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아트센터 큐브 미술관을 늦은 오후에 찾았는데, 주차장이 만차 수준이었어요.


 '설마? 에릭 요한슨전 이처럼 인기? 성남시민의 문화적 욕구가 이처럼 뜨겁뜨겁? 1월 2일을 시작으로 고작 3일 지났는데 설마 벌써 입소문이 이렇게나 빠름빠름?'


예, 예측이 맞았더군요. 만차 수준의 주차장 상황은 바로 에릭 요한슨 전의 뜨거운 인기 덕분이었어요. 주말에는 도슨트가 없다는데도 로비가 관람객들로 말 그대로 '바글바글바글'이었습니다. 



저는 예약을 하고 온게 아니어서 현장에서 티케팅했는데요. Early Bird 할인 기분 좋게 받았습니다. 무려 50%에 입장권을 구매했는데 카운터에 여쭈어보니 후에 N차 관람 이벤트가 있다네요. 기존 티켓 가지고 재구매할 경우, "1+1"의 티켓을 얻을 수 있대요. 이날 제가 3장의 티켓을 구매했으니 오케이! 다음 번에 6명까지 커버 되는군요. 여느때라면 티켓을 관람 후 바로 버리는데, 잘 보관해두었습니다.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했을 때보다 입장권이 1000원씩 비싸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의문이 풀렸습니다. 이번 성남전시에서 에릭 요한슨의 2019년 작품을 비롯, 서초동에서 선보이지 못한 작품 7점이 추가로 소개되거든요. 전시장의 마지막 방에서 이 7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한 작품만 소개를 하자면 바로 "내게 시간을 다오 Give me Time"



무거워보이는 회중시계에 묶여 시계의 무게를 이겨내려듯 달리는 이는, 예! 맞습니다. 스웨덴의 환타스틱한 아티스트 에릭 요한슨 그 자신이죠. 저런 시계를 특수제작했을까요? 에릭 요한슨은 자신의 작품 메이킹필름 역시 직접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이 작품, [Give me Time]의 경우 소품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제작과정에 대한 상상은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예술의 전당 전시에서 이미 에릭 요한슨에게 흠뻑 빠지신 팬이라면 이 7작품을 위해서라도 성남 다시 찾을 이유가 확실해집니다. 전시장 곳곳에 관람객들을 위한 포토존도 마련해 놓았기에 에릭 요한슨 특유의 초현실주의적인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샷 시도해보기에 충분합니다. 



"Impossible is possible"


불가능을 가능으로! 에릭 요한슨은 아이디어를 캡처해서 상상을 최대한 그럴싸한 이미지로 연출해냅니다. 이미지를 구상하고 사진을 찍고, 포토샵으로 세상 유일무이의 작품을 만들어내지요. 

메이킹 필름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그의 작품제작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https://www.erikjo.com/behindthescenes



사진 속 Daybreaker가 조작하는 새벽을 여는 기계를 에릭 요한슨이 직접 나무틀에 그리고 만들어내더라고요. 


이 놀라운 작품 역시, 놀라운 시도로 현실화시킨 이미지입니다. 작품 속 작은 사람 한 명, 네네, 바로 에릭 요한슨이죠. 나머지는 과연 어떻게? 직접 전시장에서 메이킹 필름으로 확인하세요. 







이 스케치가,

자, 

이런 이미지의 작품으로 거듭났습니다. 


그 많던 전시작 중에 특히 제게는 인상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인상 깊었습니다. 슈트를 입고, 출근하는 회사형 인간을 연상시키는 이 남성은 오로지 한 개의 풍선을 들었는데요. 바로 아래가 낭떠러지입니다. 사진 속에서 도로표지판에는 "One Balloon P.P"라고 적혀 있거든요. 그 메시지를 충실히 따라 오로지 한 개의 풍선만 들고 발을 내딛는데 과연?


중의적 의미로 저는 보았어요. 제 해석을 이 블로그에 담지 않으려고요. 여기서는 에릭 요한슨이라는 작가가 얼마나 독특하고 생각이 깊은 아티스트인지 탄복하기로만 할게요. 



어제 관람도 무척 좋았지만, 너무나 붐비었던 관계로 저는 N차 관람 시도하렵니다. 

2시 5시 도슨트 시각 맞춰서 재방문 하려해요. 

많은 분들이 성남아트센터 에릭 요한슨 전 찾았으면 좋겠네요. 에릭 요한슨이 성남의 탄천 풍경을 배경으로도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겠지? 있다면 어떤?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왜냐면, 그의 작품을 통해 접한 스웨덴의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서요. 어떤 풍토에서 성장하면 저렇게 상상력의 입구가 아예 만들어진적도 없다는 듯,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대다수 성인들은 상상력 상자에 봉인이 채워진 듯 밍밍하게 사는 데 말이예요. 부러워해야하는 걸까요? 누군가 혹은 시스템에 반해 항변해야하는 걸까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겨울호랑이 2020-01-0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처에 살면서도 에릭 요한슨 작품전이 열리는 줄 몰랐네요. 얄라얄라북사랑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0-01-07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8 0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1-19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페이퍼는 왜 이달의 당선작으로 안뽑아주는거에요?
알라딘
외눈박이 -ㅅ-
 
공공요가 - 모두의 요가
이숙인.한진영 지음 / 나는책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재 절판임을 확인하고

재판 인쇄를 출판사측에 사심 가득 요청하며 리뷰썼습니다. 




이동하며 읽으려고 일부러 부피 작은 책을 빌렸는데, [공공요가] 12월 31일 고른 책으로는 참 괜찮았어요. 

저자 두 분- 이숙인, 한진영-의 사람됨됨이가 종이를 뚫고 독자에게 따뜻한 손바닥을 내밀지 뭡니까? 잡아봐, 온기 서로 나눠보자.  

이책은 1:1 대응식 요가 동작 코칭을 담은 책이라기 보다는 세상 사는 마음가짐에 대한 책이었어요. 

"공공" 을 더한 "요가" [공공요가]라는 책 제목에 이들의 지향이 담겨 있지요. 


서문을 같이 읽어보실래요? 


시장이며 지하상가에서 자주 만나던 상인들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몸이 많이 붓는다등이 아파 잠을 못 자겠다자주 숨이 차고 두통이 심하다'며 일상의 순간순간이 힘겹다 토로하지만 해결책이라고는 하루 열 잔도 모자란 '커피믹스'가 전부라고 합니다


정작 요가는 요가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들보다 이런 사람들에게 절실한 게 아닌가 했습니다. 그들의 노동에 붙어 다니는 통증이라도 좀 덜어줄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게 되었죠...(중략)...요가는 본디 태생이 '나눔을 통한 서로의 성장'입니다그렇게 만들어졌고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전승되어 이어진 것이 '요가'라고 배웠습니다이제 그 이름이 본래 뜻을 되찾고 새로이 거듭나는 의미로 '공공요가'를 제안해 봅니다. (본문 8-15쪽 발췌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는 마음, 말

이런 분들을 글로나마 만나면

일상에 활력이 생깁니다. 


[공공요가] 절판이라니, 어서 2쇄 인쇄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년, 마음이 바쁘다보니 노트북을 떠나기가 불편했던 걸까? 그저 게을렀던 걸까? 공연장 많이 못 찾았다. 12월 31일 마지막 날이기에, 좀 사람 많은 공간에서 놀아보자는 심정으로 혜화동의 "판트스틱전용관"을 찾았다. 전용관이라지만 실은 이 부근 상권이 쇠락해가는지라 바로 옆 건물 1층은 비어있고, 부근 빌딩 상황이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호기롭게 빌딩 한 층 전체를 전용관 삼았다니 그만큼 퀄리티 보장된 공연이란 뜻일까? 





공연장 찾기 전 궁금해서 다른 선배(?) 관람객들의 리뷰를 살펴보니, 배우에 대한 정보가 없어 아쉬웠다는 평이 많다. 12월 31일 석정홀딩스빌딩 4층에서 라이브로 펼쳐진 공연의 팜플렛에도 배우들의 실명을 찾을 수 없다. 궁금하면 못 참는다. 검색하다보니, 이 공연 워낙 전국 방방곡곡에서 오랫동안 공연되어 온지라 배우들이 계속 바뀐다. 

마찬가지로 인근에 전용관을 확보하고 롱런공연 중인 "사랑하면 춤을 춰라"가 배우들을 아이돌화하여, 배우들 사인이 들어간 굿즈등을 판매하는 것과 사뭇 다른 전략이다. 




배우가 궁금하다는 것은, 그 만큼 배우들이 열연했다는 뜻일 테다. "국악" 뮤지컬을 표방하는 작품인 만큼, 해금, 가야금도 등장하고 심지어 사물놀이용 징이나 꽹과리도 동원된다. 한국무용 살짝, 비보잉 살짝, 살짝 살짝 춤 사위도 등장한다. 

창으로 "오빤 강남 스타일"하고 노래도 부른다. 성실한 배우들이 온 노력으로 작품의 빈틈을 메우는구나하는 생각에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음향 조율이 안 된 건지, 너무 소리가 커서 정작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에서 대사 전달력이 떨어졌다. 

무대 전환의 속도나 진행, 무대 공간 활용, 

줄거리.

예전에 이 작품이 인기를 끌었을 10년전쯤, 아니 7~8년 전쯤의 모양새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고민을 좀 더 했더라면, 좀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을텐데.


2020년을 하루 앞 둔 마당에, 1990년대 풍의 공연이라니, 놀라웠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관객들이 진심으로 즐기고 좋아하는 듯 보였다는 점이다. 엉덩이를 부채로 툭 치고, 막대기로 머리를 사정없이 내려치고, 상대의 모자를 통통 두드리며 도발하는 그 간단한 제스처가 수십회나, 80분 동안 수십 회나 반복되는 데도 반응이 뜨거웠다. 


다시 말하지만,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다. 

해금불던 배우는 관객 대부분에게 생소했을 해금의 소리를 제대로 들려주었고

까불이 캐릭터로 등장한 배우(구글링으로 사진 스캔 해보니 오래 이 작품에 출연중인 듯 하다), 

창을 담당하던 체구 작은 배우(이분은 무용 전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노래보다 춤이 아주 좋았다)

등등

배우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박수 열심히 치고 왔습니다. 


"환타스틱"이 2020년형 공연으로 거듭 성장하기 위한, 디테일과 줄기 모두 변화가 필요해보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딸기홀릭 2020-01-02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두번 봤어요 전용관이 혜화로 옮겼군요 스토리는 좀 약하지만 보는 동안 유쾌했어요

얄라알라 2020-01-03 13:04   좋아요 1 | URL
사랑하면 춤을 춰라
도 맞은편 부근에 전용관에서 공연되는데
요건 좀 더 성인 취향에 춤이 전문적이에요^^
 
공공요가 - 모두의 요가
이숙인.한진영 지음 / 나는책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에서 우연히 빌려 읽고 저자 두 분께 반하고, ˝공공요가˝ 개념 그리고 실로 실천하시려는 두 분께 또 다시 감동하여 구매하러 들어왔는데 품절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웅, 왕자 그리고 기사 - 다 알지만 잘 모르는 이야기 아르볼 N클래식
조제프 베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아르볼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작은 도서관에 일부러 종종 들립니다. 서가를 찬찬히 둘러보고 옵니다. 예산이 넉넉한지 매년 새 전집으로 교체하는 시리즈가 있는데, [그리스로마신화]입니다. 만화책입니다. 아이들이 하도 많이 찾아 빌려가고 돌려주고 하는 사이에 책표지가 뜯겨나가고 모서리가 너덜너덜 해졌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만화책으로라도 신화를 읽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하겠지만, 저는 마음이 불편합니다. 적어도 신화의 영역만큼은 성인용 게임 캐릭터처럼 몸매가 울퉁불퉁한 남녀가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신화는 어짜피 인간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새로운 기억 공간에 윤곽을 풀었다가 또 새로운 색채를 입혀가며 부풀어온 상상의 세계잖아요. 그런 섹슈얼화된 게임 캐릭터 몸들과 다이아몬드 몇개씩 박힌 눈으로 아이들 상상의 입구를 꽉 틀어막아 버리다니, 암튼 저는 속상합니다. 오지랖이라하셔도,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표지가 무척 고급스러워서 마치 큰 맘 먹고 장만하는 소장용 다이어리 느낌인데요. 시리즈입니다. [영웅, 왕자 그리고 기사]와 [마녀, 요정 그리고 공주] 두 권입니다. 프랑스의 음유시인이라는 조제프 베르노(Joseph Vernot)가 글, 그림 모두를 완성했는데 특히 일러스트레이션이 경탄을 자아냅니다. 조제프 베르노가 삽화의 황금기라 할 19세기를 재현하려는 노력에 신비함을 더한 세계를 창조해냈지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정식으로 미술 학교를 다닌 적 없이 혼자 책의 삽화를 따라 그리며 연습하고 독학했다고 해요. 하나 하나 놀라운 작품입니다. 




부제가 "다 알지만 잘 모르는 이야기"인데, 실로 고개를 끄덕하게 됩니다. 롤랑, 아이반호, 베어울프, 랜슬롯 등, 이름은 익숙한데 정작 그들의 무용담을 설명해보라 하면 벙어리 되기 십상입니다. 바로 [영웅, 왕자 그리고 기사]에서 섬세하며 우아한 문장으로 복원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입니다. 



요즘처럼 "싸움"의 의미가 부정적으로 변질한 시대에 [영웅, 왕자 그리고 기사]에 등장하는 대사들과 고귀한 정신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클릭한번이면 예고도 없이 미사일이며 무기가 발사되고 효과음과 함께 전투캐릭터들이 싹 사라졌다가 다시 게임판 위에 등장하는 걸 보는 데 익숙한 아이라면 이 책의 대사가 고어처럼 느껴질지 모릅니다. 그 누가, 결투를 앞두고 "고해성사는 했소, 형제여? 솔직히 말해 이제 그대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오늘 아침 미사는 드린 거요?"('아이반호' 에피소드 중)이라고 점잖게 도발하면 다시 "그대의 정중한 충고에 감사드리는 의미에서 더 기운 좋은 말을 타고 새 창을 들기를 권합니다."라고 응수하겠습니까?


그러니 이책을 행여 어린이에게 선물하려거든, 꼭 옆에서 소리내어 읽어줄 행복한 각오쯤은 하셔야 합니다. 꽤나 어려운 단어도 종종 등장하거든요. 다행히 아르볼 출판사 측에서 친절히 각주를 달아주었기 하지만, "면갑" "박차" "등자" "성유물" 등의 단어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테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조제프 베르노(그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osephvernotillustration/) 가 장인정신으로 공들여 한땀 한땀 수놓듯 만든 책인만큼, 읽고 나면 분명히 이책 읽기 "전/후"로 영웅 이야기를 보는 시선이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제 그림책 취향을 과하게 드러내나요?  실은 요새 이 책에도 눈독 들이고 있습니다. 19세기의 삽화 213점이 수록되어 있다해서요. 지갑을 열까 말까 요새 하루에도 몇번씩 망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