권력은 아니다.  - P174

남성들이 흔히 주장하는 ‘순결한 ‘진짜‘ 성폭력 피해 여성과 소위 ‘꽃뱀‘은 구별되어야 한다는 언설도, 성 인지적 시각(gender perspective, 여성주의 시각)이 없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현행법의 차원에서는 구별되어야 하겠지만, 넓은 시각에서 보면 여성의 성폭력 피해나 남성의 ‘꽃뱀 피해 모두, 성의 주체는 남성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공통점이 있다. 즉, 여성의 성은 여성의 몸 밖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성은여성의 것이 아니라 남성과의 관계에서 폭력, 매매, 협상의 대상이된다. 그러나 남성의 성은 이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남성들은 누구든 이 문제에 대해 지적 할 수 있으면서도-가타부타- 여성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 꼴페미가 되고 메갈리아가 된다. 여성들의 연대는 왜이리 욕을 먹는가. 주체는 남성으로 간주되는 근거 중 하나)
- P175

성폭력 가해자의 인권은 사법권을가진 국가를 상대로 용의자와 재소자의 권리 차원에서 주장되어야 하는 것이지, 피해 여성을 상대로 경합되거나 주장될 수는 없는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다른 인권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P175

인권 개념의 보편성은 사회적 약자에게 적용될 때만 ‘인권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포르노그래피가 ‘표현의 자유냐, 여성 인권 침해냐‘란 논쟁도 이 문제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원래 권리로서 표현의 자유 개념은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력한국민국가가 탄생한 뒤, 거대한 국가 권력에 비해 취약한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집회의 자유, 사상의 자유 역시 같은맥락의 권리이다. 즉, 표현의 자유는 아무 때나 누구나 주장할 수있는 것이 아니라, 지배 규범에 대한 사회적 약자의 저항일 때만권리로 존중될 수 있다
- P176

보편적 인권은 피억압자에게 인권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성차별주의등 구체적인 제도들의 사회적 작용을 고려하여 맥락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면, 인권의
보편성은 억압 세력의 지배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빵을 훔친 사람은 징역에 처한다." 라는 법은 평등하지 않다. 부자는 빵을 훔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법은 가난한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이처럼 개인이 갖는 권리의 내용은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성별·인종 계급 등 사회적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인권은 사회의 권력 관계와관련 없이 추상적, 초월적으로 본래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라, 구성되고 쟁취되는 경합적 가치이다. 인권은 언제나 피억압 집단의 개입을 기다리는 과정적 개념인 것이다.
- P177

사티는 인도 사회의 카스트 제도 중 최상층인 브라만 계급의 여성들이, 남편이 죽어 화장(火葬)할 때 산 채로 뛰어드는 아내 순사(따라 죽는 것) 관습이다. 사티는 오랫동안 인도 사회에서 민족 문화의 전통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인도를 식민 통치한 영국은 이제도를 ‘야만‘으로 여겨 금지하였다. 이에 반발한 인도의 독립운동가들은 영국 정부의 사티 금지를 민족 문화 침탈로 간주하고, 인도독립운동 과정 내내 규탄과 저항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사티에대한 인도 여성의 입장은 인도 남성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인도 내부의 성차별과 제국주의의 이중 억압을 경험하는 인도 여성의 상황은, 가부장적인 인도 남성 민족주의자들과도 다르고 사티에 반대하는 서구의 여성주의자와도 다르다. 인도 여성(한국 여성도 비슷하다)은 남성 중심적 민족국가의 국민 범주에서도 제외되었고, 서구 백인 여성 중심의 여성 범주에서도 배제된 제3의 정치적 주체인 것이다.
- P186

지식인의 사명, 청년의 사명이라는 말도 같은 착각에서 나온 언설이다. 매력, 열정, 가능성, 순수, 치열함은 젊은이만의 표상으로간주되기 때문에 나이 든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일 때는 ‘철이 없거나 주책‘이 된다. 사회의 주체, 즉 노동과 성과 사랑, 욕망의 주체는 젊은 사람(남성)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표준적 인간 범주에서 제외된 노인은 복지의 대상일 뿐이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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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12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개념과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은, 법 운용이나 일상생활에서 모두 피해 여성의 입장이 아니라 남성의 경험과 이해에 의해 구성된다.]
가벼운 처벌이 가장 큰 문제 입니다
겨우 벌금 몇십만원
약식 기소
피해자 합의
등등으로 바로 풀려 나죠
법이 솜방망이!!!

청아 2021-06-12 16:54   좋아요 2 | URL
네! 뉴스 나올때 자막으로 토막기사 나오는것만 봐도 말도 안되는 판결들 마치 어 쩔땐 성추행을 독려하는 듯한 느낌들어 절망적이예요. 판사들 성인식 개선이 필수라고 봅니다!!!🤨😔

새파랑 2021-06-12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시 볼때마다 밑줄이 계속 늘어나는 마법~!! 미미님과 정희진 작가님이 겹쳐 보여요 ^^

청아 2021-06-12 23:28   좋아요 2 | URL
많이 생략했는데 이정도네요ㅋㅋㅋ정희진 작가님은 저에게 그야말로 히말라야인걸요^^*
 



<프루스트 거꾸로 읽기>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권

-게르망트 쪽1


p.20 내가 만약 그 풍선을 터트려 안에 담겨 있는걸 나오게만 한다면, 나는 그해의 콩브레 향기를, 바람에 살랑거리는 산사나무 꽃향기가 섞인 그날의 콩브레 향기를, 광장 한 모퉁이에서 비를 알리는 전조인 바람이 차례로 햇살을 날아가게 하고 성당 제의실 붉은 모직 양탄자를 펼쳐 놓고 거의 제라늄 분홍빛에 가까운 반짝이는 살색으로, 말하자면 환희속에 그토록 축제에 고귀한 빛을 띠게 하는 바그너풍 부드러움으로 덧칠하던 향기를 호흡할 수 있으리라. 


5권은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읽었는데도 저자인 마르셀의 성향에 어느정도 동요된 탓일까? 정신을 차려보니 리뷰를 안쓰고 그동안 미뤄둔 것들을 하나하나 해치우고 있었다. 몇달을 쌓아만 두던 책장 한켠을 말끔히 정리하고 기존에 읽은 책들을 책장 뒤켠으로 옮기고 먼지를 털고 깨끗히 닦고 아예 서재에서 몰아낼 오래되고 진부한 책들을 솎아냈다. 다른 분들 리뷰를 읽다가 밥을 먹고 어제 주문한 책을 받고 한 곳에 쌓인 알라딘 박스를 접어 모아서 대문앞에 내놓고 나간김에 빗자루 질을 하고 저 멀리 산을 한 번 바라보고 '오늘은 안개 낀 하늘이 참 운치좋고 예쁘다'하고 돌아서다 말려놓은 우산을 접어 장에 넣었다. 자 정신차리고 5권을 마무리짓자! 책을 펼치니 민음사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완결을 언제 내 놓을 건지 궁금해 진다. 전화를 해서 안내에 따라 내선을 눌러 담당자와 통화를 한다. 올해 11권이 나올 예정이고, 내년즈음 12,13권으로 완간이 될 것 같다고 한다. 음 그럼 일단 오늘 읽은 책의 리뷰를 쓰자.


5권에서 마르셀의 가족들은 게르망트 저택 별채로 이사해 살게된다. 선망의 대상인 게르망트 공작부인을 보기 위해 거의 매일같이 그녀가 지나는 길에서 우연을 가장해 마주치거나 홀로 엿본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마르셀의 하녀인 프랑수아즈마저 그 사실을 간파하고 못마땅해 하는 눈치다. 이후 오페라를 보러가서 눈이 마주친 게르망트 부인의 환한 미소로 마르셀의 가슴앓이는 더 깊어진다. 

  

p.95 내 눈에 천배는 더 아름다워 보이는 공작 부인이 칸막이 좌석 가장자리에 올려놓은 하얀 장갑 낀 손을 내 쪽으로 들어 우정의 표시로 흔들었고, 그 순간 내 시선은 부인이 누구에게 인사를 하는지 보려고 자기도 모르게 타오르는 반사적인 불길로 작열하는 대공 부인 눈길과 마주친 듯 느꼈으며, 또 공작 부인은 나를 알아보고 반짝거리는 천상의 미소 세례를 내게 소나기처럼 퍼부었다.


이 후 더 열심히 그녀와 마주치기 위해 매일같이 길목에서 기다리는데 그녀의 태도가 어쩐지 냉담하다. 프루스트만의 장점이 살아나 문장으로 아름답게 표현되어 그렇지 요즘 상황에 비추어보면 이건 스토킹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게르망트 부인 입장에서 본다면 매일 아침마다 불쑥불쑥 눈에 띄는 마르셀이 꺼림직 했을것이다. 하지만 김영하 작가도 말했듯이 문학은 도덕을 벗어난다. '죄와 벌'에서는 도끼로 노인을 찍어 죽이고 '변신'에서는 한 집의 가장이 '벌레'로 탈바꿈하고 괄시받지만 독자는 그 자체를 도덕적으로 문제삼지 않는다. 


p.96 처음 며칠 동안은 그녀를 놓치지않으려고 보다 확실하게 그녀 집 앞에서 기다렸다. 마차가 드나드는 대문(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연이어 통과시키는)이 열릴 때마다 대문의 흔들림이 마음속까지 길게 퍼져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마음이 가라앉곤 했다.


'대문의 흔들림이 마음속까지 길게 퍼졌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내 마음도 덩달아 흔들렸다. 목소리 좋은 국어선생님이 유달리 좋았던 나는 담임 선생님이 또 그렇게 좋았다. 국어시간이 되어 담임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심장이 쿵쾅대서 자칫하면 교실에 다 들릴것만 같아 얼굴이 곧잘 빨개지곤 했다. 이런저런 경험이 있는 누구라도 프루스트의 문장문장을 읽는 순간 급속도로 매료된다. 결국 주인공 마르셀은 절친이자 게르망트부인의 조카인 생루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다시 게르망트 부인에게 잘 보이려 갖가지 노력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내게는 금사빠로 결론이 난 마르셀이 5권에서 이렇게 사랑하는 상대는 게르망트 부인이고 이 과정에 친구 생루에 대한 에피소드와 더불어 여러 인물들의 개성넘치는 인상과 대화, 또다시 '드레퓌스 사건'에 관한 논쟁, 귀족 사회의 이면과 정치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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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11 2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등 댓글 자리 찜!💖

청아 2021-06-11 22:00   좋아요 4 | URL
에궁 스콧님ㅋㅋㅋ💝

scott 2021-06-12 00:40   좋아요 2 | URL
민음사 빨랑 완간 하라고 닥달 전화 📞
나만 하는 줄 알아쥥이 용 ㅎㅎㅎ

마르셀옹 사망 몇주년 기념에
이번에 프랑스 뽜리에서 미완성 원고 발견되서
그것까지 번역 출간 할 예정인것 같네요.
잃시찾은 단순한 소설이 아닌 사회정치 문화 그리고 철학, 사상까지
전부 들어간 20세기 초 문화교양사임 !

미미님은 금사빠!
전 미미님 밑줄 따라 읽 는
따라 쟁이, 쟁이 (~˘▾˘)~♫•*¨*•.¸¸♪

청아 2021-06-12 00:39   좋아요 2 | URL
스콧님 귀욤체 ㅋㅋㅋㅋ👍따끈한 소식까지! 어쩐지~ 그래서 3권 더 나오는거네요. 나오자마자 예약걸고 사야죠~♡ 설렙니다!!

붕붕툐툐 2021-06-13 01:0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민음사에서 완간되는 것에 스콧님 덕도 있는거군요!!

blanca 2021-06-11 21: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금사빠 너무 적절한 묘사네요. 아, 11권이 올해 나오는군요! 10권 내용 또 다 잊어버렸답니다. ㅡㅡ;;

청아 2021-06-11 22:01   좋아요 3 | URL
읽으셨군요!ㅋㅋ아 어떻게 그때까지 기다립니까ㅠㅇㅠ

blanca 2021-06-11 22:03   좋아요 4 | URL
읽어도 의미가… 백지 상태랍니다. ㅋㅋ

청아 2021-06-11 22:06   좋아요 4 | URL
완간됨 같이 다시 읽어용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6-11 21: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금사빠 ㅎㅎ
궁금해지네요^^

청아 2021-06-11 22:03   좋아요 5 | URL
아 이젠 첫번째 인용된 저런 문장만 봐도 너무 예뻐서 울컥울컥합니다. 프루스트는 정말 미친사람~뿅♡

mini74 2021-06-11 22: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일처리 깔끔하십니다 ㅎㅎ 하늘 한 번 봐주고 박스 정리하고 전회도 하고 책도 읽고 ~ 너무 바쁘신거 아닙니까 ㅎㅎ *^^*5권 완독도 축하드려요 ~~

청아 2021-06-11 22:04   좋아요 6 | URL
감사해요ㅋㅋㅋ저만 이런것 같지 않아 이제 당당하게 폭로합니다.미니님도 얼른 함께 읽으시죠!

새파랑 2021-06-11 22: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금사빠‘ 라는 말 처음 들어봤는데( 씨름 용어 인줄 알았어요 ㅎㅎ) 리뷰읽으니까 무슨뜻인지 알겠네요~!! 와 딱 맞는 표현이네요. 완전 극공감 ㅎㅎ미미님 이제 네권만 읽으면 되겠네요. 이번달에 다 읽으시겠어요^^ 전 다섯권남음 ㅜㅜ

그레이스 2021-06-11 22:52   좋아요 5 | URL
씨름용어 ㅋㅋㅋ
저도 처음들었을때 같은 생각했어요^^;;

청아 2021-06-11 23:04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아 정말 씨름 용어같기도 하네요! 3권 더 출간된다니 7 권요. 함께 읽으니 진도 잘 빠집니다^^ 완독 고고👍

페넬로페 2021-06-12 00: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금사빠‘라는 말을 들어보긴 했는데 기억이 잘 안나 슈웅~~검색하고 왔어요~~아이, 이 말을 알고 있었는데, 좀 생각이나 해봤으면 금방 알아냈을텐데 ㅠㅠ
재는것보다 금사빠가 저는 더 좋습니다^^
이제 얼마남지 않으셨네요
며칠내로 다 읽으시겠어요^^

청아 2021-06-12 00:14   좋아요 5 | URL
저도 어느정도 금사빠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ㅋㅋ4권 두께가 허걱입니다ㅋㅋㅋ이 달 안에 읽을 수 있을까요?

페넬로페 2021-06-12 00:15   좋아요 5 | URL
아무렴요~~
읽으신다니까요^^

청아 2021-06-12 00:16   좋아요 5 | URL
해볼께요ㅋㅋ😍

coolcat329 2021-06-12 09: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이 10권이 다가 아니군요ㅠ

청아 2021-06-12 09:38   좋아요 5 | URL
네! 스콧님 말씀처럼 미완성 원고 발견으로 총 3권이 남았네요ㅋㅋㅋ

바람돌이 2021-06-12 13: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이게 완간이 안된거였단 말입니까? 그럼 민음사판 1-6권 세트는 그냥 반만 나온거였다는????
아 그럼 저는 완간되면 시도하는걸로.... ㅎㅎ 당분간 이걸 읽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만들어졌습니다. ㅎㅎ

청아 2021-06-12 14:5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네~다른 출판사 완간이 12권 정도라 1~2권 더 나옴 끝인줄 알았는데 스콧님의 정보로 원고 발견된것 까지 3권 나오는구나 하고 있어요.
역시 스콧님 추리에 찾아보니 내년이 프루스트사망 100주기!민음사가 여기맞춰 완간할건가봐용ㅋㅋㅋ

서니데이 2021-06-12 23: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가 미완성 원고가 있나요. 신간으로 나온 책들은 완역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몇 권 더 남은 책이었네요. 미미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청아 2021-06-12 23:26   좋아요 4 | URL
어떤 내용일지 벌써부터 너무 궁금해서 큰일입니다ㅋㅋㅋ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주말되세요^^*♡

붕붕툐툐 2021-06-13 01: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벌써 5권!! 넘나 멋지십니다~ 저도 이번 여름방학엔 꼬옥!!ㅎㅎㅎㅎㅎ(내용은 5권 읽고 읽겠습니다!ㅎㅎ)

청아 2021-06-13 14:40   좋아요 0 | URL
네ㅋㅋㅋㅋ툐툐님도 프루스트의 세계에 빠져보세요~♡♡
눈물나게 아름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