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진다." 라는 말은, 당위적인진리가 아니라 추구해야 할 희망적 가치이다. 불행하게도 현실에서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인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때문이다. 인간의 범위는 자연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계급차별주의, 인종주의, 서구 중심주의, 가부장제, 비장애인 중심주의, 이성애주의 등이 복잡하게 상호 작용하는 사회적 권력 관계의역동 속에서 결정된다. 인종주의 사회에서 ‘유색‘ 인종은 표준적인간이 아니며, 비장애인의 몸이 인간을 대표하는 사회에서 장애인은 정상성의 범주에서 탈락한 타자로 간주된다. 흔히, 흑인은인간과 동물의 중간으로, 여성은 인간과 자연의 중간 존재로 다루어진다.
- P169

역사의 진보는 인간의 범위가 확대되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인권이 부여되는 과정을 말한다. 즉, 인권은 사회적 투쟁 속에서 경합하는 매우 정치적인, ‘움직이는 역동적 가치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인권 의제로 상정되고 논의되는 것은, 피해 당사자들의 지난한 투쟁의 산물이다.  - P170

모든 사람은 한가지 정체성으로 환원할 수 없는 다중적 주체인데, 인간을 성별이나 피부색을 기준으로 ‘여성‘, ‘흑인‘으로 환원하여 규정하는 것이바로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이다.  - P171

인간을 남성, 여성으로 구분하는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 이성애 제도의 산물인 것이다.
- P171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개념과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은, 법 운용이나 일상생활에서 모두 피해 여성의 입장이 아니라 남성의 경험과 이해에 의해 구성된다. 때문에 남녀 모두에게, 여성의주장은 지나치게 예민하고 과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남성의&주장은 자연스럽고 객관적인 것으로 수용된다. 

이렇게 5천 년이 넘는 성별 권력 관계의 역사성을 무시한 채, 인권의 보편성을 똑같은방식으로 적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사회적 강자의 이해를 실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물론, 성폭력 가해자에게도 인권은 있다. 그러나 ‘가해자의 인권‘은, 성폭력 가해 용의자가 수사 과정에서 고문이나 부당한 대우를받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피해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의권력은 아니다.  - P174

남성들이 흔히 주장하는 ‘순결한 ‘진짜‘ 성폭력 피해 여성과 소위 ‘꽃뱀‘은 구별되어야 한다는 언설도, 성 인지적 시각(gender perspective, 여성주의 시각)이 없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현행법의 차원에서는 구별되어야 하겠지만, 넓은 시각에서 보면 여성의 성폭력 피해나 남성의 ‘꽃뱀 피해 모두, 성의 주체는 남성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공통점이 있다. 즉, 여성의 성은 여성의 몸 밖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성은여성의 것이 아니라 남성과의 관계에서 폭력, 매매, 협상의 대상이된다. 그러나 남성의 성은 이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남성들은 누구든 이 문제에 대해 지적 할 수 있으면서도-가타부타- 여성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 꼴페미가 되고 메갈리아가 된다. 여성들의 연대는 왜이리 욕을 먹는가. 주체는 남성으로 간주되는 근거 중 하나)
- P175

성폭력 가해자의 인권은 사법권을가진 국가를 상대로 용의자와 재소자의 권리 차원에서 주장되어야 하는 것이지, 피해 여성을 상대로 경합되거나 주장될 수는 없는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다른 인권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P175

인권 개념의 보편성은 사회적 약자에게 적용될 때만 ‘인권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포르노그래피가 ‘표현의 자유냐, 여성 인권 침해냐‘란 논쟁도 이 문제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원래 권리로서 표현의 자유 개념은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력한국민국가가 탄생한 뒤, 거대한 국가 권력에 비해 취약한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집회의 자유, 사상의 자유 역시 같은맥락의 권리이다. 즉, 표현의 자유는 아무 때나 누구나 주장할 수있는 것이 아니라, 지배 규범에 대한 사회적 약자의 저항일 때만권리로 존중될 수 있다
- P176

보편적 인권은 피억압자에게 인권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성차별주의등 구체적인 제도들의 사회적 작용을 고려하여 맥락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면, 인권의
보편성은 억압 세력의 지배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빵을 훔친 사람은 징역에 처한다." 라는 법은 평등하지 않다. 부자는 빵을 훔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법은 가난한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이처럼 개인이 갖는 권리의 내용은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성별·인종 계급 등 사회적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인권은 사회의 권력 관계와관련 없이 추상적, 초월적으로 본래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라, 구성되고 쟁취되는 경합적 가치이다. 인권은 언제나 피억압 집단의 개입을 기다리는 과정적 개념인 것이다.
- P177

사티는 인도 사회의 카스트 제도 중 최상층인 브라만 계급의 여성들이, 남편이 죽어 화장(火葬)할 때 산 채로 뛰어드는 아내 순사(따라 죽는 것) 관습이다. 사티는 오랫동안 인도 사회에서 민족 문화의 전통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인도를 식민 통치한 영국은 이제도를 ‘야만‘으로 여겨 금지하였다. 이에 반발한 인도의 독립운동가들은 영국 정부의 사티 금지를 민족 문화 침탈로 간주하고, 인도독립운동 과정 내내 규탄과 저항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사티에대한 인도 여성의 입장은 인도 남성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인도 내부의 성차별과 제국주의의 이중 억압을 경험하는 인도 여성의 상황은, 가부장적인 인도 남성 민족주의자들과도 다르고 사티에 반대하는 서구의 여성주의자와도 다르다. 인도 여성(한국 여성도 비슷하다)은 남성 중심적 민족국가의 국민 범주에서도 제외되었고, 서구 백인 여성 중심의 여성 범주에서도 배제된 제3의 정치적 주체인 것이다.
- P186

지식인의 사명, 청년의 사명이라는 말도 같은 착각에서 나온 언설이다. 매력, 열정, 가능성, 순수, 치열함은 젊은이만의 표상으로간주되기 때문에 나이 든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일 때는 ‘철이 없거나 주책‘이 된다. 사회의 주체, 즉 노동과 성과 사랑, 욕망의 주체는 젊은 사람(남성)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표준적 인간 범주에서 제외된 노인은 복지의 대상일 뿐이다.
- P204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6-12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개념과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은, 법 운용이나 일상생활에서 모두 피해 여성의 입장이 아니라 남성의 경험과 이해에 의해 구성된다.]
가벼운 처벌이 가장 큰 문제 입니다
겨우 벌금 몇십만원
약식 기소
피해자 합의
등등으로 바로 풀려 나죠
법이 솜방망이!!!

청아 2021-06-12 16:54   좋아요 2 | URL
네! 뉴스 나올때 자막으로 토막기사 나오는것만 봐도 말도 안되는 판결들 마치 어 쩔땐 성추행을 독려하는 듯한 느낌들어 절망적이예요. 판사들 성인식 개선이 필수라고 봅니다!!!🤨😔

새파랑 2021-06-12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시 볼때마다 밑줄이 계속 늘어나는 마법~!! 미미님과 정희진 작가님이 겹쳐 보여요 ^^

청아 2021-06-12 23:28   좋아요 2 | URL
많이 생략했는데 이정도네요ㅋㅋㅋ정희진 작가님은 저에게 그야말로 히말라야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