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서 참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저자는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에서 (비록 일일이 세어 보지는 못했지만) '4차 산업형 인재'니 '4차산업혁명 시대' 라는 단어를 수십여 번 사용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일반인이 이 단어를 들을 때 떠올리는 막연한 수준의 단어들 외에, 어떤 구체로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상상하는지 잘 모르겠다. 왜 굳이 이런 질문을 하느냐고?
이민정 저자가 그리는 근거리 미래사회, 즉 "4차산업혁명시대"의 속성과 밑그림을 알아야, 다가올 미래 시대에 왜 우리 모두가 "기업가 정신"을 살려내야 하는지 저자 주장의 당위에 수긍할 수 있을 테니까. 왜 우리가 미래 사회에서 잘 살려면, 창업을 해야 하지? 모두가 대학을 창업 위한 디딤돌로 활용하고, 창업하려 애쓴다면 나머지 학생들은 무얼 하지? 왜 창업이 살 길이고, 왜 기업가 정신이 그토록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가치이지? 그런데 정작 이민정 저자는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왜 초등학생부터 기업가 정신을 길러야 하고 전 국민 수준의 기업가化를 꾀해야 하는지 여백은 채워주지 않은 것 같다. 난 그게 젤 궁금한데......
또 하나의 궁금증. 저자가 다양한 연령대에서 스탠퍼드 대학의 디스쿨 프로그램을 현지 응용한 디스쿨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수만 명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스탠퍼드 대학 측과는 이에 대한 어떤 사전 조율 혹은 인가가 있었나? 스탠퍼드 대학 프로그램과 무관하게 창업교육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면 이런 식으로 스탠퍼드 대학 마케팅을 하는 데 문제가 없는가?
궁금증 둘. 한국에서 스탠퍼드식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이수했다고 해서 과연 그 학생이 창업에 성공해서 스탠퍼드대학 출신 창업가처럼 주가를 올릴 수 있을까? 저자가 1장에서 극찬한 snapchat의 CEO 에반 스피겔 역시, Google회장 에릭 슈미트와 Youtube공동 창업자 채드 헐리랑 대학수업후 뒤풀이차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스탠퍼드 식 인맥의 덕을 보진 않았을까? 스탠퍼드 대학이 자랑하는 인맥과 글로벌한 외국어 소통능력이 없는데 과연 저자가 운영한다는 '미래교육협회'의 디자인싱킹 수업을 듣고, 불과 4시간 만에 창의력을 신장시킨다고 미래에 대비한 "4차산업형인재"로 "성공"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2~3시간, 길어봐야 4시간 남짓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창의적으로 변하는 것을 목도"(8쪽)했다지만, 진정 wild world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통능력 창의능력만큼이나 글로벌 인맥과 학교이름이 주는 아우라의 힘이 크지 않을까? 스탠퍼드 나온 사람을 어찌 따라잡나.....나는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탠퍼드 대학 출신이 어마무시하게 실리콘벨리를 끌어왔고 끌어갈거라면, 스탠퍼드 식 창업가 교육프로그램이 훌륭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 대학의 글로벌 인맥과 자원이 순항지원하는 힘이 더 클거라고 본다. 스탠퍼드식 프로그램이 훌륭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반대할 생각 전혀 없지만, 과연 같은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단기 이수한다고 해서 스탠퍼드 대학 출신처럼 창업가 신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질까? 그렇다면 결국 답은 열심히 SAT 점수 올리고, 추천서 써서 스탠퍼드 가는 것? 모르겠다. 더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미래 인재상을 '기업가'로 정의하고 미래사회에 안정적 성공을 도모하려면 창업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물음표를 자꾸 도발시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