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이것이 알고 싶어요!
데이빗 콜버트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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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들 이름, 마술, 마법 주문과 도구들의 유래를 추적한 얇은 책이다. 예상대로 서양의 신화와 전설에서 근원을 찾아 보여주고 있다. 53개의 질문을 가나다 순으로 배치해서 질문하고 답해주는 구성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게르만 전설, 호메로스, 초서, 셰익스피어, 스펜서, 찰스 디킨스, 톨킨 등등 서구의 웬만한 중요한 문학 텍스트는 다 나온다. 그런데, 그리 깊지는 않다. 해리 포터 시리즈 읽을 때 나온 이건 여기에서 따 온 거다, 정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 정도?  이쪽으로 관심 두어 좀 읽어본 사람들은 다 알만한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불의 잔>편에서 덤스트랭 학생들이 타고 오는 배에서 오페라 '저주받은 화란인'이나 '플라잉 더치맨 호'을 떠올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은가? 아쉽다,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온갖 환타지 상징들의 기원을 좀 더 깊이 읽고 싶었는데.

 

갑자기 집요정 도비가 생각나서, 중세 유럽 도제제도와 관련해서 찾아보는 중에 읽었다. 이 책에 그 내용은 없다. 아니 전체적으로 역사 쪽으로는 별 내용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저자 조앤 롤링이 분명 중세사를 읽고 도제 제도와 관련해서 도비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왜 무급 노동을 하다가 양말을 받고  해방되겠느냐구.


서구 역사와 문화, 문학에 대한 방대한 배경 지식을 가졌기에 이렇게 구석구석 유래가 있는 에피소드를 숨겨 놓았을 터, <해리 포터> 시리즈는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평소 독서량에 감탄하게 된다.

 

이래저래, 이 완벽한 현대의 영웅신화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 책은 불만족스러웠지만 원작 해리 포터는 여전히 날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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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시간여행 44 - 크리스마스의 유령 마법의 시간여행 44
메리 폽 어즈번 지음, 살 머도카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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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삶과 그가 살던 시대에 관심이 생겨서 책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 있는 책들은 그가 쓴 작품들만 있다. 디킨스에 대한 독립된 전기도, 그의 작품과 시대를 논한 책도 없다. 그럼 원서롤 봐야하는데,,, 검색해보니 이번에는 너무 엄청난 책들의 등장한다. 말 그대로 아마존을 헤매다 길을 잃을 지경. 이럴 때는 왕도가 있다. 해외에서 나온, 좋은 아동서적을 찾아 그 책 뒤편의 참고서적 원서를 찾아 주문하면 된다. 그래서 찾아 읽은 책인데,,,,

 

이 책,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이 나이에 내가 읽어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초등 고학년 정도 되고 책 읽기 좋아하는 아이라면 엄청 빠져들 것 같다. 영어 공부도 할 겸 원서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내용도 저자가 많이 공부한 티가 나고, 주인공 여자 어린이와 남자 어린이가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에서 성차별적 편견도 없다.

 

잭과 애니 남매는 펜실베니아 주 프로그 마을에 산다. 어느날, 숲에 오두막이 나타난다. 그 오두막 안에는 책이 가득차 있다. (넘넘 가슴뛴다! 우리 동네에도 왔으면!) 사서는 요술쟁이 모건 르 페이 할머니다.  (아더왕 전설에 나오는 그 모르간! 우왕! ) 덕분에 '마법의 시간 여행'이라는 시리즈 이름 그대로 잭과 애니는 다른 시공간을 탐험하게 된다. 이런 설정인데,

 

이번 44권 <크리스마스의 유령>편에서는 1843년 가을의 런던으로 가서 찰스 디킨스를 만난다. 그는 영국의 현실에 절망하여 절필을 결심하고 있었다.  잭과 애니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쓰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산업혁명 당시 런던의 풍경, 빈민들의 삶, 굴뚝 청소부 등 일하는 아동들의 이야기가, 디킨스의 전기적 사실들이, 그의 작품에서 다루는 내용들과 잘 어울려 서술된다. (아마도, 영어권 작가이기에 많은 자료를 쉽게 볼 수 있었겠지?) 멋진 책이다.

 

현재 내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감옥에 간 후 12살 나이에 구두약 공장에서 일하면서 받은 마음의 상처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괴로워하는 디킨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아아,,, 대가도 그런 건가. 난 이쪽이 더 궁금하다. 디킨스의 소설 말고, 서간문집 같은 그의 자전적 고백을 담은 책을 찾아봐야겠다. 디킨스 선생은 자서전도 안 썼으니. 시간 여행을 마친 잭과 애니는 집으로, 나는 다시 아마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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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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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한겨레 신문의 구본준 기자가 당시 주목받은 대중 인문서 필자분들을 인터뷰한 글 모음이다. 면면을 나열하자면 정민, 이주헌, 이덕일, 한비야, 김용옥, 구본형, 이원복, 공병호, 이인식, 주강현, 김세영, 임석재, 노성두, 정재승, 조용헌, 허균, 주경철, 표정훈.

 

이 책은, 대중 인문저자의 자료 접근에 대한 자세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소설 등 문학 작가의 작법에 대한 책은 많다. 그러나 문학 외 분야 필자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책은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책은 인터뷰 모음집이다. 그래서 독자는 저자가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구본준 기자의 입장에서 정리해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또 담당 편집자 등 저자 주변에서 같이 일하며 저작 작업을 지켜본 사람들이 평가하는 저자의 장점도 구본준 기자는 함께 전한다. 한마디로 프로들의 입장에서 높이 평가하는 프로들의 자세를 배울 수 있어 좋다. 비문학 분야의 대중 저술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배울 점이 많을 것이라 장담한다. 자료를 모으고 아이디어 키우고 기록하며 규칙적으로 집필하는 것이나 건강 등 자기 생활 관리하는 것 등등.

 

어떤 정보 하나를 찾으면 그 뒤로 연관 정보들이 줄 서서 대령하고 있었던 것처럼 계속 나와요. 심지어 글 쓰다가 피곤해서 무심코 아무 책이나 집어 들어 펼쳤는데 논문과 관련된 페이지나 막힌 생각을 뚫어주는 힌트가 들어 있는 대목이 나올 때도 있어요. 그것도 생각 이상으로 자주 그래요. 그럴 때는 정말 소름이 쫙 끼쳐요.

- 12쪽, 정민 편.

 

자신의 취향보다는 독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것을 고르는 것이 원칙이다.

- 33쪽, 이주헌 편.

 

이씨는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이자 밑천은 단연 사관 그 자체라고 잘라 말한다.

- 48쪽, 이덕일 편.

 

건강관리, 궁극적으로는 자기 몸이 젊어지는 것이야말로 프로 저술가의 기본이라고 도올은 설명했다.

- 66쪽, 김용옥 편.

 

그는 자기가 고민했던 문제, 해결하려 했던 문제를 책으로 쓴다.

- 84쪽, 구본형 편.

 

주씨는 자료가 공부의 반이라고 말한다.

- 141쪽, 주강현 편.

 

자료는 눈덩어리 같아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굴러가요. (중략) 자료가 오히려 연구주제를 넓혀주기도 하는 거죠.

- 169쪽, 임석재 편.

 

저술은 체력이며 글은 엉덩이로 쓴다.

- 184쪽, 노성두 편.

 

그는 전문가 글쟁이라면 지식을 묶어서 이어주는, 지식의 넘나들기 전문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194쪽, 정재승 편.

 

한 문장에 하나의 생각, 문어와 구어의 일치가 글쓰기 철학이라고 잘라 말한다.

- 208쪽, 조용현 편.

 

역사를 왕조 중심이 아니라 문화와 일상으로 살펴 본다는 점이다. (중략)

서구 중심으로 유럽과 세계를 보는 시각을 교정시켜 주는 점도 독자들이 꼽는 주 교수 책의 장점이다.

- 227쪽, 주경철 편.

 

2006년인가 2007년인가, 한겨레 신문 지면에 연재될 당시 인터뷰 기사로 읽다가, 2008년에 책으로 나오자마자 구입한 책이다. 당시의 나는 학원 못 다니거나 과외 못 받을 형편의 아이가 자습서 한 권 구해서 두고두고 반복해서 풀듯, 그렇게 소중하게 이 책을 읽었다. 다시 보니 감개무량하다. 그 때의 나는 이분들을 존경하고 한편 부러워하며 이 책에 소개된 전작들을 색연필로 줄쳐가며 다 찾아 읽었더랬다. 특히 역사 분야의 이덕일, 주강현, 주경철 선생님 편을. 그 후 거의 10년.

 

다시 읽어보니 그동안 발전을 거듭해서 그 분야의 대가가 되신 분도 있고, 발을 헛디디신 분도 있고, 이렇다할 대표작을 못 쓰시고 강연이나 다른 일에 더 열심이신 분도 있다. 겨우 10년 지났는데 말이다. 저자건 리뷰 쓰는 일반 블로거건, 5년 10년 20년 오래 겪어 보고 평가할 일이다.  

 

걍, 최근에 만난 친구에게 이 책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읽고 이제서야 뒷북 리뷰를 올린다.

새삼, 길게 보고 길게 계획을 잡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226쪽, 주경철 교수님 편의 책 사진.

그리고, 혹시 작가가 되고 싶으신 분이 계신다면,

 

그는 글 잘 쓰는 법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소설이든 아니든 1천매짜리 원고를 책 쓰는 심정으로 먼저 써보라'고 권한다. 원고지 1천 매는 300쪽 안팎의 책 한 권 분량이다. 책 한권을 써 보는 첫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경험의 유무는 글을 쓰는 데 있어 하늘과 땅의 차이가 된다.

- 241쪽, 표정훈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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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자누스 2016-05-0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목을 `인간문화재 열전`으로 바꾸어도 좋겠어요. <노름마치>의 저자 진옥섭을 추가한 개정판이 나와야 하는데 구본준 기자가 고인이 되었다니 애석합니다.

자유도비 2016-05-08 01:04   좋아요 0 | URL
거의 10년전 책이라, 그 세월동안 각각 다른 행보를 보이는 저자분들의 지난 이력 생각해보며 읽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고인이 되신 저자의 일은,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아쉽습니다.
 
펭귄북스 오리지널 디자인 4대 비극 특별판 세트 - 전5권 - 햄릿 + 리어왕 + 오셀로 + 맥베스 + 4대 비극의 탄생과 숨겨진 의미 펭귄북스 오리지널 디자인 4대 비극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강석주 외 옮김, 스탠리 웰스 외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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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검색하다가 이 상품으로 골라서 주문했다. 펭귄클래식에서 셰익스피어의 탄생 450주년을 기념해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의 오리지널 펭귄북스 디자인으로 특별판을 출간했다고 하기에. 특히 펭귄클래식 판본은 영국 국립 극장에서 사용하고 추천하는 판본이라고 하기에. 셰익스피어가 작품의 출간에 관여하지 않은 탓에 기준 판본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에 셰익스피어 읽기에서 판본을 고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기에. 그런데 단지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인 것을 '세계 4대 비극'이라고 칭하는 것을 보니 이 모든 것이 다 호들갑이고 장삿속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튼, 싸고 가볍고 내용이 충실해서 추천할만 하다. 게다가 이 구성에는 영국의 학자들이 쓴 <4대 비극의 탄생과 숨겨진 의미>이란 책이 보너스로 껴 있다. 이 점이 매력적이어서 이 세트를 구입했다만 셰익스피어 연극 공연의 역사와 연극할 때 연출가들의 해석 차이 위주의 논문들이 모여 있어서, 역사적 배경이 궁금했던 내겐 조금 아쉬웠다. 책의 문제는 아니고, 내 독서 목적의 차이이니 구입하시려는 분은 이 부분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된다.  

 

아,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없다. 그건 4대 비극은 물론, 비극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주인공이 죽거나 슬프게 끝난다고 비극인 것은 아니다. 18세기까지 서양 예술에 큰 영향을 끼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따르면 비극의 주인공은 상당한 지위에 있으며 성격적 결함을 갖고 있어야 한다. 주인공이 죽는 결말이어서가 아니라 운명이나 잘못된 성격과 상황 판단 때문에 파멸하는 고귀한 인물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어야 비극이다. 이때 주인공이 고귀한 신분에 있어야하는 이유는 인간이란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에게 쉽게 매료되어 감정이입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이런 전통적인 서양 비극의 정의에 완벽히 들어맞는다. 햄릿은 너무 고민하고 결단하지 않아서, 오셀로는 너무 쉽게 결행하여 파멸한다. 리어왕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왕국을 분할해버려서, 맥베스는 너무 미래를 내다보고 왕국을 차지하기 위해 미리 행동하여 파멸한다.

 

하지만, 이런 인물 표현에 대한 해석보다 이 세트는 '희곡'의 기능 자체에 집중한다. 셰익스피어는 다양한 시대와 공간을 배경으로 연극대본을 써서 올렸다. 당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결국 그가 보여준 것은 자신이 살던 시대다. 연극이란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하든 관객 앞에서 상연될 때는 항상 현재형이기 때문이다. 이 책 세트에 추가된 보너스 책과, 각 책의 마지막에 붙은 해설은 이렇듯 철저히 '연극 상연을 위한 대본'이라는 기본 입장에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해설하고 있어서 좋았다. 각주도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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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펭귄북스 오리지널 디자인 4대 비극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태원 옮김, 조지 헌터 판본 편집, 스탠리 웰스 책임 편집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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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사망 400주년을 맞이해서 4대 비극을 한번에 읽었다. 4대 비극을 희곡 원작으로 읽기는 처음이지만, 이 작품들에 얽힌 추억들은 방울방울 많기도 하다. 열 살 무렵 계몽사 전집에서 찰스 램의 '어린이를 위한 셰익스피어 이야기'로 처음 접한 이후 만화나 영화나 연극이나 뮤지컬, 오페라 각종 패러디 등등으로 계속 접해왔기 때문이다. <햄릿>의 또다른 버전인 영화 <야연>이나 뮤지컬 <햄릿>은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잊고싶은 슬픈 추억도 있다. 어언 이십여년 전, 이제 더이상 고딩이 아니라 지성인인 대학생이라는 착각에, 고3 겨울방학을 맞은 나는 그만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원서 읽기에 도전, 책부터 지르게 된다. 그 중 처음으로 <맥베스>에 도전한 나는,,,, 흑흑,,,, 마녀 등장 장면에서 멘붕이 와서 책을 덮을 운명이었다. 세상에, 무슨 마녀들이 그리 고색창연하게 프랙티컬하지 않은 영어단어로 마녀의 솥에 들어갈 온갖 재료들을 리스트 좔좔 읊어대는지 원. 그중 사전을 찾지 않아도 아는 단어는 toad밖에 없었다. ㅠㅠ

 

이런 슬픈 추억을 봉인하고, 눈물 닦고, 자, 다시 4대비극 헛소리 리뷰 시작한다.

 

<맥베스> 역시 제임스 1세 앞에서 공연된 작품이다. 즉위 후 제임스 1세는 셰익스피어 극장을 왕실 극단으로 바꾸어 후원해준다. 이에 셰익스피어는 제임스 왕의 조상 역사를 담은 이 작품을 지어 보답한다연대기에 의하면 제임스 왕의 가문인 스튜어트 왕가는 이때 맥베스에게 암살당한 뱅코우의 후손이라고 한다. 셰익스피어는 기본 연대기 내용에 11세기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야심가인 맥베스 장군이 마녀의 예언을 듣고 아내의 사주를 받아 덩컨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차지하는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더해 희곡<맥베스>를 지어낸 것이다. 왕을 죽이고 스코틀란드의 왕이 된 맥베스는  극심한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리다가 몰락한다. 뱅코우의 후손인 스튜어트 왕가의 제임스1세는 어머니인 메리 스튜어트 여왕이 잉글랜드 튜더 왕가의 엘리자베스 1세의 5촌 조카였다. 그래서 후사 없이 사망한 엘리자베스 1세를 이어 잉글랜드 왕위를 차지하였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는 유아기에 왕위에 오른 이후 여러 번의 암살 음모를 겪었다. 아마 왕위 찬탈자 맥베스의 심신이 파멸하는 과정을 무대에서 지켜보며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지나 않았을까.

 

한편, 마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레지날드 스콧의 저술에 반박하기 위해 1597년 손수 <악마론(Demonology)>을 짓기도 한 제임스 왕의 취향도 셰익스피어가 작품에 반영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렇듯 당시에는 왕이든 농민이든 모두 마녀의 존재와 마법의 효력을 믿던 시대였다. 유럽에서 마녀 사냥이 절정에 이른 시기는 중세가 아니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16세기 후반이었다. 마녀 사냥은 근대 초, 중세에서 근대 이행기의 사회 혼란 때문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 역시 낡은 세계와 새로운 세계가 공존하는 어지러운 시대, 셰익스피어 당대의 시공간을 무대에 올렸다고 볼 수 있겠다. 아아, 셰익스피어 비극의 시대배경은 늘 현재였던 것인가!

 

그런데, 관련 책 읽다보니 종종 보이는 '맥베스가 마녀와 레이디 맥베스 - 여성의 부추김 때문에 파멸의 길로 가게 된다'는 견해는 좀 웃기다. 춘추전국시대 각 국가들의 패망 원인에나 이런 논평 나오는줄 알았는데. 역시나 웃김에는 동서고금이 없다.

 

*** 역시, 안 중요하지만 내겐 재미있는 사항 하나. 역시 스코틀란드 배경 사극답게 성에 '맥'이 들어간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스코틀란드에서 '맥 ~'라는 성은 '~의 자손'이라는 뜻. 맥아더, 맥그리거, 맥도날드 등등. (맥심은 아니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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