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다 잘 다녀왔어?' 해야지!"

강아지에게 자신의 딸을 "누나"라고 부르는 장면에 흠칫 놀랐다. 

인간 자식과 반려동물을 호형호제 관계로 맺는다. 그 강아지를 예뻐하는 사람은 "형아, 삼촌, 큰 엄마, 작은 엄마" 인간 친족용어로 연결된다. 

그는 강아지가 소화시키기 쉽도록 스테이크를 본인이 직접 씹다가 강아지 입에 밀어 넣어주었다.


놀랐다.


원래 억지로 "척" 하는 걸 못해서

차라리 "얼음땡" 제스춰를 취했다. 

미소는 짓되 먼 발치서 멀뚱멀뚱 전략. 


애정을 공유하자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강아지 주인 앞에서 어색해졌다. 죄도 안 지었는데 속죄드려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원래 "척"하는 걸 못한다. 쓰다듬는 척을 못했다.


민망해져서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일곱 살 때 토끼똥 보고 충격 받았는데요 어쩌구... 동화책 속 토끼는 하얗고 깨끗했는데....저쩌구.". 


그래봤자, 강아지에게 손길 한 번, 눈길 두 번도 안 주는 

나는  

강아지 주인이 보기엔 냉정한 인간이다.  


따가운 시선이 몹시 따갑게 와서 박혔다.


어찌나 따가웠는지 그날 꿈까지 꾸었는데, 키우던 화초가 시들해서 꺼이꺼이 슬퍼하며 화초를 친자식살려내려는 내용이었다. 줄거리는 부차적이다. 이 꿈에서는 의도가 중요하다.

 '나, 냉혈한 아냐. 인간 외 생명에도 커넥션 진하게 느껴. 다만, 동물 만지는 게 어려울 뿐.' 

내 공감 능력은 인간종을 넘어선다는 변명을 해주는 꿈이었다. 


하긴, 반은 변명이더라도 반은 그러하다. 

풀과 나무, 화초가 아픈 걸 보면 지나치지 못한다.

요새는 만난지 60일쯤 된 벤저민이 상태가 처음만하지 않아 고심이다. 






습도를 좋아한다기에 열심히 분무하고, 통풍 잘 되도록 계속 환기하고 

햇볕 따라 옮겨주는데도 

잎의 초록이 덜 선명하다. 하루의 48분의 1은 이 녀석에게 쏟는 것 같다. 몸을 안 쓰는 나는 화초를 가꾸며 마음의 요가를 한다. 




벤저민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화초와 작별을 수없이 고해왔던 긴 히스토리 때문이다.


"Song of India"를 유난히, 가장, 꾸준히 좋아해서 열 번은 새 식구로 들였던 것 같다. 생일을 자축하며, 기념하고 싶은 날, 1월 1일 시작을 알리며 사들였으나 이 친구와 나는 아직 제대로 사귀는 법을 모른다. 다 빠이빠이 하고, 마지막 들인 친구가 회생중이다. 

*

"Song of India"다음으로 좋아하는 드라세라류

레몬라임.


이거 취급하는 꽃집 많지 않아서 일부러 주문하고

일부러 찾아다니고

그래서 참 여러번 내 식구로 맞았는데

미안하여라. 

이 친구와도 잘 사귀는 법을 못 터득했던 것 같다. 

내 관리가 부실해서 또 빠이빠이하게 될까, 이젠 들이지도 못하겟다.

화초가 시글해서 꺼이꺼이했던 그 꿈은 퍼포먼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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