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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시대 - 원시 인류의 생활과 문화 ㅣ 브라보 시리즈 16
조반니 카라다 지음, 이희정 옮김 / 사계절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밤이면 밤마다 찾아오는 우리 석기 씨 책 이야기 시간. 오늘은 이탈리아 생물학자인 조반니 카라다 선생이 쓴 <선사 시대>다. 사실
이 책은 두 달 전에 읽었다. 그런데 선사 시대 관련 독서를 시작할 때 초기에 읽었기에 내게 배경 지식이 없어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쓸 수
없었다. 다른 책들 좀 읽고 나서 다시 이 책을 펴드니, 이제야 이 책의 진가를 알겠다. 이 책, 매우 훌륭하다.
이 책은 선사시대 독서 초보자가 시작하기에 딱 좋다. 분량은 얇지만 내용이 매우 집약적으로 꼼꼼하게 들어가 있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부터
시작해서 호모 속에 속한 다른 고인류를 설명한 후, 호모 사피엔스가 전 지구에 퍼져 살게 된 과정을 추적해 보여준다. 수렵, 채취를 하던 구석기
시대 생활상을 소개하고 세계의 선사 미술과 호모 사피엔스의 지적 능력 발달과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이어서 신석기 혁명이라 불리는 야생 식물과
동물 길들이기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촌락이 발생하고 인구가 증가하고 전염병이 돌고 불평등이 시작된다. 마지막 장은 '최후의 선사 시대'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데, 선사시대가 문자 발명과 고대 문명 탄생으로 막을 내린 것이
아니라 유럽인들의 침략으로 끝났다는 견해를 밝힌다. 서구 침략자들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대륙과 유라시아 북극 근처에서 구석기
시대의 수렵채취나 신석기 시절의 농경 생활을 하던 원주민들의 문화를 말살한 것을 일컫는 것이다. 이 부분이 특히 좋았다.
쿵!(Kung)족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부족으로 '부시맨'이라고도 한다. 부족 이름인 'Kung'을
발음할 때 공기를 들이마시라는 뜻으로 '!'을 넣어 표기한다. 이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수렵, 채취 생활을 한다. 이런 이유로 인류학자들이 가장
많이 연구하는 부족 가운데 하나이다.
- 본문 42쪽에서 인용
위에서처럼, 본문은 물론, 옆에 관련 용어 설명이 상세하다. '!쿵족' 발음법에 대한 위의 사항은 다른 두꺼운 학술 서적에도 없던
설명이었다. (주의! 옆에 사람 있을 때 소리내어 발음해보지 마시라. 지시대로 발음하면 코고는 소리 비슷하게 난다.)
이 책의 이탈리아 원서가 2000년에 나온 것이라, 비교적 최근까지 연구 성과가 반영되어 있는 점도 좋았다. 구석기 동굴 벽화가 많은
동물을 사냥하기를 기원하는 목적이라고 쓰여지지 않고, 최근 견해도 소개되어 있다. 삽화도 고증이 잘 되어 있다. 선사시대라고 다들 똘이장군
패션으로 그려 놓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남아시아에 호모 사피엔스가 정착한 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다. 이 지역에 대한 연구 자료가 부실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날씨가 더워서 유골이나 유물들이 잘 보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아시아에 살던 호모 사피엔스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대나무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35쪽에서 인용
중동, 동남아시아, 중국, 한국, 일본 같은 곳에는 그러한 유적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의 사람들이 예술적인 감수성과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아마 나무나 동물 가죽 같은 곳에 어떤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모두 부식되어 버렸을
것이다.
- 71쪽에서 인용
선사시대 역사마저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침팬지 사촌인데도 유럽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는 것이 그동안 의아했는데, 이 책의 저자가 위의 두
문단처럼 이런 사실을 깨알같이 설명해 줘서 좋았다.
여러 면에서 맘 놓고 어린 친구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정도 퀄러티라면 믿을만하다. 사계절 출판사의 브라보 시리즈를 다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