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일곱 딸들
브라이언 사이키스 지음, 전성수 옮김 / 따님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이번엔 석기 씨가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이브'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사람이 가진 미토콘드리아 DNA가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만 유전되는 것에 착안하여 현대인들의 모계 조상을 찾아낸다. 저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대 유럽인들의 조상은 일곱 여성이라고 한다. 이 일곱 여성을 포함한 33명의 여성이 전체 인류의 조상이며, 이들의 조상은 아프리카에 살던 한 여성이다. 저자는 그를 이브라고 이름 짓는다. 이제는 상식으로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최근 집필된 세계사 통사류 서적에도 점차 발췌언급되고 있어 궁금했는데 이번에 원전을 찾아 읽었다.

 

아프리카의 씨족들이 세계에서 단연 가장 오래되었지만 우리는 이들의 유전적 관계 역시 재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조상의 조상을 찾을 수 있다. 마침내 내 꿈이었던 전세계 인류의 완전한 모계 가계도가 만들어지려고 한다. 모든 씨족들은 아프리카인의 어머니이자 전세계 사람의 어머니인 단 한사람의 조상만이 남을 때까지 하나의 가지로 모아진다. 그녀의 존재는 미토콘드리아 DNA와 인류의 진화에 대한 1987년의 논문에서 이미 예상되었다. 나는 즉시 그녀에게 '미토콘드리아 이브'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전혀 아프리카식 이름 같지는 않다.  그녀가 바로 오늘날 60억이 넘는 전세계인의 모든 모계조상들의 뿌리이다. 우리 모두는 그녀의 직접적인 모계 후손이다.  (중략)

유전학은 현대인간의 기원이 약 15만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음을 매우 분명하게 말해준다. 약 10만년 전 어느 때부터 현대인간은 아프리카에서 펴져나와 나머지 세계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 본문 287 ~ 288쪽에서 인용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앞부분은 과학서 답다. 미토콘드리아 DNA에 대한 설명과 연구 방법, 기존 학설과 존쟁, 현재까지 인정된 결과 등을 설명한다. 뒤쪽은 유럽인들의 조상 어머니인 이브의 일곱 딸들의 생애와 생존 당시 모습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내용이 있다. 우설라, 제니아, 헬레나, 벨다, 타라, 캐트린, 재스민이라 이름 지은 일곱 여성의 일대기를 들려준 후 후손들의 분포를 알려준다. 이 부분이 매우 재미있다. 기존 다른 구석기 시대에 대한 학술적 내용이 허구적 내용과 잘 어울려져 있다. 그래서 어떤 여성은 쌍둥이를 낳고 어떤 여성은 예술 작품을 창작하고 어떤 여성은 통나무 보트를 개발하며 어떤 여성은 늑대를 개로 길들인다. 그 시대에 있었을법한 일은 다 이들 일곱 조상 여성에게 골고루 배분해서 일어나게 짜 놓았다. 대단한 구성력에 필력이다. 

 

결국 저자는 아프리카에서 생겨난 인류의 조상이 세계로 퍼져 나가 현대인이 되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현대 유럽인의 80%는 4~5만년 전에 유럽에 살기 시작한 수렵인(크로마뇽인)의 후손이며 20%만이 근동에서 이주해온 농경민의 후손이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같은 공통조상으로 연결된 존재라며 인종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많은 이야기들은 인종 분류의 생물학적 토대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여기서 예를 든 것은 단지 빙산의 일각으로서 가장 쉽게 해독할 수 있는 유전자가 전해주는 분명한 메시지이다. 세포핵 속에 있는 수만개의 다른 유전자들도 같은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완전한 혼합체이자 서로 연관되어 있다. 각각의 유전자는 다른 공통조상으로 각기 연결되어 있다.

- 306쪽에서 인용

 

참, 이 책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현대유럽인에게 없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다. 현대유럽인들에게는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 이 책에 실린 연구를 하던 당시로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흘렀고, 새로운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왔다. 그러기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점을 검색해서 더 알아보시면 즐거운 독후활동이 될 것이다. (2017년 2월 말 기준, 내가 접한 가장 최근 연구 결과 뉴스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두뇌와 고환에서만 보인다고 한다.)

선사시대와 인류의 기원을 알아보려는 독자들의 필독서가 될 만 한 책이다. 현재 절판인데, 가까운 도서관에 없으면 중고로 구입해서 읽는 것도 괜찮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곱 딸들의 생애를 재구성하는 저자의 문장력을 맛보시라는 의미에서 강추한다. 맛나고 영양가 높은 것은 나눠 먹던 구석기 시절, 이브의 딸의 후예답게 나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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