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나라에서 온 소년 라임 어린이 문학 28
토마시 콘친스키 외 지음, 다니엘 슈파체크 그림, 김지애 옮김 / 라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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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눈알을 꺼내서,

내장을 꺼내서,

혓바닥을 빼내서

맑은 물에 씻은 후

다시 제 자리!


잔혹 동화 혹은 공포 영화의 시놉시스가 아닙니다. 제가 예닐곱 살 때, 초등학교 안다니는 자유인일 때 자주 상상했었어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동화 [시간 나라에서 온 소년]을 읽던 중, 기억이 났습니다. 꼬마는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는 것을 '더러워진다'라고 생각했던 게 분명합니다.  마치 양치질로 이를 닦아내듯 몸 안까지 주기적으로 꺼내 닦아서 한결같이 깨끗히 쓰는 상상을 자주했던 걸 보면.....


 [시간 나라에서 온 소년]의 주인공 타이포가 하는 일은  어린 시절 제 상상과는 반대방향으로 갑니다. "뭐든 엉망진창 뒤죽박죽, 무질서하게 만드는 게 주특기(15쪽)"인 타이포는 세상에 세월의 흔적을 남겨야만 하거든요. 타이포의 아버지는 "책 낡게 만들기 부서"의 책임자이며, 어머니 역시 같은 부서에서 "향기"를 담당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화장품의 '향기'가 아니라, 생활의 흔적으로서의 '냄새'죠. 오래된 책에서 특유의 곰팡내, 먼지내, 종이 쩐내 나게 하기. 타이포는 부모의 재능을 이어받았는지 오탈자를 만들어 내기에 능숙합니다.아직은 초등 4학년이라 "시간나라 초등학교"에서 열심히 배우는 중이지만, 하루빨리 인간 세상의 낡아가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합니다. 

 


어느날, 타이포에게 멋진 기회가 찾아왔지요. 바로 현장학습으로 인간 세상의 빵집에서 시간나라 전문 요원들의 활약상을 보고 배워오는 기회였어요. 모험심에 충만한 타이포는 교칙을 깨고 인간의 집에 잠입했는데, 그만 믿기 어려운 진실을 알게 되죠. 인간들은 "낡은 상태"를, "낡아가려는 기미"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간들은 되레 "낡음"을 끔찍하게 여겼다고요. 예를 들어, 마거릿이 생일선물로 받은 새 테블릿을 떨어뜨리자 마거릿의 엄마아빠가 흥분해서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고 화를 내셨죠.



인간들은 시간나라 요정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수행하는 일(세상을 뒤죽박죽, 낡고 망가지게 하는 일)을 고마워하기는커녕, 피하려고만 들었지요. 시간학교의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은 혼란스러워하는 타이포에게 "위대한 시간의 톱니바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득시키려 합니다. 과연 타이포는 "시간학교" 커리쿨럼에 순응하며, 인간들이 싫어하는 "낡고 더러운" 세상 만들기에 혁혁한 공을 세울까요? 아니면 그 "위대한" 시간의 톱니바퀴를 멈추는 대반역(?)을 시도할까요?




 [시간 나라에서 온 소년]은 변화를 "낡음"이라며 부정적으로 보고, "낡음"을 "새 상태의 것"으로 복구시키거나 대체하려드는 오늘날의 세태를 점잖게 꾸짖는 동화인 듯 같습니다. 

"네 주변의 물건들이 얼마나 빨리 낡고 있는지를 살펴봐. 세탁기며 냉장고, 텔레비전, 자동차는 물론이고 네 장난감도 마찬가지일걸. 물건이 이토록 빨리 낡았던 적이 없거든. 컴퓨터나 휴대폰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얼마나 빨리 새것으로 갈아치우는지! (45-6쪽)"


그렇다고 독자를 가르치려 들거나, 철학적 메시지를 어렵게 전하는 접근이 아닙니다. 세상 낡아가는 모든 것의 뒷무대에서 시간나라 요정들이 활약아닌 활약, 기여아닌 기여를 해왔다는 발랄한 상상력을 통해서 시간과 변화, 인간 존재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해보도록 유도합니다. 어린이 동화일거라 생각했는데, 어른들이 읽어도 [모모]읽을 때와 또 다른 재미를 선물해주는 책입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덜 친숙한  체코작가들의 동화를 한국어로 소개해준 푸른숲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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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글쓰기 -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이고은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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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초록색 책표지에 "2019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선정작" 엠블렘도 선명하다. 그런데 막상 [여성의 글쓰기: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를 읽는데, 초록색의 선명함과 달리 내용과 문체가 혼색이자 탁색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의아했다. 경향신문 정치부와 사회부 전직기자로서 "글쓰기 근육을 키웠(21쪽)"으며 3권이나 책을 펴낸 저자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여성의 글쓰기]가 작가지망자를 위한 글쓰기 방법론을 가르치려는 책인지, 한국사회 저널리즘과 사회 병폐를 고발하려는 글인지, 육아의 고단함 속에서도 글쓰기로 자아 찾는 과정을 드러내려는 고백서인지 모를만큼 집필 동기만큼이나 문체도 섞여 있었다. 


그러다가, 작가가 쓴 "나가는 말"에서 이유를 찾았다. 


"이른 아침, 늦은 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 있는 짧은 오전. 나에게는 귀하디 귀한 황금 시간대다. 쪼개고 쪼개어도 모두 합쳐 하루 평균 서너 시간이 채 못 된다. 짧고 불연속적인 이 금쪽같은 자투리 시간을 다시 자르고 이어 붙여 쓴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227쪽)"


교만을 토핑한 속단을 저자 이고은에게 사과하고 싶어졌다. 10년을 상대 가정의 숟가락 수까지 셀 정도로 가까이 지냈더라도 정작 이체하려다보면 친구의 이름을 몰랐음에 자괴감 든다는 엄마여성들의 우정 이야기가 떠올랐다. 경력 단절, 사회적 관계망에서의 고립감, 소위 말하는 "독바 육아"의 고독함을 수 년간 감내하다 보면 그저 '출구가 없다'고 포기해버리기 쉬운데, 이고은은 새벽잠과 밤잠을 포기하면서, 글을 쓰고 다른 여성들과 연대하며 목소리를 묶어냈다. 독자로서 가벼운 속단을 제대로 다시 사과한다. 동시에 나는 여전히 책 중간 중간 별책부록처럼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쪽글 네 편을 끼워 넣은 선택에 공감 버튼을 누를 수가 없다.  저자 스스로도 "솔직히 '이렇게 쓰라'든가 '잘 쓰는 법'에 대해 논하는 것은 어색해서 미루고 미뤄서 썼다(230쪽)"면서 굳이 책에 끼워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먼저 각성한 자가 '아직' 미몽 상태의 이들을 가르치려는 뉘앙스도 담았기 때문이다. 자격지심이라고 보아도 좋다.  


"나의 목소리가 거센 파도 소리에 묻혀 의미 없이 흩어지는 것만 같은 공포에 짓눌렸다(200쪽)" "

글 생각을 하다 놓쳐버린 가사와 육아의 공백에 스며드는 죄책감은 내 몫이었다. 타인의 시선으로 보자면, 나의 글쓰기는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누리는 고고한 취미생활 정도로 치부되곤 했다(123쪽)."


청와대를 출입하며 박근혜 前대통령과 면대면 인사를 나눴다는 일화를 소개하는 이고은 (전)기자가 사직 후, 오로지 육아에만 올인하며 느꼈을 당혹감과 고립감, 아니 더 자극적으로 표현한다면 존재의 무너짐에서 어떻게든 탈피해보려 선택한 출구가 글쓰기 였다. 흥미롭게도 기자생활 하며 단련된 "글쓰기 근육"은 책의 1장에서는 무채색의 배경화면으로 작동하지만, 3장과 4장으로 갈수록 정서적 호소와 절박함을 담아 천연색으로 선명한 교차된다. 저자가 그만큼 "공포에 짓눌려(200쪽)" "죄책감은 내 몫" 삼아 절박하게 썼기에.....


솔직히 나는 후자의 글이 훨씬 좋다. [82년생 김지영]의 초대박 히트는 문학적 완성도에 있다기 보다, 독자 개개의 이름과 '김지영'이란 이름을 치환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은 이들에게 공감받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성의 글쓰기: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역시, 꼭 글을 쓰려는 욕구나 의지가 없더라도, 읽으며 주어를 살짝 자기 이름으로 바꾸어 보기만 해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책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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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 가짜 약부터 신종 마약까지 세상을 홀린 수상한 약들
박성규 지음 / Mid(엠아이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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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정보인데도 전문가의 권위를 친절함으로 내려놓고 대중에게 소화될 글을 써주는 학자들을 만나면 설레고 고맙다.최근엔 [정치적인 식탁]의 이라영 박사와 박성규 박사를 그 리스트에 올렸다.  흔치 않게도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에서 약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활동 중인 박성규 저자 덕분에 약의 세계, 이면의 정치경제학적 그물망까지 엿보게 되었다.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는 몇 년전 재밌게 읽었던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와 왠지 톤이 비슷할 것 같아, 심심풀이용으로 집어 든 책이었다. 실제 읽어보니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와도 컨셉면에서나 책 편집의 취향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포털 연재 기사를 엮어낸 에세이모음집의 느낌. 



고백하자면 1부 "욕망, 약을 발명하다"까지만 해도, 여기저기서 자주 접해온 흔한 정보들- 예를 들어 플라시보 효과, 히포크라테스의 체액설, 중세의 방혈 치료법- 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글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없었다.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될 즈음해서 2부 "약, 욕망의 도구가 되다" 파트가 전개된다. 1부까지만 해도, 서양 의학에서의 약 관련한 역사의 에피소드 모음같았던 글이 갑자기 척추를 심더니 곧추 선다. 내 말은, 저자의 지향과 목소리가 담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감사의 글"에서 언급된 이름들로 추정하건데, 아마도 저자는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측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거기서 많은 영향을 받은 듯 하다. 1부까지만 해도 온통 서양, 남의 나라의 약 이야기였는데 2부, 특히 4장과 5장쯤 가면 이장희,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해서 귀가 솔깃해진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약은 사람을 홀리는 물질, 매혹시키는 물질로서 예나 지금에나 기능해왔고 사람을 살리는 데 기여할지는 두고 봐야한다. 잘 써야 한다."

저자의 세부 전공이 '약학' 중에서도 무엇일지 궁금할만큼, 저자 박성규 박사는 제약회사들 뜨끔하거나 분노하게할 자료들을 많이 풀어놓았다. 예를 들어, 항우울제는 해피드러그HappyDrug로 포장되었지만 실은 높은 자살율을 부작용으로 유도한다고 한다.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notor) 계열 항우울증제로 인한(다고 추정되는) 사건들을 보니, 어쩌자고 이런 약이 행복증진제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유통되는지 어이상실이다. 특히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은 특허가 1999년 만료되자 동일성분의 약을 사라펨Sarafem이라 개명해서 비싼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 한다. 

3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의 마지막 챕터에는 "섬유근육통 fibromyalgia"란 병이 등장한다. 실은 예전에 이 병의 진단과 싸우며 의료화를 비판한 자서전적분석서를 읽으며 fibromyaigia란 발음을 피하려 애썼던 기억이 난다. 박성규 박사가 깔끔하게 정리해주는데, 이 병은 특히 화이자 증 대형제약회사에게 병으로 선포될 필요와 상품성이 충분한 무엇이었기에 2000년대 본격, 병으로 승인되었다. 오호라! Susan Greenhalgh은 후속 연구를 하였던가?


무엇보다 내게 박성규 저자의 문제의식은 한 사회 혹은 시대가 특정 물질을 약으로, 혹은 독약이나 금기의 물질로서 규정하고 일원들에게 내면화시켜내는 방식에 관심두게 했다. 미국 닉슨 행정부에서 일급 마약으로 낙인찍힌 대마와 한국의 대마가 동병상련의 처지였음이 흥미롭다. 한국의 경우, 1969년 주한미군과 관련한 사건에서 대마 규제 목소리가 있었고, 70년대 반독재 노래를 부르는 예술가들을 타락한 악인으로 낙인찍어 침묵시키는데도 대마에 대한 미디어 효과가 필요했다고 한다. 2019년, 또 뭐가 있을까? 정작 대마는 일급 마약이라면서 카페인 듬뿍 커피를 밥처럼 마시고, 시험기간이면 에너지드링크로 스스로를 각성시키는 우리의 모습에서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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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12-04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 좋다고 남용 말아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 약에 의존하게
되네요.

닉슨이 미워하던 대마가 이제는
합법화된 걸 보면 뭐라고 할 지
궁금하네요.
 

"인간은 너무 인간 중심으로만 생각해. 지구상 개체 수 젤 많은 게 뭔데? 곤충이야말로 지구의 주인!"

네바다 사막으로 필드 트립을 다녀오곤 하던 곤충학 박사 친구의 말 중, 가장 충격적 발언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린이들 많이 읽는 책 중에서도 "돼지" 중심인 [동물농장], 토끼들의 세상 [피터 래빗], 심지어 디즈니표 쥐, [미키 마우스 & 미니 마우스] 는 있어도 제대로 곤충 동화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찰스 다윈길 36, 곤충 아파트(원서 제목: Blatt)]는 특별했다. 요즘 쏟아지는 한국 작가의 동화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학원, 핸드폰, 떡볶이, 성적 닦달해대는 엄마" 등 진부한 소재가 아니라서.


1983년생 작가가 2004년(출간 당시 고작 21세!)에 이탈리아 어린이들에게 선보인 이 동화는 이후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푸른숲출판사가 무려 '이탈리아 대사관 주관 번역 문학상' 수상자인 이현경 박사에게 번역을 의뢰해 한국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첫 페이지에서부터, 바퀴벌레들, 거미, 집게벌레, 쇠파리 등의 동물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다들, 찰스 다윈길 36, 곤충아파트 입주민들인데 이들에게 무슨 위기가 닥쳤는지, 다들 초흥분상태이다. 예지몽 속에서 보았단 무시무시한 괴물은 실존했다. 바로, 털복숭이 네발 달린 짐승의 형상을 하고. 그는 다름아닌 개, "샘"이었다. 아파트 무단침입한 주제에 염치없기가 안하무인이고, 똥오줌을 무기 삼아 곤충들에게 오물 세례로 괴롭힌다.



읽으면서, 긴박한 전개가 흥미롭기도 했지만 '혹시 [동물왕국]처럼 어른들을 위한 정치 풍자 동화 아니야?'하면서, 캐릭터와 줄거리를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아버지 조지 W. 브라트를 둔 브라트 소장은 꼭 미국의 전 대통령들인 부시 일가를 연상시켰으니까. 또한 거대하고 대적하기에 묘안이 없어보이는 적을 앞에 두고, 전략가 곤충들이 회의를 하는 행태가 인간들의 그것을 떠올리게 했으니까.



그러나, [찰스 다윈길 36, 곤충 아파트]를 다 읽고 드는 생각인데, 이 책은 같은 일원으로 삼기에는 예외적인 구성원들을 포용하면서 진정한 공동체로 발전하는 모습을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는 책이다. 어린이라면 충분히 얻어갈 게 많을 것이다. 알고 봤더니 육류 소화장애로 채식만 고집하는 들고양이에게 곤충들의 아파트 출입을 허용하고, 곤충들을 그토록 괴롭혔던 개, 샘에게도 연민과 동정의 정서를 보이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큰 갈등과 미움보다는 화해와 조화를 택하는 현명한 결론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도 위기가 대전환의 계기가 되는 경우를 막연하게 나마 느끼겠지! 좋은 동화이다!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간만에,  "학원, 핸드폰, 떡볶이, 성적 닦달해대는 엄마" 라는 전형적 장치들이 등장하지 않는 참신한 동화를 만나서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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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무식" "까막눈"이라 자기를 낮춰도 "TMI(정보의 설사Too Much Information) "이 되레 조롱거리가 되는 시대인만큼 겸손한 애교의 표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서예, 그 새로운 탄생] 전시회에서 '"까막눈"은 결코 애교가 아니구나'를 제대로 느꼈다. 서예 박물관 전시에 갔더니만 화선지 위 검은 글자는 그저 기호이더라. 세종대왕님이 아니계셨던들, 나는 일상은 커녕, 조롱받을 지경으로 까막눈이었겠더라.

[서예, 그 새로운 탄생]의 1부 제목인 "법고창신法古創新" 부터 알딸딸. 네이버 검색해서 뜻 확인.


갑골문자로부터 서예가 예술화된 명청(明淸)대까지의 작품들을 벗으로 삼아, 서사적인 임서와 새로운 창조를 선보이며 서예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선질과 혼을 품고자 합니다.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서예, 그 새로운 탄생] 2부에서는 설치 작품으로서의 서예를 통해서 그 편면성을 극복하려는 실험의지를 보인다. 


갑자기 대만 "Cloudgate Dance Theater"가 십 수년 전 시도하고, 이미 널리 알려진 현대무용으로 옮기는 서예작품이 생각났다. "관람객들이 획의 예술과 공간의 여백, 글씨의 빛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지만, 물질로서의 평면성 입체성을 떠나 비물질로서의 활자를 만들어 낼 시도까지는 어려웠을까?


https://youtu.be/nGQIrTs2FAw


[서예, 그 새로운 탄생] 3부. 실은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일테고, 1부의 점잖고 우아한 "법고창신"은 이 3부의 화려한 색조화장을 위한 밑화장으로 기획되었으리라 추정해본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의 서예가! 



예술의 전당을 동네 까페 나들이가듯 드나들던 시기에조차 "서예박물관"은 찾을 이유를 못찾았다. 작심하고 [서예, 그 새로운 탄생]를 찾으니, 그림과 글자가 하나요, 혼과 물질이 다름이 아니요, 21세기 cloud와 마찬가지로, 옛 사람들은 글자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고 초월해 통했구나.

놀라운 느낌이었다. 서예박물관 좀 더 자주 찾아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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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12-0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위의 사진이 갑골문자인가요? 오래된 문자인데 제일 조형미가 살아있는 듯 보여요. 상형문자가 유래했으니 그렇게 보이는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국립한글박물관은 가봤어도 서예박물관은 한번도 안가봤어요. 덕분에 오늘도 흥미를 더해갑니다.

2019-12-03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12-04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에 서예 한답시고
수도 없이 먹을 갈곤 했었는데...

재주가 없어서 그만 두길 잘했다
싶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