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 4차 산업형 인재로 키우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
이민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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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얼굴만 봐도 성적이 보였"(4쪽)던 자칭 "잘 나가는 입시강사"(4쪽)였다던 저자 이민정은 한국에서 열린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설명회에 참석했다가 그녀의 교육관을 뒤흔든 한줄기 빛을 본 듯 하다. 그것은 "스탠퍼드식 창업교육!"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녀가 있다면 스탠퍼드에 보내야 합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으면 제가 이 책을 쓰지도 않았겠지요."(20쪽)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 학생 대다수가 스탠퍼드 유학 비용을 쉽게 해결할 수도, SAT고득점 얻어 입학 허가서를 받기도 어려우므로 바로 이 책,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자로 키운다』을 썼다 한다. "4차 산업형 인재로 키우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이라는 부제만큼이나 제목이 길다. 요새 뜨는 드라마 "SKY캐슬"을 향한 대중의 관심으로 미루어, 이 제목 자체로 많은 독자들을 모으리라 예상된다. 열심히 쓴 좋은 책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의문부호가 많이 생기는지라 리뷰가 치우칠까 봐, 의도적으로 저자의 목소리를 직접 인용해본다.


공부는 순수학문으로 접근해야지 취업 훈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은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말입니다... 전 세계의 교육 추세가 학령기에 들어서는 학생들에게 경제 교육과 기업가 정신 교육의 비중을 점점 더 늘리고 있습니다. (38쪽)

자기 자신을 사업가로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겨야 합니다. "나도 사업가가 될 수 있다."라는 자각이 생기면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태도가 생깁니다. (39쪽)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자로 키운다』 본문 중




이민정 저자는 두 아이를 각각 캐나다와 국내 대학에 진학시키고, 입시강사로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온 노하우에 더해 한국미래교육협회 (futureedu.co.kr)를 운영하는 기업가로서의 경험을 십분 살려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를 집필했다. 군데군데, 책장 넘기다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부분이 꽤 많은 이유는, 사교육-공교육을 떠나 저자가 교육현장에 오래 몸담으며 숙성시켜온 내공력 때문일 것이다.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고 창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SKY 보다 훨씬 중요" (27쪽) 하고 SKY진학을 목적으로 한 교육은 시대 흐름을 잘못 읽은 오류이기에, 이젠 4차 산업혁명기를 준비하며 모두가 "내 안의 기업가 정신"을 일깨워서 기업에 고용 당하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창업하라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독자만 1등 하는 경쟁주의가 아니라, 협력하고 혁신적으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같이 잘 살려는 태도를 체화해야 한다고 한다. 듣기엔 멋진데 현실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익숙한 이야기들의 조합이다.



궁금해서 참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저자는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에서 (비록 일일이 세어 보지는 못했지만) '4차 산업형 인재'니 '4차산업혁명 시대' 라는 단어를 수십여 번 사용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일반인이 이 단어를 들을 때 떠올리는 막연한 수준의 단어들 외에, 어떤 구체로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상상하는지 잘 모르겠다. 왜 굳이 이런 질문을 하느냐고?

이민정 저자가 그리는 근거리 미래사회, 즉 "4차산업혁명시대"의 속성과 밑그림을 알아야, 다가올 미래 시대에 왜 우리 모두가 "기업가 정신"을 살려내야 하는지 저자 주장의 당위에 수긍할 수 있을 테니까. 왜 우리가 미래 사회에서 잘 살려면, 창업을 해야 하지? 모두가 대학을 창업 위한 디딤돌로 활용하고, 창업하려 애쓴다면 나머지 학생들은 무얼 하지? 왜 창업이 살 길이고, 왜 기업가 정신이 그토록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가치이지? 그런데 정작 이민정 저자는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왜 초등학생부터 기업가 정신을 길러야 하고 전 국민 수준의 기업가化를 꾀해야 하는지 여백은 채워주지 않은 것 같다. 난 그게 젤 궁금한데......

또 하나의 궁금증. 저자가 다양한 연령대에서 스탠퍼드 대학의 디스쿨 프로그램을 현지 응용한 디스쿨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수만 명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스탠퍼드 대학 측과는 이에 대한 어떤 사전 조율 혹은 인가가 있었나? 스탠퍼드 대학 프로그램과 무관하게 창업교육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면 이런 식으로 스탠퍼드 대학 마케팅을 하는 데 문제가 없는가?

궁금증 둘. 한국에서 스탠퍼드식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이수했다고 해서 과연 그 학생이 창업에 성공해서 스탠퍼드대학 출신 창업가처럼 주가를 올릴 수 있을까? 저자가 1장에서 극찬한 snapchat의 CEO 에반 스피겔 역시, Google회장 에릭 슈미트와 Youtube공동 창업자 채드 헐리랑 대학수업후 뒤풀이차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스탠퍼드 식 인맥의 덕을 보진 않았을까? 스탠퍼드 대학이 자랑하는 인맥과 글로벌한 외국어 소통능력이 없는데 과연 저자가 운영한다는 '미래교육협회'의 디자인싱킹 수업을 듣고, 불과 4시간 만에 창의력을 신장시킨다고 미래에 대비한 "4차산업형인재"로 "성공"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2~3시간, 길어봐야 4시간 남짓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창의적으로 변하는 것을 목도"(8쪽)했다지만, 진정 wild world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통능력 창의능력만큼이나 글로벌 인맥과 학교이름이 주는 아우라의 힘이 크지 않을까? 스탠퍼드 나온 사람을 어찌 따라잡나.....나는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탠퍼드 대학 출신이 어마무시하게 실리콘벨리를 끌어왔고 끌어갈거라면, 스탠퍼드 식 창업가 교육프로그램이 훌륭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 대학의 글로벌 인맥과 자원이 순항지원하는 힘이 더 클거라고 본다. 스탠퍼드식 프로그램이 훌륭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반대할 생각 전혀 없지만, 과연 같은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단기 이수한다고 해서 스탠퍼드 대학 출신처럼 창업가 신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질까? 그렇다면 결국 답은 열심히 SAT 점수 올리고, 추천서 써서 스탠퍼드 가는 것? 모르겠다. 더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미래 인재상을 '기업가'로 정의하고 미래사회에 안정적 성공을 도모하려면 창업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물음표를 자꾸 도발시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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