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이야기도, 끝난 이야기도 없다. 모든 이야기는 말하는 이의 ‘그 순간‘의 자기 현실에 대한 사회적 해석, 체현(embodiment)의 가시물이며 정치적으로 협상하는 언어들이다.
- P223

이름 짓기는 정치학이다. 명명(命名)의 과정과 결과는 명명하는 집단의 시각과 이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 P246

이제까지 성을 사는 남성은 문제화되지도 않았고 사회적 낙인의대상도 아니었다. 만일 성매매가 더러운 것‘이라면,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말대로, 성을 파는 여성은 일부지만 성을 사는 남성은 대다수이므로 ‘더 더러운 것은 남성 집단이 아닌가? 성을 사는 남성은타자가 아닌데, 왜 성을 파는 여성은 타자인가? 남성은 여성보다더 섹스를 필요로 하고 남성의 성욕은 거의 무한대로 인정받음에도 불구하고, 왜 남성은 성적 존재나 성적 대상으로 간주되지 않는가? 

왜 남성은 가난해도 성을 팔지 않는가? 왜 여성은 남성만큼 이성의 성을 사지 않는가? 성판매 여성이 겪는 고통은 성매매가 불법이어서 발생한 문제일까, 아니면 성의 이중 윤리(이중 잣대)에서 비롯된 여성의 성에 대한 혐오 때문일까? 왜 ‘창녀‘에 대한 낙인과 비하는 모든 여성에게로 연결, 확대될까? 서구에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비판하면서 탄생한 급진주의 페미니즘 이론은 성매매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고 명쾌한 그리고 여성주의 진영의 ‘전통적인 논리를 제공한다.
- P247

만일 남성 사회의 주장대로 성매매가 평등한 교환이라면, 왜 유독 파는 여성만이 그토록 혐오의 대상이 되며, 성을 파는 여성에대한 비하가 여성 집단 전체에 대한 비하와 통제로 연결되는지 설명할 수 없다. 

여성이 성산업에 종사하는 것은, 그가 가난해서라기보다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가난하지 않은 여성도 인신매매에 의해 성판매 여성이 된다. 가난한 남성이라 할지라도 여성에게 성을팔지는 않는다. 성매매는 계급의 문제가 아니라 성차별의 문제인것이다. 
- P248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성매매를 반대하는 것은 성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성매매는 성 보수주의나 윤리의 문제와는아무런 관련이 없다. 성매매는 기본적으로 성별 권력 관계의 문제이다. 성매매와 포르노그래피는 남성이 여성의 몸을 사용하는 것을 정상화, 정당화하는 남성 중심 시스템의 핵심이다. 성매매는 성폭력과 다르지 않다.  - P249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은 ‘창녀‘가 아니라 포주다. 이는성판매 여성이 성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팔리는 상품이라는 의미이다. 즉, 성매매는 여성이 남성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을) 남성에게 파는 것이다. 특히,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고 있는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매매는 더욱 인신매매적 성격을 띠고있다.
- P249

폭력은 극단적인 형태의 이분법적 인식론을 전제한다.  - P263

"군대 다녀와야 어른 된다", "철든다", "남자 된다", "사람 된다"
등 우리 사회의 일상적 언설은, 병역 의무 수행이 시민권뿐만 아니라 문화,정서,의식 등 모든 차원에서 ‘인간됨‘의 내용을 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러한 인식에서는 "어른,사람=남성"을 뜻하게 된다. - P269

한국에는 1962년에서 1972년까지 ‘미스 여군 선발 대회‘가 있을 정도였으며, 1984년에 중사 이상 여군의 결혼이 허용되었고, 1988년에서야 기혼 여군의 출산이 허용되었다. 이후 사회 전반의 민주화와 여성운동의 발전에 따라, 2005년 6월 여군 장교와 부사관 수는3,701명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간부 정원 대비 2,23퍼센트에 불과하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전체 간부의 5퍼센트를 여성으로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P282

군대 내 성매매를 ‘위안‘이나 ‘휴식‘ 등의 용어로 표현하는 것은, 정치적 권력 행위로서의 성폭력 문제를 ‘신체의 요구‘라는 생물학적 주제로 이동시커, 가해 남성의 책임을 비가시화하고 여성의 고통을 주변화한다.
- P290

폭력의 피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사회운동은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론을 강조한다. 피해자가 ‘잘못‘이 있다면, 개인적 항의도 사회적 저항도 어렵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잘못을 했으면 몰라도.…" 내지는 "잘못을 했으면 맞을수도 있다" 혹은 "맞아야 한다"는 통념을 수용한 대응이다. 
- P295

현실(present)은 언제나 재현(re/present)이다. 재현되지 않는 현실은 없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 P297

폭력은 이유가 없다. 권력 행동에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폭력에 이유가 있다면, 그것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 있을 뿐이다. 사회운동은 그 이유를 묻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파악해 그것을 제거 하고 제약하는 것이다. 사랑과 폭력은 원래 같은 의미지만, 특히 상대방의 상태와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더욱 비슷하다. 사랑이나 폭력은 모두 자기 확신 행위이지 상대방의 매력이나 잘못과는 무관하다. 이렇게 본다면, ‘묻지마 폭력‘의 이유는 단지 피해자가 거기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피해자의 잘못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폭력의 시비와 정의를 분석하려는 시도에서 폭력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을 고찰하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 P298

전통적으로 폭력은 남성 실업과 관련이 있다. 일자리가 없을 때여성은 가사 노동, 결혼 시장, 성 산업으로 흡수되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다. 중산층의 경우 말할 것도 없이 여성의 노동 시장 조건(취업, 승진, 보수……)이 남성에 비해 열악하지만, 저소득층은 상황이다르다. 남성은 저소득층일수록 다른 계급의 남성은 물론 같은 계급의 여성보다 일자리가 불안하다. 또한 다른 인종의 남성과도 경쟁해야 한다.
- P298

나치의 전신이자 전위대였던 자유군단(Freikorps), 제주 4·3 사건 당시에 ‘육지 용병‘이었던 서북청년단, 5) 큐클럭스클랜(KKK단)등은 모두 소외 계층이나 저소득층 남성들의 ‘킬링 타임‘과 관련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도 지배 계층 남성들처럼 뭔가 바쁘게 보이고 싶다. 이들은 일과 후에 집에 가서 가사 노동을 하는 대신, 술집에서 의기투합하면서 자경단 같은 ‘의미 있는 일‘을 찾는 과정에서조직화되었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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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6-13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아주 빠른 속도로 주말이 옆으로 지나가고 있어요.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미미 2021-06-13 21:29   좋아요 2 | URL
네 정말 좋은 시간은 언제나 초고속이네요ㅋㅋㅋㅋ 서니데이님 남은 시간 잘 마무리하시고 굿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